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7 2. 두근두근 와작와작 팝콘 팔아요 =========================================================================
쌍욕을 부르는 미모. 황태자는 정말이지 기겁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나는 속으로 감탄을 연발하며 그를 계속해서 관찰했다. 같은 사람이고, 동일한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인데 이만큼이나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림으로 따지자면 마치 일주일을 밤낮없이 혼을 불태워 완성한 전시작품과, 집구석에서 대충 코 후비면서 발로 그린 낙서의 차이일까.
문득 카노의 반응이 궁금해져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음. 눈 빠지겠다.
나는 깜박이기나 하는지 의심될 만큼 눈을 부릅뜨고 있는 카노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론드미오를 응시했다. 다시 보니 얼굴만 잘난 게 아니라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다리도 길었다. 아주 가질 건 다 가진 그는 이 곳 모든 이들의 뚫어질 듯한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의연히 서 있었다. 과연 남주인공. 낯짝의 두께가 굉장하시군. 나는 점차 잘 만든 조각상이나 명화를 감상하는 기분이 되어가다, 불시에 여주인공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벨린은? 걔 거의 남주인공이랑 동시에 등장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막 스쳐지나간 찰나, 론드미오의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집중된 이목의 한가운데에서도 몹시 태연자약한(잘 보면 살짝 귀찮은 것도 같은)얼굴을 하고 있던 황태자가 돌연 놀라는 기색을 띠었다. 미약한 변화였으나 동시에 뚜렷했다. 어쩌면 여주인공의 등장을 미리 알고 있던 내 눈에만 쉽게 잡힌 걸 수도 있었으나, 어쨌든 황태자의 표정은 변했고 그걸 기점으로 그의 시선도 한 곳에 고정되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지금 론드미오의 시야에 여주인공이 있다.
그의 눈길을 쫓아 같은 곳을 주시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연회장 구석, 여간해선 잘 눈에 띄지 않을 법한 자리였다. 그곳에 이벨린이 긴 청흑발을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책을 들고.
그냥 든 것도 아니고 펼친 채로.
“ …….”
그녀는 연회장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 뭐, 뭐야?”
카노의 얼빠진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 또한 이벨린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의 황당함에 십분 동감하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러게.
저 혼자 연회장이 아닌 도서관에라도 온 듯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이벨린은 그야말로 황태자 따위는 한 톨도 관심 없는 듯했다. 하나 둘 사람들이 황태자를 따라(그는 아주 망부석처럼 굳어 이벨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시선을 돌리면서 차츰 그녀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이벨린은 론드미오가 그랬듯 조금의 신경도 쓰지 않고 읽던 책의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팔랑. 여성스러운 손놀림이었다.
-수군수군.
적막이 깨졌다. 연회장은 한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현재 그들의 심경은 나나 카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다. 주변이 시끄러워지면서 이벨린이 마침내 책에서 눈을 떼었다. “?”하고 그녀의 머리위로 물음표가 떠오르는게 느껴졌다. 이벨린은 제게 시선이 쏠리고, 또 저를 보며 웅성대는 작금의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잃었던 기억을 되찾았다. 그래…이거였어.
바로 이거였다!
모니터를 통해 읽었던 소설의 초반부가 주르륵 뇌리에 떠올랐다. 본인이 잘났다는 걸 겁나 잘 알고 있는 황태자.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넋을 잃는 것이 익숙한 걸 넘어 지겹다. 그건 이 연회에서도 마찬가지. 아니 그런데? 대체 저 여자는 누구지? 웬 청흑발의 미녀가 유일하게 그를 무시한 채 책을 읽고 있다. 이럴 수가, 무려 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니!
「 이런 종류의 무관심은 그에겐 몹시 생소한 것이었다. 혹시, 아직 저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인가? 허나 그러한 론드미오의 생각을 비웃듯, 이벨린은 그를 눈에 담은 직후에도 별반 반응이 없었다. 이내 저에게서 떨어지는 무심한 녹안을 보며, 론드미오는 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생소한 감정을 느꼈다. 」
갑자기 비상해진 내 머리는 소설의 구체적인 서술을 마구마구 떠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다음에 황태자가 보일 반응을 알고 있었다. 그는.
「 론드미오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으며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
“ …하.”
ㅡ대박. 나 방금 소름끼쳤어. 황태자의 행동은 내가 떠올린 장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나는 한순간이나마 예언자가 된 듯한 기분에 하마터면 박수를 칠 뻔했다.
여기 진짜 소설 속이구나.
난 새삼 실감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분량이 반토막이네요.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에서 업뎃하는 거니까 봐줘요...(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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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ㅅ1칙힌'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ㅁ;; 저 깜짝놀람;;;;
클릭 잘못 하신 거 아니에여?ㄷㄷㄷㄷㄷ;;ㅅ;;;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