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9 짐승, 상태가 수상하다 =========================================================================
화연은 오늘도 시간에 맞춰 궁에 도착했다. 마중 나와 있던 류 강연을 따라 류 충의 집무실에 들어 왔는데 식사를 시작하자마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룡궁에서 내관이 또 찾아왔다.
“식사 중 죄송하지만...”
류 충이 단호히 말을 잘랐다.
“죄송하면 꺼져”
머뭇거리던 내관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 찾으시옵니다.”
“...........지금 장난 하냐!!”
폭발한 류 충이 탁자를 양 손으로 잡고 뒤엎으려는데 류 강연과 화연이 팔을 잡고 말렸다.
“아버지! 연이 다칩니다.”
“아버지! 혈압! 고정하세요.”
“왜 자꾸 이시간만 되면 부르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정작 가면 별 얘기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건 분명히 내 새끼랑 밥도 같이 못 먹게 하려는 음모가 분명해! 그렇게 부러우면 지도 지 새끼랑 밥을 같이 먹던지! 지가 못하니까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겠냐고! 이럴 거면 차라리 사직서를 수리 해주던가! 지금 며칠째 내 딸이랑 밥도 못 먹고 이러고 있는지 알아? 아냐고!!”
화연이 펄쩍 뛰는 류 충을 잡아끌었다.
“아버지! 일단 앉으셔서 말씀하세요. 혈압 높아지시면 큰일 나요.”
류 강연도 류 충의 시뻘건 얼굴색을 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진 내관에게 물었다.
“후...진 내관, 폐하께서 어인일로 또 아버지를 부르시는 건가?”
식은땀을 흘리며 혹시라도 화를 입을까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진내관이 미안한 웃음을 흘렸다.
“그것까지는 잘...”
“아! 몰라! 안가! 어명을 어긴 죄로 사지를 찢어 죽이던지, 말 뒤에 매달아 끌고 다니던지 마음대로 하시라고 전해라. 난 오늘 하늘이 무너져도 내 새끼랑 밥도 먹고, 후식도 먹고, 느긋하게 산책까지 하고 말 거니까!! 한 가지 더, 이딴 식으로 하면 정말 재미없을 거라고도 전해라!”
“아버지...”
화연이 류 충의 팔을 잡으면서 류 충의 까칠한 얼굴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류 강연이 류 충의 심정을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 내관을 타일렀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화급한 사항이 아니라면 시간을 좀 주는 것이 어떤가? 지금 엿새째 퇴 궁도 못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계신데...폐하께서도 수라는 드실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식사 할 시간 정도는 지체 되어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실 것이네. 아니 그런가?”
“저...만약에 안 오시겠다고 하시면 폐하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거라고 생각하시겠다고 하셨사온데...”
“아! 그래! 내 모든 걸, 연이만 빼고 원한다면 아들들까지 모조리 다 맡길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그만 좀 괴롭히라고 전해드려라!”
“아, 알겠사옵니다. 그럼, 늦으신다고 전해드리겠사옵니다.”
류 강연은 꽁무니를 빼려는 진 내관의 뒷모습을 보는데 왠지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급하게 불러 세웠다.
“진 내관! 잠시 서보시게. 폐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혹시 아시는가?”
“오전에 주항서(呪恒瑞, 환제국의 예법, 종교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알현 신청을 하긴 했습니다. 그 뒤에 부르시는 걸 보니 그에 관련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류 강연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주항서? 거긴 왜?”
“저도 거기까지는 잘...”
그때까지도 핏대를 세우던 류 충이 얼굴을 서늘하게 굳히며 조용히 물었다. 목소리도 살짝 떨리는 것 같았다.
“설마...길일을 잡았다 던지 이런 말씀은 없으셨나?”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쾅!
류 충이 탁자를 부실 것처럼 주먹으로 내려 친 뒤 벌떡 일어서서 진 내관을 씹어 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아버지! 손 괜찮으세요?”
놀란 화연이 부들부들 떨리는 류 충의 주먹을 감싸 쥐었다.
멀뚱히 있던 류 강연까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류 충에게 물었다.
“아버지...무슨 일 입니까? 주항서에서 무슨 길일을......!!”
순간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건 그거다! 태자비와 관련된 길일!
그 전까지 태자비 후보 정도야 큰 문제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짐승에게 하루 종일 시달리니 보니 이것을 우리 연이 가까이 풀어두면 큰일 나겠구나 싶어, 결사반대로 생각이 바뀌어 있었던 류 강연까지 합세해서 서릿발 풀풀 날리는 눈초리로 내관을 노려보았다.
벌떡 일어나 있는 류 충과 류 강연, 그 사이에 앉아있던 화연이 양손으로 아버지와 오라비의 팔을 꼭 부여잡았다.
“아버지, 오라버니.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길일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류 충이 진 내관을 노려보면서 화연에게 말을 건넸다. 눈빛은 칼날 같았지만 말투는 부드러웠다.
“연아, 애비가 자룡궁에 좀 다녀와야겠구나...매번 이렇게 돼서 미안하지만, 오늘도 먼저 돌아갈 수 있겠니?”
“네? 네. 아버지 저는 걱정하지 마세요...오라버니는...”
“연아, 오라비도 아버지와 자룡궁에 좀 다녀와야 겠구나. 누가 말 걸어도 들은 척도 하지 말고 마차로 바로 가렴”
“네...계속 아무 문제없이 혼자 잘 돌아갔었잖아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 그런데...”
“그럼, 아들...같이 가자꾸나. 오늘이 바로 환제국의 황제가 바뀌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아버지, 동참하겠습니다. 가시죠. 진 내관 앞장서시게”
“...네...”
얼굴이 허옇게 뜬 진 내관이 서둘러 집무실을 나가버리고 그 뒤를 류 충과 류 강연이 뒤 따라 나갔다.
겁에 질려 뛰다시피 하는 내관 뒤에서 류 충과 류 강연이 씩씩 거리며 팔을 걷어붙이고 주먹을 불끈 쥔 모습으로 바짝 쫒아갔고 자룡궁에 도착 했을 때 쯤, 내관은 거의 울고 있었다.
주수라(점심식사/ 조수라-아침, 석수라-저녁)를 앞에 둔 연제가 피식 웃었다. 앞에서 시중을 들어주던 기미궁녀가 깜짝 놀라 연제를 쳐다보다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일일삼추하며 기다리는 딸과의 점심시간을 벌써 며칠 동안이나 방해를 했으니 지금쯤이면 머리끝까지 열이 뻗혀 황소처럼 씩씩대면서 달려오고 있을 텐데...음...오늘은 좀 늦는군.
자신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동거 동락했던 자신의 친우를 왜 괴롭히고 싶겠는가. 황궁 담벼락 마다 개구멍 만들어 빠져나갔던 세월이 몇이고 그렇게 해서 밤거리를 바람난 개 마냥 싸돌아 다녔던 세월이 몇인데, 잘해 줬으면 잘해줬지 내가 왜 괴롭히겠냐는 말이다.
한, 두 번 정도 방해 했을 때 쯤, 열이 바짝 올라 펄펄 뛰는 그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면서 저렇게 질색을 하며 핏대를 세우는 모습이 참 재미...아니, 참 불쌍하기도 해 방해하는 건 그만두려고 했었다.
대신 식사 도중에 끼어들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때마침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어떤 사람에게 간곡한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금과옥조같은 녀석이라서 말이야...난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어. 충.
“음하하하하하하하핫”
연제의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자룡궁을 가득 메웠다.
고기반찬만 먹는 연제를 위해 고기랑 섞여있던 야채를 신중히 골라내던 기미상궁이 다시 화들짝 놀라면서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바로 넙죽 엎드려 사죄를 올리려는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자룡궁 내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쾅!
훗- 왔군...아유, 쟤만 오면 그렇게 밥맛이 좋을 수가 없어. 영원히 옆에 둬야지.
연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재상 오셨는가? 오, 태자의 경호 대장까지 같이 왔구만. 이리 앉으시게. 식전이라면 같이 하세. 시장하지는 않으신가?”
연제의 태연한 말에 버럭 성질을 내려던 류 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함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상궁들을 의식하고 일단 화를 내리 눌렀다.
“밥 같은!......주위를 물러주시겠습니까? 폐하”
류 충의 금방이라도 불꽃이라도 쏘아낼 것처럼 부릅 떠있는 부리부리한 눈은 희 번득 거리면서 잔뜩 충혈 되어있었다. 악다운 입 옆으로 턱이 불쑥 튀어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세게 물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옆에 서있는 류 강연도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있는 것을 보니, 집에 돌아가더니 고새 지 애비에게 물 들은 것 같았다. 이런 걸 보면 류 가(家)는 참, 충신이야. 나를 이렇게 재미있게 해주다니.
“음...그럴까? 다들 물러나시게.”
“예, 폐하”
기미상궁들이 모두 물러 날 때까지 씩씩 거리며 연제를 노려보던 류 충은 문 앞에 서있는 진 내관을 제외하고 모두 나가자마자 바닥에 털썩 주저 않았다.
양반다리를 하고 팔짱을 낀 어마어마하게 건방진 그 모습을 보던 류 강연은 차마 황제 앞에서 그렇게 까지는 앉을 수 없어 조금 머뭇거리다 무릎을 꿇고 앉았다.
황제 앞에서 저렇게 앉다니 당장에 목을 내쳐도 좋을 어마어마하게 예의 없는 짓이었다.
연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쟤는 참 행동이 신선하단 말야...둘째는 아직 멀었군. 연제는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고 근엄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있는 진 내관에게 눈치를 줬다.
고래 싸움에 행여나 등이라도 터질까 최대한 멀찍이 서있었던 진 내관이 울상을 하면서 몇 걸음 다가와 류 충에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재, 재상나리...자, 자세가 너무...바...바...방자...하여...”
류 충이 머리 휘날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개를 휙 돌리더니 진 내관을 노려보았다.
“닥쳐”
“...네...”
진 내관은 입을 슬며시 가리는 연제를 향해서 얼굴을 살짝 흔든 뒤 다시 멀찍이 떨어졌다.
“음...진 내관이 뭘 어쨌다고 그러시오, 재상. 짐 앞에서 너무 건방진 자세 아니오? 자세를 바로 해야지...”
류 충이 연제의 말을 끊었다. 평소라면 이 정도 까지는 하지 않지만 딸 금단현상에 시달리는 류 충의 눈에는 지금 아무것도 뵈는 게 없었다.
“그럼, 죽이시던가요.”
보아하니 오늘 잘못하다간 신하한테 한 대 쥐어터진 황제로 역사에 기록될 것 같았다. 뭐, 그것도 재미는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지...나중에 더 큰일이 생길 텐데...
“흠...뭐, 편한 데로 앉으시오. 우리 사이에.”
팔짱을 낀 류 충이 콧방귀를 뀌었다.
“폐하, 우리가 무슨 사이라도 됩니까? 거, 되게 친한 것처럼 말씀 하십니다?”
“재상, 우리가 함께한 그 세월들을 생각해 보면, 어찌 재상과 내가 깊은 우정을 나눈 친우가 아닐 수 있겠소. 섭섭하구려.”
“흥! 섭섭은 무슨...깊은 우정이 아니고 깊은 적의 또는 깊은 살의, 깊은 불신 뭐, 이런 건 아니고요?...아, 왜! 이거 놔!”
조용히 듣고 있다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 류 강연이 류 충의 관복 끝을 슬그머니 잡는데 류 충이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관복을 훽 잡아챘다.
연제는 정말로 섭섭해 졌다. 내가 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어허, 재상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짐...!”
텅!
류 충이 내실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도대체 무슨 억하심정으로 저한테 이러시는 거냐 구요! 연이가 궁에 드나들기 시작하고 나서 저랑 밥 한번 제대로 먹은 적 있는 줄 아십니까? 오라비라도 같이 있으면 좀 나을 텐데 그! 태자전하께서 저지른 얼토당토않은 일 때문에 얘 마저도 옆에 없을 때가 부지기수란 말입니다! 고 불쌍한 애가 지 애비 먹인다고 매일 힘들게 찬합을 싸서 여기까지 가져 왔는데, 애비랑 밥한 술 못 뜨고 그 무거운 찬합을 다시 싸 들고 낑낑거리며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고요! 그 생각만 해면 가슴이 메어지고 눈물이 날 지경인데...뭐요? 태자비?”
“태자비가 아니고 후보...”
“아, 후보든 태자비든 그게, 그거지요!! 꽃 같은 내 딸에게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후보로 올리면 보나마나 태자비 자리는 따 놓은 당상 일 텐데! 아니, 그리고 길일을 택하면 뭐합니까? 누가 처녀단자나 보낸답니까? 보통 자리도 아니고 그! 태자전하의 ‘비’ 인데? 어이구, 참 힘드시겠습니다. 아무도 안 오려는 그 자리에 억지로 올리려면? 그래서 지금 길일 잡았으니 무조건 처녀단자 보내라고 하시려는 거 아닙니까?”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연제가 미간을 있는 데로 찌푸렸다.
“야! 내 아들이 어디가 어떻다고 그래? 지금 내각 쪽에서는 서로 처녀단자 넣겠다고 난리야. 나이 차만 결정해서 길일만 공포하면 앞 다투어 내겠다고 서로 싸우고들 난리가 났다고! 이거 왜 이래?”
류 충이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그러니까 걔들이 제정신이 아니죠...흥! 권력의 노예들.”
“뭐라고? 이게 말이면 다 인줄 알아?”
“제가 뭐 틀린 말 했습니까? 아, 그럼 죽이시라니까요!”
까딱하면 머리끄덩이 휘어잡고 싸울 것 같은 이 일촉즉발의 분위기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침착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류 강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저...폐하, 그리고 아버지...”
연제와 류 충이 서로를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왜!”
“말해 보거라.”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거 같습니다만...”
서로에게 고정된 시선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뭔데”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태자전하와 태자비와의 나이차를 관례대로 정하실 건 맞으시죠?”
“아, 당연한 거 아냐!”
“음. 그렇지. 근데”
“어...연이는 18세인데요...”
“......”
“......”
시선을 맞추고 있는 류 충의 머리와 연제의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갔다.
태자나이 23세, 화연 나이 18세, 그럼 5세차이...
“관례대로 하면 위, 아래 4세 차이의 처녀들을 후보로 선별할 텐데요...그럼, 어...우리 연이는...”
“!!”
“......”
류 충이 폭소를 터트리며 내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 모습을 씹어 먹을 것처럼 노려보던 연제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지금은 그렇게 웃을 수 있겠지만...나중에도 그럴 수 있을까? 좀 자중하는 게 어때?”
“크하하하하하...아이고, 배야...큭큭큭큭큭...흠, 흠...풋, 큭큭...헉헉헉... 커흠! 흠!...후...”
류 충은 내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엎드려서 한참을 헉헉대다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다
“황제폐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신이온데, 폐하께서만 굳건히 옥체를 보전하신다면 무슨 고민이 있겠사옵니까. 부디 하찮은 노신 따위는 염려치 마시옵소서.”
너만 안 건드리면 돼.
“...후회하게 될 텐데...”
“소신이 40여 년 전 황궁에 들어왔다가 누군가에게 코가 꿰인 그 뒤로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어 후회에는 이력이 났사오니 그건 심려 치 마시오소서. 폐하”
“난 분명히 경고했다. 나중에 피 눈물 흘려도 난 모른다.”
“제 눈에서 핏물이 나던 똥물이 나던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사오니, 태자비 문제는 뭐, 하시고 싶으신 데로 하십시오.”
연제는, 그 누구 때문에 너무 바빠서 이제 그만 일을 하러 가야겠다면서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무성의하게 하고서 옆에서 자신의 눈치를 보는 류 강연의 엉덩이를 발로 툭툭 치더니 돌아서 나가버리는 류 충의 뒷모습을 뚫어 져라 노려보았다.
옛정을 생각해서 귀 뜸이라도 슬쩍 해주려고 했는데...이렇게 되면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녀석의 청을 들어주마! 그것도 너 모르게! 정말 피눈물 한번 제대로 흐르게 해주마!! 두고보자. 연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