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1 4. 엮이는 물고기 세 마리 =========================================================================
“ 고객님이었어?”
뭔 소리야. 뒤에 물음표는 붙어있지만 대답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의미를 몰라 눈썹만 추켜올리는데 그런 내 반응은 아랑곳 않고 아윈이 또 자기 혼자만 알아들을 말을 던진다.
“ 백만 골드가 부른다기에 와봤더니.”
어…이건 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저렇게 많이 썼었나?
등장하자마자 수수께끼같은 말이나 던져대는 아윈과 묘한 대치상태를 이루고 있자니 그 상황으로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낯으로 분주히 가까워지는 인영은 조금 전 사라졌던 간달프였다. 아, 그렇지 참. 아윈에게 연락을 넣으러 다녀온댔는데. 그럼 이거 뭐야. 아윈이 통신을 받자마자 날아왔단 소리야?
“ 괴, 굉장히 빨리 오셨군요.”
“ 빨리 오라며?”
“ …….”
원작을 토대로 유추해볼 때 지금 간달프가 하고 있을 생각은 뻔했다. ‘언제 그렇게 제 말을 들으셨다고?’ 아윈 임마. 우리 연로하신 간달프 괴롭히지 마.
아윈은 간달프에게로 잠시 돌렸던 시선을 도로 내게 회귀했다. 나는 그새 소중한 의자님을 버리고 뒤로 두어 발자국 물러난 상태였다. 이래저래 쟤는 코앞에서 상면하기엔 심장에 영 좋지 않다. 안전거리를 확보한 채 나와 눈을 마주한 아윈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 이거 재밌는 우연이네. 탑에 백만 골드를 안겨줬다는 그 유명한 우량고객이 저거였어?”
“ 저거…….”
간달프는 제 vvip 고객을 지칭하는 상사의 대명사에 아연한 얼굴을 했다. 그러면서 당황한 낌새로 내 눈치를 살피듯 이쪽을 힐끔거린다. 그러나 정작 그리 불린 나는 그보단 다른 게 신경 쓰였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쟤 왜 나를 아는 것처럼 말하지? 나와 아윈의 만남은 이게 두 번째였다. 그마저도 첫 번째는 길가의 나무 조각이나 돌덩이취급을 당했으니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는 건 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윈은 왜 안면있는 사람 취급할까.
“ 탑주님, 중요한 고객이십니다. 좀 더 대우를 해주시는 게….”
“ 내가 지금까지 고객 대우하는 거 봤어?”
“ …그건 아니지만.”
뻔뻔한 답에 간달프가 우물쭈물한다. 아이고 우리 불쌍한 간달프. 괜찮아요, 이해합니다. 아윈은 황제에게도 지금 같은 반말을 찍찍 써재끼는 인간이었다. 오죽하면 각 나라 왕들이 각종 행사에 마탑주를 초대하지 않는 것은 혈압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까. 물론 초대한다고 순순히 와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런 실정이니 내가 아윈에게 대우 따위를 바라는 게 더 황당한-
“ 대우해줘?”
“ 네?”
-일일진대. 엥?
“ 대우해줄까? 말 해봐.”
얘가 무슨 꿍꿍이지.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나는 대답 않고 그의 여상히 천사같은 낯만 이리저리 살폈다. 도무지 의중을 모르겠다. 뭐라고 응해야할지 몰라 답을 망설이고 있자니 아윈이 말을 잇는다.
“ 사실 지금도 제법 대우해주고 있긴 해. 고객님도 알지? 나한테 이런 거나 던지고.”
아윈의 곧게 뻗은 손가락이 테이블 위의 과자를 집었다. 어…응…그건 그렇지. 본인 면상에 과자를 집어던진 상대를 아직까지 살려두고 있다니 생각해보니까 대우가 엄청나다. 나는 그의 놀라운 고객대우에 박수를 쳐야하나 고민하며 입가를 끌어올렸다. 어쨌든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댔으니 웃어 볼…아니지. 케니스는 내가 쪼개기만 하면 살심이 끓어오르는 기색이던데.
“ 말 해. 대우해줘?”
그 사이 아윈이 재차 물었다. 더 이상 대답을 미룰 수가 없다. 난 일단 응수했다.
“ 네. 해주세요. 극진한 대우 원합니다.”
“ 좋아.”
아윈이 웃는다. 그럴만한 외양이지만 정말 저 얼굴로 웃으니 주변이 온통 정화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그 엔젤스마일을 앞에 두고도 깊어지는 불안함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나 정말 괜찮겠지? 설마 뒷세계의 은어로 대우=오체분시 이런 건 아니겠지? 아윈의 캐릭터가 캐릭터다보니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옆에서는 간달프가 대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넋을 빼고 있었다.
“ 말 놔. 고객님. 안 죽일 테니까.”
“ !”
파격적인 선심에 놀란 건 나보다 간달프인 것 같았다. 눈 튀어나오겠다. 근데 보통은 말 놓으면 죽인다는 말이니?
“ 그밖에도 엔간해선 안 죽일 테니까 걱정 말고.”
엔간하지 않으면 죽인다는 말이니?
나는 그의 ‘극진한 대우’=‘목을 따지 않는 것’으로 귀결되는 서비스에 감읍해야하나 망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저 말대로라면 다행이고 횡재인건 사실이다. 이벨린의 방패 없이 아윈 데드엔딩을 피했으니까. …근데 어떻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고객 대우하는 것 봤냐는 말마따나 내가 우량고객이라 선심을 쓰는 건 아닌 듯한데. 설마 내가 이벨린과 친구인 걸 아나?
“ 타, 탑주님. 이게…웬일이십니까?”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간달프가 궁금한 걸 대신 물었다. 대꾸하는 아윈은 마치 당연하다는 말투였다.
“ 웃기잖아.”
“ 예?”
“ 웃겨서 마음에 들어. 웃긴 고객님은 귀하거든.”
쟤는 진짜 언어구사가 왜 저런지 모르겠다. 아까부터 자꾸 본인만 알아먹어. 대체 나를 언제 봤다고 웃기다는 건지, 혹시 생긴 게 빵 터진단 뜻이면 너 진짜 개새…잠깐.
순간 잡히는 것이 있었다. 나는 생각에 잠겨 눈을 가늘게 떴다. 아윈 저놈 혹시.
“ 스크롤 네가 준거야?”
튀어나간 짧은 말에 간달프가 눈을 부릅떴다. 걱정 마요. 안 죽인다잖아. 아윈은 언제, 어디서, 어떤을 죄 생략한 내 질문에 태연히 대답했다.
“ 구경값.”
아. 그랬군.
이제 알겠다. 운수 좋게 주웠다고 여겼던 텔레포트 스크롤이 알고 보니 아윈의 선물…음…단어가 안 어울리는데. 그래, 아윈의 적선이었다. 어쩌다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내 혼신의 연기를 관람한 아윈이 스크롤 한 장을 던져주고 갔었던 거다. 와 통 크네.
나를 웃긴 고객님이라고 하는 건 그래서구나. 응…. 그래…. 내 인생연기가 웃겨?
“ …아무튼 탑주님. 오셨으니 그럼, 이거 확인 부탁드립니다.”
“ 이게 뭔데?”
“ 통신구로 말씀드렸던 불량 스크롤입니다.”
“ 불량?”
아윈은 미미하게 찌푸려진 낯으로 간달프가 내미는 걸 받아들었다. 내가 건넸던 두 조각난 텔레포트 스크롤. 중국산의 향기가 짙던 스크롤은 이내 잠깐의 관찰 뒤 아윈의 손 위에서 불꽃과 함께 한줌의 재로 사라졌다. ? 저놈이 내 증거품을 태웠어? 당황하는데 아윈이 입을 연다.
“ 어떤 병신새끼가 기초적인 스크롤을 이렇게 만들었어? 고작 종이에 마나 하나 못 담아? 그 모자란 새끼 누구야.”
간달프는 주인의 신랄한 비난에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하긴 나도 텔레포트 스크롤을 만드는 것이 ‘기초적이고’ ‘고작’인 일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건 니 기준이시겠죠. 마법천재님아.
아윈은 이벨린 앞에선 하늘이 두 쪽 나도 꺼낼 일 없는 쌍욕-생김새랑 끝장나게 안어울렸다-으로 언짢음을 표현하더니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디서 주워듣기로 텔레포트는 복잡한 스펠을 외워야하는데다 좌표수식도 어렵고 마나도 많이 잡아먹는 까다로운 마법이랬는데, 쟤는 무슨 손오공이 순간이동 쓰듯 시동어도 없이 그냥 막 남발한다. 아윈이 슉 하고 사라진 텅 빈 공간을 간달프가 동경어린 눈으로 응시하는 게 보였다. 도, 동경…. 저런 놈을 동경…. 마탑은 완전히 힘의 논리를 따른다더니 진짜인가보다.
아윈이 다시 나타난 건 금세였다.
“ 자, 고객님.”
============================ 작품 후기 ============================
간달프쨔응은 사실 별로 연로하지 않아여 '-'ㅎ
+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사실 제 오른팔엔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이 붕대를 푸는 순간 봉인되어있던 흑나무늘보가 깨어나요...크킄...흑나무늘보가 깨어나면 어떻게 되는 지 아세요? 킄킄킄...연재주기가...월간연재가 돼버렷!!!
넝담이구여
전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쉬는 알바를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 요즘 일이 많으네요! 쉬는 날이 거의 없어요. 일주일에 하루도 겨우 쉰답니다. 더군다나 저는 손이 느려서 안써지는 날에는 한 편을 하루종일 집필하기도 해요.
후기에 종종 이야기하는 바쁘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라 진짜에요. 여가생활을 거의 즐기지 못하고 있답니다. (영화관 가고시픔ㅠㅠㅠ) 그래도 꾸역꾸역 시간 날때마다 글을 쓰는 편인데, 마치 명령하듯 날선 말투로 연재텀이 느리니 줄여라 질책하시면 제가 마음이 많이 아파요. 같은 독촉이라도 조금만 더 부드럽게 하시면 안될까요? "-"ㅎㅎ..덩겅지진
지난화 댓글에 구들 재밌다고 말씀들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당! 다들 살앙해여! 후기로 바쁘다, 피곤하다고 찡찡댈 때 토닥토닥 위로말씀 해주신 것도 싸랑해여*ㅇㅅㅇ* 쭈왑쭈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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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아님. 양산장수 아님.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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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과자점에서 라이스크리스피를 처음 먹어봤는데...존맛. 너무 달아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하...알고보니 내 마음의 별로였다고 한다...☆ 살찌는 맛 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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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꼬지님, 글아람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_~ * 윙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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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쉬는 날이었어요^0^! 잠도 푹자고 개이득. 근데 다음주는...'-'..없어..7일동안 휴일이 없어...'-"..."-"....T-"....T-T....TㅁT...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