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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들러리양-80화 (80/100)

00080  이벨린 side  =========================================================================

그녀는 넘치는 사랑과 애정 속에서 자라났다. 상냥하기 때문에 사랑받은 것도 있었지만, 사랑받았기 때문에 상냥한 여인으로 성장한 것도 맞았다.

-야수의 꽃 13화 中-

이벨린의 생부인 도트 백작은 보기 드물 정도의 애처가였고, 동시에 자상한 것을 넘어 딸이라면 껌벅 죽는 팔불출이었다. 딸이 첫 감기에 걸려 고열을 앓던 날 백작이 식음을 전폐하며 그녀가 나을 때까지 침상을 지켰던 일은 이미 저택 내에서도 유명한 일화였다. 이벨린은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오는 부모님의 밑에서 그야말로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녀에게 쏟아진 사랑은 비단 양친의 것뿐만은 아니었다. 이벨린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고, 사랑했다. 관심과 애정은 늘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벨린 도트. 그녀는 사랑 속에서 태어나 사랑 속에서 자라난 여자였다.

이벨린이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만난 사람들은 오로지 두 부류 뿐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혹은, 나를 질투하는 사람.

그녀는 타인의 투기를 열한 살 때 처음 겪었다.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다홍색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땋은 여자아이가 이벨린의 앞에서 표독스레 눈을 치떴다. 아이답지 않게 앙칼진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 네가 정말 싫어! 재수 없는 기집애!”

“ 캐럿, 왜 그래?”

“ 파리바도, 수르륵도 다 너만 좋아해. 왜? 네가 뭔데? 어젯밤 내가 하루 종일 노력해서 만든 케이크, 그걸 왜 파리바가 너 따위한테 먹으라며 주는 거냐고!”

그리고 이벨린은 당황했다. 그녀는 이 같은 상대의 적시를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 몹시 생소했다. 그랬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녀를 대신해 나선 것은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었다.

“ 캐럿! 말이 심하잖아?”

“ 파리바가 케이크를 준건 파리바에게 따질 일이지, 왜 이벨린에게 와서 난리야?”

“ 재수 없는 건 이벨린이 아니라 너야!”

“ 네가 성격이 그렇게 못됐으니 파리바도 수르륵도 널 싫어하지!”

“ 너 같은 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야, 이 못된 기집애.”

“ 그냥 아카데미에서 나가버려!”

단체의 힘은 무서웠다. 이벨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주위에 넘쳤고, 그들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용의가 있었다. 그건 이벨린을 향해 감히 나쁜 말을 입에 담은 상대를 몰아붙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동급생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캐럿이라 불린 여자아이는 새파랗게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목 놓아 우는 그녀에게, 그러나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사랑하는 이벨린에게 주제도 모르고 험한 말을 뱉었을 때부터 그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었다.

유일하게 손을 내민 것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벨린이었다.

“ 난 괜찮아. 그러니 그만 울고 다시 사이좋게 지내자, 캐럿?”

“ 이벨린!”

“ 어쩜 이렇게 상냥할 수가.”

“ 이벨린은 정말 착하다니까.”

그날 이벨린은 학습했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렇구나.

이벨린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를 욕하지도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제 앞에서 스스로의 악한 마음을 드러내 자신을 공격하면, 그녀는 부러 그것을 똑같이 받아치거나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상대의 투기를 지켜보았다. 그러고 있으면 꼭, 그녀를 대신하며 몇 배는 더 심하게 화를 내며 상대방을 질책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곤 했으니까.

타인을 미워할 줄 모르고, 누구에게나 상냥하며, 항상 밝고 순수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더해 불우한 이를 도울 줄 아는데다 불의에 저항하길 꺼리지 않았으니 이벨린은 그야말로 여주인공의 표본으로 자라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 주인공.

이벨린은 은연중에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세상은 마치 그녀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움직였다. 사람들은 마치 태어나면서 그러한 역할을 부여받기라도 한 듯 그녀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시기했다. 관심과 애정과 질시의 가운데에 늘 스스로가 놓여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의 인생에서는 본인이 주인공이기 마련이다.

허나 이벨린 도트는 타인의 인생에서까지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상황도 익숙했다.

“ 오랜만이오, 도트 영애. 이리 우연히 만나니 더욱 기분이 좋구려.”

“ 자르나가 공자님.”

“ 자, 자르나가 공자님, 반갑습니다. 저는…….”

“ 도트 영애,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되시오? 괜찮다면 오찬에 초대하고 싶소만.”

자르나가 공자는 마치 이벨린만 눈에 보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분명 이벨린의 곁에 드러리아 영애가 함께 서있었지만, 자르나가는 그녀의 인사마저 받아주지 않았다. 드러리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는다. 기실 여상하지 않은 일은 아니었다. 자르나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본래 오만하여 남을 무시하기가 잦았다. 드러리아도 혼자였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 이벨린이 있었다. 자르나가는 이벨린에겐 먼저 다가가 살갑게 말을 건넨 주제에, 드러리아는 있지도 않은 사람 취급했다. 그 적나라한 비교가 드러리아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 공자님, 이쪽은 니겨테 드러리아, 제 친구입니다. 인사를 나누심이 어떤지.”

“ 오! 그래, 반갑소. 드러리아 영애.”

구걸해서 얻은 것 같은 관심이 떨어진다. 물론 그 같은 주의가 달가울 리 없었다. 드러리아는 한층 비참해졌다. 곧 견디지 못한 그녀가 상처받은 눈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벨린은 드러리아나, 또는 그녀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다른 영애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겪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저 반복되다보니 이러한 상황에선 저런 반응을 보이는 구나 학습할 뿐이었다. 대신 동정심은 느꼈기에,

“ 자르나가 공자님. 다음부턴 드러리아 영애에게도 신경을 조금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뭐, 도트 영애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이런 식으로 불쌍한 친구를 위해주었다.

그것이 당사자의 기분을 더욱 참담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은 자연히 알 턱이 없었다.

누구에게나 상냥한 이벨린. 질투, 시기 따위의 악감정을 모르는 천사 같은 이벨린.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익숙한 이벨린.

이벨린 도트는 그렇게 열여덟 살이 되었다.

혼담이 오갈만한 나이였으나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 덕에 정략혼에서도 자유로웠다. 이벨린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갔다. 유학길에 오른 것은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그녀는 헤일론 제국으로 발을 들였다. 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그녀의 부친은 백방으로 뛰어 제국에서 지낼 수 있는 안전한 거처에 선을 대주었다.

강대국 헤일론.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저에게 호감을 보이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남 셋. 더불어,

“ 전 라테 엑트리에요. 편하게 라테라고 불러요.”

조금 특이한 영애 하나.

처음에는 상대가 특이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목적이야 어떻든 먼저 다가와 제 친구가 되길 원한 동성의 또래는 지금껏 넘쳤으니까. 처음 라테 엑트리에게서 별나다는 감흥을 받은 것은 우연히 아윈과 셋이 마주쳤을 때였다.

저잣거리 한복판에서의 만남이었다. 아윈은 이벨린에겐 살갑게 굴면서 라테는 길가의 돌멩이 대하듯 취급했다. 이벨린이 보아온 것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노골적인 무시였다. 아아, 이런. 또 내 안쓰러운 친구가 상처로 얼룩졌겠구나. 그렇다면 관심과 애정의 주인공이 된 도리로서 상처 입은 불쌍한 친구를 달래주어야지.

“ 네? 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요.”

그러나 상대의 반응은 그녀가 지금껏 학습해온 것과는 전혀 달랐다.

“ 아무렇지 않으니 이벨린도 신경 쓰지 말아요.”

연기가 아니었다. 전에도 종종 상처와 분노, 시기 따위를 숨기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을 가장하던 이들이 존재했었지만, 라테 엑트리는 그런 부류와도 상이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상황 자체를 별 것 아니라 인식하는 기색이었다.

이때부터 약간, 이벨린은 대상을 독특하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대수로울 것 없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자신의 친구는 제게 흥미와 관심을 가진 남자들에게 무관심이나 적의 따위를 샀을 뿐이었다. 저를 좋아하는 남자가 라테는 거슬려 한다. 그러면 그녀는 천사처럼 상냥한 마음씨로 제 친구를 비호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 때문에 제 친구를 조금이나마 존중해 주었다. 어찌 보면 라테는 그들이 이벨린에게 하는 특별대우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비교군의 역할을 맡았다 할 수 있었고, 그런 구도는 이벨린에게 있어 익숙하면서 또한 당연한 것이었다.

그 자연스러움이 어느 날부터 비틀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이벨린이 그것을 처음 의식한 것은 아윈의 태도에서였다. 무색의 공기라도 되는 듯 무시했으면서 갑자기 라테에게 주의를 기울인다. 처음에는 마땅한 일이라 생각하며 넘겼다. ‘자신의 친구’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관심을 받는 것은 유별난 경우가 아니었다. 그렇게 여겼는데,

“ 왕따처럼 혼자 있길래 불쌍해서.”

에이레네의 밤, 황성에서의 무도회 첫 날. 첫 균열이 그녀를 덮쳤다.

자신과 같은 공간에 있는 상대는 무조건 자신에게만 집중해야했다. 그게 맞았고, 온당했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 한데 아윈이 기이한 소행을 벌였다. 저와 함께 있는 둘만의 자리에 라테를 끼워넣었다. 왜? 저를 앞에 둔 채 라테를 신경 쓴다. 어떻게?

“ 아윈, 그러지 좀 말고 소중히 대해줘. ‘내’ 친구잖아.”

그야 내 친구이기 때문이겠지. 당연히 날 생각해서 그러는 거겠지.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으니까.

“ 네가 마음에 드는 건 사실이지만, 이벨린.”

없어야하니까.

“ 나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지는 마.”

그때부터 ‘당연한 것’이 조금씩 부서져나갔다.

더불어 여태 가져본 적이 없었던 생소한 감정이 이벨린의 마음 밑바닥에 똬리를 틀었다. 개화하지는 않았지만 봉오리가 맺힌 상태였다. 당시엔 그것의 정체를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을 발화 시킬 비료가 차츰 쌓여갔다.

“ 라테는 그럼, 혼자 돌아가나요? 위험하지 않겠어요?”

이벨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윈도, 상황도, 많은 것이 이상했다. 제대로 된 길이 아닌 어긋난 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황녀를 만났을 때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 애정. 라테에게 보이는 관심과 호의. 사실 내게 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래는, 실은 내 것이지 않나?

“ 황녀전하, 혹 폐가 되지 않는다면 전하와 함께 이동하고 싶습니다.”

거북하다. 올바르지 않다. 제대로 되돌려야 한다.

하지만 길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어긋난 부분은 차츰 그 비틀림을 키워나갈 뿐이었다. 이벨린은 그날 황녀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사실 그녀는 상대의 호의를 얻는 구체적인 방법 따위는 몰랐다. 그냥, 언제나 함께 조금만 얘기를 나누면 다들 저를 좋아해주었으니까. 간단한 인사로도 자연스레 제게 호감을 가지곤 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그리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황녀는 이벨린에게 별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길지 않은 귀갓길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그렇게 끝이 났다. 이벨린은 황녀와 조금의 친분도 쌓을 수 없었다.

그녀가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무관심이었다.

아닌데…. 아닌데? 이게 아닌데.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혼란은 날이 갈수록 그 크기만 키워 갔다. 시간을 먹이로 스멀스멀 자라난다. 동시에 뱃속에 자리를 잡은 생경한 감정또한 슬그머니 개화를 준비했다.

불안. 시기. 질투. 원망.

이벨린은 초기에는 그것들을 통째로 부정했다. 상냥한 이벨린. 남을 미워할 줄 모르는 천사 같은 이벨린. 밝고 순수한 자신이 가져서는 안 되는 너무나 추악한 악의였던 탓이다. 저런 감정들은 주인공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저런 것들,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아윈의 눈길이 이벨린에게서 완전히 거둬졌다. 그녀가 일부러 쓰러지는 행각을 벌이던 순간마저 그는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야 이벨린은 자신이 아윈에 한해, 여태 ‘불쌍하다’고 여겨왔던 제 친구들의 신세가 되고 말았음을 깨달았다.

‘ 왜? 왜 이렇게 됐지? 대체 왜?’

종내 악심이 꽃을 피웠다.

‘ 라테 엑트리……때문에?’

한번 자각하고 난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속에서 발버둥 쳤다. 고개를 내밀기를 원했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타인을 미워하다니? 남을 질투하다니? 그래선 안 된다. 그런 이질적인 것을 배울 수는 없었다. 상냥한 이벨린. 착한 이벨린.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벨린.

“ 라테, 전 라테를 믿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인지하고 만다.

“ 라테가 그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상대가 제게 적의를 품고, 해코지를 시도했기를 바라는 마음을.

“ 설령 했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어요.”

이제껏 그랬던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비참하게 죗값을 치렀기 때문에.

‘ 아아아.’

아냐. 아니야. 이게 아니야. 이벨린은 정면으로 마주한 추악한 내면에 진저리를 쳤다. 스스로도 왜 이 형국에서 자신이 발버둥을 치는 지 알 수 없었다. 아윈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제 것이어야만 할 것 같았다. 저를 계속해서 좋아하고, 제게만 남다른 애정을 주도록.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벨린. 그것에 공백을 만들 수는 없었다.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로 인해 괴로웠다.

이벨린은 몰랐지만, 실상 그녀의 세계는 점차 깨어지는 중이었다. 그녀를 날 때부터 이유 없는 사랑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주었던 무형의 힘이 차츰 옅어지다 결국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물론 라테 엑트리로 인해 몇몇의 사랑이 보다 일찍 소멸된 것은 맞다. 허나 길게 보면 어차피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는 않았을 애정과 관심이었다.

「 그녀는 넘치는 사랑과 애정 속에서 자라났다.」

한 줄의 글을 말미암아 탄생한 이벨린의 주변 환경은 분명 그녀를 상냥한 여인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그 성장에는 비틀린 구석이 있었다. 심성이 착해 남을 미워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저를 사랑해 제 대신 나서주는 이들이 많아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고, 마음씨가 착해 친구를 신경 쓴 것이 아니라, 다만 온 사랑을 독차지하는 위치에서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우월감 섞인 동정을 베풀었을 뿐이다. 폭력단 따위의 불의에 저항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용기나 신념, 묘수가 있어서가 아니다. 해를 입기 전 꼭 누군가가 알아서 저를 구해주었기에 내키는 대로 무모하게 행동한 결과였다.

착해서 상냥한 것이 아니라 상냥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상냥해졌다.

이벨린 도트.

그녀는 사실, 만인의 사랑이 없는 상태에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멍청한 여자였다.

“ 저는, 라테가…….”

“ …?”

“ 싫어요.”

설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비틀려 세워진 탑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균열에 휩싸여 붕괴의 순간을 맞이했다. 유지를 원하는 탑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렇게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앞으로는 탑이 아닌 어쩔 수 없는 돌부스러기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side 完.

============================ 작품 후기 ============================

음..이벨린은 뭐랄까, 잘못 자란 케이스? 사랑의 홍수에서 자라면 상냥하고 착하고 밝은 애로 성장하겠지 머~~하고 야수의 꽃 작가가 대충 설정한 덕분에 망한 친구라고 볼 수 있게씀미다"-"a

저렇게 자란 것도 본인의 운명이긴 하지만요.

+

나: 댓글들을 보고 있으면

나: 이벨린에게 뭔가 특별한 설정을 줘야 할 것 같아

갓: 드래곤 아니었어?

갓: 난 폴리모프한 드래곤인줄..

나: 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아윈에게 무시당한 이벨린은 빡쳐서 본체로 현신 해 동족들을 불러모으고

나: 결국 드래곤에게 다굴이나 당하라고 했던 라테의 생각은 현실이 되고 마는데....

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갓: 야 그거 신박하다

갓갓: 그걸로 하자ㅋㅋㅋㅋㅋㅋㅋ

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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