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6 외전3. 동화패러디 %3C백설공주%3E =========================================================================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왕국에 어여쁜 공주님이 태어났습니다. 눈처럼 희고 깨끗한 피부에 밤하늘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 아이고 맙소사! 세상에나!”
“ 웬 소란이냐?”
“ 고, 공주님의 머리카락이….”
“ 머리색이 노란색입니다!”
“ 뭬야!!”
……이 아니라, 공주님의 머리카락은 금발이었습니다. 그것도 어딘가 억센 기운이 느껴지는 강렬한 노랑이었지요. 궁은 한순간에 발칵 뒤집혔습니다.
“ 나도 검은머리고, 내 아내도 검은머리일진대 왜 우리 딸이 노란머리란 말이냐!”
“ 사랑과 전쟁?!”
“ 공주님의 출생에 얽힌 충격적인 비밀은 과연?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궁 내부는 혼란으로 가득 찼습니다. 공주를 출산하느라 몸에 무리가 와 저승사자와 미팅을 하게 된 왕비마저 차마 이승을 뜨지 못하고 노란머리의 미스터리를 궁금해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혼돈만이 가중되고 모두들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었을 무렵, 어떤 가신이 왕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 그러고 보니 더킹 3세께서 금발이셨지 않습니까?”
“ 아 맞다 울아빠.”
왕은 더킹 4세였습니다.
그리하여 미스터리는 풀리고 궁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왕의 멍청한…아니, 모자라지만 착한 기억력 때문에 벌어졌던 짧은 해프닝이었습니다. 왕은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금했습니다.
출생의 비밀이 해결된 노란머리의 귀여운 공주님에겐 ‘백설’이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빗대어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왕은 장성한 딸에게서 소복한 흰 눈이 아닌 노란 빗자루를 겹쳐보고는 몹시 괴로워하게 됩니다.
아무튼 백설공주는 건강하게 쑥쑥 자라나,
“ 웬일로 내가 주인공이래?”
라는 유창한 문장으로 첫 말을 뗌으로써 좌중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백설공주가 유아기를 벗어나 아동기에 들어섰을 무렵, 왕은 두 번째 국혼을 올렸습니다. 새 왕비는 예쁘기로 소문난 이웃나라 귀족 아가씨였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미모를 확인한 하객들이 저마다 ‘권력이 좋긴 좋구나’하며 왕을 부러워했을 정도였습니다.
아름다운 새 왕비는 시집을 오면서 커다란 거울을 함께 가지고 왔는데, 거울은 사실 말을 할 줄 아는 마법의 거울이었습니다. 친구가 별로 없었던 왕비는 종종 거울과 대화하기를 즐겼습니다.
“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나.”
“ 이 미친 것.”
거울은 나르시스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백설공주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지겹지도 않은지 왕비는 마법의 거울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백설공주.”
“ 넌 여전히 변함이 없구나……가 아니라 뭬야?!”
왕비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10년 만에 거울이 처음으로 다른 대답을 한 것입니다. 충격에 휩싸인 왕비가 확인하듯 재차 물었습니다.
“ 백설공주가 가장 아름답다고? 진심인 것이냐?”
“ 응.”
“ 말도 안 돼! 왜?!”
“ 걔가 어제 나 닦아줬거든.”
“ 이유가 하찮다!”
엊저녁 한가로이 궁 안을 거닐던 백설공주가 충동적으로 마법의 거울을 닦아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어차피 거울의 눈에 인간들의 생김새란 거기서 거기. 백설공주의 따뜻한 손길이 거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입니다.
“ 역시 비싼 천은 다르더라.”
아, 이쪽이었습니다.
“ 이 정신 나간!”
왕비는 분노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객관적으로 본인이 서른 배쯤은 예쁜 것 같은데, 십년지기 거울에게 저런 이야길 들으니 자존심이 상했던 것입니다. 차마 귀한 거울에 주먹질을 할 순 없었던 왕비는 분노의 화살을 백설공주에게로 돌렸습니다.
“ 고것만 죽여 없애면 내 거울이 이전처럼 평범한 도끼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왕비는 백설공주를 죽일 계획으로 남몰래 사냥꾼을 고용했습니다. 비싼 몸값을 치른 사냥꾼은 근방에서 이름난 실력자였습니다. 집채만 한 곰도 한 방에 잡는다며 위명이 자자했으니 백설공주를 몰래 처리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 것입니다. 왕비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모르는 백설공주는 이튿날 태평하게 숲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만, 뒤따라온 사냥꾼과 마주하고 말았습니다.
“ 네가 백설공주인가?”
“ 헉. 내 이름이 백설인건 맞지만 실제로 그렇게 불리는 일은 잘 없는데! 당신은 누구죠?”
“ 널 죽이러 온 사냥꾼이다.”
“ 맙소사. 누가 시켰나요?”
“ 왕비.”
“ 얼마 받았어요?”
“ 천 골드.”
사냥꾼은 솔직했습니다.
백설공주는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노련한 사냥꾼을 상대로 등을 보이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입니다. 미인계를 쓰자니 사냥꾼의 미모가 백설공주를 훨씬 앞지르는 마당이고, 말로 구슬리자니 상대방의 포커페이스를 보건대 먹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백설공주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 망했네. 살려주세요.”
최후의 방법으로 아부를 선택한 백설공주가 ‘눈부신 남신 사냥꾼님’과 ‘걸어 다니는 조각상 사냥꾼님’ 중에 고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사냥꾼이 불쑥 말했습니다.
“ 가라.”
“ 눈부신……네?”
“ 잡지 않을 테니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라.”
“ 저 살려주시는 거예요?”
사냥꾼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백설공주는 착실하게 주섬주섬 도망칠 준비를 하면서도 신기해서 물었습니다.
“ 왜 살려주시나요?”
“ 난 여자는 죽이지 않는다.”
“ 오, 설마 신사 사냥꾼?”
“ 아니. 난 여혐 사냥꾼이다.”
“ ………?”
“ 여자와 접촉하면 병이 나는 것처럼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도통 손을 댈 수가 없지. 그래서 죽이지 않는다.”
“ 뭐여 이건.”
백설공주는 그렇게 말하는 사냥꾼과 그런 사냥꾼이 메고 있는 장총을 번갈아 쳐다보다, 짜게 식은 표정으로 몸을 돌려 도망쳤습니다. 얼굴은 잘생겼는데 아무래도 살짝 정상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숲을 달리고 달려 백설공주는 어느 오두막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마침 숨이 턱까지 차올랐던 백설공주는, 잠깐 쉬었다 갈 요량으로 오두막의 문을 열었습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듯한 오두막에는 맛있는 음식과 침대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오랜 달리기 탓에 지치고 배고팠던 탓일까요? 백설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음식을 양껏 먹은 뒤, 푹신한 침대 위에서 스르륵 잠을 청하고 말았습니다.
“ 헉! 이 여자 뭐야?”
“ 엥?”
“ 인간 여자다!”
시간이 흘러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난쟁이들이 백설공주를 발견했습니다. 난쟁이들은 바로 오두막집의 주인이었습니다.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백설공주의 천사 같은 모습에, 난쟁이들이 의견을 모아 말했습니다.
“ 가택무단침입.”
“ 신고하자.”
“ 주거침입죄 맞지?”
“ 간수오빠 콩밥파티!”
“ 자, 잠깐! 잠깐만!”
왕국은 법치국가였습니다. 난쟁이들의 논의에 깜짝 놀란 백설공주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 그…저…정말로 신고하시게요?”
“ 응.”
“ 진짜요?”
“ 웅.”
“ 그럼 저 감옥 입주 패키지에 당첨된 건가요?”
“ 웅웅.”
난쟁이들이 귀엽게 대답했습니다. 단호박 같은 그 모습에 백설공주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 어쩐 일로 주인공 시켜주나 했더니 이러려고…백설공주 최초 철창엔딩…….”
“ 신고하지 말까?”
“ 헐. 네! 부디!”
“ 그럼 밥해.”
“ 네?”
“ 지은 죄만큼 노동으로 갚아야지. 지내면서 밥 좀 해줘.”
뜻밖의 제안이었습니다. 범법행위로 빨간 줄을 긋게 되는 것보단 훨씬 나은 대안이었지만, 백설공주는 쉽사리 승낙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답을 미뤘습니다. 중요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저…….”
“ ?”
“ 저 밥 못하는데.”
“ 엥?”
“ 밥 지을 줄 몰라요.”
“ 그 나이에? 왜?”
“ 제가 공주라서요. 평생 남이 해주는 밥만 먹고 살다보니.”
“ !”
백설공주의 신분이 밝혀졌습니다. 난쟁이들의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습니다.
“ 너…아니 당신 공주였어? 요?”
“ 네. 근데 왜 갑자기 존댓말을.”
“ 공주래! 진짜일까?”
“ 잘 모르겠지만, 음, 믿어보는 게 어때?”
“ 알아봐서 공주가 아니면 그때 감옥에 집어넣어도 되잖아.”
“ 좋은 생각이야!”
논의 끝에 난쟁이들은 백설공주를 친구(?)로 맞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오갈 데 없던 백설공주에게 지낼 곳이 생겼습니다.
한편, 백설공주가 죽었을 거라 철썩 같이 믿은 왕비는 다시금 마법의 거울을 향해 말을 걸었습니다.
“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백설공주.”
“ 뭐, 뭐라고! 그 애는 죽었을 텐데?”
“ 진정한 거울은 지조를 잃지 않는다.”
“ 아오 별…….”
치민 화를 다스린 왕비가 질문을 바꿨습니다.
“ 거울아 거울아, ‘살아있는’ 세상 사람들 중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백설공주.”
“ 아 왜. 걔 죽었잖아!”
“ 아닌데? 백설짜응 멀쩡한데? 여길 보시오.”
왕비의 말을 부인한 거울이 무언가를 비췄습니다. 바로 오두막집에서 난쟁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백설공주였습니다. 죽기는커녕 다치지도 않은 말끔한 모습에 왕비가 깜짝 놀랐습니다.
“ 이럴 수가! 사냥꾼이 실패했다는 말이냐!”
“ 먹튀했네.”
“ 먹튀?”
“ 보수만 먹고 튀었다고.”
“ 크윽!”
왕비는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대금을 지불했음에도 일을 완수하지 못한 사냥꾼이 몹시 괘씸했습니다. 그러나 우선은 백설공주를 죽이는 것이 먼저인 상황. 왕비는 확실한 목표달성을 위해 직접 나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내가 이래봬도 한때 마법꿈나무였다.”
독이 든 사과를 챙긴 왕비가 마법으로 겉모습을 바꾸었습니다. 늙고 추레한 노파로 변장한 왕비는 그 길로 곧장 백설공주를 찾아갔습니다.
“ 거기 예쁜 아가씨, 이 사과 좀 드셔 보실라우?”
때마침 마당에 나와 있던 백설공주에게 왕비가 다가갔습니다. 백설공주는 웬 처음 보는 노파가 제게 사과를 내미는 것을 멀뚱히 바라보았습니다. 이윽고 백설공주가 말했습니다.
“ 사과 먹으면 사과 잘하나?”
“ ……?”
“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 ……??”
“ 살구 먹으면 나랑 살구 싶나? 참외 먹으니까 참 외롭군. 단감이 많이 단감? 수박을 먹을 수밖에. 한 입만 먹은 사과는 파인애플. 오렌지를 안 먹어본지 얼마나 오랜지. 배를 먹으니 배가 아프….”
“ 그, 그만!”
갑작스레 쏟아지는 문장에 왕비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웬만한 정신력을 가진 자도 결코 버틸 수 없다는, 이른바 금지된 마공 ‘지옥의 과일 개그’ 시리즈였습니다. 듣는 이의 청세포를 반드시 파멸시킨다는 무시무시한 음공이 백설공주에게서 펼쳐진 것입니다.
전투불능이 된 상대를 확인하고 백설공주가 마공을 중지했습니다. 왕비의 안색은 그새 파랗게 질려있었습니다.
“ 무, 무슨…….”
“ 저기 할머니, 아니 새엄마. 이 타이밍에 찾아와서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대뜸 사과를 내밀면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겠어요?”
“ ……!”
“ 공격 재개하기 전에 얌전히 돌아가세요.”
“ 크윽!”
그러나 왕비는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왕비가 준비한 것은 독사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정신력을 회복한 왕비가 품에서 다른 것을 꺼냈습니다.
“ 내 이것만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거늘.”
“ 엥? 다른 게 또 있어요?”
“ 자, 보거라! 환상의 헤어 매직 에센스! 마법의 힘을 담은 최고급 모발 영양제로서, 그 어떤 빗자루 머리털도 이 앞에선 부드럽고 조신해질 뿐이지. 철 수세미를 한방에 실크로 만들어 버린다는 위명 높은…….”
“ 저 쓸게요! 독 들어있어도 그냥 바를게요!”
결국 왕비의 간계에 넘어간 백설공주는 맹독에 당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쓰러진 백설공주를 발견한 난쟁이들은 크나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 물주가 죽었다!”
“ 안 돼!”
“ 먹여주고 재워준 대가로 값비싼 보석 같은 것도 아직 받지 못했는데!”
공주의 지갑을 털어 재물을 얻을 생각이었던 난쟁이들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초조해진 난쟁이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어 백설공주를 되살릴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 앗, 여기 써져있다!”
“ 뭔데 뭔데?”
“ 봐봐, 리빙 포인트: 공주가 독에 당했을 땐, 잘생긴 왕자와 입맞춤을 시키면 좋다.”
“ 오오!”
난쟁이들은 즉시 찾아낸 것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백설공주가 누워있는 유리관 안을 꽃 장식으로 예쁘게 꾸며 키스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든 뒤, 미남 왕자를 수소문하여 사방을 뛰어다녔습니다.
노력의 결과일까요? 오래 걸리지 않아 난쟁이들은 최고의 미남으로 소문난 조느잘 왕자를 데리고 올 수 있었습니다.
“ 그래, 내가 깨워야 할 공주님은 어디에 있지?”
“ 여기 계십니다!”
난쟁이들의 안내를 따라 왕자가 유리관으로 다가갔습니다. 백설공주는 독에 당한 것 치곤 멀쩡한 혈색으로 관 안에 곱게 누워있었습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더욱 빛내주는 백설공주의 미모를 감상한 왕자가, 잠깐의 침묵 후 말을 꺼냈습니다.
“ 미안하군. 내 취향이 아니라서.”
왕자는 눈이 높았습니다.
“ 망했어!”
“ 꿈도 희망도 없어!”
“ 저 왕자를 빼면 나머지는 다 유부남이란 말야!”
“ 우린 끝났어…….”
“ 잠깐!”
깊어지는 절망의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번쩍 외쳤습니다. 은연중에 모두를 이끌고 있던 둘째 난쟁이였습니다. 좌중의 이목을 본인에게 집중시킨 둘째 난쟁이가 침착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 아니, 아직 가능성은 있다. 다들 잘 생각해봐! 리빙 포인트에 언급된 ‘잘생긴 왕자’에서 중요한 건 ‘잘생긴’일까, 아니면 ‘왕자’일까?”
“ 와, 왕자…?”
“ 보통 신분이 핵심이지 않아?”
“ 그럼 다시 묻겠어. 이웃나라엔 올해 스무 살이 된 예쁜 공주님이 있다고 한다. ‘예쁜’이 중요하냐, ‘공주님’이 중요하냐?”
“ 예쁜!”
“ 예쁜!”
“ 예! 쁜!!”
“ 바로 그거야! 요점은 지위가 아니라 얼굴인 거다!”
“ 아……!”
난쟁이들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둘째 난쟁이의 주장이 옳다면, 그들에겐 아직 하나의 대안이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 비록 왕자는 아니어도, 잘생김이라는 조건만큼은 최대치로 만족시키는 대상이 있지.”
“ 대장님!”
“ 어서 대장님께 연락해!”
지금 난쟁이들의 수는 도합 여섯이지만, 본래는 첫째부터 막내까지 총 일곱 난쟁이였습니다. 개중 첫째 난쟁이가 가장 잘생기고 뛰어나 무리에서 대장이라 불렸는데, 난쟁이답지 않게 계속해서 쑥쑥 자라나는 키와 빛을 더해가는 얼굴에 원인을 찾기 위해 잠시 도심으로 떠난 상황이었습니다. 구원 줄이 된 첫째 난쟁이를 부르기 위해 여섯의 난쟁이들이 부랴부랴 움직였습니다.
“ 비상연락망 가동!”
“ 보냈다!”
다행히도 첫째 난쟁이는 가까운 곳에 있었던 듯, 기별을 넣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반가운 구세주의 등장에 난쟁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맨발로 뛰어나갔습니다.
“ 대장니임!”
“ 우리 물주 좀 깨워주세요!”
“ 복권 살려주세요! 엉엉.”
“ 뭐야 이것들. 단체로 농약이라도 처마셨어?”
눈물을 훔치며 매달리는 난쟁이들을 첫째 난쟁이가 인정 없이 떼어냈습니다. 난쟁이들은 매몰찬 손길로 내동댕이쳐지면서도 열심히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 블라블라! 블라블라아!”
“ 그래서, 저기 자빠져있는 노란색이 공주라고? 다시없을 특급 돈줄이고?”
“ 넵!”
“ 흐음.”
사정을 전해들은 첫째 난쟁이의 고민은 짧았습니다. 빠른 결단을 내린 첫째 난쟁이가 성큼성큼 유리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의식을 잃은 백설공주는 여전히 순하게 누워있었습니다.
“ 웃기게 생겼네.”
“ 그…엄…나름의 매력 포인트로 생각하시면…….”
“ 마음에 든단 소리야. 깨운다.”
의외의 호감을 보인 첫째 난쟁이가 천천히 백설공주를 향해 고개를 내렸습니다. 두 사람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긴장감 탓인지 길게만 느껴지는 몇 초가 흐르고, 마침내 두 남녀의 입술이 살포시 포개어졌습니다.
“ !!”
난쟁이들의 환호성이 하늘 높이 울렸습니다. 백설공주가 성공적으로 눈을 뜬 것입니다. 난쟁이들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기뻐했습니다. 의식을 차린 백설공주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 ―핫! 당신은?!”
첫째 난쟁이를 발견한 백설공주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 누군 진 모르겠지만 정말 잘생기셨네요! 저랑 결혼해 주실래요?”
사실 백설공주네 왕가에는 반드시 첫 키스를 나눈 상대와 혼인을 올려야 한다는 법도가 있었습니다. 백설공주의 입장에선 본능에 따라 청혼을 한 것이지만, 그것이 곧 법률을 지키는 행위가 된 것입니다.
“ 좋아.”
입맞춤을 할 때부터 백설공주가 마음에 들었던 첫째 난쟁이는 청혼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나머지 난쟁이들도 지참금을 기대하며 열렬히 축하했습니다.
백설공주의 아버지인 왕은 처음에는 결혼을 반대했으나,
“ 뭐야! 난쟁이?! 아무리 난쟁이답지 않게 키도 크고 조각미남이라지만 절대 안 된다!”
“ 전하, 실은 그 난쟁이가 불세출의 재능을 지닌 초천재 마법사라 하옵니다.”
“ 마법사? 마법사 따위가 뭐….”
“ 1 대 왕국으로 붙어도 저희가 지옵니다.”
“ !”
신하의 충언을 통해 마음을 바꾸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주었습니다.
백설공주를 죽이려했던 왕비는 결국 지은 죄가 탄로나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감옥에 들어간 왕비는 외롭고 쓸쓸함에 매일 밤 몸살을 앓았는데, 백설공주의 배려 덕분에 마법의 거울과 함께 지내 고독함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위험이 사라지고 잘생긴 남편까지 얻게 된 백설공주는, 형수님이라는 타이틀 아래 여섯 난쟁이들을 부려먹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끝.
+여담
왕비: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거울: 바로 너 (찡긋)
왕비: 거…거울아! (왈칵)
거울: (코쓱)
============================ 작품 후기 ============================
외전 3은 여기서 끝입니다 > < 동화패러디였어요!
남은 외전으로는 '4. 눈따따 연애조작단'과 '5. 몇년 후의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주일 후에 4를 먼저 데려올게요 :D !
또 만나요>ㅃ~~~~
+
(집에서 키우는 햄스터 이름이 '찌찌')
나: 햄스터 진짜 귀여운데 밖에서 자랑하면 이런 상황이 될거가타
S: 뭐
나: 봐봐
나: 내 찌찌가 얼마나 작고 귀여운지 알아?
친구: 어...그래....힘내
나: 머 시발
나: 이렇게 될지몰라 그 찌찌가 그 찌찌가 아닌데말야
S: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