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경하는 들러리양-95화 (95/100)

00095  외전3. 동화패러디 %3C신데렐라%3E  =========================================================================

<신데렐라>

*배역

이벨린: 이벨린렐라

라테: 라테렐라

황녀(로젤리아): 로젤렐라

황태자: 왕자

케니스: 공작

아윈: 요정

시작!

옛날 옛날 먼 옛날, 어느 마을에 이벨린렐라라는 예쁘고 마음씨 착한 아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읜 이벨린렐라는 성질 나쁜 계모와 언니들과 함께 매일을 구박 속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못된 언니들의 이름은 각각 로젤렐라와 라테렐라. 이 집안은 렐라돌림자를 쓰는 가문이었습니다.

“ 뭔가 이상한데.”

기분 탓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벨린렐라네 집에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는 다름 아닌 왕궁에서 온 초대장이었습니다. 왕자의 배필을 찾는 무도회를 개최하니 모든 귀족영애들의 참석을 요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초대장을 받은 라테렐라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이건 결코 놓칠 수 없는 황금 같은 기회였습니다. 렐라네 집안은 비록 귀족가였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으므두모르아 남작 가문이었던 터라, 왕자비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박 로또라고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무도회 초대장을 꼭 쥐고 라테렐라가 결연한 표정으로 외쳤습니다.

“ 된다 왕자비! 한다 신분상승!!”

그렇게 라테렐라는 평소에 구박하던 이벨린렐라를 홀로 집에 버려두고 무도회로 떠날 채비를…….

“ 이벨린렐라를 꾸민다!”

해야 하는데. 네?

“ 왕자를 꼬시는 방법은? 뭐 당연히 예쁜 여자겠지. 예쁘기는 로젤렐라도 예쁘지만 왠지 모르게 범죄 같은 기분이 드니 대신 이벨린렐라를 보내서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전개해도 되는 건가요?

“ 뭐.”

아닙니다.

어쨌든 그렇게 라테렐라가 온 열과 성의를 불태우며 이벨린렐라를 꽃단장시키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부엌에서 정체모를 소리가 들리더니, 허공 한가운데에서 별안간 뿅! 하고 부르지도 않은 요정이 등장했습니다.

“ ?!”

“ 썅. 여긴 어디야.”

멋대로 나타난 요정은 심지어 입도 험했습니다.

“ ……요정님?”

요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반투명의 아름다운 날개. 사람이 아닌 듯 선해 보이는 흠 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까지. 비록 말버릇은 더러웠지만 겉보기에는 우선 요정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 어.”

“ ……여긴 왜 오신 건가요?”

“ 몰라 나도 씨발. 아, 너네 뭐 나한테 부탁할 거 없냐?”

라테렐라는 요정의 말에 문득 필요한 것을 떠올렸습니다. 마차! 그러고 보니 그녀의 집엔 마차가 없었습니다. 마차가 있어야 왕성의 무도회까지 이동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제 보니 요정은 그녀들을 도와주기 위해 나타났던 모양입니다. 라테렐라는 냉큼 대답했습니다.

“ 마차가 필요해요. 마차를 몰아줄 마부도 있으면 더욱 좋구요.”

“ 그래? 그럼, 일단 속이 빈 호박을 준비해와.”

필요한 것을 들은 요정이 바로 준비물을 지시했습니다. 라테렐라는 고개를 끄덕이곤 곧장 속을 비워낸 호박을 하나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호박을 내미는 라테렐라의 손이 기대감으로 떨렸습니다.

“ 이제 이 호박으로……호박마차를 만들어 주시나요?”

“ 뭐래. 이제 가서 여기다가 갈비찜 해.”

“ 네?”

“ 갈비찜 하라고. 귀 안 들려?”

요정은 호박마차를 만들어주긴 커녕 대뜸 갈비찜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라테렐라는 연관성을 개나 준 뜬금없는 명령에 넋이 나갔습니다. 이 상황에 무슨 갈비찜?

“ 마차는요?”

“ 몰라. 갈비찜.”

“ 아니…저희가 지금 왕성 무도회에 늦지 않게 가야하는데, 그러기위해선 마차가….”

“ 내 알 바야? 갈비찜.”

요정의 태도는 한결같았습니다. 도와주기 위해 등장했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럴 거면 부탁할 게 있냐는 질문은 왜 했던 것일까요? 기가 찬 라테렐라가 들고 있던 호박을 내던졌습니다. 요정의 크기는 고작 그녀의 손바닥 정도였기에 그녀는 요정이 딱히 무섭지 않았습니다.

“ 갈비찜 좋아하시네! 마차 안 만들어줄 거면 당장 여기서 사라지…….”

“ 이거 웃기네. 야.”

라테렐라의 말을 끊으며 요정이 웃었습니다. 분명 햇살처럼 따스하고 예쁜 미소인데, 이상하게도 스산한 느낌을 주는 웃음이었습니다. 요정이 마치 팔운동을 하듯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 내가 지금 크기가 존만하다고 힘도 존만한 게 아니거든?”

펑! 퍼엉! 콰쾅!

“ !!”

“ 뒤져볼래? 응?”

주변이 온통 초토화되기까지는 그야말로 순식간이었습니다. 요정은 입만 더러운 게 아니라 손속도 마찬가지로 더러웠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괜히 요정이 아닌지 파워는 센 것 같았습니다.

“ 살려주세요.”

미친 요정의 무서움을 깨달은 라테렐라는 결국 갈비찜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내던졌던 호박을 도로 주워 갈비찜을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라테렐라가 신분상승의 기회를 포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요리를 하면서 남몰래 로젤렐라를 불러 속닥였습니다.

“ 뒷마당 항아리를 살펴보면 내가 비상금으로 모아놓은 돈이 있어. 그걸로 마차를 불러서 이벨린렐라를 왕성 무도회로 보내줘. 부탁할게.”

“ 알겠어!”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 로젤렐라가 이내 이벨린렐라와 함께 몰래 뒷문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요정은 어차피 갈비찜 외에는 관심도 없었기에 그들이 나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왕관 부럽지 않은 의지로 이벨린렐라를 출발시킨 라테렐라는, 곧 잘 만들어진 갈비찜을 요정의 앞에 대령했습니다. 의의로 요리에 소질이 있었던지 그녀가 내온 갈비찜은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요정은 그 작은 몸으로 순식간에 갈비찜렐라……아 자꾸 렐라거리니까 헷갈리네. 아무튼 갈비찜을 먹어치웠습니다. 게 눈 감추듯 사라지는 갈비찜을 보며 라테렐라가 생각했습니다.

‘ 우리 집에 독약이 없는 게 원통하다!’

그녀는 어차피 통하지도 않을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배를 채운 요정이 놀랍게도 전보다 한층 자상한 어조로 말을 꺼냈습니다.

“ 부탁할 거 다시 말해봐.”

“ 네?”

“ 필요한 거 얘기해보라고. 아, 마차랬나?”

그렇습니다. 요정은 단지 배가 고파 평소보다 훨씬 까칠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허기가 사라져 아주 약간 착해진 요정은 라테렐라가 원하는 소원을 진짜로 들어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차가 필요한 때는 이미 물 건너갔습니다. 마차 때문에 사비를 전부 털리고 만 라테렐라는 짜게 식은 표정을 유지하다가 곧 뭔가를 떠올리곤 말했습니다.

“ 마차는 이제 개뿔 필요 없고요, 로젤렐라랑 연락 할 수 있게 해주세요.”

“ 로렐렐라가 뭔데.”

“ ……좀 전까지 여기 같이 있었던 동생인데, 머리는 백금발이고…….”

“ 그래.”

인상착의를 들은 요정이 지팡이를 허공에 대고 이리저리 휘둘렀습니다. 그러자 동그란 구슬 같은 것이 생겨나더니, 곧 그 구슬에 로젤렐라의 얼굴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라테렐라는 깜짝 놀라며 구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 로젤렐라?”

[ 라테렐라 언니?]

요정은 정말로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마법의 구슬을 통해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라테렐라는 급히 일의 진행상황을 물었습니다.

“ 이벨린렐라는? 왕성으로 같이 잘 가고 있어?”

[ 응, 비싼 마차라 그런지 정말 좋아. 어라?]

“ 왜?”

[ 길가에 누가 다친 채 쓰러져있어.]

“ 무시해. 바빠.”

[ 저 문양이 뭐더라…에스반데 공작가?]

“ 그 사람 당장 주워!”

그렇게 이벨린렐라와 로젤렐라는 왕성으로 가는 길에 다친 기사님 한명을 마차에 태우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는 다름 아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세 높은 가문, 에스반데 공작가의 젊은 주인이었습니다. 곧 상처를 회복한 공작이 마차에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 고맙다고 이 은혜 결코 잊지 않겠대.]

“ 그래. 잘 하고 있어.”

[ 이벨린렐라더러 자기의 아내가 되어달라는데?]

“ 뭐? 잠깐, 아냐. 역시 공작부인보다는 왕자비지. 거절하라 그래. 그리고 은혜는 돈으로 갚아달라고 하고.”

[ 그럴게. 앗, 왕성 다 왔다.]

우여곡절 끝에 이벨린렐라와 로젤렐라가 왕성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도 로젤렐라는 라테렐라와 실시간으로 상황을 주고받았습니다.

“ 춤췄어? 왕자랑?”

[ 방금. 어, 왕자가 뭐라고 한다.]

“ 뭐래?”

[ 이벨린더러 왕자비가 되어 달래.]

“ 완벽해! 바로 그거야! 어서 식을 올릴 준비를…….”

[ 공작이 나타났어. 그녀를 넘겨줄 수 없대.]

“ 뭐? 갑자기? 그보다 뭔 소리래, 차였으면 얌전히 꺼질 것이지 어디서 소유권주장을?”

[ 왕자랑 둘이 싸우기 시작했어.]

“ 무도회장에서?!”

왕성에서의 사태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묘하게 이어지는 전개에 라테렐라가 구슬을 앞에 두고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신분상승의 기회가 코앞에서 닿을 듯 말 듯 하며 라테렐라의 애를 태웠습니다. 그때, 로젤렐라가 사건의 판국을 알려왔습니다.

[ 둘이 비겼어.]

“ 그래서 결혼은?”

[ 이벨린렐라에게 선택권을 주겠대.]

“ 좋아! 그럼 어서 왕자비! 왕자비! 아,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공작부인도 괜찮겠네. 그냥 아무나 고르라 그래! 이벨린렐라는 뭐래?”

[ 못 고르겠대.]

“ 왜?”

[ 둘 다 좋대.]

“ ……걔 미쳤대?”

라테렐라는 어이를 잃었습니다. 이벨린렐라의 불치병인 결정장애가 하필 이때 도지고 만 것입니다.

“ 왕자랑 공작은?”

[ 끝없는 경쟁을 시작할거래.]

“ 그럼 결혼은?”

[ 끝없는 경쟁이 끝나면.]

“ 끝없는 경쟁이 미친 어떻게 끝나…….”

라테렐라가 구슬과 대화하다말고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녀는 너무나 허무했습니다. 아무리 이벨린렐라가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해도,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이상 가문의 지위는 변할 수 없었습니다.

비상금도 다 털리고 집안 꼴도 박살이고, 원하던 신분상승은 요원하고, 모든 걸 잃은 라테렐라가 설움에 복받쳐 울기 시작했습니다.

“ 내 신분상승! 신분상스응!! 엉엉엉.”

굉장히 속물적인 이유로 목 놓아 우는 라테렐라를 지켜보다 요정이 불쑥 말했습니다.

“ 못 봐주겠네. 너 소원 바꿔.”

“ 엉엉……네?”

“ 아까 빈 소원 무르고 다른 걸로 바꾸라고. 해 줄 테니까.”

“ ……정말요? 흑흑. 근데 무슨 소원으로…….”

“ 신분상승 시켜달라고 빌면 될 거 아냐.”

“ 헐 맞네.”

그렇게 라테렐라는 요정의 파격적인 서비스를 통해 소원을 다시 빌었고, 결국 염원하던 신분상승을 이루었습니다. 으므두모르아 남작가는 이름까지 바뀌어 느그나아르아 공작가가 되었으며, 공작영애가 된 라테렐라는 몹시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끝.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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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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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분 때 보셨던 내용이 맞습니다X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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