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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문 짐승-22화 (22/110)

00022  짐승, 몸을 일으키다  =========================================================================

류 가(家)의 장원은 코앞에 닥친 잔치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온통 북적거렸다.

정원 한쪽에서는 수십 개나 되는 잔칫상을 시비들이 하나하나 닦고 있었고, 주방 앞에서는 임시로 만들어 놓은 여러 개의 아궁이 앞에 쭈그려 앉은 여인네들이 내일 쓰일 잔치음식을 미리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장작을 한 아름 쌓은 지게를 등에 진 우락부락한 남정네들과, 술병이나 식기를 수레가득 싣고 끌고 다니는 사람들로 어수선 하기 짝이 없었다.

“장씨 아저씨! 장씨 아저씨! 아니 이것 좀 날라 주라니까 또 어딜 간 거야! 미령아 장씨 아저씨 못 봤어?”

몸통만한 독을 앞에 둔 기해가 장씨를 애타게 부르며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 원목 함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지나가던 침방 소속의 미령을 불러 세웠다.

“글쎄... 아! 땔감 창고에 가보지 그래? 아무래도 장작이 부족할 것 같다고 아까 라훈이랑 후원으로 가시는 것 같더라”

“그래? 알았어. 임씨 아저씨! 이것 좀 주방으로 옮겨주세요. 예, 그거요”

미령은 용건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몸을 돌려 후원으로 향하려는 기해를 붙잡아 세웠다.

“기해야! 잠깐만”

“아, 왜? 나 바빠”

“알아. 너만 바쁘냐? 여기 안 바쁜 사람 없어.”

“뭔데?”

“라훈이 걔 좀 어떻게 안 되겠어? 후원 우물을 좀 써야하는데 주방소속 애들이 걔 땜에 후원 쪽으로는 가지도 못하고 있더라.”

“그 놈, 또 홀딱 벗고 있든?”

“그래! 니가 말 좀 해봐. 엄동설한에 걔는 왜 그런다니?”

“이 미친놈이...지금 바빠 죽겠는데 후원우물도 못쓰게 하면 어쩌자는 거야?..그럼 지금 물은 어디 걸 쓰고 있는데?”

“어디긴 어디야 뒤뜰 구석에 있는 우물에서 길어와 쓰고 있지. 애들 지금 힘들어 죽으려고 하니까 말 좀 해주라”

“알았어, 이 노출증 변태, 내가 가만두나 봐라”

팔을 걷어붙이고 당장이라도 뛰어가려는 기해를 미령이 다시 잡았다.

“또, 뭐! 나 아기씨 탕약도 챙겨드려야 한단 말야!”

“하여튼 성격 참 급해...중요한 일이니까 그렇지”

중요한 일이라는 미령의 말에 기해가 인상을 쓰면서 다가왔다.

“뭔데? 중요한 거 아님 죽는다...음? 근데 그건 뭐냐?”

기해가 눈짓으로 미령이 품안에 꼭 안고 있던 함을 가리키니, 미령이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어 기해에게 내밀었다.

“아, 요거? 이거 봐, 너무 곱지?”

기린 무늬가 음각되어있는 짙은 색의 원목 함은 붉은색으로 광택이 번지르르 나는 것이 여간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기해가 눈을 반짝이며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한지로 곱게 쌓여있는 옷감이 보였다.

짜임이 아주 세밀한 붉은 색의 옷감은 얇은 은사가 섞인 건지 옷감 자체에서 빛이 났다.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니 어찌나 부드러운지 분가루를 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나...이거, 혹시 셰닐(상국의 특산품, 최고급 옷감) 아니야? 나 이거 처음 봐. 너무 예쁘다.”

“맞아. 나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야. 침방(류 가(家) 가솔들의 의복과 침구를 담당함)할매만 몇 번 봤지, 아주머니들도 처음 보신데.”

“이거 엄청 비싸지 않아? 상국에서도 황족들이나 쓴다는 옷감이잖아.”

화등잔 만해진 기해의 눈을 보면서 미령이 부드럽게 웃었다.

“이정도 길이면 집 한 채 정도는 거뜬히 사고도 남을 걸? 첫째 도련님께서 보내주셨어. 자신은 못 오실 것 같다며 대신 이거로 아기씨 잔칫날 입을 옷 한 벌 해드리라고...”

옷감을 넋을 놓고 보던 기해가 함을 돌려주면서 되물었다.

“야, 잔치가 내일인데 하루 만에 만들 수 있겠어? 아니지, 만들어야지. 내일, 아기씨 꼭 입힐 거니까 손가락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만들어라.”

“으이그...바보야, 이런 옷감으로 어떻게 하루 만에 만드니? 그러다 실수라도 하면 어쩌려고. 벌써 며칠 전 부터 만들고 있었어. 이건 허리띠 만들려고 따로 가져가는 거야. 주렴(구슬이나 구슬 모양의 물건을 꿰어 만듬, 여기서는 진주로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함)처리 하려고.”

“어, 그래? 알았어. 완전 예쁘게 만들어야해. 총각들 눈이 다 멀어버리게”

“어? 총각들은 내원 안으로 못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 장원 문 멀리에나 자리 깔아주겠다면서. 어르신께서 허락하신거야?”

“당연히 못 들어오지. 어르신께서 그걸 허락 하실 리가 없잖아. 하지만! 아기씨가 나가 볼 수는 있지 않겠어? 아기씨가 주인공인데 얼굴 한번쯤은 비춰줘야지. 우리 아기씨한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 거지, 아예 못 보게 하려는 건 절대 아니야. 오해하지 말어. 가주 어르신도 아기씨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나 계실걸.”

“어르신께서 아기씨가 장원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 하신 다고? 난 별채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하실 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걱정 말고 아기씨 옷이나 신경 써. 참고로, 어르신과 나는 동맹국 같은 관계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할 말이 뭐야? 설마, 요거 보여주려고 불렀어? 예쁘긴 예쁘다만 아기씨 탕약보다 중요하진 않은 것 같은데?”

“...니가 먼저 이게 뭐냐고 물어봤잖아!... 그리고 이건 엄청 중요한 얘기야.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걸?”

짜증을 내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운을 띠우는 미령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기해의 얼굴에도 덩달아 긴장감이 서렸다.

“뭔데, 그래? 혹시...아기씨와 관련된 일이야?”

“당연하지! 지금 우리한테 아기씨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다른 일이라면 너를 불러 세웠겠니?”

“뭔데 그래? 아기씨한테 나도 모르는 무슨 일 생겼어?...어, 아닌데? 방금 전에 간식 챙겨 드리고 오실 때 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으셨는데”

“지금은 아무 일 없으시지만, 앞으로 일이 생길 것 같어. 그것도 엄청나고 어마무지하게 무서운 일이”

“뭔데! 그만 뜸들이고 말 좀 해봐, 이것아!”

“아기씨께서 조만간 태자비로 간택되신다는 소문, 혹시 못 들어 봤어?”

기해가 화들짝 놀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뭐! 아니,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야! 아기씨께서 뭐에 간택된다고? 어떤 개놈이 그런 개소리를 지껄여? 우리 아기씨를 누구한테 준다고?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기함할 일인데, 누구? 으윽... 이거 봐. 나 닭살 돋은 거 보여?”

기해는 자신의 팔을 걷어서 미령에게 보여주었다. 정말 닭살이 잔뜩 돋아 있었다.

“태자전하께서 태자비 맞을 때가 지났잖아. 보령을 생각해보면 조금 늦은 거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고”

환제국을 제외한 다른 삼국의, 무영과 비슷한 나이의 태자들 중에는 성혼을 치루지 않은 사람은 없었고 심지어 아이까지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건 그렇지...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그들은 사람이잖아. 우리 태자전하는 짐...이고.”

기해는 자신의 나라 태자를 차마 짐승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 소리를 죽였다.

“아무튼, 내 친구 산미래 알지? 그, 왜 편전소속 궁녀로 있다는”

“어! 알지. 저번에 니가 엄청 욕 했었잖어. 편전소속으로 바뀌더니 엄청 뻐긴다고 재수 없다며”

“그래, 맞아. 그 재수 없는 기지배 말이야. 걔가 해준 얘긴데 지금 태자비 후보 선정하는 문제로 어르신과 한참 씨름중이래. 저번에는 어르신께서 연제 앞에서 탁자까지 뒤엎었다고 하지 뭐야”

“헉! 왜?”

“참내, 왜긴 왜야. 후보가 될 아가씨들의 나이를 정하는 것 때문에 그러셨겠지.”

“나이? 태자전하의 보령에서 최소 4살 어린 아가씨부터 최대 4살 많은 아가씨까지로 하는거 아니야? '인주사건'이후로는 쭉 그렇게 해왔잖어”

환제국은 부부의 나이차이가 많은 것을 금기시 했다.

예전에는 힘 있는 남자들은 기본으로 두 세 명은 부인으로 두었고 첩은 그 수의 제한도 없이 마구잡이도 들이면서 딸 같은 아이까지 억지로 첩으로 들이기도 했었다.

환제국은 여아가 적게 태어나고 단명 하는 경우도 많아 안 그래도 여자가 적은데 한명의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느리기까지 하니, 적령기의 남자들은 나이가 차도록 반려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한 창 심할 때에는 환제국 시가지에는 홀아비 냄새가 진동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첩으로 끌려간 강 인주라는 여인이 변태적인 성행위를 견디다 못해 가주를 살해하는 참변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 일을 ‘인주사건‘이라고 불렀다. 당시 63세의 가주를 살해하고 목메어 자살한 그 인주라는 여인의 나이는 17세였다.

이 일은 나라를 크게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결혼 못한 한 많은 남자들과 늙은 남편을 그것도 여러 명의 여자와 나눠가져야 하는 한 많은 여인들이 폭동을 일으킬 조짐까지 보였다.

때문에 당시의 한명의 부인만을 두고 있던 17대 황제였던 한제가 보다 못해 보위를 이어야 할 황족을 제외한 제국의 모든 국민의 성혼은 일부일처로 한다는 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법은 당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특히, 수십 명의 부인과 첩을 거느리던 대소신료들의 반대가 엄청났었다.

그들은 황후의 성격이 만만치 않아 도저히 다른 부인을 둘 수 없었던 한제가 자신들을 시기 질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상소를 미친 듯이 써내려 가는데 한제가 나타나 딱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고 전해진다.

“그럼, 니들이 왕 할래?”

그 이후부터 일부일처 뿐 아니라, 부부간의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것도 피하였다. 또한 다른 배우자를 얻기 위해서는 파혼(破婚)이라는 제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후세가 안 생긴다는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파혼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와 같았다.

게다가, 일부일처의 법에 제외되어있는 황족들까지 솔선수범을 보여 부인을 두 명 이상 두지 않았고 나이차도 4, 5살을 넘기지 않도록 하였던 것이 오늘날에서는 법령처럼 굳어져 있었다.

미령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해의 대답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렇지. 태자전하께서 지금23세시니까 19세부터 27세까지의 아가씨가 그 범위겠지.”

“근데, 그게 왜 그거 가지고 어르신이 씨름중이시래? 우리 아기씨는 아직 18세 시잖아? 그 안에 안 들어가는데”

“너도 참, 그랬으면 내가 바빠 죽겠는 이 마당에 이런 말 꺼내겠냐.”

“그럼, 연제께서 나이차를 바꾸시겠다고 말씀 하셨다는 거야?”

“그건 어차피 크게 차이만 안 나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걸...하지만 4살차 그대로 가신다고는 하셨나봐”

“아! 답답해! 그럼 뭔데!”

“단지, 만 나이로 하시겠데. 태자전하 나이만”

“만 나이?...!!”

그럼... 태자 나이 만 22세, 4살차 이면 18세까지...!

가슴을 움켜잡는 기해를 보고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령이 작게 말했다.

“연제께서는 18세부터 하자고 하시고, 가주 어르신께서는 왜 태자전하만 만나이로 하냐며, 만으로 따질 거면 후보자들도 만18세로 하라고...하루에도 몇 번이나 험악한 말이 오고 가면서 난리가 나는지, 궁 안이 들썩거리다 못해 처마가 내려앉게 생겼다던데? 그리고...”

미령이 주변을 돌아보더니 충격을 받았는지 넋을 놓고 있는 기해의 귓가로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창고에 있는 보검 있지? 어르신이 그거 숨겨서 궁으로 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갖다드리긴 한 모양인데 그 날 밤부터 행궁에 칼 가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더라.”

미령이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는 기해를 한심스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쯧쯧쯧...넌 아기씨 전담 시비면서 이런 중요한 소식을 아직도 못 들은 거야? 그렇게 정보력이 약해서 어쩌려고 그래? 그딴 식으로 할 거면 그만둬! 아기씨 시비 되고 싶어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애들이 어디 한 둘 인줄 알아? 나까지 포함해서 이 후원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너 죽기 전에는 그 일 안 그만 둘 것 같다고 죽여 버리고 싶다는 걸 내가, 그래도 그건 좀 아니니 않냐 면서 타이른 적이 한, 두 번 인줄 아냐고! 이렇게 안일해서야 우리 꽃 같은 아기씨를 어떻게 지키려고 그래?”

“윽...이런 중요한 사항을 이제야 알았다니...자격미달이군”

“알았으면 물러나던가.”

기해가 미령을 사정없이 노려보았다. 검은 동공도 거의 없이, 번뜩이는 흰자만 잔뜩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이 기기배가 또 거품 물면서 발작할 것 같은 예감에 미령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기해의 진상 짓은 아무도 못 말린다. 한번 눈이 돌아가면 애비 애미도 못 알아보고 상 지랄을 떠는데 그때는 아무도 건드릴 수가 없다. 아마, 어르신도 못 말릴 것이 분명했다.

말릴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 있다면 그건 아기씨 일 텐데 이 년은 아기씨 앞에서는 절대 진상을 안 떤다. 우리 착한 아기씨는 이 년이 어떤 년인지도 모르시겠지...아휴, 얄미워

눈이 돌아가게 미령을 노려보던 기해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한발자국씩 다가갔다.

“왜, 왜, 왜 그래? 내가...뭐...못 할 말 했냐?”

“아니, 말 잘했어. 모르고 있었다면 큰일 날 뻔했지 뭐야. 아기씨 전담시비로써 내가 안일하게 대처한건 사실이니 인정할 수밖에...”

“그, 근데...왜...그래”

“니가 나를 밀어내고 우리 아기씨 옆에 있으려는 검은 속셈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나, 나 뿐 만이 아니야...우리 또래에 계집들은 다 원하는 일인걸”

“그것도 이해해. 당연히 우리 아기씨 옆에 딱 붙어 일일이 다 챙겨드리고 싶어 하는 그 마음! 사람이라면 당연한일이지”

“그럼, 왜 이래! 사, 사람 무섭게...”

“나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그 년이 누구야?”

흡! 아까 당황하는 기해가 쌤통이다 싶어 기분이 좋아 별소리를 다 했구나. 이 입이 방정이다.

“내, 내 가 언제...”

“언제 그랬는지 기억나게 해줄까?”

음산하게 웃으면서 팔을 걷어붙이는 기해의 표정을 보니 그냥 넘어가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서 줄게”

“...그렇게 많냐?”

“...응”

“...이 잡것들이!”

이를 갈면서 어딘가로 뛰어가려는 기해의 기세에 눌려 찍소리도 못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기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해야, 기해야, 어디 있어?”

사람 여럿 죽일 결심을 단단히 한 살인마의 표정이던 기해는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순식간에 선량하고 싹싹한 처녀의 표정으로 싹 바뀌었다.

“예! 아기씨! 저 여기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셔요. 금방 갈게요”

미령은 고비는 넘긴 것 같아 슬그머니 발을 움직이려는데 기해가 팔을 턱 움켜잡았다.

“목록은 오늘 자정에”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아기씨 주무시면 그때 움직이려는 구나.

“...어”

고개를 푹 숙이고 침방을 향하는 미령을 차가운 눈으로 주시하던 기해가 얼굴 표정을 환하게 고치고 별채로 향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전쟁터로 향하는 일국의 장수처럼 비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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