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경하는 들러리양-34화 (34/100)

00034  4. 엮이는 물고기 세 마리  =========================================================================

아로브럭. 그는 대체로 운수가 나빴다. 식탁에서 미친 듯이 다리를 떨어대도 상대방이 ‘밥상머리에서 다리 떨면 복 달아난…에그머니나, 아로브럭이잖아! 달아날 복이 없지 참!’하며 입을 다물 정도로 그 수준이 심했다. 그가 꽃다운 나이 스물다섯에 65세 이상 통행세할인이라는 노인복지의 수혜를 받는 꼴이 된 것도 다 그놈의 운이 나빠서였다. 돌이켜보면 애초에 누나가 여섯이나 되는 집안의 막내로 태어난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이 인생은 그때부터 이미 글렀던 것이다. 그는 부모님의 바람으로 칠공주 역할을 해야했던 제 과거를 상기하며 때때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로브럭의 직업은 마법사였다. 그는 이쪽 계통에 전혀 소질이 없는 식구들과 달리 마법에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남들은 다 부러워할 그 재능 때문에 원하지 않던 절대노안을 얻어 50년은 늙어 보이는 영감이 되었으니 그놈의 재수없음도 참 어지간하다 하겠다. 저주로 인해 노인이 된 아로브럭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누나를 누나라 부르지 못하는-호칭하는 순간 파워 치매취급-괴로운 현실에 방황하다 마지막방법으로 마탑에 취직했다.

그렇게 마탑의 노예…아니 일원이 된지도 어언 삼 년째.

아로브럭은 성성한 백발을 얌전히 귀 뒤로 쓸어 넘겼다. 조신한 그 손길에 숨길 수 없는 잔 떨림이 그대로 묻어났다. 흘낏 눈을 들어 상석에 앉은 이를 곁눈질한 그가 티 나지 않게 울상을 했다. 집에 가고 싶다.

그와 비슷한 상태의 이들을 모아놓고 상석의 마탑주가 마리아 같은 미소를 지었다.

“ 뒈질 놈 알아서 기어 나와.”

천사의 표본 같은 얼굴로 상스러운 말을 뱉는다. 이곳에 모인 이들에겐 이제와 새삼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이유로 저마다 몸을 움찔했다.

말을 토하거나 앞으로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서로 눈치만 보는 적막함이 10초쯤 지났다. 아윈이 재차 웃는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예쁜 미소였다.

“ 그래, 한 놈 조지나 전부 조지나 그게 그거지. 좋은 결정이야.”

“ 비숏입니다! 비숏이 그랬어요!”

“ 마, 맞습니다! 비숏 그놈이 스크롤을 만들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내부고발이 쏟아졌다. 아윈은 빈 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열성적으로 동료를 고발하는 그들의 눈에 팔걸이에서 살짝 들린 아윈의 오른손이 들어왔다. 저 손이 허공에서 한번 휘둘러지는 순간 이 자리의 모두가 삼도천 단체관광을 떠나게 되리라. 출발 편도만 존재하는 여행은 사절이었다. 의리고 나발이고. 그들은 목청껏 이 사태의 원흉을 지목했다.

“ 비숏? 걔 지금 어디 있는데?”

“ 휴, 휴가 갔는데요.”

“ 어디로?”

“ 벼, 변방 영지로…간다는 것밖에….”

대답을 듣고 아윈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침묵이 다시 내려앉는다. 비숏이라는 상대의 막연한 행선지를 알린 이는 바짝 긴장해 눈만 데룩데룩 굴렸다. 이내 짧은 고민을 끝낸 듯 아윈이 손가락을 들었다.

“ 그래. 너희도 휴가 좀 다녀오자.”

“ 네?”

“ 이틀내로 복귀하고.”

“ 무….”

허공에서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어리둥절해하던 십 수 명이 자리에서 동시에 사라졌다. 아로브럭은 갑자기 휑하니 비어버린 제 주변에 헉 숨을 들이켰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간만에 불량스크롤이 나왔을 때부터 대충 예상은 했지만.

아윈의 손가락이 이번엔 저를 향했다. 아로브럭이 비굴하게 웃었다.

“ 요즘 연구 열심히 한다며? 기특해.”

“ 벼, 별 것 아니….”

“ 넌 특별히 하루.”

“ 망”

슉.

“ 할.”

낯선 풍경이 사방을 뒤덮었다. 둘러보지 않아도 귓가에 들리는 산새소리로 여기가 어떤 곳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아로브럭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다 힘없이 쪼그려 앉았다. 손바닥에 얼굴을 묻는다.

짐승이 사는 외딴 숲속. 보나마나 엄청난 변두리일 것이다. 야만족이 날뛴다는 광활한 산맥의 한 귀퉁이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디든 마탑과의 거리는 어마어마할 거란 사실이었다. 여기서 하루, 혹은 이틀 만에 도로 되돌아가야한다. 어딘지도 모르는 외지에서 그 짧은 기한 내에 마탑으로 복귀하려면 갖은 생고생은 기본에 마나또한 죽기직전까지 긁어 써야했다.

하자있는 스크롤을 생산한 것에 대한 연대책임으로 주어진 형벌이었다. 마탑에 몇 년씩 있었던 이들에겐 이미 유명했다. 그들끼리의 호칭도 있었다. ‘휴’, 반죽음으로 ‘가’버렷!

아로브럭은 처량한 눈물을 훔쳤다. 오늘따라 왠지 누나들이 보고 싶다.

*

“ 이거 얼마예요?”

에드지는 의외로 볼 게 많았다. 볼 거라고는 해도 온갖 잡동사니들을 모아놓은 잡화점 따위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시간을 때우기엔 충분했다. 나는 마침 눈에 들어온 철로 된 집게를 가리켰다. 1실버라는 답이 돌아온다.

으음, 살까.

내가 잡화점에서 동전지갑을 만지작거리며 이런 고민이나 하는 이유는 순전히 상대방 탓이었다. 명시한 시간에 맞춰 딱 도착했다고 생각했더니 만남회 참가 측에서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바쁜 사람-사실 딱히 바쁘진 않지만-불러놓고 시간낭비를 시키는 게 괘씸해서 그냥 돌아갈까도 했으나 파들파들 떠는 부크가 안쓰러워 기다려주기로 했다.

“ 이거 주세요.”

“ 고마워, 아가씨. 잘 가!”

푼돈이길래 홧김에 지른 집게는 사실 별 쓸모는 없었다. 꼭 족집게를 확대해 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옛날 김혜정이던 시절 종종 사용했던 쓰레기집게와 모양이 똑같은 것에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든 게 구매의 원인이었다. 이걸로 바선생-바퀴벌레. 격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단어이므로 이하 바선생으로 순화-시체 많이 치웠었는데…아련.

============================ 작품 후기 ============================

저 오늘 생일이에여! (뜬금)

+

간달프의 이름은 아로브럭 이랍니다^0^!

out of luck: 운이 없어; 운이 나빠서; 행운에게 버림을 받아

++

푸른이파리: ㅋㅋㅋ 작가님 야레야레도 그렇고 일본어를 많이 아시네요

> 저 영어도 잘해여'ㅁ' 히소카쨩 hot g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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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쓰다만 것 같은 분량으로 올리고 싶지 않았으나..."ㅁ" 생일업뎃을 하고싶은 욕심에 그만..☆

7월 18일 오늘은 제 생일이랍니다! (아무도 안 물어봄)

한여름에 태어나서 추위를 잘타나봐요 (아무도 안 궁금함)

생일인데 오늘도 일하고...내일도 일하고...^-^..태풍아 힘을 내! (주먹울음

++++

GLT님, yujiny님, 됴됴새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쿸쿸 이것은 생일선물의 맛이로구나..!(할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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