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0 4. 엮이는 물고기 세 마리 =========================================================================
“ 여기까진 어쩐 일로?”
왠지 덕망이 가득한 느낌의 목소리가 용건을 묻는다. 나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친근함이 넘치는 간달프 할아버지에게 차근차근 연유를 늘어놓았다. 긴 사정도 아니었다.
국내산인 줄 알고 믿고 샀더니 중국산이었네요. 물어주세요.
그는 내 억울함이 넘치는 사연-물론 위처럼 말하진 않았다-과 더불어 증거품으로 내민 찢어진 스크롤을 선 자리에서 받아들었다. 반 토막 난 스크롤을 쥔 채 잠시 고민을 하는가싶더니 이내 날 안으로 초대한다.
“ 즉석에서 해결해드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하군요. 일단 들어오시죠.”
나는 그렇게 순순히 간달프를 쫓아 반지원정대로…가 아니라 마탑 안으로 발을 들였다. 무른 과일 바꿔주듯 간단하게 끝낼 사안이 아니라는 건 진작 어느 정도 예상했다. 가격부터가 한두 푼이 아닌데다 내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테니까. 나는 당연히 구라쟁이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사기를 치는 놈들이 아주 없었을 것 같진 않았다.
관광 온 외국인마냥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싶은 욕구를 참고 얌전히 응접실까지 뒤따르자 간달프가 내게 착석을 권했다. 권유대로 앉으려고 보니 앞에 놓인 의자가 눈이 부시다. …?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눈이 부시다. 방석은 수입산 실크에 두르고 있는 건 금테로 추정되는데다 포인트 장식이 무려 다이아였다. 얘 뭐지. 의자가 아니라 의자님인 듯한데. 뭔 응접실에 이런 의자님이. 나는 머뭇거리다 부내가 범람하는 의자님의 위에 조심스레 앉았다.
…….
의자님은 가구가 아냐. 의자님은 과학이다.
의자의 푹신함에 빠져 속으로 온갖 경탄을 일삼고 있으려니 맞은편에서 간달프가 말을 꺼냈다.
“ 오늘 구입한 스크롤을 조금 전에 사용했는데, 마법이 발동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지요?”
“ 아, 네.”
본론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다면 1인 연극을 펼치며 상세하게 당시의 상황을 재연해줄 의향도 있었다. 그때의 내 심적인 충격을 역동적인 몸짓과 표정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할 자신이 있다.
그러나 간달프는 ‘좋습니다. 연기해보세요!’라고 하는 대신-당연하지만-다른 말을 이었다.
“ 죄송한 이야기지만 잠시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본래 이런 사항은 탑주님께서 확인하시는 부분인데, 지금 출타중이신지라…. 바로 연락을 넣을 테니 오래 걸리지 않을….”
“ 네? 탑주님이요?”
난 놀라 반문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탑주님이 확인을 한다고? 간달프가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여기서 말하는 탑주는 자연히 마탑주일 수밖에 없었다. 즉 아윈인데…. 아윈이 직접 여기로 와야 한다?
“ 보통 그…탑주님이 오시는 게 일반적인가요?”
“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 가져오신 스크롤이 정말 본래부터 마나가 담겨있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정상적으로 마법이 발현된 후 마나가 사라진 상태인건지 둘을 구분하기가 어렵기에 탑주님께서 직접 확인을 하시는 거지요. 스크롤에 존재하는 몹시 미미한 마나가 스크롤 본래에 담겨있던 마나의 흔적일수도, 혹은 외부의 마나가 묻은 것 일수도 있는데 이를 정확히 탐지하고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마탑주님 뿐이십니다.”
“ 아…그렇군요.”
난 납득한 상태로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스크롤이 진짜 불량인지 아님 멀쩡한 걸 가지고 사기를 치는 건지 가려내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남주인공 버프를 받은 마법초천재 아윈이 아니고서는 못한다는 얘기 아녀.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아윈의 무력에 대해 설명할 때 단순히 마법의 습득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마나탐지의 영역에도 발군이 재능이 있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확실히 천재긴 천재군. 누가 대륙서열1위 아니랄까봐.
솔직히 마탑에 오긴 왔지만 아윈을 만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두말하면 입 아프게도 마탑을 방문한다고 해서 마탑주를 손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황성에 간다고 무조건 황태자를 대면할 수 없는 것처럼. 자매품으로 에스반데 공작저를 백날 어슬렁거려봤자 케니스와의 만남플래그가 개뿔도 세워지지 않는다는 게 있겠다.
나는 생각에 빠져 미간을 조금 좁혔다. 이대로 아윈을 만나도 괜찮겠지? 곁에 이벨린이 없다는 점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아윈은 눈 깜짝 않고 조연의 목을 딸 수 있는 놈이었지만 그래도 묻지 마 살인마는 아니었다. 몹시 같잖을망정 늘 이유가 있었으니 그 이유를 만들지 않으면 될 일이다. 난 오늘부터 사람을 가려가며 깝죽대는 얍삽이로 거듭나기로 했다. 아윈한텐 개기지 말자.
그리 다짐하고 있으려니 간달프가 몸을 일으키며 말을 건넸다.
“ 아, 물론 로즈님을 의심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한해에 구입하시는 물량이 얼만데 감히. 그냥 형식적으로 정해진 절차 중 하나라고 여기고 마음 쓰지 마시길. 전 그럼 탑주님께 연락을 드리러 이만….”
그러고는 총총 멀어진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간달프의 긴 백발을 보며 배웅의 손짓을 하다 문득 깨달은 사실에 손을 멈췄다. 어라. 내가 로즈-스크롤을 구매할 때 쓰는 이름-인건 어떻게 알았담.
간달프가 결국 궁예로 2차 전직을 한 건가. 하, 과연. 굉장한 관심법…!
은 당연히 농담이고. 기실 그가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마탑씩이나 되는 단체에서 고객에 대한 파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리라. 가뜩이나 스크롤이 얼마나 고가품인데. 물론 뒷조사가 들어갔다는 부분에선 다소 꺼림칙하긴 하지만, 그래도 뭐. 사이트 회원가입이라도 하는 순간 내 모든 개인정보가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곳에서 살다 왔는데 이정도야.
그런 생각을 하는데 마침 시중인이 테이블로 다과를 내왔다. 어멋…! 차는 그러려니 해도 이 형형색색의 과자들이라니. 빛깔과 자태가 곱디곱다. 나는 마탑에 대한 호감도가 오르는 것을 느끼며 가까운 과자에 손을 가져갔다. 하나를 집어 입에 넣자 식감도 좋고 적당히 달다. 다 좋긴 한데, 역시 이런 군것질거리를 준비해주는 건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거란 얘기겠지. 아무래도 아윈이 도착하려면 시간깨나 걸리겠구나ㅡ
슉.
“ 고객님?”
ㅡ는 아니었다.
“ 와어악!!”
야이 미친놈이 깜짝이야!!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갑자기 사람이 생겨나더니 불쑥 내게 말을 건다. 그것도 지척에서. 완전히 방심하고 과자나 처씹고있던 난 그 예고도 없고 매너는 더욱 없는 등장에 그야말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아니 와, 진짜, 와. 놀라죽을 뻔했네. 하마터면 생명보험 안 든 걸 후회할 뻔했잖아.
나는 벌렁거리는 심장께를 부여잡고 공중에서 부스러기가 되어 산화하는 과자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저 과자가 웬 과자냐고 묻는다면 방금 내가 던진 과자라고 답할 수 있겠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혼비백산 놀란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유령처럼 나타난 아윈을 향해 비명과 함께 투척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자는 미처 코앞에 있는 상대의 면상에 닿기 전 저 알아서 멈추더니 파사삭 소멸하는 신기를 뽐내고 있다.
하하. 이것 참. 절대 본의는 아니었지만 마탑주에게 먹던 과자를 던진 나는 두방망이치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설마 저게 잠시 후 내 미래는 아니겠지?
“ 흐음.”
다행히 아윈은 내 귀여운(?)실수를 봐주기로 한 모양인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여러모로 쫄아 굳어있는 나를 위아래로 훑을 뿐이었다. 뭐, 뭐지. 얘 왜이래. 다행히 ‘이걸 뎅겅으로 죽일까 푹찍으로 죽일까’ 고민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았다. 마치 가늠이라도 하듯 내 머리카락까지 살핀 아윈이 뜻 모를 말을 뱉었다.
“ 고객님이었어?”
============================ 작품 후기 ============================
고갱님 고갱님 우리 고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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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시스템 및 앱이 여러모로 바뀌었네요!
그리고 그 때부터..선작이 막..품펑풍 떨어지더니 100이 넘게 떠러져따...'-'..심지어 계속 떠러지고 이따...
나만 이런 게 아니라고 믿고싶따...'-'..킄...구들이 핵노잼이라는 걸 결국 다들 알아버린 거실까...? 그건 나만 아는 비밀이었는데..."-"..(동공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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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왜 안와여? ;ㅁ; <-장마오면 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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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꼬지님, 허롱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0^* 난나나나 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