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9 7. 악역은 네 이년! 하고 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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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는(?)수련의 성과를 보여줄 기회는 그로부터 이틀 뒤 찾아왔다. 최근 이벨린에게 깔짝대다 우연히 지나가던 케니스한테 걸려 욕 몇 마디 먹고는 눈물과 함께 사라진 쿠크 디아스 영애, 그 영애의 절친인 아이언 멘타르 영애가 제 애완견의 생일파티를 주최하니 꼭 참석해 주십사하는 초대장을 이벨린 편으로 보내온 것이다. 어떻게든 자기네 앞마당으로 불러들이고자 키우는 개의 생일파티까지 연 영애도 영애였지만, 부른다고 남의 집 멍멍이 생일파티에 고대로 참석하는 이벨린도 참 이벨린이었다. 나는 이미 몇 번 그래왔듯 이벨린의 일행신분으로 파티에 동반 입장했다. 예의상 선물로 개껌도 챙겼다.
“ 뭐야, 별 거 아니잖아?”
빠른 시비! 챙겨온 개껌은 미처 꺼내줄 시간도 없었다. 파티장에 등장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또각또각 걸어온 아이언 멘타르가 짙게 화장한 눈매로 이벨린을 위아래로 훑는다. 직후 건방점수 10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대사들의 향연.
“ 소문만 듣고는 무슨, 대단한 미인인 줄 알았더니…. 나 참.”
아이언 멘타르 영애는 이름처럼 멘탈이 참 단단한 모양이었다. 우선 자기보다 열배는 예쁜 사람을 얼굴로 까는 것부터가 그랬다. 그 뭐지, 드라마에서 가장 예쁜 여주인공을 못생긴 조연들이 둘러싸고 ‘평범한 년!’하고 구박하는 느낌이랄까. 나라면 저런 대사 던지고 거울을 보는 순간 멘탈이 깨질 텐데 과연 아이언은 남다르다. 그녀는 도도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 그 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황태자전하와 에스반데 공작각하를 유혹했죠? 아, 마탑주까지. 참 대단도하여라.”
“ 유혹이라뇨?”
“ 내숭떨지 말고 비법 좀 전수해주지 그래요? 무슨 수를 쓴 건지 참 궁금한데.”
엑스트라 악녀가 여주인공에게 되도 않는 시비를 터는 장면은 매번 퍽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였지만, 안타깝게도 뭘 주워 먹으면서 볼 수는 없었다. 너무 관람하는 티를 내서는 안됐기 때문이다. 그야 나 같아도 상대랑 막 열심히 기 싸움하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과자나 와작거리면서 쳐다보면 걔 죽빵을 갈기고 싶을 것 같긴 했다. 멀리서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코앞이라. 에잉, 역시 주전부리가 없으니 재미가 반감되는데. 다음엔 투명화마법 스크롤이라도 사볼까? 아, 근데 마법을 써도 나만 투명해지지 음식은 그대로겠구나. 헉 설마 소화되는 과정도 보이려나.
어딘지 그로테스크한 상상을 하는 사이 아이언의 언성이 높아졌다.
“ 얘길 못해주는 걸 보니 부덕한 방법이기라도 한가봐요? 제 말이 틀렸나요?”
“ 영애, 아까부터 대체 무슨 말을….”
“ 주제에 몸뚱이라도 가볍게 굴린 건지.”
앗! 아이언의 최후가 생각났다!
지금 아이언 멘타르는 원작에서 보여주었던 행동을 고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저 대사를 들으니 기억이 난다. 그녀는 이벨린을 향해 몸뚱이 운운하는 천박한 모욕을 던진 대가로 후에 꽤나 애잔한 일을 당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걸 담당했던 게 누구더라…음, 아윈이었나?
“ 아이언 멘타르 영애. 진심으로 하시는 얘긴가요?”
“ 어머, 제가 그만 정곡을 찔렀나보네요? 호호호!”
“ 영애께서 제게 왜 그러시는 진 모르겠지만, 좀 전의 말은 취소해주세요. 그건 저 뿐만 아니라 그분들께도 실례가 되는 언사니까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부디 저를 욕하는 것에서 끝내주세요.”
“ …!”
“ 저 때문에 그분들이 모욕을 당하는 건 원치 않아요. 부탁드릴게요.”
“ 하!”
아이언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곤 이를 갈며 눈가에 힘을 준다. 이벨린의 여주인공다운 대꾸가 상당히 신경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저를 욕하는 건 참겠어요…하지만…남주분들을 욕하지는 말아주세욧!
그럼 그냥 네 알겠어요 하고 여주인공만 계속 욕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비틀린 뚝심을 지닌 아이언 멘타르는 하던 욕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은 것 같았다. 아무도 내 욕을 막을 순 없으셈! 치뜬 도끼눈을 번뜩이며 그녀가 외쳤다.
“ 닥쳐! 니년이 몸을 굴린 것을 굴렸다고 하는 것뿐인데, 어디서 감히 이래라 저래라야?”
아앗! 아이언 영애의 있는 지 없는 지 헷갈렸던 새우젓만한 이성이 결국 없는 것으로 판명 났다!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었던 듯 그녀는 상황도 상대의 신분도 잊은 채 고작 말 한마디 들었다고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암만 그래도 이벨린네 가문이 자기네보다 못하진 않을 텐데 반말에 니년은 좀 심했다 얘. 하긴, 그런 걸 가릴 줄 알았다면 이런 엑스트라 악역에 발탁되지도 못했겠지. 아이언의 무뇌력은 과연 맡은 역할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었다.
“ …말이 통하지 않는 분이시군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 거기 서!”
이벨린의 담담한 퇴장선언에 아이언은 더 열이 뻗치는 것 같았다. ‘감히 네까짓 년이 날 무시해?!’ 뭐 이런 대사가 나올 때가 됐군. 생각하기가 무섭게 떠올렸던 문장을 거의 그대로 뱉으며 아이언이 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핫, 역시 급진-번쩍파! 대다수의 상황에서 말보다는 폭력을 숭상하는 번쩍파 답게, 그녀는 허공으로 올린 손을 그대로 이벨린의 뺨에 내리칠 심산인 듯 보였다.
물론 저거 때렸다간…흩날려라 모가지!
“ 그만, 아이언. 때리는 건 안 돼. 너도 알잖아?”
“ 웨이 하우스! 하지만 저년이…!”
“ 그래그래, 네 맘 알아. 그래도 여기서 손을 휘두르면 후에 네가 너무 불리해져.”
언제 나타났는지 아이언 멘타르의 친구 웨이 하우스가 그녀를 말렸다. 실로 원작을 그린 듯이 재연하는 전개였다. 점차 선명해지는 기억이 맞다면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물고기들 중 한명이 이 판국을 우연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아윈이었나 케니스였나, 아 그게 자꾸 헷갈리네.
아이언은 그나마 생각이란 걸 할 줄 아는 친구덕분에 흩날려라 목본앵을 피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분한 심정을 마구 드러내고 있었다. 근데 솔직히 이벨린이 뭘 했다고 저렇게 화내는 거람. 악역들은 여주인공이 숨만 쉬어도 빡친다더니 정말인가보다.
이벨린의 들숨날숨에 화가 한계까지 치솟은 듯 아이언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주변을 막 살핀다. 어 나 저거 아는데. 꿩 대신 닭을 찾는 분노의 고갯짓!
“ 니년은 뭐야?”
그리고 나는 어째 당연한 수순처럼 닭이 되었다.
내게 꽂히는 이글이글한 눈빛을 보며 난 어깨를 으쓱했다. 특훈을 해둔 터라 그런지 내 육신의 안위는 딱히 걱정되지 않았다. 다만 기껏 생각해서 파티선물까지 챙겨왔는데 초면에 년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긴 했다. 나는 붙을 때 붙더라도 가져온 선물은 줘야겠다는 생각에 품에 안고 있던 개껌을 내밀었다.
“ 일단 선물 먼저 받으세요.”
“ 뭐?”
“ 생일파티니까.”
“ …개껌?”
내밀어진 것의 정체를 확인한 아이언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더니 이내 전보다 더 화를 뿜기 시작한다. 엥 왜?
“ 포장이 마음에 안 드시나.”
“ 이 개 같은 년이, 감히 선물이랍시고 이딴 걸 내밀어?! 개껌?!”
“ 네? 아니 제가 개 같은 게 아니고 받을 주인공이 개인데.”
“ 지금 니년이 날더러 개라고 한 것이냐!”
뭐야 얘…. 아이언은 머리가 많이 나빠서 그런지 본인이 연 생일파티가 뭐였는지도 까먹은 것 같았다. 니 개 생일파티잖아요. 그럼 개 선물로 개껌을 챙기지 버블버블 풍선껌을 챙길까?
“ 뭐 알겠어요. 다음부턴 비록 멍멍이 선물이지만 프릴원피스 같은 걸 준비하도록 노력해볼게요.”
“ 아니 이년이!”
놀린다고 생각했던지 아이언이 격분을 표출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그대로 내리친다. 웨이 하우스도 이번엔 제 친구를 말리지 않았다.
나는 가까워지는 손바닥에 찰나 눈을 빛냈다. 특훈의 효과를 확인할 순간이군!
탁!
“ 아, 아니?”
“ 훗.”
간단하지. 난 가볍게 아이언의 손목을 스윙 도중 붙잡았다. 그녀는 자신의 뺨 후리기가 도중에 막힐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여유에 찬 웃음을 흘렸다.
그래! 내가 이때를 위해 얼마나 열성적으로 수련에 매진했던가!
그렇다. 나는 릴리와의 훈련을 통해 이미 악역들이 날릴 수 있는 모든 싸다구의 각도, 방향, 스윙, 강도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내 부탁에 따라 릴리는 팔을 이렇게도 휘두르고, 저렇게도 휘두르고, 요렇게도 휘둘렀다. 그럼 난 그걸 반복해서 막고 피하고 막고 피하고 막고 피하고 핫! 헛! 핫!
현재 내 수준은 한 손으로 샴페인을 마시면서 동시에 다른 손으로 날 향한 싸다구를 막아낼 수 있을 정도에 도달해있었다.
과연 훈련의 힘이란…! 스스로도 대단히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 제 뺨이 많이 소중해서요.”
“ 네 이년!”
탁.
“ 이, 이년이!”
탁.
“ 에잇!”
탁.
“ 좀 맞아라!”
탁.
“ 이이익…!”
탁.
“ 아아아악!”
양팔까지 활용한 스윙이 연달아-그것도 엄청 간단히-막히자 아이언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비명을 마구 내질렀다. 분이 솟구쳐서 아주 기절 직전인 것 같았다. 쯧쯧.
애잔한 포효를 힘껏 내지른 아이언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씩씩대더니 별안간 손톱을 세워 내게 소처럼 달려든다. 핫, 이건 데자뷰인가! 나는 그녀에게서 익숙한 지러브 크레이의 향기를 맡으며 몸을 슬쩍 비틀었다. 난 이제 이런 것도 잘 피하지롱! 마치 투우사가 된 기분으로 아이언을 피하고 슥 뒤를 돌자, 날 공격하는 것에 실패한 아이언이 그대로 바닥을 굴러 파티장 구석에 처박히는 것이 보였다.
쿵!
와장창! 쨍그랑!
“ 꺄아악!”
“ 꺅!”
…? 응?
뭐지 저게. 그녀가 암만 세게 달려들었다 한들 고작 반동으로 저 지경이 되는 건 솔직히 무리였다. 기껏해야 휘청거리거나 그 자리에서 넘어지는 꼴이 현실적일 텐데, 아이언은 무슨 스스로의 의지로 돌진한 것처럼 바닥을 세차게 굴러 파티장 한편의 테이블까지 덮쳤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식기며 음식들이 요란하게 쏟아져 사방을 어지럽힌다. 그야말로 탄성이 나오는 난장판이었다.
“ 우와.”
“ 다, 당신 지금 무, 무슨 짓을!”
“ 네? 제가 뭘요?”
얼결에 내게 따지고 든 웨이 하우스는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자 곧 할 말이 없어진 듯 입을 다물었다. 그야 자기도 알겠지. 누가 봐도 나는 얌전히 방어나 하던 애꿎은 피해자였다. 아이언은 그냥 본인 혼자 알아서 저 꼴이 된 것이다. 맹세컨대 난 손끝하나 안댔어요?
“ 난리 났네. 이벨린, 가요.”
나는 점차 소란이 낙낙해지는 내부를 지켜보다 이내 이벨린과 함께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어쨌든 자업자득이니. 아이언짜응 사요나라! 아, 개껌은 시종을 통해 나오는 길에 전해줬다.
회장을 벗어나 고작 몇 걸음쯤 걸었을 무렵이었다. 퇴치의 뿌듯함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 우연히 케니스와 마주쳤다.
============================ 작품 후기 ============================
핫! 헛!
헐리웃액션(안 맞았는데 맞은 척)은 라테가 훈련없이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
불쨩한 아이언 "~" 저는 저렇게 머리빈 귀요미(?)가 좋아여. 쓰기 쉬움 > <
+
(막내가 카톡으로 베개인듯 아닌듯 정체모를 분홍색 포장지의 솜뭉치를 껴안고 있는 사진을 보냄)
막내: 이거바
막내: (사진)
막내: 감자밭에서 대왕감자 캐고 좋아하는 순박한 시골처녀 같지않음?
나: ㄴ
나: 어장 물고기한테 선물받고 좋아하는 된장녀같음^^
막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내: 들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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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먹방후기는 (언제 이런게 생겼지) 바로 베이그루!
베이그루 전문점에서 베이그루를 먹어봐뜹니다 '-' (※주-올바른 명칭: 베이글)
어니언 베이그루 + 게살듬뿍(???)크림치즈
"-"
맛있네여..? 다음엔 매콤한(!) 크림치즈와 조합해서 먹어보게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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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네레시스0님, 라프니아님, 블랙니트님, sillyswan님, 띰타파님, cocomake님, 소루윤님, soulover님, 오렐리님, 세멘님, 김에밍님, 김블리님, 요레몬콩님, 할수없군님, I라니I님, 므라고라님, 조화옹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3♥) 이거슨 스모키화장을 한 엘리아냥이 뻐뻐를 날리는 모습이다.
♥3♥) 우~~~~~~~~~~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