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9 8. 전에 알던 너도 아냐 =========================================================================
내 첫 입맞춤과 더불어 기념비적인 첫 고공비행을 했던 눈따따는, 그날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내 품으로 회귀했다. 아윈은 내게 눈따따를 안겨주며 자기가 곁에 없는 동안은 이 인형을 자신 대신으로 생각하라 일렀는데, 덕분에 나는 그 뒤로 밤마다 눈따따를 껴안고 자는 행위를 다시 고려해보게 되었다. 부, 부끄럽게.
그리고 사실 난 아윈이 ‘우리 집’이라는 텔레포트 시동어를 눈따따에게 새긴 것이나, ‘안주인’이라며 나를 마탑 인원들에게 소개한 것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지금 당장 마탑을 너와 나의 러블리 하우스로 만들겠다는 의미보다는 언젠간 그렇게 될 테니 미리 알아두라는 뜻으로, 안주인이라는 호칭은 으레 일진소설들에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마누라라 부르곤 하는 것과 비슷한 선상 정도로 받아들였다. 즉 아윈을 썸남에서 남친으로 옮겨놓았을 뿐 약혼자나 예비신랑으로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단 소리다.
결과적으로 그건 제대로 된 오판이었다.
“ 아, 아가씨께 정식 청혼서가 도착했어요! 그것도 마탑에서요!”
“ 뭐라고!”
저택 내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다른 인간도 아니고 무려 마탑주가 구혼의사를 전해왔으니 우리 집이 자작가가 아니라 공작가였대도 난리법석을 피할 순 없었을 것이다. 소식을 들은 아버지께선 사업 투자자와의 미팅까지 미루고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오셨는데, 나는 기쁨과 걱정과 혼돈의 카오스가 한데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앉아 예정에도 없던 남자친구 자랑을 늘어놓아야만 했다. 어디서 마탑주 관련 흉흉한 소문이라도 몇 개 접하셨는지 어머니께서 구슬 같은 염려의 눈물을 뚝뚝 흘리셨기 때문이다. 결국 난 영혼을 불사르는 언변을 통해 아윈을 ‘난 차가운 마탑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호구 같겠지’로 재탄생시키고 말았다.
자작저 전체를 한차례 들었다 놓은 이 뉴스에 가장 기뻐한 것은 에슐라였고,
“ 꺄아아악! 아싸! 예! 이제 그것들 다 죽었어! 꺄아아!”
“ …에슐라 왜 저런다니?”
“ 자주 참여하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 인원들이 자기 주인이나 주인 약혼자 지위를 가지고 제 것인 양 거들먹거리기가 아주 하늘을 찌른다나 봐요. 패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면서 매회 이를 갈았으니 아마 지금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일 걸요?”
“ 허허.”
가장 반응이 예상 외였던 건 비숏이었다.
“ 생각도 못했습니다! 세상에! 어이쿠야 세상에! 이럴 수가 세상에!”
“ 엥…얼추 알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요?”
“ 예? 제가 무슨 수로 말입니까?”
“ 저번에 응접실에서 아윈이 이마 들이대고 하는 거 전부 봤었잖아요. 바로 옆에서.”
“ 그랬었죠. 그게 왜요? 아 참, 탑주님 그때 진짜 너무하셨습니다. 아니 라테님을 라테님이라 부르지도 못하게 해, 텔레포트 시 접촉도 못하게 해. 그거 다 탑주님께서 명령하셨던 거거든요.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제가 손 안대고 텔레포트를 시전하느라 얼마나 피똥을 쌌었는지 모릅니다. 어휴,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게……으으.”
“ …그걸 전부 보고 듣고 겪고도 아윈이랑 제 사이를 전혀 몰랐었단 말이에요?”
“ ? 네. 완전 놀랍네요. 짐작도 못했던 엄청난 반전.”
“ …….”
비숏은 무눈치력을 전투력 대신 측정 할 수 있다면 측정 도중 스카우터가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 될 만큼 눈치가 없었다. 연애방면 한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발견이었다.
저택을 온통 들쑤신 혼담의 여파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며칠은 이 잔칫집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법한 눈치였다. 그리고 나는 그 야단을 지켜보며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가다 문득,
‘ 나 혹시 뇌세포가 좀 모자란가?’
벽을 붙잡고 스스로의 기억력을 자학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페리도트…. 가넷 후작가의 반역…. 아윈 만나자마자 물어봐야지 했던 건데! 다른 화제로 신경이 쏠리면서 미뤄두었다가 그대로 깜박하고 말았다. 심지어 그게 헤어지던 당시도 아니고 지금 생각나다니.
‘ 나중에 듣지 뭐.’
자책은 금방 끝났다. 그래, 더 괴로워한다고 없던 기억세포가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멈췄던 발을 놀리며 난 떠오른 내용을 도로 미뤘다. 눈따따도 있는데 그렇지, 정 궁금해지면 손잡고 ‘우리 집’ 한번 외치면 되겠다.
이내 경쾌한 발걸음으로 도착한 목적지에서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식당 정중앙, 번쩍거리며 뿜어져 나오는 빛이 홀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뭐, 뭐야 이게.
“ 아, 오셨습니까? 흠흠…. 간만에 힘 좀 써봤습니다.”
회심의 역작 같은 휘황한 요리를 내려놓으며 드푸가 어깨에 힘을 줬다.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이 저마다 찬란한 자태를 내보이며 먹음직광선을 내뿜느라 바빴다. 나는 그것들을 앞에 두고 발광체가 식용이었나를 잠깐 고민해야 했다. 먹을 것에서 이런 눈부심이……? 요리계의 물고기 세 마리인가?
난 식탁 앞에 착석하며 생일에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진수성찬과 드푸의 높아진 콧대를 번갈아 응시했다. 이 휘황한 만찬의 이유가 뭘까, 설마 내 혼담 때문에? 아니면 혹시 오늘이 드푸가 특급요리사시험에 합격한 경사스러운 날?
정답은 차려낸 본인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
“ 아가씨, 그…….”
“ 뭔데?”
“ 싸인 좀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고 보니 드푸는 마탑주의 열혈 팬이었다.
나는 혼잣말인 척 은근히 자기의 콜렉션-마탑주가 밟은 적 있는 레드카펫, 마탑주가 들른 적 있는 관광지의 기념품, 마탑주가 지나간 적 있는 길가의 돌멩이 등-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드푸의 자랑을 한 귀로 흘리며 가까이 있는 스테이크 조각을 포크로 찍었다. 찍은 것을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며 고심한다. 뭐지…케니스의 사생팬 만큼이나 아윈의 남팬이 많을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은. 도서관 사서 때도 그렇고 이 불가사의한 인기의 비결은 대체.
아무튼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 나는 흔쾌히 아윈의 싸인을 받아주겠노라고 손가락을 걸었다. 여기도 유명인 만나면 싸인 받는 건 똑같구나. 우르르 가지고 있으면 장사도 가능할까?
식사를 마친 후에도 집안의 소란은 여전했다. 나는 론드미오와 케니스와 아윈의 싸인을 각각 경매에 올리는 실없는 상상을 하며 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들어서자마자 내내 옆구리에 끼고 있던 눈따따를 침대 위로 내려놓는다. 날이 갈수록 부드러워지는 노란 털실 머리카락을 토닥이며 옆자리에 다리를 끌어올려 앉았다.
조용한 장소에 혼자만 남자 머릿속으로 두둥실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 아윈 이 미친 행동력….’
난 눈따따의 털실에서 손을 떼고 대신 내 머리칼을 헤집었다. 으아아, 정식 혼담이라니! 남자친구의 스피드를 도통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럼 그때 꼭대기에서 들은 고백인 듯 협박인 듯 했던 발언들이 사귀자가 아니라 결혼하자였단 말이야? 뭐야, 연애 어디 갔어, 연애?
오늘의 급보에 뒤늦게 심정이 뒤죽박죽이 어지러워진 내가 탁 한숨을 내뱉었다.
“ 남자친구가 막가파에 무법자인데 어쩌면 좋을는지.”
“ 어쩌긴, 잘 달래서 데리고 살아야지.”
“ 아하. 답변 감사……뭐야!”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치켜들었다. 나도 모르는 새 설치된 지식인 음성인식답변 서비스일 리가 없다. 게다가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 결혼반지 보러갈까?”
아윈은 내가 왜 왔냐고 묻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용건을 입에 올렸다. 그리고 나는 총 두 가지에 놀라야 했는데, 하나는 당연히 상대방이 예고도 없이 홍길동 마냥 번쩍 등장한 것, 더해 다른 하나는 내뱉은 말이 ‘가자’가 아닌 ‘갈까?’로 끝났다는 부분이었다.
웬일로 내 의사를 묻는 거니? 난 이래저래 묘한 기분으로 지척에 서있는 아윈을 올려다보았다. 시선이 저절로 상대의 눈과 코를 지나 입술로 내려간다. 입술…. 순간 인식하자마자 나는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내렸다. 뭘 보는 거래 나! 이런 이 망측한 안구 같으니!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게 뻔한 얼굴로 난 겨우 답을 꺼냈다.
“ 그, 내일.”
“ 내일?”
“ 응. 내일 가자.”
“ 그래, 그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척이나 소리를 통해 아윈이 움직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 내리깐 시야로도 대상의 손 따위가 비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응? 이 위치에 손? 턱 끝을 슬쩍 올리자마자 내 앞에 주저앉은 아윈의 모습이 정면으로 들어온다.
눈이 마주치는 즉시 아윈이 입가를 끌어올렸다.
“ 그렇게 움직이는 걸 싫어하면 많이 퍼질 텐데.”
“ 뭐? 아니거든? 그래서 지금 안 보러간다는 거 아니거든?”
“ 아니야?”
“ 아니야! 그냥 시간이 좀 늦었으니까 내일로 넘기자는 거야!”
“ 그래?”
“ 그래!”
“ 고객님이 원한다면.”
그러면서 아윈은 내 손목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무방비한 상체가 힘에 고스란히 이끌려 앞으로 숙여진다. 어어? 부쩍 가까워진 간격에 당황하기 무섭게 상대의 입술이 기습적으로 볼을 스쳤다. 이어 놀랄 새도 없이 목덜미에 찰나의 열기를 남긴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떨어진다. 나는 그 가증스러운 입술의 움직임에 자세 그대로 석상처럼 굳었다.
“ 기다리는 건 성미에 안 맞지만, 그래. 나름 노력중이니까.”
“ …….”
“ 너무 애태우지 마.”
뭐, 뭐? 니가 뭘 기다려? 그리고 내가 대체 뭘 애태워?
흘러나온 대사의 황당함이 하늘을 찔렀지만 난 그걸 지적해줄 여력이 없었다. 그러기엔 볼과 입술에 내려앉았던 감촉의 여파가 너무 컸다. 그것들만 신경 쓰기에도 남는 정신머리가 없었다.
심장이 난감할 정도로 뛴다. 어렴풋이 오늘 밤 잠은 다 잤다는 예감이 들었다.
*
익숙한 공간이었다. 현대문명의 이기인 밝은 조명이 인물을 비추고 있었다. 패션잡지에나 나올 것 같은 화사하면서도 깔끔한 옷을 제 것처럼 소화한 여인과, 정장을 딱 떨어지게 차려입은 고작 일 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앉은 채였다.
나는 질문을 준비하며 안경을 추켜올렸다. 안경? 내가 언제 안경을 썼지? 그리고 이내 상대를 향해 마이크를 내민다. 내 입이 저절로 나불거렸다.
“ 마지막으로, 어장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묻는 내용이 뭐 저래? 뭔 개소린가 싶었지만 상대방에게선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미리 예상했던 듯 차분한 미소로 주저 없이 대답을 꺼낸다.
“ 새로워!”
손가락 끝으로 턱을 훔친 그녀는,
“ 늘 짜릿해!”
눈웃음도 한번 치고,
“ 어장관리가 최고야!”
마지막으로 윙크도 깜박 날렸다.
“ 그렇군요.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나는 그에 대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은 것을 메모했다. 펜을 움직이면서 습관인 듯 다른 손으로 재차 안경을 건드린다. ……? 뭐야? 아니 진짜 뭐지?
그리고 이 상황 최고의 혼돈은 맞은편에 앉아 질문에 답을 준 여성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찾아왔다. 상냥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이제야 조명에서 벗어나 눈에 들어온다.
“ 뭘요. 저도 좋은 인터뷰 감사드려요.”
헉! 너는!
*
“ 이 무슨 개꿈…….”
잠긴 목소리를 타고 허망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날밤을 새면 어쩌나 염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손쉽게 잠자리에 든 건 다행이었지만, 그 대가인지 영 요상한 개꿈을 꿨다. 난 해몽도 안 될 것 같은 괴이쩍은 꿈에 찝찝한 기분으로 기상했다.
‘ 짜릿해. 늘 새로워. 어장관리가 최고야?’
질문이고 답변이고 뭐람 대체. 나는 별 어이없는 꿈을 만들어낸 머리를 한번 긁적거린 뒤 미지근한 세숫물로 남은 잠을 씻어냈다. 잠재의식의 발현인가. 아니지, 꿈은 현실과 반대라는 말도 있던데. 하필 왜 또 상대방은…….
“ 아가씨, 편지가 도착했어요.”
괜한 꿈 때문에 어지럽던 생각은 이른 아침부터 도착한 서신 덕분에 환기를 맞았다. 난 편지봉투에서 정갈하게 접힌 종이를 꺼내 선을 따라 순서대로 펼쳤다. 발신인은 부크였다.
‘ 벌써 이렇게 됐나.’
크게 중요하거나 다급한 내용이 담겨있는 건 아니었다. 요약하자면 슬슬 다음 작품 집필을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징징거림 섞인 독촉 정도였다. 흠, 하기야 요즘 전처럼 구경거리들을 쫓아다니느라 바쁘진 않지.
그렇지만 다른 일로 다망하다. 나는 간단하게 답신을 작성했다. ‘연애 중이라 바쁨’. 곧 결혼이 될 것 같긴 하지만.
답장을 보낸 뒤 조식을 들고, 이어 차를 한잔 마셨을 무렵이었다. 어제 뒤집혔던 저택이 오늘 다시 한 차례 덤블링을 했다. 몇 장인지 셀 수도 없는 온갖 초대장이 각 가문을 통해 우리 집으로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막 바깥으로 심부름을 다녀온 릴리와 에슐라가 돌아오자마자 벙벙한 얼굴로 알려주었다.
“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요?”
“ 수도 내에 소문이 쫙 퍼진 것 같아요.”
마탑주가 내게 청혼을 했다는 사실은 하루밤새 제도에서 가장 핫한 최고의 이슈가 되어 있었다. 맙소사. 아무리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지만 여기가 무슨 작은 시골마을도 아니고 실로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말마따나 진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 아윈 얘가!’
마탑의 힘을 이용해 작정하고 퍼뜨린 것일 게 뻔하다. 덕분에 일말이라도 줄을 대 보려는 여러 가문들에서 파티며 행사 초청장이 불티나게 날아왔고, 조금 더 지나서는 어떻게들 알았는지 팝콘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희망 투자자들까지 줄을 세워도 될 수준으로 등장했다. 자작님과 자작부인을 직접 뵙고 선물을 전해드리고 싶다는 이들마저 있었다.
자작저 안은 순식간에 걸어 다니는 인원이 없을 만치 분주해졌다. 그 와중에 나는,
“ 오랜만이에요.”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 그러게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아윈이나 케니스와 비교하면 상당히 간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이벨린은, 분위기나 외양이나 기억하고 있는 것 그대로였다. 기실 말이 간만이지 고작 몇 주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게 더 유별난 일일 것이다. 난 시중인에게 부탁해 차를 내오도록 했다.
“ 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데, 혹시 고민상담이라도 하러 온 거예요?”
크게 할 말이 없었던 나는 먼젓번 케니스의 경우를 떠올리며 가볍게 얘길 건넸다. 막상 말을 하고 나니 언어의 힘인지 어딘가 이벨린의 얼굴이 전보다 수척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으음, 정말 무슨 일이 있나? 아니면 페리도트가 생전에 날뛰었던 것 때문인가.
“ 뭐든 이야기해 봐요. 사실 이곳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라테 상담소! 그 어떤 고민이든지 들어드리는 곳이랍니다!”
“ 라테.”
“ 네?”
“ 저는, 라테가…….”
갑자기 라테가? 이벨린은 바로 뒷말을 잇지 않고 제법 긴 시간을 끌었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다음으로 나올 대사를 기다리며, 이번에는 빼먹지 않고 데리고 온 눈따따를 나중에 조수라며 소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따위를 잠깐 생각했다. 그 별 것 아닌 갈등이 끝났을 때쯤, 이어서 굳은 표정만큼이나 경직된 상대의 목소리가 나를 향해 떨어졌다.
“ 싫어요.”
============================ 작품 후기 ============================
아윈(22. 빠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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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애들 저녁 뭘 해줘야 할까요?
아빠: 해주긴 뭘 해줘요 자기들이 알아서 먹는 거지 다컸는데
나: 에엣ㅇㅅㅇ 땡땡이는(금기의 3인칭) 손발 없뗘
엄마: 손발 없대요ㅎㅎ호호
아빠: 그래?
아빠: 그럼 너 손 때리면 모르겠네?
나: 죄송
그러나 아빠는 양념게장을 사오셔따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