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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들러리양-74화 (74/100)

00074  7. 악역은 네 이년! 하고 웁니다  =========================================================================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았다. 지면이 까마득한 높이에서 허공을 밟으며 춤을 춘 것도 그렇고, 한 폭의 그림 같은 석양을 음악과 함께 감상한 것도 그렇고. 거기다,

‘ 눈 멀 뻔했네!’

자칫하면 봉사도 될 뻔했다. 난 간신히 지켜낸 소중한 눈가를 조심스레 더듬었다. 무슨 마법이 분 건지 안 그래도 잘난 얼굴이 배는 찬란하게 보이는 바람에 진심으로 눈이 사라지는 줄만 알았다. 큽, 내 시력….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흑흑.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던 내 꼴이 얼마나 빙구같이 보였을 지는 둘째 치고, 우선 안구를 지켜낸 것이 먼저 감격스러웠다. 해로운 놈! 해악한 놈! 나라에선 한시 빨리 아윈의 얼굴을 살상무기로 지정하고 관리해야한다. 일인시위라도 할까보다.

“ 눈따따야. 나 다시는 널 볼 수 없게 되는 줄 알았어.”

나는 괜히 가만히 있는 눈따따에게 말을 걸었다.

그날 페리도트가 주최한 연회는 별다른 소동 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원거리에서 구슬을 통해 관찰한데다 끝까지 꼼꼼하게 지켜본 것이 아니라 단언하긴 애매하지만, 애초 원작에서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부분이었고 사건이 터질만한 건수도 딱히 없었다. 예정된 대로 물고기들이 이벨린과의 첫 춤을 두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 사소한 에피소드나 벌어졌을 것이다. 페리도트는 그걸 지켜보며 눈에 독기를 한가득 채웠을 테고. 차이점이라면 아윈이 그 경쟁구도에 끼지 않았다는 정도일까.

원작에 대한 아윈의 반항은 슬슬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윈…너란 녀석 너무나 사춘기인 것…저항의식이 몹시 낙낙한 것.

좌우간 그 외에는 대체로 정해진 전개를 따르는 듯 보였다.

“ 아가씨, 제가 이거 오픈이어한테 들은 건데요.”

말을 하고 있어도 입이 심심한 에슐라는 내게 종종 다른 동네 친구를 통해 입수한 소문을 전해주는 일이 습관이 된 것 같았다. 풍문은 대부분이 시답잖은 가십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개중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며 관심을 끄는 정보도 간혹-정말 간혹-끼어있었다. 바로 지금, 전송을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 가넷 후작영애 있잖아요. 최근 마탑을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왔대요.”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것 참 꽤나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이맘때쯤 페리도트가 아윈에게 접근을 시도한다는 것은 얼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마탑까지 찾아가는 정성을 보인 건 예상 외였다. 어머어머 이 언니 보기보다 적극적이잖아? 결과는 비록 안습이지만.

“ 그런데 마탑에선 왜 문전박대까지?”

“ 다짜고짜 마탑주와 만나고 싶다고만 했나 봐요. 다른 용건은 얘길 안하고. 그래서 마탑주는 지금 자리에 없으니 재주껏 찾아서 만나라며 박대를 했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듣기로는 그간 마탑주를 대면해야겠다며 그런 식으로 찾아온 영애들이 수없이 많았대요. 제 생각엔 일부러 거짓말로 쫓아낸 것 같기도 해요.”

오호라. 나는 능동적인 청취자의 자세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중간 호응의 감탄사도 잊지 않았다. 이야기가 몹시 재미나군요. 흥미로와요!

새처럼 조잘거리며 들은 것을 전달하는 에슐라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눈에 띄게 그 크기가 작았다. 얘도 페리도트가 무섭긴 무섭나보다. 그래도 기어이 말을 옮기는 담력은 비범하구만!

“ 일리 있네. 하긴 마탑주가 겉으로만 보면 사람 썰게 안 생겼어, 그치. 인기가 많겠다.”

어떻게 생각하면 케니스만한 사생팬들이 따라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 죽었겠지…. 천당: 뜻밖의 정모.

에슐라가 눈을 깜박거리며 내게 동의했다.

“ 그렇겠죠? 저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천사 같은 생김새라고들 하니까요.”

“ 얼굴 하나는…. 근데 가넷 영애 소식은 어떻게 안 거야?”

“ 그게 가넷 영애의 개인시녀 가비어워가 너마나러라는 저택의 시녀에게 몰래 귓말을 해주었는데, 너마나러가 평소에 친하던 하녀 머두마레에게 슬쩍 말을 흘렸다가 그걸 마침 빨랫감을 나르던 오픈이어가 듣게 된 거예요! 오픈이어는 제 친구거든요.”

“ …….”

생각보다 여러 입을 거친 전달이었다. 그보다 이름은 어떻게 다 외우고 있는 거며 다들 어찌 그리 이름에 맞는 삶을 사는 걸까. 굉장…. 나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서 에슐라는 얼마 전부터 한참 어린 연하남과 썸을 타기 시작한 친한 언니 풋찌의 얘기를 늘어놓다 벨벳 유모의 부름을 받고 자리를 비웠다. 앗, 풋찌 스토리 은근히 재미있었는데. 나는 아쉬움을 감추고 에슐라를 떠나보냈다. 미성년자 썸남을 둔 풋찌가 이름처럼 발찌를 차게 될지 아닐지 하는 운명은 다음에 들어야겠다.

혼자 여러 사람 몫을 떠들던 에슐라가 가고 나자 내 방은 언제 수다가 가득했었냐는 듯 조용해졌다. 나는 익숙한 고요 속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는 눈따따에게로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이내 생각에 잠겨들었다.

페리도트가 슬슬 활동을 시작했다는 걸 증명이나 하듯, 이벨린에 대한 소문은 고작 하루 이틀 만에 전과 비교하여 놀랍도록 흉흉해졌다. 항설은 오로지 악의적인 추측만으로 당사자의 행실과 확인도 불가능한 그녀의 고국에서의 사정을 들먹이며 끝없이 문제 삼느라 바빴는데, 기실 추측도 아니고 대개가 창작이었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어 이 입 저 입을 통해 실상인양 퍼 나르는 것이다. 거짓이 진실이 되고 허구가 실재가 되는 건 구설의 세계에서는 순식간이었다.

이거 무슨 그거 같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런 것처럼 어장을 치려는 자, 그 질투를 견뎌라……. 물론 페리도트 하는 짓이 단순 질투 수준은 아니지만.

악녀언니의 공작 덕에 가장 분주해진 건 뭐니뭐니해도 물고기 1과 2였다. 그들은 매 순간 근거 없는 악소문이 이벨린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하랴, 외출만 했다하면 그녀에게 걸려오는 시비를 바람처럼 나타나 막으랴 하루하루가 다망한 것 같았다. 거기다 본인들 개인 업무까지 처리해야 할 테니…큽, 너네들 밥은 먹고 다니는 거니? 그 와중에 아윈만은 진작 물고기의 본분을 내팽개치고 저 혼자 태평했는데, 그마저도 상대적인 거고 마탑의 일 때문에 나름 바쁜 듯 보였다.

“ 내가 제일 한가하네.”

할 일 소멸. 아 원래도 없었으니 소멸은 아닌가. 아무튼 느긋하기 짝이 없는 나날이었다. 가넷 후작저에서의 연회 이후로 몸을 좀 사렸더니 이렇게 할 짓이 없다. 어, 뭔 냄새가 나는데? 킁킁. …잉여냄새…….

“ 나가자.”

나는 언제 누웠는지도 모를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내 안위를 여러 번 보증해준 스크롤을 주섬주섬 챙긴다. 금시쯤이면 아마 이벨린은 도서관에 있을 것이다. 결심을 굳히고 난 빠르게 방을 나섰다. 골방에 틀어박혀있으나 밖에 싸돌아다니나 어차피 당장은 큰 차이가 없었다. 아마도…. 페리도트가 내게 눈을 돌리기엔 아직 일렀다. 아마도….

낮잠중인 비숏을 깨울까하다 어머니도 안 계신 차에 계속 단잠을 자도록 내버려두었다. 나는 호위라는 명목으로 달고 다니던 프리패스 외출권을 간만에 집에 두고 홀로 출발했다. 당연히 마차는 부르지 않고 스크롤을 찢는다. 텔레포트의 좌표는 대체로 광장이었지만 목적지가 어디든 우리집보단 광장에서 이동하는 게 통상 가까웠다.

길치는 아니지만 네비게이션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애매한 길 찾기 능력을 지닌 나는 과거 이벨린과 함께 한번 방문했던 도서관의 위치를 떠올리기 위해 열심히 골을 굴렸다. 어디더라! 그러니까 우선, 여기서는 대충 이쪽으로…왠지 이번엔 요쪽…그리고 다음 느낌상으로 저쪽…오오 뭐지? 나 천잰가?

어쩐지 성공적으로 경로탐색을 이루고 있는 기분에 뿌듯해하며 스스로를 치켜세우는데, 문득 어디서 많이 본 뒤통수가 저 앞에서 아른거리는 게 시야에 잡혔다. 음? 나 어쩐지 저 흑발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흑발의 뒤통수는 일정한 속도로 단정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가는 길을 보아하니 나랑 목적지가 얼추 같다. 여긴 외길이었다. 난 즉시 치맛자락을 그러쥔 채 전방으로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아는 척 해야지!

“ 각하!”

이쯤 되면 목소리가 들리겠다싶을 만큼 거리가 좁혀졌을 때 내가 상대를 불렀다. 뛰고 있다는 걸 알려주듯 흔들리면서 숨찬 음성이 저를 호칭하는 것에 케니스가 어깨를 움찔했다. 이어 그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는데, 나를 확인하자마자 얼굴에 설핏 안심의 기색이 피었다가 재빨리 감추어진다.

안심?

나는 확연히 가까워진 간격에 발을 늦추며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찰나였지만 선연히 비쳤던 터라 착각인 것 같지는 않았다. 안심이라니, 내가 언제부터 케니스에게 그런 대상이 됐……아.

순간 떠오르는 그럴 듯한 이유에 난 입을 가렸다. 얘 조금 전에 이미 한차례 시달렸나보다…. 사생이 아니라 나라서 안도한 거니? 정녕 어디에나 있는 사생팬…….

애잔함이 폭발해서 나는 눈을 그렁거렸다.

“ 걱정 마세요, 각하. 저니까요.”

“ 갑자기 나타나 무슨 소리지.”

“ 저는요, 우선 실수로라도 손끝 하나 안대는 건 기본이구요, 이렇게 단순히 걷는 것도 미터단위의 간격을 유지하는….”

“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 배려가 너무한…엥?”

이게 뜬금없이 뭔 소리야. 난 남의 대사를 끊어먹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웬 남정네를 벙 찐 낯으로 응시했다. 좋아 저 길을 따-라가~ 혜성-이 되어 저 조연 말 끊어봐~ 내 맘을 전하게 소리부터 질러봐!

원인불명의 외침을 뱉은 뒤 씩씩대던 남자가 말을 이었다.

“ 어떻게 레이디에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 누니어디에 백작.”

“ 크레이 영애께서 얼마나 상처받으신 줄 아십니까!”

누니어디에 백작이라 불린 남자는 꽤나 충격적인 이름을 입에 올렸다. 크레이? 지러브 크레이? 공포의 사생팬? 걔가 여기서 왜 나와.

“ 연약한 레이디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신 것도 모자라, 검집으로 복부를 때리시다니요!”

어엉? 저 말을 듣고 나니 남자가 이러는 연유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전에 부딪쳤던 지러브는 당시 그리 미친년 꼴을 하고 있었음에도 얼굴 하나는 예뻤다. 그 와중에 그 정도 예뻤으니 제대로 단장하고 내숭도 떨고 하면 미모가 제법 빛을 발할 것이다. 자고로 미녀에겐 늘 골빈 추종자가 따르는 법이었다. 그래, 쟤처럼. 정말 눈이 어딨냐.

지러브가 연약한 레이디라니 뭔 개소린가 싶었다. 게다가 복부를 때렸다는 얘기도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그때 그게 때린 거라면 내 손바람은 장풍이요 내 발 구름은 지각변동이다! 저 양반이 무슨 소리를 어떻게 주워듣고 난리를 치는 거람?

자칫하면 지러브 때문에 환자가 될 뻔했던 나는 당연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난 사자후를 장전했다.

“ 백작님!! 어찌 제 은인께 그런 막말을!!”

“ ?! 영애는 누구….”

“ 말씀하시는 지러브 영애께 목이 졸렸던 피해자입니다. 원한을 품은 짐승마냥 제게 달려들어 목을 죄는 것을 곁에 계셨던 공작 각하께서 구해주셨습니다. 그렇지요, 각하?”

케니스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높은 확률로 그에 준하는 짓을 했을 테니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다. 내가 동의를 구하자 케니스는 잠깐의 침묵 이후 이내 짧은 긍정으로 주장을 맞춰주었다. 남자, 누니어디에 백작이 입을 떠억 벌린다.

“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

“ 거짓말? 지금 거짓말이라고 하시려는 건가요? 설마 저와 각하께서 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다고 여기시는 건 아니겠죠? 저는 그렇다 치고 에스반데 공작 각하께서 허언을 입에 담는다? 설마하니 그런 불명예스러운 누명을 다른 사람도 아닌 각하께 씌우시려는 건가요? 그런 모욕을? 능멸을? 모독을? 치욕을? 그런 하극상을? 그런 큰 죄를? 그런 손발이 다 떨리는 모두가 손가락질할 잘못을?”

랩인지 말인지 헷갈리는 장문의 속사포에 백작이 흠칫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표정을 보니 협박에 가까운 뒷말에 꽤나 찔끔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해줄 말이 많이 남았던 터라 더 잘 들리라고 두어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

“ 그리고 이건 제가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인데요. 백작님, 혹시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여자가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적 있어요? 백작님이 다른 여자, 심지어 친척과 말만 섞어도 그 여자를 죽여 버리겠다며 피로 쓴 혈서가 칼날과 함께 도착한 적은요? 자기 마음이라며 죽은 동물 시체 같은 걸 보내온 적은 있나요? 가는 곳마다 따라오고 하는 일마다 방해하고 대체 왜 이러냐 물으면 사랑해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여자들, 겪어보셨어요?”

“ 무슨….”

“ 관심을 끌고 싶어 달리는 마차 앞에 뛰어들고, 눈길 한번 받겠다고 칼로 자기 손목을 긋는 여자. 이렇게라도 기억에 남고 싶다며 눈앞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여자. 기사의 신분으로 레이디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서라도 평생 살아가겠다며 대치중인 적의 칼날에 뛰어드는 여자. 일부러 인질로 잡히는 여자. 이 모두 당신을 사랑해서,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전부 당신 탓이고 당신이 잘났기 때문이며 나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여자. 여자들. 사람들.”

“ …….”

“ 시달려보신 적, 하루라도 있어요?”

아 감정 격해진다. 과거 한국에서 미디어를 통해 낱낱이 보여주었던 그녀의 만행들, 단지 학교의 아이돌로 불리던 밴드부의 남자애와 함께 등교했다는 이유만으로 매일 협박 문자에 욕 전화를 받으며 고통에 시달려야했던 고등학교 때 친구. 당사자가 아닌 나도 그 비뚤어진 사랑, 아니, 사랑도 아니지, 정신병자의 행각들에 이만큼 치가 떨리는데, 본인들은 대체 얼마나 끔찍할까.

나는 사생팬 다음으로 이런 놈들은 싫어했다. 자기 일 아니라고, 혹은 뭣도 모르면서 쉽게 주절거리는 인간들. 사생팬? 야 그래도 좋아한다면서 쫓아다니는 게 귀엽지 않냐? 정성이 갸륵한데 예쁜 애 하나 골라서 사귀어. 그래도 팬이잖아. 여자애잖아. 다 인기 있다는 증거인데 좋게 생각해.

케니스가 여성혐오 기질이 있다는 건 실상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백작이라는 이 남자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지러브를 언급한 것도 그렇다.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그녀가 케니스를 일방적으로 쫓아다닌다는 사실 정도는 짐작하고도 남았을 게 뻔했다. 그리고 이따위로 생각했겠지.

미인인데? 이 정도 미인이잖아. 나 같으면 그냥 받아주겠다.

“ 백작님! 이번엔 조금만 다른 얘기를 해볼게요. 백작님 오크 싫어하시죠? 웬 오크가 있어요. 여성 오크인데, 어느 날부터 백작님께 누런 송곳니들 번들거리며 녹색 침을 질질 흘리면서 사랑한다며 매력어필을 해요. 자기의 반려가 되어 달래요. 반했대요. 꺼지라고 해도 끄떡없고 욕설을 퍼부어도 포기를 않고 무려 가는 곳마다 나타나요. 매일 같이! 거기다 백작님의 사랑을 방해까지 하네요? 백작님은 당연히 그 혐오스러운 오크를 허리춤의 칼을 꺼내 찌르거나, 하다못해 손발로라도 때리고 싶으시겠죠? 그런데 그러면 안돼요. 폭력은커녕 시늉도 하면 절대 안돼요. 왜냐구요? 그러는 순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마구 달려와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너무하다며 오크가 불쌍하다며 백작님을 비난하고 질책하거든요! 누가요?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

얼굴을 들이밀며 눈까지 희번득 떴다. 열성적으로 외쳤으니 침도 약간 튀었을지 모른다. 오크 비유는 양반이었다. 걔네는 그나마 이족보행에다 친근하게 사람 말이라도 하지, 케니스는 어? 곱선생이야! 곱선생! 곱선생이 사랑한다고 쫓아다닌다고! 불쌍해 죽겠는데 거기다대고 니가 곱선생 편들 들어 따지러 와?

말이 진행되는 내내 움찔움찔 흠칫흠칫을 반복하던 백작은, 내가 집요하게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시선을 슬슬 피하더니 이내 왔던 길을 돌아 도망쳤다.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호통을 치며 적반하장으로 대응해오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신분싸움으로 가면 내가 너무나 쭈구리인 것…. 크흡. 여차하면 케니스 뒤에 숨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또 혹시 모른다. 나는 몸을 홀랑 뒤돌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물고기2에게 말했다.

“ 각하, 혹시 나중에라도 저 백작이 제게 하극상의 죄를 묻겠다고 길길이 날뛰면, 그땐 저 도와주실 거죠?”

“ …….”

“ 각하만 믿을게요! 믿음직한 각하! 의리의 각하!”

대답은 없었지만 난 그 침묵을 좋을 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불쌍한 케니스는 훗날 나름의 해피엔딩을 생각해두고 있답니다.

참고로 전 치정싸움은 별로 좋아하지 않눈다능 > <..ㅎㅎ

+

본문의 예시들은 티비+인터넷+주워들음으로 구성했습니다.

쓰면서도 저러는 게 말이 되나...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실제 사건중에 연인이 헤어지자고 했다고 남자가 상대 얼굴에 염산을 뿌린 일도 있었잖아요?

세상은 넓고 미친사람은 많구나 하는 깨달음이"-"...

++

그래도 케니스는 저거보단 덜 당했다고 합니다. (ㄷㄷ

+++

가벼워. 모두말해. 너만알어. 오픈이어. (전자)발찌.

넘나 귀여운 엑스트라들 >_<..☆

++++

(막내를 학교에 태워주는 엄마)

엄마: (운전하다 실수함)

막내: 으악ㅇ악'ㅇ' 뭐야??

엄마: 아 딴생각하다가..ㅎ

막내: 엄마가 그렇지뭐ㅎ

엄마: 뭣~~~~?!?! 엄마 비하발언!!!

막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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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네레시스0님, Ryumafld님, 쏘푸님, 세남매님, 피르딩님, 냐이루님, 사카키료코님, 라프니아님, 띰타파님, 미쯔라님, ryan9084님, 김아랑치님, soulover님, 김블리님, 빛날님, 엘티냥님, 봄여름가을다시봄님, ii묘ii님, 구미졜리님, 하나히메님, 카이사랑님, 웬수땡이님, 아츠니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XD

>_=~~~~♥♡♥♡ 아 먼가 신박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데 머 없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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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에 많이들 설렌다고 해주셔서 넘나 뿌듯한 것..> <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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