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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들러리양-63화 (63/100)

00063  6. 에이레네의 밤: 저잣거리  =========================================================================

그 발언에 황녀언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나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왜 저와…?”

그러게?

“ 그냥, 가는 동안이나마 전하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벨린이 꺼내는 이유를 들으며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기억이 맞다면 원작에서 이벨린은 저런 청을 받기만 했지 먼저 요구해본 적이 없었다. 물고기 셋을 필두로 난다 긴다 하는 주요인물들이 죄 알아서 미리 친해지자고 손을 내밀어대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늘 제자리에서 상냥한 미소와 함께 상대방의 접근을 허락하는 역할만 해왔었다. 그런데 여기선 황녀언니가 그런 포지션의 첫 예외가 됐네. 으음? 딱히 엄청 신기한 일까지는 아니었지만 의외이긴 했다. 황녀언니가 마음에 들었나?

“ 어머, 그런가요? 저야 괜찮지만….”

힐끗 올려다보는 여동생의 시선을 받은 론드미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렇겠지! 나는 황태자의 입가가 통제를 벗어나 씰룩거리지는 않나 유심히 관찰했다. 졸지에 황녀언니 덕에 물고기1은 뜻밖의 개이득을 얻었다.

그리고 물고기 2는…….

“ …….”

뜻밖의 핵봉변. 그래그래, 나를 달고 가는 것도 짜증났는데 심지어 나만 달고 가게 됐으니 그 심경이 오죽하겠어. 나는 금이 가기 직전인 케니스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쯧쯧, 그러게 누가 멍청이 운운하래 이 멍청이야.

“ 그럼 각자 출발하지.”

어딘지 승리자의 미소 같은 걸 매단 황태자가 이만 찢어질 것을 제안했다. 마차를 타야하는 나와 걸어가면 그만인 저쪽은 확실히 여기서 길이 갈리긴 한다. 나는 마음속 오만상이 점점 겉으로 드러나려 하는 케니스와 함께 황태자 일행에게 인사를 올리고 뒤를 돌았다. 아니, 돌려고 했다.

“ 아, 참.”

“ ?”

“ 에스반데 공, 엑트리 영애를 잘 부탁하지. 더불어 그녀의 쌍둥이 언니도.”

내 품 속 인형에게 눈길을 준 황태자가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아니 이놈이? 끝난 줄 알았더니 3절을?

“ 그리고 엑트리 영애.”

“ …예?”

“ 조만간 쌍둥이 언니의 저주를 꼭 풀 수 있길 바라겠네.”

4절까지? 이거 애국가냐?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멀어지는 황태자의 뒷모습을 보며, 주문을 넣은 금발벽안 인형이 도착하는 즉시 못질 전에 명치부터 몇 대 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건 저러한 황태자의 유치한 놀림에 기분이 조금 풀어진 것처럼 보이는 케니스도 마찬가지였다.

너네 둘 다 조만간 명치형이다 이것들아!

*

하마터면 큰 일이 벌어질 뻔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의 호승심과 쉬이 발끈하는 성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이 없으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호위대 대장의 매서운 눈빛이 절로 원인을 향해 내리꽂힌다. 제 실수를 인정하고 움츠러들어있던 신입이 그 책망의 시선에 어깨를 더욱 움찔거렸다.

‘ 죽을 수도 있었다. 아니, 그 영애가 아니었다면 필시 죽었을 것이다. 다들 알고 있는 거냐?’

크기는 속삭임이었지만 내용은 모두의 뇌리에 천둥처럼 울려퍼졌다. 호위대의 구성원은 하나같이 잊을 수 없는 아까의 순간을 떠올렸다. 은발에 붉은 눈, 소문이 무성한 마탑의 주인. 역대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마탑주의 발언에 성질을 참지 못한 신입이 감히 찰나였지만 살기를 흘렸다. 다소의 자만심도 포함되어있었을 것이다. 그들도 이 분야에서는 나름 내로라하는 천재로 대우받았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오히려 자신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행동에 불과했다.

너희를 지금 당장이라도 소멸시킬 수 있다.

그 의미를 담은 스산한 마나가 다섯의 목을 조였다. 그들은 순식간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 하나 까딱 못한 채 호흡을 억누르는 차가운 공기에 갇혀야 했다. 경고의 차원이었기에 손상을 입기 전 풀려났지만,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진짜 살의가 있었다면 전원이 몰살당하기까지는 단 몇 초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것을 깨달았다. 천재라는 이름아래 하늘과 땅이 있었다.

‘ 목숨이 문제가 아니다. 만약 우리가 그 상황에서 그대로 죽었다면? 그래서 차후 황녀전하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다면? 얼마나 끔찍한 사태로 번질 수 있었는지 이제 알겠나?’

호위대 대장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들에게 있어 황녀의 안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죽음으로도 감히 변명 할 수 없는 불명예였다. 대장의 질책을 듣는 호위대의 안색이 한층 침중해졌다. 무엇하나 사실이 아닌 말이 없었다. 그들은 전부 한마음이 되어 공통된 사항을 인정했다.

그 영애에게 대단히 큰 빚을 졌다.

그녀가 몸을 던져 마탑주를 막아주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자신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잔뜩 얼어있던 신입이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 이제부터 그 영애는, 아니 그분은 우리의 은인이다. 반드시 기억해라. 은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갚는다.’

낮은 어조에서 진심이 읽혔다. 말을 귀에 담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보다 더한 은혜를 입었으니 기필코 보답해야 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되었든.

어둠 속에서 다섯 명의 눈빛이 결연하게 빛났다.

*

기실 나라고 케니스와의 단둘이 함께하는 귀가길이 즐거운 건 아니다. 아 당연하지. 나는 단지 나를 거슬려하는 상대가 빡치는 게 짜릿할 뿐이지 그 상대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요만큼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상황이 오붓하다는 건 개뿔 아니지만.

“ 각하.”

“ …….”

“ 각하! 혹시 그 방향에 마차 대여소가 있던가요? 제 지식은 그쪽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습니다만?”

“ 걸어간다.”

이게 미쳤나. 우리 집까지?

마차로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걸어가겠다고 말하는 케니스는 그 흔들림 없는 등판이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성큼성큼 마차가 있을 법한 곳과는 정 반대의 길로 들어서는 발걸음은 또 어찌나 빠른지 나는 종종걸음으로 겨우 그를 따라잡고 있는 지경이었다. 아오 이 회를 떠도 맛없을 것 같은 물고기가? 이런 방법으로 나를 엿 먹이겠다?

유치한…! 치졸한…!

니가 그러니까 여혐이 안 낫는 거다 이 세상의 반이 곱선생인 헬 월드에 살고 있는 병 걸린 물고기야!

“ 방금 뭐라고 했지?”

“ 네? 제가 무슨 말을 했나요? 바람소리인가.”

촉은 또 좋아가지고.

나는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은 채 결단의 시간으로 들어갔다. 이대론 안 된다. 안 돼! 발바닥 터져! 그리고 저놈이 가는 방향이 제대로 된 길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나는 생각에 잠겨 점점 지쳐가는 걸음걸이의 속도를 늦췄다. 아 그냥 이대로 점차 멀어지다가 스크롤 찢어서 튈까. 진짜 사요나라 할까 걍?

그런 갈등이 발목을 잡고 늘어져 안 그래도 굼떠진 걸음속도가 거북이에 필적하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갈수록 인적이 드물어지는 길에서 별안간 비명소리가 터졌다.

“ 꺄아아악!”

이게 뭐시여!

갑자기 웬 비명? 놀라 고개를 들자 전방에서 누군가가 맹렬하게 가까워지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형체는 뛰는 걸 넘어서서 거의 이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뭐, 뭐야! 아무래도 저 사람이 비명의 주인공은 맞는 것 같은데…뜀박질이 어찌나 필사적인지 괴한 한둘이 아니라 알리바바와 40명의 강도단이라도 만났나 싶을 정도였다. 그 기세에 당황해 걷는 것도 멈추고 멍하니 앞을 쳐다보고 있자니 금세 여인이 차림새가 식별될 정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헐! 드레스? 저걸 입고 그렇게 뛰었어?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여인의 장렬한 외침이 귓가를 때렸다.

“ 각하――――!!”

…엉?

아니 잠깐. 네?

방금 누구요?

“ 각하!! 보고 싶었사옵니다!”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었다. 연달아 목 놓아 각하를 부르짖으며 가까워진 여인이 이내 케니스에게로 확 달려들었다. 세상에! 그리고 케니스가 그걸 피했다!

“ …하. 운수가 거지같군.”

중얼거리는 목소리엔 굉장히 짙은 혐오감이 배어있었다. 앗 나 저 목소리 아는데. 전에 맨 날 나한테 하던 거. 아니 그보다, 아무튼, 이게 무슨 상황이야? 나는 제자리에 굳어 돌아가는 광경을 황당한 기분으로 눈에 담았다. 설마 그거? …설마 저거 사생팬?

케니스 사생팬?

“ 각하, 피하지 마시옵소서!!”

심지어 제정신이 아닌 사생팬?

아무리 봐도 머리에 이상이 있는 스토커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인은, 풍성한 드레스자락을 나풀거리며 잘도 케니스에게로 계속 덤벼들었다. 그런 그녀의 공격(?)들을 요령 좋게 요리조리 피하며 케니스가 씹어뱉듯 말을 던졌다.

“ 지러브 크레이 영애. 이게 무슨 짓이지? 미친 건가?”

지러브 크레이? 그거 순서만 바꾸면 이름이 꽤나…. 아니 거기다 귀족이야?

“ 사랑하옵니다, 각하! 제발 소녀를 피하지 마시어요! 각하께서 저를 구해주신 그 순간부터 저의 몸과 마음은 모두 각하의 것이 되었습니다!”

“ 그딴 쓰레기 같은 거 받은 기억 없다.”

평소 같으면 말이 심하다고 여겼을 텐데, 저 지러브 어쩌고 영애의 행동을 보아하니 오히려 말로 하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인은 서릿발 같은 독설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던지기 바빴다. 와 진짜 장난 아니다. 사생팬 수준이 저건 무슨….

케니스는 용케 상대의 목을 날리지 않고 얌전히 어택을 피하고만 있었다. 드문드문 달빛에 드러나는 표정이 마치 벌레라도 씹은 양 일그러진 채다. 우와, 안 때리네? 아니 닿기조차 싫은 건가?

설마 이 와중에 상대가 명색이 레이디라고 참아주고 있는 거면……잠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내가 눈썹을 들어올렸다. 이 자식이 나는 죽이려고 했었잖아? 뭐냐? 이거 차별?

떠오르는 과거의 취급에 내가 눈앞의 상황을 대조하며 막 콧김을 뿜을 때였다.

“ …이년은 누구죠?”

이년? 뭐?

……나?

지러브 영애의 딱히 정상인스럽지 않은 시선이 내게 날아들어 꽂힌다. 나는 그 광년이의 것만 같은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마주하곤 깜짝 놀랐다. 엄마야 세상에. 그, 그래도 생긴 건 예쁘네.

“ 뭐야? 네년이 감히, 감히 각하를 꼬셔?!”

지러브는 정말로 눈이 돌아간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상태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물론 눈 돌아간 엑스트라 악역이야 여주인공에겐 툭하면 만나는 대상에 불과하겠지만, 공교롭게도 난 당연히 아니었다. 낯설다. 으아아 미친 언니 낯설어요!

이를 으드득 간 지러브가 돌연 내게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 아니 잠깐만요! 저는 그 당신의 각하를 꼬신 적이 없는데요?!

항변도 하지 못했다. 덮쳐드는 게 너무 갑작스럽다. 당황한 내가 이도 저도 못하고 눈동자만 열라 흔드는 순간이었다.

턱!

============================ 작품 후기 ============================

라테의 즐겁고 신나는 하루하루 ^~^/☆

라테: 엘리아냥을 주기자!

+

핵먼치킨 아윈짜응의 재등장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욤 > <

++

~명절 날 큰집에 올라가는 길~

(막내가 배고프다고 꿍얼거려서 가다가 보인 편의점 근처에 차를 세움)

엄마: 그럼 누가 갔다와?

막내: 아빠 ㅇㅅㅇ

아빠: 어휴 저 가시나가...뭐 사다줘?

막내: 나 치킨마요 아니면 전주비빔!

둘째: 전 사과주스요

아빠: 넌 내려

둘째: !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ㅉㅉㅋㅋㅋ나는 바나나우유

아빠: 너도 내려

나: !

막내: 꺄르륵

엄마: (익숙)

+++

오늘의 본죽은 불굴죽+치즈! 몹시 좋은 맛입니다 '▽'b 대신 조심히..드셔야함...(잘못 삼켰다가 울면서 기침)(목구멍 퐈이야)(진짜 퐈이야...)

++++

쏠라져님, 0네레시스0님, 겸댕쪽쪽님, 꼬마박쥐님, 임다규님, 구미졜리님, 띰타파님, saltstar님, 하나라쿠님, indu님, 라프니아님, 생자몽님, 은빛이상향님, 김블리님, 수성에서온이티님, 퍄님, 수상한손님님, 연이a님, Jeong25님, 에블링님, 네모지님, shinryu님, 효림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차곡차곡 모아서 언젠간 양파를 얹은 연어를..'ㅁ' 먹으러 가볼까나.."ㅁ"! (포부가 커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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