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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들러리양-72화 (72/100)

00072  7. 악역은 네 이년! 하고 웁니다  =========================================================================

‘ 역시!’

역시 쟤였어! 하긴 쟤 말고 누가 사람을 저렇게 굴릴까. 이번엔 웬일로 텔레포트로 안 나타나고 직접 걸어서 등장한대? 나는 연미복을 차려입은 아윈에게로 시선을 고정한 채 생각에 빠지다 순간 깜짝 놀랐다. 눈 마주쳤어.

아윈은 내가 있는 방향으로 곧게 직진했다. 눈 몇 번 깜박이는 사이 성큼성큼 다가와 앞에 선다.

“ 고객님.”

“ 응, 어?”

“ 덕분에 살았지?”

“ 어? 아.”

그건 그렇지, 참. 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이언은 그렇다 치고 방금은 확실히 도움을 받았다. 아윈이 일부러 날 도와줬다는 건 솔직히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굳이 인사에 박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 감사합니다.”

“ 저거 어떻게 할 거야?”

“ 저거? 설마 람보르 남작?”

“ 방금 굴러간 느끼하게 생긴 돼지.”

“ 어…람보르 남작. 글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도….”

내가 어떻게 할 권한이 있을까? 있나? 나는 회장 구석에 대자로 뻗은 람보르 남작을 향해 흘끗 눈길을 주었다. 물론 마탑주를 등에 업으면 구워먹든 삶아먹든 내 마음일 것 같긴 한데. 그보다 살아있는 거 맞지?

“ 람보르 남작, 죽진 않았지?”

“ 죽일까?”

“ 아뇨! 잠깐만.”

혹시 아직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나는 드레스자락을 붙들고 뛰듯이 빨리 걸어 대상에게 다가갔다. 점점 시야에 자세히 들어오는 람보르 남작은 일단 숨은 쉬는 것 같았다. 뱃살이 오르락내리락.

“ 저기요. 남작님?”

“ 으…어….”

“ 정신 있으시네. 제가 하는 말 잘 들어요?”

난 널브러진 남작의 머리 근처에 쭈그려 앉았다. 이 정도 거리면 작은 목소리라도 잘 들리겠지. 나는 입을 열었다.

“ 착각이 심한 건 죄가 아닐 수도 있어요. 상대가 예의상 한번 웃어줬다고 ‘날 좋아하는구나’ 오해하는 사람은 남작님 외에도 사실 뒤져보면 은근히 더 있을 거거든요. 미친년 미친놈 묻지마 살인마도 있는 마당에 그런 사람들이라고 없겠어요? 혼자만의 망상은 자기 자유니까요. 그런데요 남작님, 명심하셔야하는 게, 그 착각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표출되면 그때부턴 그게 죄가 돼요. 잘못이구요.”

잘 듣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난 설교를 이어나갔다.

“ 남작님이 제가 하셨던 행동은 큰 잘못이에요. 강제로 손목을 잡으려고 하셨죠? 그거 폭력이랍니다. 전 아니지만 다른 심약한 여성이었다면 정신적 외상으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어요. 오랜 상처가 된다구요. 지금 본인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대충 아시겠어요?”

난 슬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이 얘기는 결론이 중요하다.

“ 그러니까 결론은, 내말 똑똑히 기억해둬. 내가 다시 돌아오면 그땐 널 부숴버리겠어.”

흠칫한다. 얘 배때지 방금 분명 움찔했다.

“ 조각내버린다. 엉? 알아서 해. 목 안 돌리고도 정면에서 니 등 볼 수 있게 해준다. 알아듣지?”

더 크게 움찔한다.

음산한 목소리로 경고를 마친 내가 쭈그렸던 몸을 일으켰다. 앞의 장황한 훈계는 마지막의 협박을 위한 들러리였을 뿐이지! 아이고 다리야. 아무튼 기니 람보르 남작이 저런 설정의 캐릭터였다니 충격이다. 원작에선 하도 짧게 짧게 언급돼서 몰랐는데. 앞으론 안 저랬으면.

나는 도로 제 자리로 회귀했다.

“ 한 번만 더 그러면 목 잘라서 이마를 등에 붙여주기로 했어. 어때?”

“ 고객님이 그걸 원한다면.”

난 마치 검사 맡듯 아윈에게 남작의 처우를 이야기했고, 그에 아윈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해주었다. 저거 긍정이지? 좋아! 람보르 남작이 또 저러다 걸리면 아윈한테 붙어서 목 떼달라고 조르면 되겠다. 예스.

“ 고객님 분신은 같이 안 왔네?”

“ 아 걔?”

그 얘길 왜 안 꺼내나했다. 난 아윈의 언급에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 집에서 마사지 받고 있어.”

눈따따의 형편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 풀코스로. 조만간 내 분신한테서 장미향기가….”

“ 페리도트 가넷 영애께서 입장하십니다!”

“ !”

평온한 마음으로 드립이나 치던 내게 다시 다급함이 닥쳤다. 난 눈을 휘둥그레 뜨고 회장의 입구와 아윈을 번갈아 응시했다. 페리도트가 곧 회장 안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난 공교롭게도 현재 아윈과 붙어있었다.

위기다.

적신호가 반짝거렸다. 이 꼴이 자칫 페리도트의 눈에 잘못 뜨였다간 내 처지가 회유의 대상에서 끔살의 대상으로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안 돼! 난 황급히 외쳤다.

“ 당장 바깥공기를 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말을 내뱉으면서 나는 동시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목표는 정원이었다. 연회장과 이어진 외부 정원으로 향하는 문이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엇 찾음! 난 재빨리 몸을 날렸다.

정확히는 날리려고 했다.

“ 고객님이 죽으면 곤란하지.”

“ 뭐? 엄흐억!”

시야가 뒤집혔다. 딱 발에 힘을 주어 튀어나가려던 차에 풍경이 돌아가니 놀라 비명은 질렀지만, 기실 제법 익숙한 현상이었다. 이거 아윈표(?)텔레포트는 오랜만이군.

찰나에 뒤바뀐 환경이 내게 선선한 바람을 안겨준다. 땅거미가 질 무렵이라 알맞게 시원한 공기에 내가 탁 트인 숨을 뱉었다. 후아, 정원!

……이 아니네?

괜히 간만의 고급마법을 즐기고자 잠깐 눈을 감았던 나는 덮은 눈꺼풀을 도로 올리자마자 뜨악 입을 벌렸다. 아니 미친! 여기 뭐야!

“ 아윈.”

“ 왜?”

“ 여기…음……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곳?”

“ 말고 더 있어?”

내 경악에도 아윈은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난 전방의 경치와 아윈의 긍정이 알려주는 현재 내 위치에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선선하다고 생각했던 바람이 갑자기 춥게 느껴진다. 나는 심리적 쌀쌀함에 시늉으로나마 옷깃을 여몄다.

내가 발을 디디고 선 곳은 다름 아닌 저택의 지붕이었다. 가넷 후작저의 가장 위, 저택 내 모든 인물들의 머리 꼭대기를 감싼 까마득한 높이의 덮개. 잘 가꿔진 후작저의 부지가 선 자리에서 한 눈에 들어온다.

난 침을 꼴깍 삼켰다. 고소공포증이 없어서 다행이다.

“ 너 이상한 취미 있다.”

“ 바깥 공기 쐬고 싶다며?”

“ 이렇게 높은 곳의 공기를 뜻한 건 아니었거든.”

“ 고객님, 보기보다 까다롭네?”

“ 야, 바른 말로 누가 봐도 내가 까다로운 게 아니라 니가 비….”

비정상이야 이 미친놈아. 는 당연히 곧이곧대로 말 할 수 없었다. 나 왜 이렇게 입조심이 되다말고 그러니? 나는 내 옆에 있는 인간이 만만한 동네친구가 아니라 공포의 은빛사신이라는 사실을 재차 상기하고 문장을 이었다.

“ 비밀스럽고 운치 있는 장소를 너무 잘 안다고 할까? 응. 감각 있어, 감각. 보통사람은 따라갈 수 없는 특별한 감각.”

얘기하고 나니 말마따나 운치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난 혹시라도 미끄러질까 발끝에 힘을 주며 눈에 들어오는 전경을 관찰했다. 부지 한쪽에는 후작가의 소유인 듯한 마차가 흡사 장난감마냥 작은 크기로 앙증맞게 놓여 있었다. 여기서 봐서 그렇지 실제론 앙증이랑 영 거리가 멀겠지? 나는 눈에 비치는 사물들의 실제 크기를 대략적이나마 가늠해보며 중얼거렸다.

“ 여기서 떨어지면 전치 몇 주일까….”

“ 궁금해?”

“ 아니. 별로. 전혀.”

궁금하다고 하면 손수 등을 밀어줄 것 같았다. 딱히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까지 답을 알고 싶진 않다. 난 전방에서 시선을 떼고 이번엔 내 발치를 응시했다. 디딘 곳에서 살짝살짝 발을 굴러본다. 흠, 이 아래는 뭐가 있을까. 층이야 물론 여러 개일 테지만, 혹시 맨 밑은 연회장이려나?

“ 만약 여기에 구멍이 뚫리면 연회장으로 떨어지나?”

“ 알고 싶어?”

“ …….”

기분 탓인가 얘 왜 자꾸 나한테 실천을 권하는 것 같지?

“ 해보든가. 도와줘?”

“ 아닙니다. 원래 별로 안 궁금했어.”

실험정신이 넘치지 않는 나는 고개를 저어 사양했다. 육신의 안녕도 안녕이지만 지금 연회장으로 귀환했다간 페리도트와 정통으로 마주칠 게 뻔하다. 그건 아니 돼. 나와 아윈과 페리도트라니 그런 묘한 구성원은 정말 아니 되어.

바닥을 쳐다보며 악녀언니가 물고기들에게 슥삭 당하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원작에선 아직이었다-고민하고 있는데, 문득 아윈이 나를 불렀다. 호칭에 반응해 고개를 드니 허공에 아까까진 없던 웬 물체가 둥둥 떠 있었다.

…구슬?

“ 이게 뭐야?”

“ 구슬.”

“ 나 맹인 아니거든. 말고 용도가 뭐,”

“ 까다롭고 성격도 급한 고객님. 일단 봐.”

이 놈이 사람 성격을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 나만큼 무던하고 인내 깊은 레이디가 어딨다고 참나…. 기막혀하는 사이 허공의 구슬에서 뭔가가 비치기 시작했다.

“ 연회장이잖아?”

구슬이 보여주는 것은 연회홀 내부의 풍경이었다. 가만 살펴보니 이벨린도, 페리도트도, 물고기 둘도 보인다. 어머 세상에 이거 대박. 얘 완전 구경의, 구경에 의한, 구경을 위한 아이템 아냐?

‘ 관음 구슬인가…….’

난 대단히 선명한 화질을 보며 구슬의 악용을 잠깐 염려했다.

“ 어? 노래도 들리네.”

집중해 귀를 기울이니 구슬에선 영상뿐 아니라 음악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 성능 진짜 짱이다. 당연히 마법이겠지만 어째 첨단기계를 보는 것 같았다. 악단의 잔잔한 연주가 공기 중을 수놓는다.

곡조가 더해지니 지붕위의 공간에 분위기가 생겼다. 선선한 바람이 이는 높은 꼭대기는 허공을 떠도는 감미로운 선율과 만나 꽤나 긍정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음……오오, 운치가 막 솟아나는 느낌?

음악의 효과에 한창 신기해하고 있는데, 아윈이 내게 귀를 후비게 만드는 제안을 던졌다.

“ 고객님.”

“ 어?”

“ 춤출까?”

“ 어……뭐?”

넹? 순간 정말로 귀 후빌 뻔했다. 난 행동대신 말로 되물었다.

“ 춤?”

“ 그래.”

“ 춤추자고? 너랑 나랑?”

“ 나랑 고객님 말고 누가 더 있어?”

그건 그런데. 나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태연한 아윈을 응시하며 가장 큰 문제점을 입에 담았다.

“ 여기서?”

이 꼭대기 중의 꼭대기는 실로 발 디디기도 모자를 만큼 공간이 협소했다. 서 있기에 모자라다는 건 조금 과장이고, 무리하면 한 걸음 정도는 걸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춤춘다고 나대면서 발을 뻗어댔다간 그대로 객사하기 딱 좋은 환상적인 환경이었다. 난 여기에 처음 이동했을 때보다 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죽음의 탭댄스를 추자는 소리야?

============================ 작품 후기 ============================

넘나 운치있는 장소인 것....☆

+

~카톡방~

갓갓: 언니는 보면 학생들을 되게 아끼는 것 같아

갓: ㅇㅁㅇ??

갓: 넘나 귀여운 애들 8ㅁ8

갓갓: 선생님 맘에 예쁘시네 8ㅁ8

갓: 어멋

갓: 어멋어멋

갓: 그래서 갓갓아 계좌가 어디라구? > <

갓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기스타를 노리는 야망의 갓)

갓: 나 후기스타가 될거야

갓: 아버님 이젠 나오시죠!

갓: 제 자리입니다!

갓: 막내가 원탑이니까 아버님부터 밀어내고

갓: 그 자리를 차지한 다음

갓: 다음엔 막내의 자리도 탐내는 거지

갓: 어때 내 계획이?ㅇㅅㅇ

갓: 넘나 빈틈없는 것 ㅇㅅㅇ

갓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71화 후기가 언니 첫 데뷔무대야

갓: 머

갓: 잠깐

갓: 나 아이라인 잘 그려졌어? 예쁘게 나와야 하는데...

나: 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머니께 구들 들켰어여...^^...

지금 읽고..계시는 중ㅇ이라고..^=^...어케..아셨지..?(급격한 혼란상태

(수치사

여주는..비엘작가고..남주는...쌍욕쟁이..^-^...

이걸...어머니께서...^=^...아...

지금 타지라 카톡으로..들었는데...집에..가기..두렵...ㄷr...

바르고..고운 말만 쓰시는..울희 어머니...☆

ㅇ..ㅏ.....

(전해들은 친구)

나: 망했어ㅠㅠㅠㅠ욕을못쓰겠어 욕을ㅠㅠㅠㅠㅜㅜ

H: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했네

H: 어머님이 읽기 전의 아윈: 고객님 병1신이야? ㅇㅅㅇ

H: 어머님이 읽은 후의 아윈: 고객님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야?ㅇㅅㅇ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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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서울~지방을 이동해야 해서 업로드가 없습니다ㅠvㅜ

모레 자정에 만나요!

담므화도 아윈 지분 낭낭 (찡긋

아윈파는 이제 제게 하트와 뻐뻐를 날리시면 됩니다 (음흉

++++

구미졜리님, pingno님, 하나라쿠님, 0네레시스0님, 더딜님, 띰타파님, 칼리오페이야님, ii묘ii님, 호랑이팬더님, 메디아루나님, 혜용나라님, 라프니아님, 싱나이트님, 엘티냥님, 김블리님, 키위곰님, 라시엠님, ascale님, soulover님, 천해라호님, 이예예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XD

┌( ' 3')┌ ~♡~♡~♡ 이거슨 사랑으 총알! 빵야♡빵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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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줍줍(쪼망이님):٩( ᐛ )و  예이! 아이거 너무귀여워옄ㅋㅋㅋㅋ큐ㅠㅠㅠ잔망스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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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바뀐거 어떻게 아셨지..!

구들 완결은 19화보다 더더 많이 남았답니다! 댓글에 19화 남았다는 언급이 있어서요@[email protected]!

재밌다고 해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힘이나요 힘!!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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