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경하는 들러리양-68화 (68/100)

00068  7. 악역은 네 이년! 하고 웁니다  =========================================================================

난 떴따 떴다 비행기를 치기 시작했다.

떴-따 떴따 비-행-기! 날아라-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딴!

“ …….”

“ …….”

“ 끝이랍니다.”

끝이고 나발이고 시작이나 했었냐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나는 그런 면면들에 대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던졌다.

“ 이런이런, 앵콜을 원하시는 눈빛들이 너무나 뜨겁네요. 정 그렇다면 한곡 더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다음 노래는 개나리였다.

나리 나리 개-나-리-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봄나들이 갑니다! 따란.

“ 끝났답니다.”

“ …….”

“ …….”

“ 어머, 이 만족을 모르는 욕심꾸러기들!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에요?”

반짝반짝 작은 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서쪽하늘 에서도- 동쪽하늘 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따라란.

“ 휴, 세 곡이나 연주했더니 좀 힘들…….”

“ 지금 뭐 하는 거죠?”

새된 목소리가 앙칼지게 내 소회를 잘랐다. 연주를 마친 소감을 미처 한 문장도 끝맺지 못하고 말이 끊긴 나는 날카로이 눈을 치뜨고 있는 핑거즈에게로 앉은 자세에서 시선을 주었다. 이벨린 때보다 더 빡친 듯 얼굴색이 아주 시뻘겋다. 아 갑자기 그 대사가 생각나네. 나…난 토마토지롱!

“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건가요?”

“ 네? 장난이라뇨?”

나는 무슨 말인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이리저리 갸웃거렸다. 순진무구를 넘어 그냥 백치 같을 내 모습에 핑거즈가 분노를 업 시켰는지 부채를 파들거린다. 오 혈압 올리기 재밌당. 쟨 반응이 진짜 즉각적이네.

“ 왜 그러시나요?”

“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건가요! 장난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따위 연주를…!”

“ 아아.”

“ 하, 이제야 알아들었,”

“ 으읏, 손목이…….”

역시 이럴 땐 아픈 척. 난 그대로 침통히 눈을 내리깔며 자연스레 손목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안녕, 연기웨건? 이제부터 연기웨건의 무대가 시작됩니다! 최근에 불의의 사고를 겪은 손목환자, 나와 주시죠!

“ 죄송해요. 실은 얼마 전 승마수업 도중 낙마를 하는 바람에 손목이 부러졌었거든요…. 얼추 완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나 봐요. 건반 위에 손을 올리는 순간 갑자기 통증이…….”

“ ?!”

“ 연주를 포기하자니 핑거즈 영애께서 기껏 요청까지 해주셨는데 차마 그럴 수가…. 나름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이렇게 형편없는 연주밖에 들려드리지 못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영애. 영애께서 화내실 만도 해요. 다 저의 잘못이에요.”

마법의 문장이 등장했다. ‘다 제 잘못이에요.’ 그리고 이쯤에서 처량하게 어깨를 떤다!

“ 억지로라도 손목을 움직였어야하는데…정말 죄송……흐흑.”

“ 아, 아니.”

내 혼신의 연기에 핑거즈가 당황한 기색으로 주춤거렸다. 고작 말 몇 마디에 핑거즈는 돌연 사정도 모르면서 환자에게 막말한 무도한 사람이, 나는 알고 보니 힘없고 안쓰러운 다친 피해자가 되었다. 원래 이런 건 먼저 불쌍한 척 하는 사람이 장땡이지! 난 속으로 혀를 날름 내밀면서 겉으로는 천하제일 불쌍대회에 나온 사람처럼 애처롭게 고개를 떨궜다.

“ 뭐라고 화를 내셔도 할 말이 없어요. 달게 받을게요. 흑, 하지만 저는 정말로 장난을 하려던 건….”

“ 돼, 됐어요. 그냥 넘어가죠.”

결국 핑거즈는 내게 더 이상 뭐라 따지지 못하고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솔직히는 ‘엑스레이!(?) 엑스레이 가져와 봐! 시방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안 배웠냐? 네 년의 손모가지가 멀쩡하다는 것에 옆 사람 십이지장을 걸 수 있어!’하고 외치고 싶을 핑거즈의 내심이 눈에 훤했지만, 내 영혼을 담은 연기는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이미 훌륭한 한명의 환자로 거듭난 내게 추궁을 더해봤자 그건 합리적인 의심은커녕 핍박이나 될 뿐이다. 얘 그러게 왜 가만있던 나한테 연주를 시키고 그래. 바보 같은 가시나.

와 근데 이거 먼 옛날 당하는 입장이었을 땐 죽빵 갈기고 싶더니 내가 하니까 꿀잼이잖아? 후우, 역시 인간이란….

“ 손목을 다쳤었어요?”

피아노를 떠나 다시 구경꾼의 자리로 회귀한 내게 이벨린이 물어왔다. 나는 그 순진한 질문에 대답대신 조용히 웃음만 지어주었다. 언니 지금 그거 말 못해줘요. 묻지 말아욧.

그나저나 핑거즈가 정말로 내가 한 연주를 그대로 따라 쳐줬어도 재밌었을 텐데. 만약 그랬다면 난 온 마음과 열과 성을 다해 그녀에게 리액션을 선사했을 것이다. 파티장 중앙,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이의 손놀림을 통해 연주되는 떴다 떴다 비행기, 개나리, 작은 별. 거기에 피아노 건반이 한 개씩 눌러질 때마다 소스라치게 몸을 떠는 방청객이 하나. ‘엑셀런트! 퍼펙트! 최고! 정말 완벽해요! 환상적인 솜씨예요! 아아, 이것은 내 인생 최고의 떴다 떴다 비행기! 최고의 개나리! 최고의 작은 별! 전율이 몸을 타고 흐른다…!’ 하며 박수를 쳐대면 핑거즈는 또 휩싸이는 알 수 없는 분노에 빡침포인트를 적립하겠지. 즐겁구나.

상상하던 도중 우연히 핑거즈와 눈이 마주쳤다.

‘ 앗!’

망가짐과 안 망가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던 그녀의 머리스타일이 잠깐사이 결국 망가짐 쪽으로 기울어져있었다. 우왕 파인애플.

*

페리도트의 출격 전 비중 없는 엑스트라 악역들이 열심히 이벨린에게 깔짝대는 시간은 그 뒤로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나는 여주인공의 옆자리에서 그 깔작거림들을 열심히 구경하다가, 어느 순간 똑같은 래퍼토리 하나가 반복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얘네 이벨린 물 먹이려다 실패하면 나한테 눈 돌려!’

그랬다!

처음에는 핑거즈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그녀의 뒤를 이은 다양한 악역 엑스트라들은 하나같이 ‘이벨린한테 시비-> 막힘-> 분노-> 주변 탐색-> 나 발견-> 만만해보임(!)-> 시비’ 이 루트를 타기 일쑤였다. 아니 왜! 나는 남주인공이 바로 지척에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주인공한테 물을 끼얹을 정도로 시야가 좁은 그녀들이 어떻게 나를 찾을 때만 탐색력이 그리 높아지는지 의문이었다. 내가 씨 그런 짓까진 안하려고했는데 커튼 뒤에 숨어있다가도 들켰어! 이벨린 건드릴 땐 유명한이던 것들이 왜 나 찾을 때만 코난이고 난리야?

다행히 아직까지는 악역언니들이 핑거즈마냥 시비인 듯 시비 아닌 시비 같은 귀여운 싸움만 걸어오거나, 이벨린을 도와주러 나타난 물고기가 나도 함께 덤으로 건져주거나 한 덕분에 내게 실질적인 피해가 전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엑스트라 악역들 중에서도 입만 조잘거리는 온건-나불파, 손을 마구 치켜 올리는 급진-번쩍파가 따로 나뉘지 않겠는가. 그 중에 후자만 갑자기 막 대거 등판하면 어떡해! 내 뺨의 순결!

‘ 내 몸은 내가 지킨다.’

나는 특훈의 때가 왔음을 실감했다. 막연히 언젠가 하게 되지 않을까 짐작만 했던 그 훈련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시간!

각오를 다진 내가 에슐라를 불러 앞에 세웠다.

“ 으음.”

“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가씨?”

에슐라는 신장이 작았다. 나도 작은 편이라 이벨린이나 황녀에 비해 반 뼘 정도 아래의 공기를 맡고 살았는데, 애슐라는 그런 나와 재어도 다시 반 뼘이 모자란 키였다. 160중후반대의 이벨린이 딱히 큰 것이 아니라 평균언저리인 것을 생각하면 에슐라는 평균키에서 무려 한 뼘이나 작은 것이다.

‘ 안 되겠어.’

쿵짝은 잘 맞춰주겠지만 신체적 조건상 특훈에 적합하지가 않았다. 나는 선 채 고심하다 퍼뜩 꽤 괜찮은 다른 대상을 떠올렸다.

“ 릴리 지금 바쁠까?”

“ 릴리요?”

생각하듯 눈을 한 바퀴 굴린 에슐라가 곧 ‘아닐걸요!’하고 대답해온다. 나는 마침 잘 됐다며 릴리를 방으로 불러다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에슐라가 쪼르르 방을 나선 잠시 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들어와!”

“ 부르셨어요?”

“ 응. 부탁할 게 있어서.”

난 방 한가운데에서 릴리를 마주보고 섰다. 정면에서 봤을 때 시선이 코언저리쯤. 음, 딱 좋군.

신장의 적절정도를 가늠한 내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특별훈련을 할거야.”

“ 특별…훈련이요?”

“ 그래.”

어리둥절한 얼굴의 릴리에게 난 대강 훈련의 방식과 목적을 설명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릴리가 눈을 깜빡 크게 뜬다.

“ 그런 훈련까지 해야 해요?”

“ 냉혹한 사교계의 세계!”

정확히는 여주인공 옆에 붙은 조연의 세계겠지만. 나는 재차 릴리에게 훈련의 목적과 이유를 강조했다. 이건 다 내 가녀린 육신과 멘탈의 무사한 안녕을 위해서란다. 잠시 동안 놀란 기색을 유지하던 릴리는 이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라도 괜찮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릴리의 비장한 태도가 든든하다. 난 흡족하게 웃었다. 훈련의 앞날에 순풍이 부는 것 같았다.

“ 그럼 시작할까?”

“ 네!”

“ 어디한번 천-천히 들어와 봐.”

“ 넵.”

그리고 머지않아 두 사람의 공방이 만들어내는 가열찬 단련의 열기가 실내를 뒤덮기 시작했다. 숨소리들이 거칠다.

“ 좋아, 이 각도! 감 잡았어!”

“ 다시 갈까요?”

“ 응. 방금은 하프스윙이었지? 이번엔 풀스윙으로!”

“ 네!”

열띈 단련의 중심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을 이루어냈다. 비록 더딘 속도였지만, 분명 전과는 달라져가는 스스로의 움직임이 생생히 느껴지고 있었다. 좋아, 이대로 성공적인 강화까지 간다!

“ 더 빠르게!”

“ 하앗!”

“ 더 세게!”

“ 합!”

“ 그렇지, 연속으로!”

“ 이얏!”

“ 이번에는 변칙공격!”

“ 이야압!”

훈련은 해가 저물 때까지 초심을 유지하며 세차게 이어졌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훈련을 간신히 마무리한 그날 밤,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시체처럼 침대 위로 자빠져야했다.

‘ …해냈다…….’

힘든 와중에도 입가의 미소가 떨어지질 않는다. 특훈은 성공이었다.

============================ 작품 후기 ============================

쟤네 뭐하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훈의 정체와 성과는 > < 다음편에!

+

라테는 피아노를 그럭저럭 칩니다. 처음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치려다 아냐'-'a 기왕 하는 거 핑거즈를 빡치게 해보자 '-'! 해서 동요삼대장을 쳤다고 합니다☆

++

(가슴아픈 이별을 겪은 막내)

막내: 나 남친이랑 깨질거야..

아빠: 유후! (덩실덩실) X2

~얼마 뒤 친척들과 함께 한 가족여행(엘리아냥 불참)~

막내: 나 깨져떠!

(마침 술판이 벌어지고 있던 펜션 거실)

다들: 워후~~!!!~~~이야 축제다아!!!~~~마셔마셔

아빠: (어깨춤)

다들: 건배해 건배 짠!!

아빠: 이야 신난다!!!~~우리딸 효녀야 효녀 어휴 기분좋아~~~~

외삼촌: 막내야 너 근데 나중에 후회 할 수도 있어

외삼촌: 남친 걔가 너 붙잡을 수도 있어

아빠: 야 조용히해라 죽여버리기전에

막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해들은 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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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비행기 들어봤어요!

"ㅁ"b 저 지금 자꾸 반복재생 중...."ㅁ"d 허어어어

++++

지난화 줍줍한 이모티콘(해햐님): 아윈보고시퍼여 :;(∩´﹏`∩);:

기여워...."-"

:;(∩´﹏`∩);: 우잉잉....아, 아윈 등장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앞당겨 보게씀미다. 이모티콘이 너무 귀여워서 앞당겨야 할 거같아 "=" 아윈이새꺄텨나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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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니아님, soulover님, fbehr님, 예뿡님, 슈렌러브러브님, 0네레시스0님, 소쏘댕님, 기블리님, 구미졜리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۶்ิ౪்ิ)۶่♥ 이거슨...사랑♥ 매지커루☆사랑☆

아. 초콜렛 피자는 어ㅓㅓㅓㅓㅓㅓㅓㅁ어ㅓㅓ엄청 초코 맛이 진한 따뜻한 빵 같았어요!

다음엔 뭘 먹어보고 후기를 쓸까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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