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84/90)

늦은 저녁.

조명이 밝히고 있는 거리에 함박눈 같은 벚꽃이 흩날렸다.

바람과 함께 우수수 떨어지며 흩날리는 꽃잎은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었다.

근처에 있는 한산한 공원보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가고 싶다는 가을의 말에 두 사람은 유명한 벚꽃 명소를 찾았다.

만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가을은 이 계절이면 한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와 벚꽃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았다.

풋풋해 보이는 커플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의 사람들도.

모두가 연신 여기에 서 보라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느라 바쁜 모습들이었다.

어디에서 온 사람들일까, 저마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장르가 되었든 드라마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고 싶은 가을은 이렇게 한 번씩 사람들이 많은 곳에 찾아와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해마다 이 계절이 되면 혼자 걷던 이 길을 이제는 태준의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사람들 진짜 많죠.”

“그러게요.”

태준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와 벚꽃을 보는 게 처음이었다.

오가며 벚꽃을 본 적은 있어도 꽃놀이를 한다는 것 역시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태준이 억지로 온 걸까 싶어 가을이 걱정이 묻은 표정으로 태준을 올려다보았다.

“어때요? 이렇게 와서 보니까?”

“좋네.”

“다행이다.”

가을이 해사하게 웃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때문에 억지로 온 거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가을의 머리 위에 살포시 떨어진 벚꽃잎을 손으로 떼어 주며 태준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가을 씨와 처음 하는 게 생겨서.”

가을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태준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좋아요.”

벚꽃을 등지고 선 태준의 얼굴에 음영이 지자 그윽함이 배가된 얼굴은 누구라도 돌아볼 만큼 매력적이었다.

“정말, 새삼.”

“응?”

“새삼 잘생겼어.”

가을의 말에 태준이 큰소리를 내며 웃었다.

벚꽃을 구경하러 나와 은근히 태준의 모습을 감상하던 사람들이 청아하게 웃는 태준의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앗, 죄송합니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걸어가던 여자가 태준의 몸에 손을 대고 급히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태준이 가볍게 고개 인사를 하며 대답하자 여자들이 ‘웬일이니.’, ‘미쳤어. 대박’ 하며 태준을 힐끔거리며 걸어갔다.

평소라면 이렇게 여자들이 많은 곳에 오지 못했을 태준이 여자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에 울컥해 가을이 연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다행이에요.”

태준의 손등을 부드럽게 도닥이던 가을이 말을 이었다.

“증상이 없어져서.”

얼마 전, 일식집에서 여자아이를 안고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날.

태준은 뒤이어 가영의 손을 잡아 보았다.

가영과도 아무런 증상이 생기지 않아 그 뒤로 여자만 있는 엘리베이터도 타 보고, 여자 임원들과 악수도 나눠 보았다.

역시 아무런 증상이 생기지 않았다.

선호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 넋이 나가 있던 태준은 저도 모르게 여자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탔었다.

그 후 가빠 오는 호흡에 빠르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었다.

시기를 생각해 보면 선호의 시신을 발견하고 납골당에 안치한 날. 그 후부터 그런 증상이 사라진 게 분명했다.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그 일이 해결되고, 무의식에 남아 있던 공포를 이겨 내면서 여자에 대한 이상 증상이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을 외에 여자를 만질 일도, 특별히 경계해야 할 일도 없었지만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태준은 삶이 한결 편해진 기분이었다.

가을이 태준의 손을 잡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태준의 이상 증상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꿈에 나오지 않던 선호가 이제는 웃는 얼굴로 나왔다.

그 모습에 가을은 선호가 편안하게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참, 이모님이 마른오징어를 잔뜩 보내 주셨어요.”

며칠 전 태준은 가을과 함께 속초에 내려가 애란의 동생인 재란을 만나고 왔다.

증상이 생긴 후 한 번도 재란을 따듯하게 안아 주지 못했던 태준은 그날 진심을 담아 재란을 깊게 안아 주었다.

“여름에 한번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속초 여행 어때요?”

“어디든.”

“내가 가자고 하는 데는 다 갈 거예요?”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 이상한데 가자고 해도요?”

“이상한데?”

“음…… 여자 사우나??”

“하하하.”

“아하하…… 하하하.”

자기가 말해 놓고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가을이 태준을 따라 웃어 보였다.

환하게 웃던 태준이 고개를 한쪽으로 숙이며 낮은 목소리를 냈다.

“내 몸은, 가을 씨한테만 보여 주고 싶은데.”

“아…… 아하하. 당연하죠. 당연히 그래야죠.”

당황하는 가을을 보며 입꼬리를 늘인 태준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태준의 머리카락을 스친 바람이 벚꽃으로 옮겨 가자 꽃잎이 눈처럼 흩날렸다.

“진짜 너무 예쁘다. 전 1년 중 이때가 제일 예쁜 거 같아요.”

꽃내음을 맡듯 가을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진짜 좋다.”

눈을 감고 꽃향기를 느끼는 가을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태준이 투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

“나는?”

“…….”

“나는 안 좋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태준을 향해 가을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 벚꽃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가을의 말에 태준의 눈매가 길어졌다.

“…….”

“대표님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더 좋지 않으면 큰일 날 텐데.”

“왜요……?”

태준이 불쑥 몸을 숙여 가을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좋다고 할 때까지 괴롭힐 거니까.”

귀로 향했던 얼굴을 가을 쪽으로 돌리자 두 사람의 얼굴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태준의 눈빛이 뭘 말하고 있는지 아는 가을의 얼굴이 홧홧해졌다.

뭐든 열심히, 잘하는 태준답게 날이 갈수록 가을을 품에서 놓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502호에서 함께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쪽-’

순간 태준이 가을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상체를 세웠다.

“아이참, 사람들 보는데…….”

“이런 데선 다 이렇게 하는 거예요.”

“와 본 적도 없으면서.”

가을의 말에 태준이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대충 다 본 것 같은데, 집에 갈까요?”

“벌써요?”

“나보다 벚꽃이 좋다니까 질투가 나서. 빨리 괴롭혀 주고 싶은데.”

태준의 말에 가을이 시선 둘 곳을 잃었다.

“생각해 보니까 벚꽃보다 대표님이 더 좋아요.”

“어쩌지.”

태준이 가을의 손에 다섯 손가락을 밀착한 채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늦었는데.”

그대로 가을의 손을 당겨 잡은 태준이 걸음을 서둘렀다.

“진짜 가려고요?”

태준이 말없이 가을의 손을 매만졌다.

“저녁 먹고 들어가기로 했잖아요.”

“다음에.”

“노래방도 가자면서요.”

‘선 리버’ 말고 가을이 좋아하는 ‘흔들어’ 노래를 외운 태준이 실력을 보여 준다며 저녁을 먹은 후 노래방에 가자고 한 상태였다.

“다음에.”

태준이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가을이 괜히 투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진짜 대표님이 훨씬~~ 훨씬 더 좋다니까요?”

“늦었다니까.”

역시나 칼 같은 대답을 한 태준이 가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빠르게 주차장으로 향했다.

가을을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가 함께 일어나 아침을 맞는 일.

태준에게 그 일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일이었다.

* * *

선호가 외롭지 않게 한 달에 한 번 납골당에 오기로 한 가을과 태준이 문규가 올 때마다 놓고 가는 흰 국화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또 왔다 가셨나 봐요.”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문규와 정열은 선호를 잊지 않고 챙겼다.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버님은 좀 어떠세요?”

찬영의 일이 뉴스에 나오고 나서야 가을은 태준에게 미연과 찬영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오랜 시간 태준이 받아 왔을 상처에 한참이나 마음 아파했던 가을이었다.

“두 분 다 많이 좋아지셨어요.”

한동안 집안에 적막함만 감돌다가 최근엔 다시 평소처럼 돌아왔다.

특히 큰 충격을 받았던 정열은 이제 본 모습을 거의 회복했다.

“다행이에요.”

부드럽게 웃어 보인 가을이 손에 들고 있던 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VIP실에 맞게 선호의 유골만 안치해 놓은 곳이었다.

“선호 오빠, 오늘 날씨 진짜 좋아.”

가을이 태준과 함께 갔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프린트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가을이 살던 집 근처엔 벚꽃 길이라 불리는 공원이 있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벚꽃이 만발해 어릴 적 가을은 선호와 함께 그 아래 떨어진 벚꽃을 날리며 놀곤 했었다.

“전에 얘기한 특별 기획 있잖아, 반응이 아주 좋아서 다행이야.”

가을은 선호에게 들를 때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선호에게 얘기했다.

얼마 전 ‘STN’에서 내보낸 실종 특별 기획은 방송이 나간 후 큰 호평을 받았다.

실종자 가족들의 사연을 통해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함께 마음 아파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에 성공했다.

수익적인 부분에선 손해를 봤지만 그로 인해 ‘STN’ 방송국의 이미지는 한층 더 높게 평가되었다.

“그리고 전에 얘기한 드라마 있잖아, 인기가 많아서 시리즈로 찍게 됐다는 거. 요즘 그거 준비하는데 정신이 없어.”

한참 특별 기획에 관련된 얘기를 하던 가을이 자신이 맡은 드라마로 얘기를 바꿔 선호에게 전했다.

“그것 때문에 대표님이랑 회의하는데 어제도 대표님이 남자 주인공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길 하는 거 있지?”

시리즈로 이어지는 형태라 남자 주인공 역에 서준이 캐스팅되자 태준은 일부러 질투를 내비쳤고 그럴 때마다 가을은 그를 달래 주느라 원하는 걸 들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며 미소 짓던 태준이 선호를 돌아보았다.

“처남이 가을 씨 혼 좀 내야겠는데.”

태준은 두 살 어린 선호를 처남이라고 불렀다.

“어? 제가 왜 혼이 나요?”

“동생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지? 날 아직도 대표님이라고 부르는데.”

“그, 그거야 대표님이 그렇게 불러도 된다고 했으니까,”

“들었지? 대표라고 하는 거.”

“…….”

가을을 지그시 내려다보던 태준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1번, 태준 씨.”

“…….”

“2번, 태준 오빠.”

“…….”

“물론 난 2번이 좋고.”

태준의 말에 가을이 뭔가를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3번은 없어요?”

“음?”

“태준아.”

장난스러운 가을의 목소리에 태준이 선호의 사진을 돌아보았다.

“봐, 동생 교육이 안 되어 있다니까?”

태준의 말에 가을이 큰소리를 내며 웃어 보였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가을과 태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듯 선호의 사진이 반짝거렸다.

‘탈칵.’

가을을 보조석에 태우고 문을 닫은 태준이 운전석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며 가을을 돌아보았다.

“배고프죠?”

“조금요.”

“가는 길에 지난번에 가 보고 싶다던 식당에 갈까요?”

“파스타?”

“다른 거 먹고 싶으면 말해요.”

“아뇨 파스타 좋아요.”

가을이 미소 지으며 안전벨트를 맸다.

“자, 그럼 출발합시다. 태준 오빠.”

“…….”

갑작스러운 호칭에 핸들을 잡은 태준의 손이 멈칫했다.

“2번으로 정한 건가?”

“……싫으시면 1번으로,”

“아뇨. 아주 마음에 들어요.”

태준이 핸들에 팔을 올린 채 가을을 바라보았다.

그 상태로 전혀 출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가을이 슬쩍 목소리를 냈다.

“왜…… 출발 안 하세요??”

“가자고 해야 가죠.”

태준의 뜻을 알아차린 가을이 부산스럽게 눈을 굴리다 냉큼 앞을 보았다.

“갑시다! 태준 오빠!”

가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소지던 태준이 액셀을 밟았다.

“파스타는 다음에 먹어야겠네.”

“어? 왜요? 다른 거 드시게요?”

“그래도 돼요?”

“당연하죠. 뭐 드시고 싶으신데요?”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태준이 슬며시 가을의 손을 잡았다.

“글쎄. 뭘까.”

태준이 그녀의 손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의미를 깨달은 가을이 가볍게 흘겨보았다.

“설마…….”

“한남동으로 갈까요?”

“아이 진짜, 파스타집으로 가요!”

괜히 투정 부리는 가을을 보며 태준이 미소 지었다.

“늦었어요.”

꽃향기가 솔솔 불어오는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태준의 차가 고속도로를 달렸다.

* * *

새벽녘.

가을과 태준이 주악산 정상에 도착했다.

머리에 두른 전등 하나에 의존해 걷던 길을 이제는 서로에게 의지해 올라왔다.

“오늘도 비가 오는 건 아니겠죠?”

가을이 태준과 주악산에서 만났을 때 갑작스럽게 내렸던 비를 떠올리듯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았다.

“괜찮아요. 또 오면, 정자에서 쉬고 가면 되니까.”

태준이 고개를 까닥여 자신의 배낭을 가리켰다.

“김밥도 있고.”

태준을 향해 웃어 보인 가을이 단단한 나무 울타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 아래 서면 한눈에 산 아래가 훤히 보이는 정상 자리였다.

“몰랐죠? 저 그때 우비 있었는데.”

“근데 왜 안 썼어요?”

“생명의 은인만 두고 갈 수가 없었달까.”

태준이 가을이 멈춰 선 곳 옆으로 다가왔다.

“나도 가을 씨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내려갔을 거예요.”

두 사람이 마주 보며 미소 짓다가 산 아래를 보며 손을 잡았다.

해가 뜨기 직전이라 산 아래는 아직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태준이 마주 잡은 가을의 손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를 냈다.

“몰랐어요.”

“…….”

“이렇게 손을 잡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엄지손가락으로 가을의 손을 어루만지던 태준이 진심 어린 말을 이었다.

“이 손 때문에 힘을 얻고, 용기를 내고, 살아갈 기쁨을 얻어요.”

시선을 올린 태준이 가을의 눈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자신을 올려다보는 가을을 향해 태준이 부드러운 미소로 마음을 전했다.

“내 손을 잡아 줘서.”

태준의 말에 화답하듯 가을이 연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고마워요.”

“…….”

“사랑해 줘서.”

애틋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태준이 가을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꽃향기가 묻어난 봄바람을 느끼며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다.

주악산에서 서로를 마주했던 날.

어둡기만 하던 세상은 두 사람이 마주 본 순간 서서히 밝아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둠을 함께 이겨 낸 두 사람은 예견됐던 일처럼 서로에게 빛이 되어 주었다.

짹짹- 삐로롱-

처음 주악산에서 만났을 때처럼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키스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이 등지고 있던 세상이 환하게 밝아 왔다.

사랑이 담긴 키스를 끝낸 태준이 여전히 가을의 손을 꼬옥 잡은 채 미소를 보냈다.

때론 고되고 힘든 날이 오더라도 마주 잡은 이 손은 절대 놓지 않겠다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태준과 가을은 밝아 온 세상을 함께 마주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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