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화 (69/90)

대학 병원 VIP 병동 안.

태준이 민 회장과 함께 휴게실 의자에 앉았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다행히 바로 발견해서 생명에 지장은 없네.”

희연이 프랑스로 돌아가면 결혼이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태준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의 생각대로 민 회장은 강압적으로 식을 진행하려 했었다.

하지만 희연이 프랑스에 온 이후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해 결혼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울거나, 먹지도 않고, 물건을 부수는 등, 폭력적이면서 극심한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재산을 주지 않겠다는 방법도 써 보고 온갖 회유를 해 봐도 소용이 없는 상태였다.

행여 소문이라도 날까 봐 조용히 프랑스에서 치료를 받게 했지만 희연의 상태는 나날이 나빠졌다.

이러다 잘못되겠다 싶어 민 회장은 심신미약 상태의 희연을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극도로 조심했지만 결국 결혼 상대자였던 남자의 집안에 얘기가 들어가 희연은 파혼을 당했다.

그래도 다행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얼마 전부터 계속 태준만 찾던 희연은 결국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내가 이제 와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우리 희연이 자네가 책임지면 안 되겠나.”

태준은 안 된다며 극구 반대하던 민 회장이 결국 그에게 사정했다.

“죄송합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했던가.”

“예.”

잠시 말이 없던 민 회장이 그사이 잔뜩 노쇠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희연이 저렇게 두면. 후…… 또 나쁜 마음을 먹을까 봐.”

민 회장이 거칠게 마른세수를 했다.

“제가 잘 얘기해 보겠습니다.”

‘탈칵.’

태준이 희연의 병실 문을 열었다.

그동안 살이 얼마나 빠진 건지 핼쑥한 모습을 한 희연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다가오는 태준을 돌아보았다.

태준을 보고 벌떡 일어서려던 희연이 현기증에 그대로 뒤로 누웠다.

“그냥 있어.”

“……나 지금 엉망진창일 텐데.”

이 와중에도 희연은 태준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지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런 희연의 모습을 태준이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죽으려고 했는데. 그래야 오빠가 기억이라도 해 줄 것 같아서.”

“…….”

“그런데 웃긴 게 뭔 줄 알아? 약 먹을 땐 하나도 무섭지 않았는데, 오빠 얼굴 다신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무섭더라.”

태준을 잊으려고 노력했던 3년간, 태준은 절대 여자를 만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견딜 수 있었다.

아무도 그를 갖지 못하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태준이 여자를 만난다니. 다른 여자와 있는 태준의 모습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볼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희연이었다.

태준이 슬픔이 묻은 눈빛으로 희연을 내려다보았다.

“희연아.”

태준이 처음으로 걱정 어린 목소리를 냈다.

“목숨 그렇게 함부로 버리는 거 아니야.”

희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럼 어떻게 해. 오빠가 좋은데. 오빠는 날 보지도 않는데.”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니야.”

“…….”

“그냥 갖고 싶은 것뿐이지.”

“……무슨 말이야 그게?”

“내가 너랑 만났으면, 이렇게까지 날 좋아했을까?”

“당연하지. 난 오빠밖에 없어.”

“그건 네가 뭘 갖고 싶을 때마다 했던 말이야.”

그렁하게 차올랐던 눈물이 희연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넌 날, 갖고 싶어 한 것뿐이야.”

“아니야!!! 아니라구!”

희연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오빠가 뭘 알아. 내가 오빠를 얼마만큼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 제대로 봐 준 적도 없으면서. 이렇게 죽는다고 해야…… 그런 눈빛으로 봐 주면서…….”

늘 서늘하던 태준의 눈빛이 처음으로 걱정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찬영이 오빠 전화를 받는 게 아니었는데.”

만약 결혼식을 올리고 난 후 태준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걸 알았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태준을 포기했을지도 몰랐다.

희연의 말에 태준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너한테 연락한 게, 강찬영이었어?”

가을과 관련해서 얌전하게 있는 게 이상하다고 여기긴 했지만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찬영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잘살고 있는 희연을 들쑤셔 한국으로 오게 할 줄은 몰랐다.

희연이 후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 전화를 왜 받았을까.”

학창 시절엔 태준만 쫓아다니느라 바빴다. 거기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희연은 한국에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희연의 집안에서 태준의 얘기는 금기였고 찬영이 아니었다면 그의 소문을 전해 줄 사람이 없었다.

찬영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희연이 태준을 쫓아다니며 집착을 해 온 걸 알고 있었다.

태준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희연에게 알려 주면 분명 무슨 짓을 저지를 거라 생각해 얘기를 전한 것이었다.

“그 여자가 뭐가 그렇게 좋아? 나랑 뭐가 달라서? 왜 나는 안 되고…… 그 여자는 되는데.”

잠시 말이 없던 태준이 천천히 대답했다.

“그냥 그 여자라서.”

“하…….”

가을을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바뀐 태준의 눈빛에 희연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태준이 진심을 담아 희연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제, 네 인생을 살아. 부탁할게.”

“내가…… 내가 죽는대도 나는…… 안 돼?”

“……미안하다.”

희연이 입술을 깊게 깨물었다.

실핏줄이 터져 빨개진 눈으로 연신 눈물만 흘리던 희연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내가 오빠 포기할게.”

말과는 달리 절절한 눈빛을 한 희연이 태준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안아 줘.”

“…….”

“그것도…… 안 되는 거야?”

“…….”

“……악수라도…… 안 돼?”

때론 말보다 따듯한 포옹이, 악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태준은 가을 때문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증상 때문에 희연에게 위로를 건넬 수 없는 태준은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다.

“미안하다.”

* * *

‘거기에 네가’ 스튜디오 안.

곧 시작되는 촬영에 완성된 세트장 안을 가을과 혁진, 세트 담당 FD, 몇 명의 스태프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꼼꼼히 확인했다.

“그거 들으셨어요?”

혁진의 목소리에 가을이 뒤를 돌아보았다.

“응? 어떤 거?”

“김 감독님이 맡은 4부작이요. 그것도 저희랑 같이 촬영 시작한대요.”

“그래?”

“아마 편성도 저희 작품이랑 비슷하게 들어갈 것 같던데요.”

유명 감독답게 김 감독이 맡은 4부작은 관계자들이나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중이었다.

편성 시간이 같다면 김 감독의 작품과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얼마 전 김 감독과 만난 일이 생각나자 가을의 주먹에 저절로 힘이 실렸다.

경쟁 방송국으로 옮겨간 점이나 미니시리즈도 아닌 4부작을 맡은 것, 거기에 편성까지 같다면.

김 감독이 일부러 자신의 작품과 붙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 보이지 않아요?”

“응?”

“굳이 경쟁사로 간 거 보면 뻔하잖아요. 우리 엿 먹으라는 거지.”

가을이 혁진의 어깨를 툭 치며 자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

“결과는 끝에 가 봐야 아는 거야.”

“오~ 가을 가을 정가을. 난 누나 이럴 때 좋더라. 멋져.”

혁진의 말에 가을이 슬쩍 웃어 보였다.

Rrrr-

태준의 전화에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 가을이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끝났어요?

“거의 끝나 가요.”

-주차장이니까 그쪽으로 와요.

“네.”

태준과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가을이 마지막으로 현장을 둘러보고 스튜디오를 나왔다.

얼마 뒤.

함께 점심을 먹은 후 태준이 가을을 산장 빌라로 바래다주는 중이었다.

“그분은 좀 어떻대요?”

희연을 만나고 온 후 태준은 걱정하는 가을에게 희연의 얘기를 전한 상태였다.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곧 퇴원할 것 같아요.”

걱정하는 가을 때문에 태준은 명석에게 상황을 알아보라고 시켜 두었다.

찬영의 문제는 ‘세양 홈쇼핑’ 비자금과 관련된 조사를 하는 중이라 일부러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찬영을 경계하게 만드는 것보다 방심을 하게 만들어야 했다.

“좀 안된 것 같아요.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좋아한다는 거…… 힘들었을 텐데.”

태준을 좋아했을 때 매 순간 마음이 불타는 듯 아리고 아팠던 가을은 그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되었다.

“희연이도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딘가 가라앉은 가을을 슬쩍 보던 태준이 화제를 돌렸다.

“내일 첫 촬영인데, 기분이 어때요?”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태준이 가을의 손을 잡았다.

“잘할 거예요.”

힘을 받으려는 듯 가을이 태준의 손을 더 꽉 쥐었다.

무슨 일 있어도 놓지 않겠다는 태준의 약속처럼,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손이었다.

“근데 대표님 손은 진짜 너무 예뻐요.”

매끄럽게 뻗은 긴 손가락. 거기에 뽀얀 피부가 돋보여 손 모델을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손이었다.

태준이 주악산에서 자신의 손이 예쁘다던 가을의 말을 떠올렸다.

“가을 씨 덕분에 알았어요. 내가 손이 예쁜 거.”

“정말요? 어떻게 모르지?”

“내 손을 감상할 일이 있나?”

“그럼요. 딱 보이는 게 손인데.”

“글쎄. 그냥 손이구나. 하고 살아서.”

“그럼 대표님은, 거울 보면서 무슨 생각해요?? 얼굴이구나?”

“잘 아네.”

“와. 잘생겼다는 생각 안 해요?”

“매일 보는 얼굴인데 뭘, 새삼스럽게.”

“아아, 잘생긴 사람들은 이미 잘생기게 태어나서 감흥이 없는 건가.”

태준이 좌회전 차선에 차를 멈췄다.

“그럼 가을 씨는, 내 얼굴 보고 무슨 생각 해요?”

“잘생겼다고 생각하죠.”

“난 가을 씨 얼굴 보면.”

태준이 왼팔을 핸들 위에 올린 채 가을의 입술로 시선을 내렸다.

“키스하고 싶어요.”

그 말에 가을이 입술을 안으로 쏙 말아 넣었다.

“하하. 지금은 안 할 거니까 다시 빼요.”

가을이 말아 넣은 입술을 툭 빼내자 태준이 귀엽다는 듯 가을의 머리를 살짝 헝클었다.

“귀여워서 진짜.”

은근한 태준의 눈빛에 얼굴이 홧홧해진 가을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시선을 돌렸다.

10여 분이 지나 태준의 차가 산장 빌라 주차장에 멈췄다.

가을이 안전벨트를 풀고 문손잡이를 잡았다.

“운전 조심하세요.”

“아직 운전 안 해요.”

“바로 안 가세요?”

“5층까지 바래다주고.”

“괜찮아요!”

가을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태준이 안전벨트를 풀어낸 후 차 문을 열고 나갔다.

이어 빠르게 가을이 차 문을 열고 나오자 태준이 가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언니??”

막 태준의 손을 잡으려던 가을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빌라 앞으로 향해 오고 있던 가영이 놀란 얼굴로 태준과 가을을 번갈아 보았다.

“가, 가영아. 어쩐 일이야??”

“3시에 집에서 보기로 했잖아.”

“아, 맞다.”

태준과 점심 약속을 잡느라 가영과 한 약속을 잊어버리고 있던 가을이었다.

가영이 놀란 표정으로 태준의 모습을 훑자 가을의 동생임을 안 태준이 가영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와씨. 목소리 어쩔.”

가영이 감탄한 듯 눈을 깜빡이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게, 이분은,”

“난 찬성.”

가을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가영이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명했다.

잠시 뒤.

가을과 태준, 그 앞으로 가영이 카페에 자리했다.

“그러니까, 이 엄청나게 잘생기고 멋진 오빠가 언니 남친이란 말이지?”

“……응.”

“장하다, 우리 언니.”

가영이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물개 박수를 치자 태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리 언니가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핸드폰만 눈이 빠져라 봤던 이유가,”

“정가영!! 조용히 해.”

가을이 재빨리 가영의 말을 막았다.

“가을 씨가 그랬어요?”

“아유, 말도 마세요.”

가을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태준의 시선을 외면했다.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 얘기네.”

가영이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를 가리켰다.

“그 전에 저거 사 주세요, 형부.”

“혀, 형부??”

가을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몇 개 사 올까, 처제.”

죽이 척척 맞는 태준과 가영의 모습에 정신이 아찔해진 가을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태준이 샌드위치 두 개를 사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가영이 냉큼 하나를 들고 포장지를 벗겨 냈다.

“근데 형부는 뭐 하는 분이세요?”

“방송국 다녀요.”

“방송국? 그럼 아나운서? 배우??”

우물거리며 연신 말을 하는 가영을 보며 가을이 대답했다.

“방송국 대표셔.”

가을의 말에 가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잘생겼는데 능력도 좋구나, 우리 형부.”

가영의 목소리에 한층 더 애교가 섞였다.

“어느 방송국이에요?”

“STN.”

명석이 가장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송국 대표가 태준임을 안 가영의 눈이 커다래졌다.

“……‘STN’? 그러니까 형부가 ‘STN’ 대표??”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

가영이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갑자기?”

가을의 말에 가영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찬성!”

태준과 가을이 영문을 몰라 하자 가영이 자신이 첫눈에 반한 부채 오빠가 명석이라는 사실을 한참이나 얘기했다.

“그러니까 네가 말한 사람이 임 비서님이라고?”

가영이 부채 오빠를 설명하며 긴 눈이 매력적이라든지, 한복이 어울릴 것 같다느니, 안경을 올리는 모습이 끝내준다는 얘기를 할 때 어쩐지 명석이 떠오른 가을이었지만 정말 명석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을만큼이나 태준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긴 왜 그렇게 야근을 많이 해요? 뭐 하냐고 물어보면 만날 ‘일하는 중입니다’ 이렇게밖에 안 와요.”

태준이 혼잣말 같은 말을 뱉어 냈다.

“명석이 빨리 퇴근시켜야겠네.”

“그리고 제가 한 얘기는 모르는 척해 주시면 좋겠어요.”

“왜요?”

“두 분이 해 주셔야 할 일이 있거든요.”

태준과 가을의 눈에 똑같은 의문이 담겼다.

“숨은 조력자.”

“조력자??”

궁금해하는 태준과 달리 가을은 못 말린다는 듯 얕게 고개를 저었다.

며칠 전 ‘호러 탐험대’ 안에서 자신의 손을 잡은 명석 때문에 가영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뒤로 대관람차를 타자는 말에 명석이 순순히 응했지만 너무 떨려 한 바퀴를 도는 내내 그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심지어 몇 개의 놀이기구를 탈 때까지 명석이 그대로 고양이 머리띠를 하고 있어 설렘 지수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 탓에 저녁을 먹으며 매력을 좀 더 어필해 보려던 계획은 종일 그를 볼 때마다 떨리느라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된 이상 두 번째 데이트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가영이 태준과 가을을 맹렬한 눈빛으로 번갈아 바라보았다.

“조력자가 되어 주지 못하면!”

어디서 본건 많은 가영이 ‘탕!’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이 연애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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