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경하는 들러리양-35화 (35/100)

00035  4. 엮이는 물고기 세 마리  =========================================================================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는 바선생이 현존하지 않는 모양이다. 라테로 지내는 동안 내가 형광 똥을 싸는 별 해괴한 곤충은 봤어도 바선생을 영접한 기억은 없었다.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진 바선생님의 근엄한 더듬이 및 매끈한 등판 따위를 상상하다 나는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질렀다. 야수의 꽃이 최고시다. 지구 망했으면.

집게를 한 손에 든 채 가게를 나와 나는 크게 길가를 한번 둘러봤다. 잡화점을 한군데 더 들를지, 아니면 간단히 요깃거리를 입에 사 넣을지 하는 시답잖은 갈등이 내 발목을 잠시 동안 묶었다. 오색 지붕과 간판들이 제법 현란하게 수놓은 거리를 눈에 담으며 고심하다 나는 이내 배를 채우는 쪽으로 결정을 기울였다. 그래, 어차피 잉여시간도 꽤 남았는데 기왕 여기까지 온 것 길을 물어서라도 가장 잘 한다는 맛집으로 가자.

ㅡ는 그러지 말았어야했다.

“ …….”

나를 발견하자마자 조건반사처럼 찌푸려지는 고운 미간을 응시하며 든 생각이었다. 아 그냥 잡템콜렉터마냥 잡화점이나 전전할걸. 망했네.

내 인생 안녕.

“ 왜 여기에 있지.”

친절한 행인에게 안내받은 유명 맛집으로 발을 옮긴 참이었다. 가까워지는 건물에 함박웃음을 짓는데 마침 문이 열리고 식사를 끝낸 듯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물론 식당에서 손님이 걸어 나오든 기어 나오든 엑소시스트 코스프레를 하며 나오든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지만-엑소시스트는 조금 무서울 것도 같다-문제는 그 사람이 대단히 익숙히 인물이라는 데 있었다.

짜증이 고스란히 배인 남색 눈동자가 내 모습을 담는다. 하하, 케니스 안녕?

“ …음…, 그건 사실 제가 더 궁금하답니다. 각하께서는 왜 여기에?”

어색한 미소와 함께 대답하며 나는 도주로를 살폈다. 아니 왜? 왜 이딴 우연이? 상대를 엿 먹이겠다는 일념하나로 이벨린을 전투민족으로 만들어 돌려보낸 게 고작 어제였다. 목숨이 아까우니 한동안은 열심히 피해 다녀야겠다 다짐하자마자 다음날 외지에서 마주쳐? 허허? 처음 케니스인 걸 인식했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워 헛것인가 눈을 비빌 뻔했다. 여주인공 없는 외딴 지역에서 남주인공과 단둘이 조우라니, 조연에겐 과분한 이런 기적 같은 만남 사절이다. 주고 싶었으면 나 열 살 때나 주던가 이 미친 야수의 꽃.

“ 지겹군.”

“ …?”

케니스는 회답대신 뜬금없는 소릴 뱉었다. ‘죽어라’가 아닌 게 다행이긴 하지만, 지겹긴 또 뭐가 지겹단 건지. 지겹군. 잘생긴 게. 뭐 이런 거?

그리고 이어진 말에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 어떻게 알아내는 건지, 임무 때마다 빠지질 않아. 소름이 끼칠 정도다.”

“ !”

이, 이건.

사생팬이다! 사생팬 취급이 등판했다!

상황을 파악하고 나는 열 받으면서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팬미팅 하러왔다가 우연히 만난 놈에게 두 번째 사생취급을 당하는 건 충분히 열이 뻗치는 일이었지만, 칼 뽑으며 죽인다고 설치는 것보단 열 배쯤 유한 전개였다. 나는 케니스의 안색 및 안구를 뚫어져라 살폈다. 대략 읽히는 건 짜증, 귀찮음, 성가심, 한심함…아 열받네. 어쨌든 분노나 살의 비슷한 건 보이지 않았다. 어라, 왜 이렇게 평화롭지.

생긴 건 번듯한 케니스의 안면을 구석구석 살피다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어제 이벨린이 나를 찾아온 이후로 그녀와 만난 적이 없나보구나! 충분히 그럴듯한 가정이었다. 말하는 걸 보아하니 모종의 임무 때문에 에드지까지 온 듯한데, 전날 이벨린을 데려다주고 곧장 출발했을 가능성도 꽤 있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단 살았다.

목숨을 부지했으니 억울한 누명에 항변할 시간이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니 사생이 아니에요. 입을 열어 해명을 꺼내려했으나 그새 케니스가 기다리지 않고 멀어지는 게 보였다. 아니 저놈이. 점차 거리가 벌어지는 것에 나는 놓치지 않으려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 저기, 저기요! 공작 각하!”

씹혔다. 뭐 이럴 줄 알았지. 나는 그의 옷자락에 손을 뻗으려다 멈칫했다. 아니 잠깐, 굳이 손 댈 거 있나. 마침 여기에 이보다 더 적합할 순 없는 아이템이?

덥석.

“ …….”

케니스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제 옷을 잡아당기는 힘에 무시무시한 기색으로 뒤를 돌아보더니 이내 옷자락을 잡아챈 대상을 확인하곤 움직임을 그쳤다. 느낌이지만 동공이 흔들린 것도 같았다. 나는 그런 케니스를 향해 샐쭉 웃었다.

“ …이게 뭐지?”

뭐긴 뭐야. 쓰레기 잡는 집게지.

이걸 이렇게 쓸 줄이야. 구매한 나의 선견지명에 치얼스! 나는 대답대신 미소를 더하며 태연하게 나불거렸다.

“ 죄송합니다, 각하. 급히 붙잡으려다보니 그만. 하지만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다름이 아니라 작금의 만남에 대해 크나큰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 제가 반드시 시정할 부분이….”

주절거리는 와중 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것에 난 말을 끊고 눈가를 찌푸렸다. 뭐지? 방금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고개를 돌릴 때만해도 잔뜩 일그러져있던 케니스의 얼굴이 옷 주름 다리듯 점차 펴졌다. 가득하던 혐오감 같은 것이 씻겨나간다. …어?

“ 좋은 방법이군.”

“ …….”

“ 이건 좀, 마음에 들었다.”

네?

저게 무슨 말이야. 순간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케니스는 여성혐오증이었다. 원작에서 자세히 기술된 적이 없어 확실히는 모르지만 소문으로 추측하건데 아마 중증일 것이다. 이벨린을 대함에 하도 꺼림이 없어서-첫 만남부터 몸으로 받아주질 않나-거의 잊고 있었다.

이성혐오증환자는 이성의 신체와 접촉하면 질색을 한다. 그건 당연히 나도 안다.

난 당혹스러운 눈으로 케니스의 상의 밑단을 붙잡고 있는 철 집게를 내려다봤다. 절대 의도한 게 아니지만, 나는 그냥 상대를 바선생과 동급으로 대우해주려 한 것뿐이지만, 어쩐지 이해가 바탕이 된 한 배려를 건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어…….”

나는 급히 손에 힘을 풀었다. 집게가 물었던 것을 놓고 내 옆으로 늘어진다. 요상한 오해같은 걸 만들어낸 철 집게를 버리지도 못하고 손에 쥐고 난 말을 골랐다. 전혀 조금도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라 곧바로 뭐라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니라.”

“ 하고 싶다던 말이 뭐지?”

“ 네?”

“ 꼭 할 말이 있어 붙잡았다고 하지 않았나. 얘기해라. 들어 줄 테니.”

엄마야….

지금까지의 케니스의 태도를 생각하면 지금 발언은 마치 푸딩같았다. 나는 미친 듯이 어울리지 않는 케니스와 푸딩의 조합에 공포마저 느끼다 간신히 입을 뗐다.

“ 저 각하 사생…아니, 그, 따라온 거 아니라고….”

“ 그래.”

그래?

“ 믿어주지.”

충격적인 대답을 남기고 케니스는 할 말 끝났으면 가보겠다는 얼굴로 도로 돌아섰다. 나는 이번에는 점점 작아지는 뒷모습을 그냥 멀거니 쳐다보았다. 믿어준다 내뱉던 케니스는 무려 무표정이었다. 무표정! 나랑 눈을 마주했는데 눈썹 사이에 금이 없어? 미간이 반듯해?

“ 이게 뭐야.”

황당이 지나쳐 속마음이 입으로 나왔다.

============================ 작품 후기 ============================

오늘 비가와서 행사를 일찍 마쳤어요. 전지전능한 비님이시여...

+

구들이 만약 미연시라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아요.

케니스의 호감도가 10 하락했습니다.

케니스의 호감도가 15 하락했습니다.

더 이상 하락 할 호감도가 없습니다.

더 이상 하락 할 호감도가 없습니다.

더 이상 하락 할 호감도가 없습니다.

케니스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난이도 존내....

그래도 아윈은ㅋㅋㅋ비교적 쉬울듯 'ㅁ'? 황태자도ㅋㅋ

++

간달프 남주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니 뭔가 나오는 것마다 남주설 한 번씩은 도는 듯...몬스터 포함 무생물 포함 여자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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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 1차 여성캐릭 인기투표 진행중입니다! 설문참여 해주시면 머쨍이 (찡긋) 근데 앱으로는 참여가 안되는 것 같네요..?;ㅁ; 으앙...참여자가 많으면 작가가 뼈를 갈아서라도 빨리 올아올 거신데....(딜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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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미야용량이짜다님, 허롱님, QLT님, 리틀푸우님, yujiny님, qkrtjdus77님, 채꼬지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생일선물같은 느낌적인 느낌 XD ㅋㅋㅋ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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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의 끝에서도 꽃은 핀다' 꿀잼(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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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카페 베타테스트 기간이 끝나면 17세 이상부터 인원모집을 한다고 합니다☆ 나이제한이 하향되었어요 >.- 커몽! 커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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