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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들러리양-73화 (73/100)

00073  7. 악역은 네 이년! 하고 웁니다  =========================================================================

“ 최신 유행하는 춤 중에…음…상반신만 움직이는 춤이 있었나?”

아윈의 표정을 보니 없는 것 같았다.

“ 설마 너는 손짓으로 지휘만 하고 나 혼자서 현란하게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뭐 그런 건 아니지? 생각해보니 내가 요즘 허리가….”

기어이 이놈이 조연의 고공낙하를 보고자 이러는가 싶어 열심히 핑계거리를 찾는데, 난데없이 아윈이 내 팔을 덥석 잡더니 오른쪽으로 휙 힘주어 당겼다. 그대로 중심을 잃은 내 몸이 자연스럽게 힘을 받은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아 허공! 잠깐만 미친놈아 이쪽 허공! 난 비명을 빽 질렀다.

“ 사람 살려!”

“ 발.”

“ 선량한 조연 살려…뭐?”

“ 고객님, 발.”

발? 나는 필사의 목숨구걸을 멈추고 아윈의 언급대로 내 발을 응시했다. 휘청거리다 나도 모르게 움직였던지, 드레스 밑으로 빼꼼 드러난 발은 지면이 아닌 허공을 밟고 있었다.

응. 밟고 있다.

“ ……어라?”

나는 아래로 낙하하지 않고 공중에서 버티고 있는 내 발등을 물끄러미 주시했다.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발바닥을 통해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공기가 아니라 웬 벽이 있다.

난 마치 확인하듯 발을 쿵쿵 굴렀다.

“ 오오.”

“ 매번 안 쪼는 날이 없네, 고객님은. 웃기긴 하지만.”

누구 때문인데 이게. 나를 쫄보로 만든 주요 원인이 뻔뻔스럽게도 내 작은 간을 논하고 있었다. 이미 간이 멸치만 해진 나는 감히 당사자를 향해 눈을 부라리거나 할 순 없었지만, 대신 괜히 발을 더 세차게 굴렀다. 쾅쾅.

“ 안 죽인다고 말해줘도 패턴이 똑같다니까.”

“ 아, 예. 그 말씀 언제나 성은이 망극.”

“ 내가 정말 고객님을 죽일 것 같아?”

“ 엉?”

갑자기 왜 저런 걸 묻지. 난 답을 고민하는 척하며 아윈의 낯을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윈의 얼굴은 역시 그 의중을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시간을 끌다 나름 솔직한 심정을 꺼냈다.

“ …빡치면?”

“ 흐음.”

빡치면 이라. 아윈은 내 대답을 소리 내 한번 되새기더니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뭘 생각하는 걸까. 고요 속에서 숨을 두 번쯤 쉬었을 무렵 아윈이 입을 열었다.

“ 안 죽일 것 같은데.”

“ 뭐가. 나를?”

“ 응. 빡쳐도 안 죽일걸? 그래, 안 죽이겠다.”

아윈은 만약의 상황에 대한 제 행동을 추측을 넘어 확신한 듯 고개까지 끄덕였다. 그 장담에 나는 어째 대우가 좀 상승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멀뚱히 눈을 껌벅거렸다. 음, 그러니까 엔간하면 안 죽인다에서 빡쳐도 안 죽인다로 변했네. 이거 진화라고 봐도 되나?

“ 안 죽여.”

눈만 감았다 떴다 하는 내게 아윈이 재차 못을 박았다. 으, 응. 그거 정말 굉장히 고마운 쐐기로구나. 빡쳐도 안 죽인다는 말은 다시 말해 내가 신경을 거슬릴 정도로 깐죽거려도 살려준다는 뜻이었지만, 그렇다고 작아진 내 새가슴이 벌컥 호랑이 기운으로 부풀어 오르진 않았다. 당장 깝치기엔 솔직히 많이 떨린다. 나 뭔가 학습된 쫄보 같아.

“ 그럼 다음 기회에 한번 빡치게 해볼게.”

나는 소심한 예고나 던졌다. ‘언젠가는’이란 쫄보다운 내심은 덧대지 않고 삼키며.

눈가를 접어 웃은 아윈이 대뜸 내게 손을 내밀었다.

“ 고객님, 손.”

난 눈앞에 놓인 손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왠지 고객님 대신 예삐나 뽀삐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제스처였다. 지금 이건 날더러 손을 얹으라는 거겠지? 마치 복슬복슬한 예삐나 뽀삐나 밍키처럼? 어허, 인간의 존엄성이 있지! 나는 용기를 내어 튕겼다.

“ 나 멍멍이 아닌데.”

멸치담력을 쥐어짠 사소한 개김이었다. 이에 아윈은 빙그르 웃더니 곧장 대사를 바꿨다.

“ 부디 손을 주시죠, 요정님?”

악! 그냥 손 할 때 얹을걸!

간만에 들으니 소름이 다 끼치는 호칭이다. 으으, 면역력을 잃었어. 난 고개를 흔들어 수치를 털어내고 내밀어진 손바닥에 내 손을 뻗어 올렸다. 감싸 끌어당기는 손놀림이 의외로 부드럽다. 나는 아윈에게 이끌려 원위치에서 반걸음 그에게 가까워졌다. 서로의 거리가 딱 사교댄스를 추기에 알맞다. 아 그래, 춤 추쟀지 얘.

맞잡은 두 손이 허공으로 들리고, 아윈의 다른 팔이 내 등을 받친다. 예전 한참 춤을 배우던 때를 제외하고는 꽤 오랜만에 잡아보는 자세였다. 내가 이 포즈를 다른 인간도 아니고 아윈이랑 하고 있다니. 별 일이다 진짜.

나는 상대를 올려다보는 대신 잠시 아래에 시선을 주었다. 아…잠깐. 아 이런 시각적 괴로움.

“ 정말로 이거, 아무데나 막 밟아도 되는 거 맞지?”

면역도 안 되는 건지 볼 때마다 사람을 쫄깃하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나는 괜스레 발을 더듬더듬 뻗어 두드렸다. 어우 스릴 넘치는 허공걷기. 저 나무들은 대체 왜 저렇게 작단 말이냐.

“ 굴러도 돼.”

“ 반경어디까진데?”

“ 고객님이 뛰다가 체력부족으로 반시체 될 정도까지.”

과장이겠지만 거 안심이 되는군. 미, 믿어본다. 생각하자마자 아윈이 성큼성큼 자리를 옮겼다. 덕분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가는 데까지 질질 끌려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으앙아! 아깐 반만 허공이었는데 여긴 이제 완전 허공이야!

“ 내, 내가 고소 공포증이 있었다면 너는 못 볼꼴을 보았을 것이다.”

“ 그거 아쉽네.”

난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내쉰 뒤 고개를 돌려가며 사위의 경치를 눈에 담았다. 이전에도 아윈이 제멋대로 날 띄운 경험들은 있었지만, 공중에서 남의 의지로 몸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과 내가 스스로 뻥 뚫린 공간에 발을 뻗는 것은 그 느낌이 많이 달랐다. 스릴 점수로 따지면 이쪽이 한 두 배는 되겠습니다. 끄앙히아.

“ 진정. 후우. 근데 춤은 왜 추자는 거야?”

“ 고객님, 춤꾼이라며?”

“ 춤…뭐시기?”

“ 고객님 입으로 그랬잖아?”

네? 내가 내입으로 그런 망발을? 의아해하다 불쑥 생각이 났다. 페리도트를 구경한다고 설쳤던 에이레네의 밤 첫날, 황실 무도회에서 아윈에게 이런저런 잔망스러운 헛소리를 되는 대로 나불댔던 것을. 헐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 …미안하지만 그 솜씨는 지금 보여줄 수 없다.”

“ 왜?”

“ 봉인했거든.”

헛소리를 수습하기위해 또 다른 헛소리가 등판한다! 나는 상대의 얼굴 대신 휑한 사방을 시야에 올리며 말했다.

“ 내 춤 실력을 시기한 나머지 라이벌이 최근 암살자들을 보냈지. 난 더 이상 그녀의 타락을 지켜볼 수 없었기에 죄 많은 나의 춤 솜씨를 그만 봉인하기로 했어…….”

“ 라이벌이 누군데?”

“ …댄스 대륙서열 1위.”

내가 나를 0위라고 했었지? 아 이 섬세한 기억력.

아윈은 내가 주절거리는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딱히 가타부타 반응이 없었다. 아니지, 방금 웃었나? 짧은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고 여기는 순간 아윈이 나를 재차 끌어당겼다. 놀라 휘청거리다 발을 움직여 선다. 올려다보니 곡선을 그리는 입매에 웃음기가 남아있었다.

뭐냐 그 웃음은. 난 공연히 미간 사이를 좁혔다.

“ 고객님, 춤 못 춰도 돼.”

“ 뭐?”

“ 내가 잘 추니까.”

궁금하지 않았던 아윈의 댄스실력을 본인의 춤밍아웃으로 알게 됐다. 춤꾼은 사실 너였니?

원작에서 아윈의 춤 솜씨를 언급한 대목이 있었나 떠올려보는데, 마침 구슬을 통해 흘러나오던 악단의 연주가 그 볼륨을 높였다. 부러 소리를 키운 건가? 귓가를 선연히 맴도는 선율과 함께 아윈의 속삭임이 내려앉는다.

“ 따라와, 잘.”

그리고 그는 춤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제국에서 즐기는 사교댄스는 대체로 남자 쪽에서만 파트너를 잘 이끌어도 얼추 성공적인 춤을 추는 게 가능했다. 물론 여자도 솜씨가 빼어나다면 한결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저 팔다리만 움직일 줄 알더라도 그럭저럭 그림은 나왔다. 춤의 구성 자체가 남자에게 보다 큰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신경 쓸 것은 오직 하나였다.

발.

‘ 발을 밟지 않는다!’

나는 바짝 긴장했다.

‘ 발을 밟는 순간 추락하는 건가!’

춤이 아니라 마치 공포의 발 피하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난 신경을 곤두세우고 정확한 박자로 움직이는 아윈의 스텝을 매의 눈으로 주시했다. 밟으면 추락! 밟으면 사망! 밟으면 사후세계…! 아 이거 은근 땀나네. 물론 빡치게 해도 안 죽인다고 호언장담을 한 마당에 발 좀 밟았다고-킬 힐도 아님-날 떨어뜨릴 리야 없겠지만, 내 몸은 나도 모르게 아윈의 발을 피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과연 학습된 쫄보.

춤을 잘 춘단 얘기는 빈말이 아니었는지 아윈은 몹시 능숙하게 나를 이끌었다. 동작마다 어색한 기색이나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나야 붙어있으니 한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타인의 시야로 지켜본다면 제법 근사하게 비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으음, 잘난 남자! 그대의 이름 남주인공!

아 방금 위험. 발 밟을 뻔 위험.

내가 자기 발을 열심히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아윈도 막 알아챈 모양이었다. 동작을 멈춘 아윈이 돌연 크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청명한 웃음소리가 곡을 가린다. 난 상대의 큰 웃음에 벙 쪄 발치에 못 박고 있던 시선을 위로 들어올렸다. 저기 님아?

아, 아 잠깐. 눈부셔! 생각해보니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눈을 반달로 접고 치아모델 같은 흰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는 얼굴은 이 근접한 위치에서 상면하기엔 인간적으로 너무 치명적이었다. 소시민의 심장이 내게 말한다. ‘해로운 놈이다!’

저건 해로운 놈이야! 나름 방어하고자 가늘게 실눈을 뜨는데, 그새 실컷 웃은 아윈이 고개를 숙여 속닥였다.

“ 고객님, 그렇게.”

“ 그렇게?”

“ 굳이 노력할 필요 없어. 밟으려고 일부러 공격해도 안 밟히니까.”

“ …….”

“ 내가 고객님한테 발이나 밟힐 정도로 병신으로 보여?”

으응……. 하긴, 그래 그렇겠구나. 나의 스피드가 너무나 느려 면목이 없네 얘. 안심시켜주는 말이 퍽 고맙기도 했다. 난 가늘어진 시야를 더 가늘게 떴다. 뱁새눈을 하고 있으려니 아윈이 말을 잇는다.

“ 알았으면 발 그만보고 지금부턴 눈 들어.”

어멋 박력있으시네요 박력분인줄. 나는 더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지만 괜한 반항심에 파트너의 얼굴대신 애꿎은 허공이나 빤히 응시했다. 오늘따라 하늘이 참 예쁘군……은 정말 예쁜데?

마침 석양이 지고 있었다.

“ 와.”

난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늘을 주황빛으로 물들인 저녁노을이 대단히 찬연한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대저택이라 그 꼭대기가 그만큼 높기 때문인지, 마치 언덕에 올라 일몰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무는 해가 사방에 공을 들여 따스한 그림을 그렸다.

누가 그랬는데. 자연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어여쁜 광경이었다.

‘ 감수성 폭발한다.’

주변을 물들이는 온화한 석양. 더불어 감미롭게 깔리는 음악.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을 소녀감성이 나 여깄다며 마구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으아 마음이 촉촉해진다.

나는 문득 눈을 들어 아윈을 쳐다보았다. 마찬가지로 노을을 보고 있을 거라 여겼던 상대의 시선은 의외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에 익숙한 인물이 비친다. 지는 해의 물감이 아윈마저 물들였다.

‘ 맙소사.’

그리고 나는 입을 다물 생각도 못하고 눈을 껌벅거렸다. 무려 아윈의 얼굴이 평소보다 훨씬 반짝이고 있었다.

훨씬.

============================ 작품 후기 ============================

넘나 달달한것............

솔로의 염통이 넘나 아픈것.....

Q. 갠지 내시나요?

A. 계약에 종이책 출간이 포함되어있어서 갠지는...내지 않게 되었읍니다''ㅁ''...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막장 외전을 종이책에 담고 싶어요"-" !

+

★댝가님 아윈 외전을 내놔주세여

-> 있습니다 걱뎡마세요! > < 다만 남주 여주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에 만나보실 수 이씁니당. 웨잇 웨잇

++

주요인물 연회장 등장 순서: 라테->이벨린->아윈->페리도트->물고기 둘

아윈이 구슬 꺼낸 이유: 노래 틀려고 (..

+++

팬아트 5탄이 올라왔습니다! 작품공지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 ♡ 재밌고 예쁜 팬아트들이 많답니다ㅋㅋㅋㅋㅋ막장대회 그려주신 분 스게...'-'d

++++

~오늘 아침~

(반팔만 입고 나가려는 아빠)

엄마: 어머 ㅇㅇ씨 무슨 청춘이에요? 반팔을 입고 나가요

아빠: '-'마음만은 청춘이에요

엄마: 마음이 청춘인데 왜 몸을 고생시켜요

아빠: "-"차에 잠바 있어요

나: (토스트 먹다가)청ㅋㅋㅋㅋㅋㅋ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아빠는 반팔로 출근하셔따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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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네레시스0님, 엘티냥님, 구미졜리님, 카베비님, 라프니아님, pingno님, ii묘ii님, ascale님, 피넬리아님, 타카로우호련님, 천사엄마님, 김블리님, 검은고양이님, 제강sourire님, ground30님, 메디아루나님, 라시엠님, 소설너무좋아님, 이예예님, 부흐링s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이거슨 넘나 행보칸것...넘나 사랑하는 것♡3♡

넘나 내 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독자님들: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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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왜케 동물들이 많아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웃기웃도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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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윈의 입은 완결까지 험할듯 '-'a 아윈-쌍욕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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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화 한줄 요약(미셸써니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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