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8 4. 엮이는 물고기 세 마리 =========================================================================
나는 짧게 고민하고 스크롤을 홀랑 품에 집어넣었다. 바람 한 점 안 불었으니 어디 멀리서 흘린 게 날아든 것도 아닐 테다. 난 속 편히 누가 내게 준 선물이겠거니 여기기로 했다. 할 짓 없는 마법사가 지나가다 구경이라도 하고 던져줬나 보지, 뭐. 아님 말고.
허공에 떠있을 때 너는 다만 하나의 종잇장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매의 눈으로 너를 잡아채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돈이 되었다.
호홋 개이득. 착한 마법사의 선물이든 칠칠치 못한 부자의 분실이든 어쨌건 나야 공짜로 얻었으니 횡재일 따름이다. 길거리에서 천 원 한 장 줍기는커녕 등신같이 지갑이나 흘리고 다녔던 불운한 과거의 나는 이제 안녕. 아무래도 난 행운의 여인으로 다시 태어난 듯해. 장거리 텔레포트 스크롤정도면 흡사 길가다 왕만한 다이아몬드를 주운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만약 이게 육성 게임이었다면 운 스텟이 100쯤은 올랐을 텐데. 하…행운 경험치가 차오르는 게 느껴지는 걸? 큭, 이 맛은 레벨업의 맛이로구나!
속으로 온갖 개드립을 남발하며 나는 경쾌한 걸음걸이를 놀렸다. 어깨빵 공갈단을 보람차게 물리친 것도 모자라 뜻밖의 불로소득까지 올린 마당이니 자연스레 기분이 하늘로 솟구쳤다. 상기된 기분 따라 덩달아 마음도 넓어진다. 난 하해처럼 광활한 마음이 되어 무려 케니스의 멍멍이짓을 용서했다-물론 용서하지 않는다고 내가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물고기2의 죄를 사해주면서 열 걸음 쯤 걷고 나니 지금부터 내가 가야 할 행로가 대충 보였다. 그래, 가자. 정의실현-양아치 퇴치-과 불로이득 다음 순서로 당충전을 끼얹자! 광장 근처에는 마침 새로 생긴 타르트가게가 있었다. 여기까지 온 차에 잠깐 들러서 몇 조각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응, 과일타르트니까. 과일은 살 안 쪄. 비타민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슬픈)합리화를 마친 내가 가게에 도착하는 건 금세였다. 부푼 마음으로 주문하고 받은 타르트를 예쁜 접시 위에서 따뜻한 내 위장 안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금세였다. …? 뭐야. 내가 언제 사물 텔레포트를 배웠지. 나 마법에 재능 없었던 것 같은데.
난 살찌는 걸 먹을 때만 자동 발동되는 마법에 개탄하며 비슷한 타르트를 두 개쯤 더 시켰다. 흐르는 이 눈물은 타르트가 너무 맛있어서 그런 거야. 정말이야.
포크질을 몇 번 하니 추가한 타르트도 이내 동이 났다. 나는 말 못할 심경으로 깔끔한 빈 접시를 응시하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다. 나는 배부르다. 나는 지금 배가 빵빵하다. 자기암시를 하면서 멍하니 밖을 보는데 갑자기 익숙한 면면들이 눈에 잡힌다. 어라?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창문 밑으로 숙였다.
어깨빵 공갈단이잖아!
그들이 그 무리 그대로 가게 너머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쟤네를 여기서 다시 보다니. 눈이라도 마주쳤으면 일 날 뻔했다. 불과 조금 전 어깨를 부딪치고 덧없이 스러져간 심장병환자를 연기한 마당이다. 만약 다시 만나면 타르트가 먹고 싶어 되살아난 좀비연기라도 해야 하나.
타르트가 목에 걸려 죽는 연기와 좀비연기 중 어느 게 더 실감날까 따위를 상상하고 있는데, 순간 ‘딸랑’하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이건 분명 가게 문 상단의 작은 종에서 나는 울림이렷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함께 들어온 이 불길함은 뭘까.
가게 문은 내 뒤편에 있었다. 난 엄습하는 구린 예감에 재빨리 궁여지책으로 머리를 풀어헤쳤다. 하나로 묶여있던 머리가 순식간에 풍성한 산발-젠장-이 되어 어깨와 등을 감싼다. 나는 차마 문가를 돌아보지 못하고 엉거주춤 어색한 자세로 탁자 모서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그냥 손님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왠지 그냥 느낌이 싸했다.
…아니나 다를까.
“ 스위티! 오늘도 변함없이 예쁘네요, 하하하.”
이름인지 애칭인지 모르겠지만 스위티라 불린 가게주인의 낯이 곤란하게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딘지 모르게 간신배 같은 저 얇은 목소리는 분명 귀에 익었다. 저런 비호감 목청이 흔할 리 없다. 틀림없이 나와 연기 배틀(?)을 벌였던 공갈단 멤버가 확실하다.
응, 망했네.
“ …또 오셨군요.”
“ 하루라도 그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지 않으면 눈에 가시가 돋칠 것 같아서. 하하하!”
상황을 보아하니 공갈단 멤버가 미모의 가게주인을 좋아해서-그것도 몹시 일방적으로-자주 이곳에 찾아오는 듯했다. 아니, 왜 하필 이 가게죠? 참으로 거지같은 우연의 일치였다. 행운의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했던 거 취소요.
“ 부담스럽다고 말씀드렸었을 텐데요.”
“ 그 부담, 들어드릴 테니 제게 넘기시죠. 제가 짐을 워낙 잘 들어서요. 하하하!”
이런 미친….
살인충동 드는 남자의 유우머에 나도 모르게 포크를 꽉 쥐었다. 쟤 뭐야. 무슨 연애에 서툰 공갈단이야? 말끝마다 하하하는 또 왜 붙이는데. 전 짐을 잘 드니까 님 부담도 제가 들게요, 하하하 넝담~ㅎ.
가게주인은 잠시 동안 대답이 없더니 떨림-아마 분노일 것으로 예상 된다-을 숨기지 못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녀는 내 핑계를 댔다.
“ 손님도 계시는데 오늘은 이만 가주세요.”
“ 손님?”
아기자기한 작은 가게에 손님이라곤 나뿐이었다. 이목이 몰리는 게 느껴진다. 아 이런. 결국.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가게 주인과 공갈단 삼인방을 시야에 담았다. 계속 구석탱이만 주시하면서 놈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걸 허용하는 것보단 이게 나았다. 피할 공간도 없는 거리에서 선빵을 맞는 건 다메요.
“ 어?”
나와 눈이 마주친 한 녀석이 미간을 좁힌다. 일순 긴장이 흐른다. 곧 그 옆의 놈이 손가락을 들어 날 가리켰다.
“ 그 심장병신 시체잖아!”
단어선정 참 곱다. 나는 완전히 들통 난 처지를 실감하고 잠자코 스크롤을 쓸 준비를 했다. 얌전히 집으로 튀어야지. 이 가게가 선 결제 시스템이라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무전취식범 될 뻔 했네.
그나저나 좀 전엔 머리를 묶은 상태였고 지금은 풀고 있는데도 잘만 알아보는군. 역시 이 대책은 안 통한다. 하긴 안면인식장애가 실제로 그리 흔할 리 없다. 천사소녀 네티나 세일러문에는 넘친다지만.
게다가 내가 머리스타일 하나로 못 알아볼 만큼 흔하게 생긴 얼굴도 아니고….
“ 확실하네! 저 거지같은 산발머리가 흔한 것도 아니고!”
그거였어?
============================ 작품 후기 ============================
연서공 vs 라테
여러분 간만이에요! 왜 이렇게 늦었나? 혹시 슬럼프? 라고 물으시면
아뇨.....그냥 토나오게 바빴어요...;ㅅ;엉엉
그간의 일정
과제-> 과제-> 시험-> 과제-> 알바(투잡)
사실 오늘도 아침에 나가서 일 마치고 와서 쓴 글이랍니다! 일주일에 행사 7개에 부업을 끼얹으면 어떨까? (동공지진)
지금 저한텐 소원이 있어요 '-' 알람없이 푹 자는거.....
물론 이번주가 지나고도 쭉 바쁘리란 보장은 없지만..아..제발 안바빴으면...(손수건
라테 돈많아서 부럽다 (손수건2
개강이후(3월)부터 지금까지 쉬는날이 하루? 이틀? 있었는데 어서 더 왔으면 좋겠어요! 힘드르다;ㅁ;
그럼 다음편에서 만나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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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롱님, 뉴엘리스님, 갈채님, 윈디1403님, 리틀푸우님, 소랑맘님, 마에린님, 리틀푸우님, 설이수님, 산홍님, 1ㅅ1칙힌님, 검은고양이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ㅁ;;..!!
이게 무슨 일이야...! ;;ㅁ;; 무슨일이야!! 뭐지!!
으앙 ;;;;ㅁ;;;;; 여러분 저 부자됐어요 라테됨(오버)
감사합니다 (왈칵)(왈칵2)(왈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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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1레븐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17일 날 못와서 미안해요 엉엉 해피버쓰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