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64/90)

뜨거워진 태준의 눈빛 때문에 가을이 심장이 가쁘게 뛰었다.

“……무, 무슨 짓이……요?”

“글쎄.”

“…….”

“이런 짓. 저런 짓?”

“……!”

쿵. 쿵. 쿵.

떨리는 심장 소리가 귀까지 울릴 지경이었다.

“이렇게 귀여운 표정으로 보면 곤란한데.”

태준이 손을 뻗어 붉어진 가을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집에 보내기 싫어지거든.”

금방이라도 키스할 듯 일렁이는 눈빛으로 가을을 보던 태준이 이내 손을 떼어 냈다.

여기서 자제하지 못하면 정말 집에 보낼 수가 없을 것 같아 태준이 소파 테이블 위에 있던 차 키를 집었다.

“그만 가는 게 좋겠어요.”

“……그, 그게 좋겠네요.”

긴장감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가을이 휴대폰을 잡기 위해 손을 뻗다가 소파 테이블에 손가락을 세게 부딪쳤다.

“아야! 으……아파라.”

가을이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털었다.

“어디 봐요.”

가을보다 더 인상을 쓴 태준이 가을의 손을 잡아 다친 부위를 확인했다.

얼마나 세게 찧었는지, 그새 피멍이 들기 시작했다.

“아프겠다.”

피멍이 든 가을의 손을 얼굴로 가져온 태준이 ‘호- 호-’ 조심스럽게 입김을 불었다.

욱신거리는 손에 태준의 입김이 닿자 가을의 심장이 떨려 왔다.

설레면서 두근거리고, 어딘가 자꾸 몽글거렸다.

느껴 보지 못한 낯선 감각들이 제 심장 어딘가에 머무르면서 끊임없이 간질이는 기분이었다.

가을이 아프지 않게 ‘호- 호-’ 불던 태준이 피멍이 든 부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 바람에 가을이 움찔, 몸을 떨었다.

수줍고 두려운 마음과, 태준을 좀 더 알고 싶은 마음. 두 가지 마음 때문에 가을은 자신이 느낄 만큼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런 가을의 얼굴을 본 태준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진짜 곤란하다니까.”

애써 참았던 마음도 소용없이 태준이 망설임 없이 가을의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그대로 입술을 맞댄 태준이 촉촉한 가을의 입술을 쓸며 지분거리다 얕게 깨물었다.

“읏…….”

벌어진 가을의 입술 안으로 들어온 태준이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실력으로 키스를 리드했다.

도망가는 가을의 혀는 이제 금세 낚아 꼼짝도 못 하게 가두었다.

입술이 닿았다가 살며시 떨어질 때마다 만들어지는 야릇한 소리가 넓은 거실에 가득 찼다.

입 안에서 얽혔다 풀었다를 반복할 때마다 서로를 향한 열망이 점점 커졌다.

한참이 지나서 입술을 떼어 낸 태준이 가을의 귓불을 얕게 핥자 가을의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대로 귓불을 잘근거린 태준이 가을의 가느다란 목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내려갔다.

“하아…….”

그 탓에 들썩이던 가을의 가슴이 터질 듯 부풀었다.

가을의 쇄골 부근에서 입맞춤을 멈춘 태준이 뽀얀 피부에 빨간 자국을 만들어 내자 가을의 입에서 여린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뜨거워진 눈빛으로 가을을 보던 태준이 이마를 쓸며 흐트러진 가을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귀 뒤로 넘겨 주었다.

피부에 닿을 듯 말 듯 한 태준의 손길에 가을의 몸이 자꾸만 움찔거렸다.

가을을 바라보는 태준의 눈동자에 점점 열망이 차올랐다.

“……어떻게 하지.”

“…….”

“집에 보내기…… 싫어졌는데.”

말을 뱉어 낼 때마다 태준의 목소리가 점점 탁해졌다.

“가고 싶으면, 지금 말해요.”

“…….”

두려움과 설렘이 혼재된 가을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열망에 가득한 태준의 눈을 바라보다 콧대를 지나 입으로 시선을 내린 가을이 질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태준을 갈망하는 눈빛을 속일 수 없었다.

서로를 원하는 시선이 얽혀들자 태준이 가을을 가볍게 안고 일어섰다.

“대, 대표님.”

“이제 늦었어요.”

“……!”

“간다고 해도, 안 보내요.”

맞닿은 가슴에 요란한 서로의 심장 소리를 느끼며 태준이 가을을 안은 채 성큼 걸어 그대로 침실로 향했다.

침실 한쪽에 놓인 커다란 침대로 다가간 태준이 한 손으로 이불을 걷어 내고 그 위에 가을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침대에 올라온 태준이 누워 있는 가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천천히 내려가며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가을의 눈에, 오뚝하게 솟은 코에, 부드러운 볼에 입을 맞춘 후 입술을 맞대었다.

열기에 젖은 키스를 이어 가던 태준이 가을이 입은 체크무늬 셔츠 단추를 풀어냈다.

단추가 하나씩 풀려 갈 때마다 뽀얀 가을의 몸이 조금씩 드러났다.

거칠어진 숨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킨 태준이 단추가 모두 풀린 가을의 셔츠를 벗겨 내자 글래머인 몸매와 어울리지 않게 귀엽고 앙증맞은 속옷이 보였다.

부끄러움에 가을이 어쩔 줄 모르는 사이 태준이 가을의 청바지를 빠르게 벗겨 냈다.

위아래가 모두 속옷 상태가 되자 타고나야만 가질 수 있는 가을의 우윳빛 피부가 빛을 발했다.

순식간에 속옷 차림이 된 가을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태준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위로 올려 벗어 냈다.

가을만큼이나 고운 피부에 보기만 해도 단단한 근육으로 덮인 태준의 상체가 달뜬 숨소리에 맞춰 들썩였다.

직각으로 된 넓은 어깨와 단단한 가슴, 그 아래로 제 모양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 복근이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선정적이었다.

속옷 차림이 된 자신의 몸 위로 맨살이 드러난 태준이 올라온 것을 보자 그제야 무서움이 몰려든 가을이 상체를 숙이는 태준을 손으로 막았다.

심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자, 잠깐만. 대표님 잠깐만요.”

가을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태준이 상체를 살짝 세워 가을을 내려다보았다.

“무서워요?”

“……조금요.”

태준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나도 무서워요.”

“……대표님도요……?”

“나도 처음이니까.”

“…….”

“긴장되고, 떨리고.”

태준이 다정한 손길로 가을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쪽’ 이마에 입을 맞췄다.

“가을 씨가 아플까 봐, 무섭고.”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열기 섞인 두 사람의 눈빛이 진득하게 맞닿았다.

자신을 생각하는 태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가을이 각오를 다지듯 숨을 골랐다.

몸의 변화는 되돌리기 힘든 상태였지만 잔뜩 긴장한 가을의 모습에 태준이 최대한 괜찮은 목소리를 냈다.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

“지금이라면, 멈출 수 있어요.”

태준이 정말 괜찮다는 듯 미소 지으며 가을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멈추지…… 말아요.”

조용히 뱉어 낸 가을의 말에 열망으로 들끓던 태준이 그대로 입술을 덮쳤다.

열기에 휩싸인 두 사람의 키스가 한껏 농밀해졌다.

태준의 혀가 깊숙이 얽혀들 때마다 가을의 몸 곳곳이 저릿해졌다.

태준의 커다란 손이 가을의 부드러운 살결을 쓸어내리자 가을의 신음 소리가 키스하는 잇새로 새어 나왔다.

가을의 정신이 점점 더 혼미해질 때 귀엽고 앙증맞은 속옷이 태준에 의해 사라졌다.

속옷이 사라지자 보기만 해도 아찔한 가을의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린 살결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그러쥐자 키스에 막혀 소리를 낼 수 없는 가을의 몸이 비틀렸다.

그렇게 가을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던 태준이 그녀의 목선을 따라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내려갔다.

그때마다 가을은 자신도 모르게 달뜬 소리를 냈다.

흰 살결이 너무도 부드러워 곳곳에 입을 맞추는 태준 역시 달아오르는 욕망을 참아 내기가 힘들어졌다.

소중하게 가을의 온몸을 달군 그가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고 가까이 다가왔다.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가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가 처음인 이 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 걱정과 욕망이 혼재되었다.

잔뜩 가을을 애태우던 태준이 조심스럽게 힘을 실었다.

“으읏…….”

가을이 인상을 쓰며 신음을 뱉자 태준이 그녀의 상태를 살피며 조금씩 더 힘을 실었다.

그렇게 조절을 하며 점점 하나가 되어 가던 순간, 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고 강하게 몰아붙이고 싶은 욕망을 참아 내며 태준은 최대한 제 안에 남아 있는 이성을 잡았다.

태준이 부드러운 움직임을 한참이나 이어 가자 처음 느끼는 생소한 감각에 정신이 없던 가을의 신음 소리가 조금씩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에 따라 두 사람이 만들어 내던 소리가 점점 더 야릇한 소리를 내며 침실 가득히 울렸다.

태준이 상체를 조금 숙여 가을의 손에 제 다섯 손가락을 빈틈없이 밀착시켰다.

서로만 볼 수 있는 열망에 가득 찬 얼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이 순간을 기억하려는 듯 태준이 사랑이 담긴 눈빛을 보내며 가을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괜찮아요?”

태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가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만 더 올릴게요.”

뭘 올린다는 건지 가을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과 동시에 태준의 속도가 빨라졌다.

덕분에 흔들림이 커진 가을의 입에서 방금과는 다른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껏 발산하고 싶은 욕망을 절제하고 있는 태준과, 고통과 쾌락이 오가는 혼란한 감각에 빠진 가을.

두 사람에게 몰아친 밤이 깊어졌다.

* * *

새벽 6시.

습관처럼 잠에서 깬 태준이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가을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사랑을 나누고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온 가을이 피곤했는지 잠이 들어 그녀를 품에 안고 함께 잠이 든 태준이었다.

가을이 깨지 않게 몸을 움직이자 인기척에 가을이 눈을 떴다.

“더 자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태준의 모습에 어젯밤 일이 떠오른 가을이 부끄러움이 묻어난 목소리를 냈다.

“……아니에요. 다 잤어요.”

태준이 가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살며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오늘 스케줄 있어요?”

“아뇨.”

“그럼 바로 집에 가서 좀 쉬어요.”

“네.”

태준이 품에 안긴 가을을 보다가 힘껏 당겨 안았다.

“출근하기 싫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출근하기 싫었던 적 없으세요?”

“오늘이 처음이에요.”

“신기하다.”

“집에서 일하나, 회사 가서 일하나. 어차피 똑같으니까.”

가을 역시 태준과 더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 애써 태연한 목소리를 냈다.

“얼른 일어나서 준비하세요.”

가을을 품에서 놓은 태준이 빤히 얼굴을 바라보자 가을이 괜히 제 얼굴을 매만졌다.

“……왜, 왜 그렇게 봐요?”

이른 아침이라 한껏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며 태준이 가을을 응시했다.

“……한 번 더 하자고 하면 나쁜 놈인가, 생각 중.”

“진짜…… 대표님…… 아침부터 부끄럽게.”

가을이 손으로 태준의 가슴을 밀었지만 태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태준이 입술 끝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다음엔 봐주는 거 없으니까, 각오해요.”

“……봐준 거예요??”

“가을 씨가 무리하면 안 되니까.”

다시 가을을 품에 안은 태준이 천천히 가을의 등을 쓰다듬었다.

“어디도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줘요.”

“……네.”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떠나지 말아요.”

“……네.”

그렇게 한참이나 가을을 품에 안고 있던 태준이 빠르게 출근 준비를 마친 후 극구 사양하는 그녀를 산장 빌라까지 데려다주고 ‘STN’으로 향했다.

‘STN’ 대표실 안.

태준과 명석이 소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자리했다.

출근해서부터 내내 기분이 좋아 보이는 태준의 모습을 눈치채고 있던 명석이 앞에 놓인 찻잔을 들며 말을 꺼냈다.

“어제 푹 쉬셨어요?”

“응?”

“피곤하시다면서요.”

“내가?”

“출장 다녀와서 업무 보실 때, 내내 피곤하다고 하셨는데 기억 안 나세요? 제가 홍삼도 하나 드렸는데.”

“아.”

태준이 짧게 말을 뱉고 찻잔을 들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명석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를 냈다.

“언제부터 1일이었어요?”

“콜록.”

태준이 들고 있던 찻잔이 살짝 흔들려 뜨거운 차가 태준의 옷에 떨어졌다.

“티슈 좀.”

늘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을 쓰던 태준이 티슈를 찾자 명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손수건 안 가져오셨어요?”

“이런 거 닦기엔 아까운 걸 가져와서.”

가을이 선물해 준 유채꽃 손수건을 챙겨 온 태준이 명석이 건넨 티슈로 슈트 재킷에 묻은 차를 닦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 알았어?”

“정가을 씨가 대표님 집에서 나왔을 때부터요.”

혹시라도 명석이 섭섭할까 싶어 태준이 빠르게 얘기를 꺼냈다.

“가을 씨가 4부작 끝날 때까지만 비밀로 해 달라고 해서. 너한텐 오늘쯤 얘기하려고 했어.”

“예.”

“……혹시 섭섭해?”

“아뇨. 두 분만 몰라서 그렇지, 이미 꽤, 오래전에. 사귀는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랬나……?”

전혀 그런 줄 모르고 있던 태준이 잠시 생각해 보다 피식 웃음을 흘리고 다시 찻잔을 들었다.

“대표님.”

“응.”

“전에 알아보라고 하신 박 형사 말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