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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들러리양-10화 (10/100)

00010  2. 두근두근 와작와작 팝콘 팔아요  =========================================================================

그런 내 침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드푸가 조금 민망한 기색으로 사과를 건넸다.

“ 흐, 흠흠. 죄송합니다, 아가씨.”

본인도 저가 나를 어떤 표정으로 맞이했는지 아는 모양이다. 나는 마음 같아선 입을 댓발은 내밀고 툴툴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드푸가 얼마나 당황하여 쩔쩔맬지 알았으므로 대신 괜찮다는 뜻으로 의연히 고개를 저었다. 나, 라테. 염치를 아는 어른스러운 여자.

“ 그런데 아가씨, 아침부터 주방엔 어쩐 일로…?”

조심스레 물어오는 목소리에서 의문이 아닌 공포를 읽고 난 또 새로운 충격에 휩싸였다. 드푸는 내가 지난일의 2차전을 하러 온 것임을 거의 확신하는 눈치였다. 아니, 그래도 말이지, 공포? 공포라니? 내가 주방에 등장하는 게 그렇게 무섭단 말야?

난 예상보다 격한 드푸의 반응에 내 기억의 왜곡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그렇게까지 심한 짓은 안 저지른 것 같은데…. 아, 아닌가?

“ 저기, 드푸. 있잖아, 약속하는데 지난번처럼 심각하진 않을 거야.”

“ …….”

“ 진짜야. 정말. 나도 발전이란 걸 하거든?”

“ 아, 아니 뭐…딱히 아가씨께서 주방을 던전으로 만드실 거란 뜻은 아니었습니다만….”

그 정도였어?

난 드푸의 단어선정에 떨떠름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팝콘만 만들겠다고 설쳤던 게 아닌 것 같다. 그, 뭐지, 아예 영화관을 하나 차리겠다는 포부로 날뛰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난 진심을 담아 재차 말했다.

“ 미안. 근데 진짜 이번엔 멀쩡히 쓸게. 날 믿어.”

“ …….”

날 응시하는 드푸의 눈에 딱히 신뢰는 없어보였지만, 뭐 어쩌랴. 난 일단 만들기에 돌입하기로 했다.

씩씩하게 주방기구 앞으로 전진하는 내 뒤를 드푸가 걱정스러운 발걸음으로 뒤따랐다. 보자, 우선 후라이팬. 버터. 뚜껑. 그리고 말린 옥수수 알갱이. 난 침착하게 재료들을 한데 긁어모았다. 무식하게 맨 후라이팬 위에 옥수수부터 들이부었던 처음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요리치라는 걸 깨달았었지…. 그야 과거엔 밥만 잘하고 라면에 물만 알맞게 맞추면 됐었으니까. 나는 전기밥솥은 잘 다뤘다.

“ 말씀드리지만 기름에 물 부으시면 안 됩니다.”

“ 어허, 안 그래. 내가 바보야?”

“ …….”

이번에도 드푸의 눈에 신임은 없었다. 난 그가 지난 일주일간의 기억을 송두리째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과거의 나는 이제 없어. 난 오늘부터 요리천재로 다시 태어난다!”

요리치를 넘어 요리고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라고 여겼는지 드푸가 옆에서 ‘네?’하고 어벙하게 반문하는 게 들렸지만 무시했다. 이어지는 ‘요리…뭐요?’하는 황당한 목소리도 또한 무시했다. 난 몹시 진중한 태도로 불을 떼고 후라이팬 위에 버터를 녹였다.

그 다음 바싹 말린 옥수수를 적당히 넣고, 뚜껑을 닫으면…좋아. 완벽하다. 난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 후라이팬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실패의 요인은 없었다. 버터를 바르고 옥수수를 뿌리는 내 숙련된 손길은 한순간이었지만 마치 드라마속의 장금이를 연상케 했다. 하하, 이제 뚜껑을 열면 새하얀 자태의 팝콘이 나를 맞이하겠군.

잠시 후, 나는 검게 변색된 옥수수 알갱이를 얻었다.

네 번쯤 새카만 옥수수를 연성한 내 얼굴은 완전히 울상이었다. 드푸는 점점 더 어두워지는 내 안색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니 왜? 멀쩡히 잘 한 것 같은데 왜 안 되지? 과거 학부시절 프로그래밍 과제에서 원인모를 오류가 발생했던 때처럼 답답함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누가 내게 원인을 좀 말해줬으면 좋겠다…. 난 과거 어려울 때마다 자주 도움을 청했던 초록창 검색엔진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네가 필요해, 엉엉.

드푸는 점차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날 지켜보며 안절부절못하다, 내 낯빛을 살피며 슬며시 입을 열었다.

“ 아가씨, 왜 꼭 그 팝콘이란 걸 만드셔야겠습니까?”

“ 구경할 땐…팝콘…….”

“ 뭔갈 보면서 먹을 거라면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어, 가령 말린 과일같은 것도 있잖아요?”

말린 과일. 난 일순 흠칫했다. 그야 말린 과일도 맛있지. 씹는 맛과 상큼함이 아주 끝내주는 품목이다. 거기다 팝콘처럼 개고생해서 없는 걸 만들 필요도 없이 시장에만 나가도 그냥 널려있는 걸 사면되는….

“ 아, 아냐! 난 지조 있는 관람객이야. 구경엔 역시 팝콘, 그 진리를 깰 순 없어.”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지쳐서 약해져있는 틈을 노리다니, 무서운 드푸. 드푸는 내 절조 있는 말에 ‘지킬 지조가 그렇게도 없나’하는 몹시 불손한 눈빛을 했지만 난 그를 타박하지 않았다. 화낼 기운도 없다.

드푸는 내가 기어코 팝콘을 완성하기 전까진 이 쳇바퀴같은 짓을 끝내지 않을 것을 깨달았는지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었다. 난 그의 저념을 방해하지 않으려 입을 다물었다. 주방장이니까 뭔가 해결책을 떠올릴지도 몰라. 나는 과거 내가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 때 바로 곁에서 ‘아이고, 아가씨!’라고 외치는 것밖에 하지 않았던 드푸가 이번에는 뭔가 멋진 말을 해주길 바랐다.

몇 분 뒤, 드푸가 갑자기 무언가 깨우친 얼굴을 했다.

“ 아가씨!”

“ 응? 뭔데, 뭐?”

알아낸 거야? 난 기대감에 설레어 대답했다. 드푸의 작은 눈이 믿음직스럽게 반짝였다.

“ 옥수수, 옥수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뭐? 아니, 그치만 그럴까봐 이미 아예 안 말린 것도, 반쯤 말린 것도, 바짝 말린 것도 다 넣어봤잖아. 양도 조절해봤고, 시간도….”

“ 그게 아니라 옥수수 종자가 문제인 것 같아요. 왜 옥수수라고 다 같은 옥수수는 아닐 거 아닙니까? 여러 종자 중 팝콘이란 거에 잘 맞는 종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 !”

난 눈을 부릅떴다. 그럴듯했다. 그러고 보니 과거 마트에서 ‘팝콘용 옥수수’라는 걸 본 것도 같았다. 그거 그냥 말린 옥수수를 뜻하는 줄 알았는데…아니었어?

“ 시장으로 갑시다, 아가씨.”

“ 응!”

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드푸가 십년은 회춘한 것처럼 젊어보였다. 머리숱도 왠지 더 많아 보여. 난 그의 외모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며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저택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계셨으므로 충동적인 외출이 손쉬웠다. 난 짐이 많을 것을 대비해 드푸 외에 다른 사용인을 한명 대동해 출발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말린 옥수수의 종류는 두 개뿐이었다. 하나는 자작저의 주방에 널려있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저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이라고 상인이 설명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비를 털어 그 옥수수를 왕창 구입해 돌아오는 길은 기대와 초조가 함께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내가 기댈 건 너 뿐이야. 난 제가 들겠다하는 드푸를 마다하고 직접 챙긴 옥수수 꾸러미를 꼬옥 품에 안았다.

그리고, 다시 도착한 주방.

난 신세계를 만났다.

“ 이거 봐, 꺄악! 이거 봐봐! 팝콘이야, 드푸! 팝콘!”

“ 네, 네…축하드립니다.”

팝콘 비가 내렸다. 급한 성미 탓에 뚜껑을 미리 열거나 옥수수를 왕창 넣거나 하는 바람에 팝콘이 사방으로 날아다녔지만, 어쨌든 팝콘이었다. 흰 색 팝콘! 난 호들갑을 떠느라 드푸가 자유를 갈망하는 팝콘들을 보며 짜게 식은 얼굴을 하는 걸 보지 못했다.

와…이렇게 쉬운데 그동안 꼴랑 옥수수 종류 때문에.

난 기쁨과 성취감과 허망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완성된 팝콘을 성마르게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갓 만든 팝콘은 따끈따끈하고, 바삭하면서 버터향이 제법 났다. 또,

“ …맛없어….”

밍밍했다.

뭐지? 모양은 익숙한데 맛은 내가 알던 것이 아니었다. 이거 왜이래? 난 울멍이는 눈으로 드푸를 바라봤다. 드푸는 저 또한 팝콘을 두어 개 집어먹더니 곧장 내게 한심하단 눈길을 보냈다.

“ 소금 치셔야죠.”

“ 아.”

그렇구나. 간단한 이유였다. 난 머쓱함에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소금을 찾아 뿌렸다. 왠지 설탕도 첨가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것도 소량 넣었다. 후라이팬을 이리저리 흔들어 섞은 뒤 도로 맛을 보자 그제야 추억속의 맛이 나를 반긴다.

“ 와…….”

팝콘이다. 완전 팝콘, 진짜 팝콘이었다. 십년만의 팝콘이야! 난 감격에 겨워 방방 뛰면서 지척에 있던 애꿎은 포대자루를 끌어안았다. 드푸의 부정적인 표정 및 시선을 무시하는 패시브스킬이 어느새 덤으로 생긴 듯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여러분께서 기다리셨던 구.들이 왔어여! >.~ 찡긋-☆ (근자감)(뻔뻔)(나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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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느려서 마음은 100키바쯤 썼는데 현실은 10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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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 존잘남이랑 연애해여! 이거 로맨스에여!(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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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남주인공2 만나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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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사랑합니다 흐흐 (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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