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경하는 들러리양-65화 (65/100)

00065  6. 에이레네의 밤: 저잣거리  =========================================================================

“ 한층 지적으로 보이네요. 참, 오늘 무도회는 어땠어요?”

“ 그건 말이죠.”

질문을 받은 비숏은 기쁜 듯 시무룩한 듯 그 사이쯤에 서서 내게 무도회 감상기를 늘어놓았다. 자작저로 함께 들어가면서 들은 이야기는 우선 회장에 눈부신 미인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 그래서 매우 들떴으나 마음 아프게도 그중 누구와도 춤을 추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내일 무도회에는 참석을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볼 때는 백퍼센트 내일도 참석할 것 같았다. 비숏, 너란 노안…미녀밖에 모르는 노안…. 그래, 내일은 꼭 춤을 추렴. 파이팅!

방 안으로 들어온 후에는 옷을 갈아입고 데운 물로 몸을 씻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해주는 에슐라의 손길과 함께 릴리와 방앗간네 챔시의 장황한 데이트 스토리-둘은 손만 잡았다고 한다-를 듣다, 나는 어느 순간 비몽사몽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이 들었다.

‘ 으으음…!’

챔시의 이야길 들어서 그런가 꿈에 곡시그가 나왔던 것도 같았다. 으아아…내 신성한 꿈에서 꺼져……. 으윽.

*

좋지 못한 아침이었다.

“ 기침하셨…어머나! 에슐라 얘가 어디 있더라.”

간만에 파격적인 형상을 하고 있는 승천 갈구 머리스타일은 그렇다 치고, 난 눈을 뜨자마자 베갯맡에서 영 찜찜한 사실 하나를 불쑥 떠올려야 했다. 덕분에 기분이 참 상쾌하지가 모태. 나는 피곤하기도 피곤하고 덤으로 신경을 건드리는 사실을 곱씹으며 조식으로 나온 풀떼기를 포크질했다.

어제 축제에서 이벨린을 만났을 때 왠지 뭔가가 빠진 것 같다 느꼈던 이유가 오늘 아침에서야 뜬금없이 생각이 났다. 미세하지만 어째 있어야 할 게 없었던 듯한 허전한 느낌. 그건.

‘ 왜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았을까?’

에이레네의 첫날밤 난 무도회에서 꽤나 강렬하게 퇴장을 했다. 샴페인을 뒤집어쓴 채로 바닥도 구르고, 소리도 지르고. 심지어 그걸 죄다 이벨린의 눈앞에서 벌였다. 그렇게 인간의 존엄성을 잃은 대단히 엉망인 몰골로 인사도 없이 폭풍처럼 헤어지고 그 다음날 축제에서 첫 재회를 한 마당이었다.

‘ 보통 묻지 않나?’

나 같으면 궁금해서라도 물어볼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까지는 개인사겠거니하는 배려의 차원에서 넘긴다 하더라도, 괜찮은 거냐는 말 한마디 없는 건 솔직히 의아했다. 이벨린이 그렇게 무심한 성격이었던가? 아닌데. 거 기분 묘하네.

물론 황태자나 아윈으로부터-별로 상상은 안 가지만-걔 내가 봤는데 멀쩡하더라하는 안부를 전해 들었을 가능성도 있기는 했다. 뭐, 그렇겠지. 사실 이거 오래 고민한다고 해서 뭔 답이 나오는 주제도 아니고. 음…그래! 생각 그만하자!

나는 빠르게 생각을 멈췄다. 후식 맛있네 냠냠.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게 머리를 비운 나는 식후산책이나 할 겸 저택 한 바퀴를 빙 돈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어 발을 디디자마자 침대 맡에서 강한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는 인형과 눈이 마주친다. 아 잠만.

저거 진짜 어쩐담…….

난 한숨을 한번 푹 쉬고 인형을 집어 들었다. 사람처럼만 생겼어도 내가 많이 예뻐해 줬을 텐데. 얘, 너도 아니? 넌 정말 중구난방이란다 얘. 너의 눈은 이 맑은 세상을 담기엔 너무 따로따로 붙어있어! 따로따로 땃-따따 붙여놓고 땃-따따.

“ 아가씨, 그건 뭐예요?”

노크와 함께 방을 정리하러 들어온 에슐라가 내가 목덜미를 잡은 채 들어 올리고 있는 인형을 보더니 묻는다. 웬 인형이냐는 눈빛에 나는 말을 조금 고르다가 체념과 함께 대답했다.

“ 나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모셔줘….”

흑흑흑.

에슐라는 고개를 슬쩍 갸웃하더니 이내 씩씩하게 알겠다며 응답했다. 그러더니 방 정리를 끝낸 후 다가와 인형의 머리털을 손보기 시작한다.

“ ?!”

노란색 털 뭉치가 진정한 머리카락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머리털이나마 정상수준으로 탈바꿈한 인형의 조신한 자태를 보며 새삼 에슐라의 특출 난 재능에 감탄했다. 굉장한 아이…! 미용실천재 박수를 드려요. 짝짝짝.

덕분에 인형에 대한 애정도가 약간 올라갔다. 나는 ‘눈코입 따로따로’를 줄여 ‘눈따따’라는 이름을 인형에게 붙여준 뒤 그것을 선반위에 장식마냥 잘 올려두었다. 좋든 싫든 이제부터 아윈이 건망증이나 돌연사를 겪기 전까지는 함께 지내야할 테니까. 후, 잘 부탁한다 눈따따!

눈따따에게 인사를 건네고 난 재차 방을 나왔다. 축제는 날이 진 후에야 시작된다. 원작 에피소드도 밤이 되어야 벌어질 테고, 나는 그 사이의 잉여시간동안 스크롤 가게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마탑행 이동스크롤은 얼마정도 하려나? 마차로 3일 거리니 어마무시하게 비쌀 것 같은데. 난 내가 사야하는 품목의 가격을 어림짐작하며 부엌으로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 성장기 비숏이 팝콘을 한가득 입에 주워 넣고 있었다. 톡톡 두드려 방문해야 할 곳이 있다고 하자 알아서 외출할 채비를 한다. 아 편하다…. 비숏 반납하기 시렁, 흑흑. 단언컨대 텔레포트는 가장 완벽한 마법입니다.

“ 으아이고.”

“ 괘, 괜찮으십니까?”

멀미 빼고.

매번 느끼는 건데 정말 딱 하나 멀미가 아쉽다. 낮술 한 것도 아닌데 머리가 핑핑 도는 것에 난 선 자리에서 눈을 여러 차례 감았다 떴다. 비숏의 설명에 의하면 내가 몸에 지닌 마나와 마법이 발현될 때 몸 외부를 감싸는 마나가 서로 차이가 심하여 그 간극 때문에 신체에서…어쩌구저쩌구, 라는데 길게 얘기했지만 결론은 내가 허접이라서 어지럽다는 소리였다. 크윽…! 서러운 세상. 나도 마음 같아선 넘치는 마나로 정령왕 같은 거 막 소환하고 싶고 그렇단 말야. 정령계의 노란 사신 그런 거 하고 싶다구! …그건 좀 아닌가.

“ 헉! 라테님 굉장하시군요. 도, 돈이 많으십니다.”

서러웠던 기분은 스크롤가게에서 엄청난 고액을 선뜻 지불하는 내 모습에 비숏이 우러러보는 눈빛을 보내는 것으로 상당수 해소되었다. 응, 그래. 역시 돈이 짱이지. 이것이 돈의 맛…! 할짝.

저택으로 돌아온 비숏은 연달아 두 번의 텔레포트를 쓴 탓에 다소 기력이 빠진 듯 희게 질린 얼굴로 도로 팝콘을 찾아 사라졌다. 오호라, 나중에 우리 팝콘가게의 호구…아니 우량고객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군. 나는 저녁까지 그가 알아서 쉬도록 내버려두고 방에 들어와 체력을 장전했다. 말이 장전이지 꼼짝도 안하고 뒹굴 거렸다는 게 맞지만. 나는 오늘 밤 품에 안고 섭취할 팝콘을 위해 식사를 대부분 풀떼기로 하는 고행까지 감내했다. 허어어 이것이 바로 강제 자연인이 되는 맛이로구나!

“ 아가씨! 곧 나가실 거죠?”

달이 뜨는 건 금방이었다. 나는 어느덧 어둑해진 창밖으로 시선을 주며 에슐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릴리 대신 제가 나가놀 차례라던 에슐라는 채비를 전부 끝낸 채 기대감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래, 같은 목적지니 출발하는 김에 에슐라도 데려다줘야겠다. 나는 그녀에게 함께 이동하자고 얘기한 후 비숏을 불렀다. 부름에 팔랑팔랑 뛰어온 비숏이 나와 에슐라가 나란히 서 있는 걸 보곤 멈칫한다.

“ 혹시….”

“ 같이 출발할까 해서요.”

비숏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엄…설마 이거 무리? 세 명은 안 되나? 빤히 올려다보자 비숏이 갈등의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머뭇거리는 게 보였다. 바로 못한다고 하진 않는 걸로 봐서 할 수는 있는 것 같은데.

“ 비숏.”

“ 예?”

“ 한계에 도전해보아요!”

그렇게 나는 비숏을 멋대로 한계에 도전시켰다.

“ 꺄악! 우와, 엄청 신기해요, 아가씨!”

“ 고마워요, 비숏. 고생 했어요.”

“ 아, 아닙니다….”

원치 않은 도전을 해낸 비숏은 많이 힘든 것 같았다. 앗, 약간이지만 양심이 좀 따끔거리는 것도 같은걸. 나는 비숏을 위해 황성까지 가는 가능한 좋은 마차를 불러주었다.

에슐라는 원래부터 가고 싶은 곳들을 정해놨었는지 거리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작은 몸을 쪼르르 움직였다. 난 생쥐처럼 멀어지는 에슐라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슬슬 내 목적지를 찾았다. 그러니까 오늘 예정된 에피소드가….

“ 작년에는 누가 우승했었지?”

“ 튤리브. 그 왜 꽃집가게 아가씨가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불러서 일등을 땄었잖아.”

“ 맞아맞아. 2등한 아가씨도 굉장히 예뻤는데, 노래에서 좀 밀렸어.”

“ 이번에도 가창을 중점으로 보려나?”

그래! 바로 저거였다. 나는 마침 지나가는 행인들의 대화에 아닌 척 귀를 기울기며 정보를 줍줍 긁어 챙겼다. 에이레네의 세 번째 밤, 저잣거리의 축제에서 열리는 ‘여신을 뽑는 대회’. 다름 아닌 금일 이벨린이 참가해 매력을 뽐내게 될 경연장이었다. 처음 그녀는 가면을 쓴 채 무대 위로 올라가지만, 노래의 클라이맥스부분에서 우연찮게 가면이 벗겨짐으로써 온 관중들의 앞에 미모를 드러내게 된다. 갑작스레 얼굴이 노출되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노래를 완곡하는 여주인공. 박수갈채를 받으며 퇴장한 그녀는 이내 당연한 수순처럼 대회의 우승을 뜻하는 ‘여름의 여신’ 타이틀을 획득한다.

작중에서 이벨린은 노래실력이 뛰어나다는 설정이었다. 달빛을 받으며 유명 음유시인이 작곡한 아름다운 곡조를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에, 지켜보는 세 물고기들의 심장이 새삼스레 두근거릴 만큼. 타이밍 좋게 원작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세 남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벨린에게서 고아한 달의 여신을 겹쳐보았다.’ 크으, 달의 여신! 얼마나 예쁘면!

나는 원작을 읽을 때 나름 집중해 상상했었던 장면을 곧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떴다. 설레어라 얍! 그러고 보니 사회자언니의 가슴이 대단한 다이너마이트라는 묘사도 있었던 것 같은데. 하아하아 그것도 볼 수 있는 건가!

“ 참, 대회 시작할 시간 다 되어가지?”

“ 그래, 이럴게 아니라 얼른 가자구!”

웬일로 지금 난 운도 좋았다. 대회장의 위치를 모르니 길을 물어서라도 찾아갈 계획이었는데, 지나가던 행인 서넛이 알아서 목적지를 떠들어대며 앞장서고 있었다. 나는 내 볼일을 보는 척 그들을 졸졸 뒤따라 회장까지 함께 이동했다. 오 이거 자동 네비게이션. 개이득.

그리고 곧이어 도착한 목적지, 난 인파속에서 발을 멈췄다.

‘ 자, 잠깐.’

문제가 있었다.

‘ 안보여!’

무대가 너무 멀었다. 어? 아니, 진짜 엄청나게 멀리 있는데. 난 당황해서 계속 몸을 기웃거렸다. 인파 때문에 내가 나아갈 수 있는 한계는 딱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근데 무대가 개미만 해.

“ 어라?”

나는 급속도로 혼란에 빠졌다. 엄청 일찍 왔어야 하는 건가? 하지만 물고기들도 나보다 늦게, 거의 대회가 시작하고 나서야 도착할 텐데? 그럼 걔네들은 이 거리에서 무대 위의 이벨린을 보며 달의 여신이 어쩌고 했단 말이야? 그야 물론 초인들이니 시력하나는 엄청나게 좋을 테지만, 아무리 그래도…이, 이건 좀.

현재 이 자리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건 그야말로 점이었다. 웬 점들이 좀 더 큰 점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으아니 잠깐만요! 이게 무슨 기대 박살나는 일이야! 꼭 봐야하는데, 사회자 언니의 가슴…이 아니라 여주인공의 매력발산!

당황 가득한 몸짓으로 열심히 기웃기웃만 반복하던 내가 도저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넋을 놓을 무렵이었다. 점프를 해봐도 당연히 아무 소용이 없다. 와 이런 건 진짜 생각도 못했는데….

“ 고객님. 이제 춤 다 췄어?”

============================ 작품 후기 ============================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루시퍼-☆ (그냥 갑자기 생각남)

+

Q. 개인지 내시나여?

A. 앗..아녓...

Q. 종이책은여?

A. 그건..나와여..나중에...(수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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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과 고모~

삼촌: 야 넌 어째 날이 갈수록 못생겨지냐 이제 명절에 오지마

고모: 머래^^ 오빠야말로 바지 좀 그만 내려입어

(삼촌의 특징: 허리가 길다)

고모: 어멋 내려입은 거 아니네! 미안~까르륵

삼촌: !

조카들: 푸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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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싶은 것들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어요. 조만간 이거 들고 뛰쳐나갈 듯.

초콜릿 피자...하악..이름만 들어도...하악"ㅁ"

++++

구미졜리님, 라프니아님, 0네레시스0님, pingno님, ii묘ii님, 잘린종이님, lalida님, 우아트님, soulover님, 띰타파님, 꽃달앙님, Yuiera님, po양갱wer님, Ddiroring님, 별난콩콩님, 할수없군님, 페트릭샤님, 불타는개아미님, GloryBox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0^)/ 아름다운 밤이에욧~ 홋홋홋..이 영광을~ 저에게 바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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