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경하는 들러리양-54화 (54/100)

00054  6. 에이레네의 밤: 저잣거리  =========================================================================

어젯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내 모습을 보고 기겁하는-기껏 예쁘게 꾸며서 보내놨더니 상태가-에슐라를 앉혀두고, 달래줄 겸 페리도트의 외모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주었다. 실크 같은 머릿결부터 천상의 이목구비까지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묘사하는데, 어느 순간 보니 에슐라의 옆에 비숏이 얌전히 앉아 똘망거리는 눈으로 설명을 함께 듣고 있었다. 그 얌전하고 다소곳한 자태에 반짝거리던 눈이란…. 다시 생각해도 웃기다.

사용인들과 두루 친해진 비숏은 에슐라와도 제법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점심 무렵 내 방을 청소하러 온 에슐라는 심지어 큰 소리로 비숏의 개인정보를 내게 전해주기까지 했다.

“ 마법사님 열아홉 살이래요!”

“ 푸헙!”

그리고 홍차가 탁자 위를 수놓았다.

“ 앗, 아가씨! 괜찮으세요?”

“ 아니…어, 응…. 나는 괜찮은데….”

비숏의 얼굴이 괜찮지 않았다.

방금 뭐라고…? 나는 에슐라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며 떨리는 동공으로 비숏의 생김새를 상기했다. 솔직히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거의 서른….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십대 후반 정도일거라 짐작해왔는데, 에슐라의 입을 통해 나온 실상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여기는 만우절도 없을 텐데 이게 웬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란 말이냐!

그새 말끔하게 닦은 탁자 위로 찻잔을 내려놓으며 난 들은 것을 도로 확인했다. 내 달팽이관이 잠깐 파업했던 걸 수도 있잖아? 안 그래? 자, 다시 한 번.

“ 비숏이 몇 살이라고?”

“ 열아홉이요! 저보다 세 살 많아요.”

“ 신이시여.”

남의 나이를 듣고 안 찾던 신까지 찾았다.

액면가 서른의 비숏이 알고 보니 열아홉이라는 사실은 내게 신선하다못해 펄떡거리는 충격을 선사해주었다. 나는 그가 마주칠 때마다 툭하면 입에 팝콘을 물고 있던 것을 기억했다. 그, 그럼 그게 다…한창 자랄 나이라서?

“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아니 작가한테 죄를 지었나.”

“ 네?”

“ 아냐. 그보다 그건 어떻게 안 거야? 비숏이 말해줬어?”

“ 제가 실수로 마법사아저씨라고 불렀거든요. 그랬더니 정정해주면서 알려주던데요?”

어떤 의미에선 에슐라도 참 대단했다. 비숏 애잔…….

나는 어쩐지 알아선 안 될 상대의 은밀한(?)개인정보를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되어 탁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침대로 자리를 옮겨 풀썩 주저앉자 바닥에서 발이 뜬다. 머릿속에선 비숏의 얼굴과 열아홉이라는 숫자가 사이좋게 빙빙 돌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 그만. 돌지 마 이것들아! 정신 사납게…미친 트위스트도 추지 마!

난 머리를 붕붕 저었다. 노안 말고 다른 좋은 쪽을 생각하자. 비숏이 보기보다-많이-어리다는 사실은 한편 그의 천재성을 나타내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마법 쪽에 자세한 지식이 없는 나도 그 나이에 그만한 실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막 엄청난 천재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범인의 재능은 아닐 것이다.

하핫, 뭐야 비숏 이 자식! 꽤 잘 나가잖아? ‘탑주님 무서워 히익’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잖아? 나는 비숏이 생각보다 마법천재에 가깝다는 사실만을 기억하기로 했다. 다른 면은 기억에서 그냥 지워주자. 나는 모른다. 비숏이 노안인 걸 몰라. 아이 돈 노우 히 이즈 노안…….

한참 마인드컨트롤 중인 나를 에슐라가 말을 걸어 두드렸다.

“ 아가씨, 오늘은 어디로 가실 거예요?”

탁자 위를 마른 천으로 훔치며 그녀가 다른 주제를 꺼냈다. 나는 새로운 이야기에 뭔 뜻인가 눈을 껌벅이다 이내 알아차리고 답을 위해 입을 열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오늘은 그야.

“ 거리!”

거리로 나갈 것이다. 금일은 에이레네의 두 번째 밤이었다. 황성의 무도회도, 저잣거리의 축제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열린다. 그리고 이날 이벨린이 등장하는 장소는 후자였다. 그럼 나는 찰떡처럼 따라가는 것이 인지상정!

이벨린은 오늘 조잡한 가면을 하나 착용한 채 저잣거리에 뛰어드는 일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물고기 셋이 우연 같지 않은 우연으로 뭉쳐 졸졸졸 따를 테지. 무도회에선 나타나지 않았던 케니스도 오늘 밤에는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한데 모인 세 놈들의 신경전이 절로 눈앞에 그려졌다. 볼만할 거야. 꺄륵.

원작을 똑같이 따른다면 축제에 참가한 로젤리아 황녀가 먼발치서 이벨린과 케니스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벌어져야 했다. 하지만 이쪽은 황녀가 워낙 시작부터 다른 노선을 타 놔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기실 최대한 케니스와 엮이지 않는 쪽이 황녀언니의 행복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불치병-여혐병-걸린 남의 물고기는 절대 노노. 차라리 엑스트라더라도 이웃나라 왕자님 같은 캐릭터와 깨를 볶는 방향으로! 오케이?

나는 황녀언니의 행복을 기원하며 다음번에 만날 때는 그녀에게 케니스 욕이나 마를 때까지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와 케니스의 사이는 요즘은 썩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물론 나 혼자만의 착각일 가능성 존재-, 그렇다고 그가 사랑의 대상으로 삼기에 썩 좋지 못하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뭐, 그냥 좋지 못한 정도겠어? 노답중에 상노답이지. 걘 안 돼!

“ 저도 내일 휴가내고 축제 구경 가기로 했어요. 오늘은 릴리가 챔시랑 축제에 같이 간대요!”

“ 챔시가 누군데?”

“ 큰길 건너 방앗간 집 아들이요.”

챔시. 어쩐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은 이름이었다.

난 에슐라가 탁자를 정리하는 동안 조잘조잘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응해주었다. 대체로 궁금하지도 않은 이 친구 저 친구들의 연애사가 다수였지만, 중간에는 쓸 만한 정보도 있었다. 작은 상단을 꾸려 떠났던 팝콘 마차가 이번 축제에 노점을 차렸다는 소식이었다. 잘됐다. 팝콘은 즉석에서 사먹어야지.

그 뒤로도 시간은 잘만 흘러 금세 기다리던 순간이 되었음을 알렸다. 슬슬 나갈 시각이다. 나는 지갑마냥 필수 템이 된 스크롤 뭉치를 품에 챙겨 넣으며 비숏을 찾았다. 내 이동수단 어디 갔어?

“ 비-.”

“ 저 여깄습니다!”

제대로 부르지도 않았는데 자동이다. 비숏은 어제와 복사+붙여넣기 수준으로 차려입은 채 복도 한복판에서 자긴 이미 나갈 준비가 다 되었음을 어필하고 있었다. 눈망울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초롱거린다. 나는 비숏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중후함과 몇 시간 전 알아버리고 만 그의 실제 나이가 주는 괴리감에 조금 흠칫거리며 평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고 보니 에슐라는 크게 놀라지도 않은 것 같던데. 굉장한 아이…!

“ 연미복 예쁘네요. 잘 어울려요.”

“ 하핫, 감사합니다. 라테님은 오늘도 눈이 부시십니다!”

축제에선 굳이 꾸밀 필요가 없는지라 대충 입고 대충 바르고 대충 땋아 묶은 나는 비숏의 아부에서 권력의 맛을 느꼈다. 꺄륵, 이것이 권력 성형.

“ 바로 갈까요?”

“ 옙.”

어머니께는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다. 걱정이 넘치던 여사께선 내가 외출에 비숏을 대동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매사에 안심이 되시는 눈치였다. 오늘도 축제에 다녀오겠다는 말에 ‘재밌게 놀으렴’이라는 짤막한 답만 주셨으니, 일장 연설로 걱정과 염려를 표현하셨던 작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변화라 하겠다. 마법사에 대한 그녀의 신뢰도가 생각보다 꽤 높은 것 같았다. 이거 쓸모가 쏠쏠한데…. 노동기간 늘리고 싶다.

나를 달고 저잣거리의 광장으로 텔레포트한 비숏은 막상 축제의 풍경을 눈에 담고 나니 마음이 흔들리는 듯했다. 날 내려줬으면 어서 황성으로나 갈 것이지 또 자리에서 머뭇거린다. 이왕 온 거 거리를 좀 구경한 뒤 떠날까하는 고민이 훤히 보였다. 나는 갈등의 기색을 드러내는 안쓰러운 비숏을 향해 마법의 주문을 꺼냈다.

“ 여기 아윈 올 텐데.”

효과는 굉장했다! 비숏이(가) 사라졌다!

나는 쏜살같이 멀어지는 비숏에게 손을 흔들어 배웅하고-안보이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챙겨온 가면을 꺼내 썼다. 귀족의 신분으로 축제의 이 행사 저 행사에 끼어들어 나대기엔 되도록 얼굴이 팔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이벨린도 아마 저택의 집사가 권하는 것을 순순히 받아 끼고 나왔을 것이다.

물론 물고기들은 그딴 거 없다.

난 걸음을 옮기며 매의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분명히 어딘가에 흔적이 있을 것이다. 아직 등장전만 아니라면 틀림없이 어딘가에 자취가…….

“ 트라! 괘, 괜찮아?”

“ 엑스, 나…이상해…. 네가 갑자기 사람이 아닌, 이상한 오징어로 보여…. 아아….”

“ 트라아아!”

찾았다!

부지런히 발을 놀리던 나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시력이상을 호소하는 장소를 발견하고 즉시 걸음을 멈췄다. 여기로구나! 아주 백퍼센트다. 누가 봐도 물고기들이 지나간 것이 명백한 광경이었다. 나는 방향을 바꿔 그 거리를 가로지르며 행인들의 상태를 샅샅이 눈에 담았다. 과연 초토화가 따로 없군. 여자들은 거의 전멸이었고 남자들도 몇몇이 이상증세를 호소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라테: 말 안들으면 아윈 부를 거야!

비숏: 히이익 8ㅁ8 히이이익 8ㅁ8

+

~오늘의 카톡창~

A: (일본에 있음) 나 옷사떠

나: 오오 얼만데?

B: 일본노 옷와 얼마 데스?? 궁금하다해 말해달라해

나: 엌ㅋㅋㅋㅋㅋ3개국어ㅋㅋㅋㅋ두개 더 추가하자

나: 세뇨라, 일본노 옷와 하우머치 데스?? 궁금하다해 말해달라해

B: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일본어는 뒤에 데스, 중국어는 해, 이탈리아어는 리타만 붙이면 되는듯? (막말)

C: ㅋㅋㅋㅋ이탈리아 가고싶다. A리타! B리타! 엘리아냥리타!

C: 이탈리아 남자를 잡으러 가자. 장총 준비ㄱㄱ

나: ㅋㅋㅋㅋㅋㅋㅋ가자가자

나: 내 것이 되어라!

나: 탕

나: 이탈리아남자: 왓더헬리타!

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 왓더헬리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구들 완결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ㅊ..최근에 계약했거든요(부끄)

일은 직장이 아니라 알바에 가까워서 쉬어도 괜찮답니다. 언제든지 원할 때 복귀가 가능하기도 하구요. 몇번 후기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나레이터모델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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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풀행사[email protected]ㅁ@ 여러분의 댓글러쉬에도 바로 올 수 없어서 슬펐어요..큽...크흑 8ㅁ8

미리보기는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무료 업데이트 요일은 주 3회 화, 목, 토 이렇게 일단 설정할게요! 00시 09분에 풀립니다. 월->화 넘어가는 자정 9분에 올라온다고 보시면 되어요!(다른 요일도 마찬가지) 편수가 쌓이면 날짜를 늘릴 계획이에요.

비축분은 1도 없어서 이제 겁나 써야해여..."ㅁ" 엉엉. 미리보기 편은 일단 쓰는대로 매일매일 업뎃합니다!

쓰는 속도가 워낙 느려서 (10키바 기준 4시간..이상.....) 편당 용량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을 듯해요 8ㅁ8 내용진행따라 '여기까진 쓰고 끊고 싶다!'하는 게 있으면 길어질 수도 있지만요. 편당 용량은 미리 확인이 가능하니까 결제 전에 확인하시고 결정하여 주세욥☆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미리보기는 프리미엄이나 노블처럼 전체유료가 아닙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전편 무료로 보실 수 있어여! >_ 학생여러분들 걱정 노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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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공지에 팬아트3 가 올라왔어요! 공지는 앱으로도 보실 수 있으니까(오히려 앱으로 보는 게 그림 크기가 일정해서 편하실 수도 있어요)많이많이 구경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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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령님, 가나다555님, 블랙니트님, 셀레네selene님, 됴됴새님, 밀키아님, soulover님, 요니G님, 河瑜님, 작은체온님, 0네레시스0님, 유소이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은 오늘밤 꿈속에 엘리아냥이 나타나 윙크를 날릴 것입니다...!

독자님들: 저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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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가 수정되었어요! 많이 갈았다능 '-')/ ~

하지만 새벽에 바꾼거라 또 나중에 마음에 안들면 다시 갈 수도 있어여! (?)

뭐..따, 딱히 읽어달라는 건 아니니까? 흥! (독자님: ㅅ발 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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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화 댓글

ahddl0610님: 비숏 신랑없는날에 집에 데려와서 밥해주고싶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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