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90)

태준의 입술이 울먹임에 살짝 벌어져 있던 가을의 입술에 닿았다.

눈을 감으라는 태준의 말과 달리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커다래진 눈을 깜빡이던 가을이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을의 마음을 진정시키듯 부드럽게 입술을 쓸던 태준이 조심스럽게 입 안으로 들어왔다.

가을이 몸을 움찔하자 태준이 커다란 손으로 여린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그 상태로 태준의 혀가 가을의 입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로가 처음 하는 첫 키스였다.

가을의 마음을 확인하려 한 행동이었지만 아찔할 만큼 부드럽고 말캉한 감각에 태준의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자꾸 도망치는 가을의 혀를 어쩌지 못하던 태준이 어떤 상황에서도 잘하는 그답게 금세 가을의 혀를 낚아챘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을의 혀를 쫓아 부드럽게 감쌌다가 도망가지 못하게 당기고 옭아매며 한없이 다정한 키스를 보냈다.

처음 하는 키스에 숨 쉴 타이밍을 찾지 못한 가을이 태준의 가슴을 슬쩍 밀어내자 아쉬움을 삼킨 태준이 그제야 입술을 떼어 냈다.

“하아…….”

가을이 숨을 몰아쉬자 태준 역시 가빠진 숨을 천천히 골랐다.

“진정이 좀…… 됐어요?”

눈물은 멈췄지만 이런 키스를 하고 진정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빨개진 얼굴로 태준의 입술이 닿았던 자신의 입술을 말아 물었던 가을이 작은 목소리를 냈다.

“진정이…… 될 리가 없잖아요.”

태준이 가을의 얼굴을 뜨겁게 응시했다.

“날, 왜 기다렸어요.”

“…….”

“무슨 이유로, 날 못 볼까 봐 무서웠어요.”

“…….”

“가을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아뇨.”

밀어내고 싶어도 밀어지지 않는 사람.

“좋아하는…….”

“…….”

“남자라서요.”

가을이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태준을 올려다보았다.

“제가 대표님, 좋아해요.”

떨림이 묻어난 깊은숨을 내쉰 태준이 가을을 품에 안았다.

태준에게 안긴 채 손을 뻗은 가을이 조심스럽게 태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계약 짝사랑’도, ‘진짜 짝사랑’도 아닌.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같다는 걸 증명하듯 맞닿은 심장 소리가 서로의 가슴에 뜨겁게 울렸다.

“한 번 더 얘기해 줄래요.”

“……좋아해요.”

마음이 벅찬 듯 눈을 감았다 뜬 태준이 가을을 더 힘껏 안았다.

서로의 체온과 심장 소리를 느끼며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느꼈다.

잠시 뒤.

502호 소파에 앉은 가을에게 따듯한 차를 건넨 태준이 그 옆자리에 다가와 앉았다.

“안에서 기다리지 왜 밖에서 기다렸어요.”

“도저히 안에 있을 수가 없어서요.”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대표님은 왜 걸어왔어요? 차는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가을에게 태준은 과로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는 사실과 문규에게 지갑, 차 키, 핸드폰을 빼앗겼다는 것.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얘기를 꺼냈다.

가을의 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연락을 하지 못하던 태준은 가사도우미에게 차비를 빌리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문규에게 지령이라도 받았는지 하나같이 돈이 없다고 얘기해 태준은 걸어서라도 산장 빌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난 태준은 방금까지 누워 있었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10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지내던 방은 태준이 성북동에 오면 자고 가라며 문규가 그대로 놓아둔 상태였다.

방에 들어온 태준이 책장 아래에 있는 커다란 서랍장에서 큰 저금통을 꺼냈다.

학창 시절 문규가 만들어 준 체크카드를 쓰고 다녔던 태준은 잔돈이 생기면 저금통에 넣어두곤 했다.

교통비가 얼마가 들지 몰라 천 원짜리 여러 개를 골라서 빼낸 태준이 권 집사가 자리에 없는 틈을 타 성북동을 나섰다.

지갑도, 차 키도, 핸드폰도 없으면 태준이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문규의 실수였다.

그렇게 여자에 대한 이상 증상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태준은 지하철을 타고 산장 빌라까지 왔다.

걱정하고 있을 가을의 모습만 떠오를 뿐. 과로로 쓰러진 자신을 보며 미연과 찬영이 어떤 트집을 잡을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여자들이 가득한 대중교통에 대한 두려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로지 가을의 생각만으로 태준은 산장 빌라에 왔다.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가을의 눈빛을 보며 어쩌면 가을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자신의 키스를 거부하지 않는 가을을 보며 확신으로 변했다.

가을의 마음을 확인한 태준은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끊임없이 눌러 냈다.

“몸은 이제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어쩐지 분위기가 어색해 가을이 주악산에서 태준이 했던 말을 흉내 냈다.

“무슨 일을 하시길래 과로로 쓰러지죠?”

그 말을 기억하고 있는 태준이 슬쩍 웃어 보였다.

“내가 대표라 산재 처리는 못 하겠네.”

그때 일을 떠올리듯 서로가 연하게 웃다가 다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괜히 손만 만지작거리던 가을이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기회에 제 번호는 외우는 게 어때요?”

“가을 씨는 내 번호 외워요?”

“그럼요. 언젠가 기사에서 그러더라고요. 휴대폰 때문에 바보가 된다고요. 그래서 친한 사람들 번호는 습관적으로 외워요.”

태준이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게. 내가 바보가 될 줄은 몰랐네.”

가을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태준에게 내밀었다.

“할아버지 걱정하실 텐데 연락해 드려요.”

“메모 남기고 왔어요.”

성북동을 나서기 전 ‘집에 갑니다.’라고 적힌 메모지를 문규가 방에서 나오면 전해 주라고 가사도우미에게 전하고 나온 태준이었다.

잠시 말이 없던 태준이 가을을 향해 몸을 돌렸다.

태준의 눈빛에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한 가을이 괜히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홀짝였다.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네?? ……뭘요?”

“난, 첫 키스였는데.”

“콜록.”

태준의 말에 놀라서 기침을 한 가을이 소파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진데요.”

“그 부분은 내가 책임질게요.”

태준이 1초도 안 될 것 같은 시간에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러니까 가을 씨도 나 책임져요.”

가을이 뭔가를 생각하듯 맞잡은 제 손만 매만졌다.

“공평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혹시라도 가을의 마음이 변할까 봐 초조해진 태준이 일부러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르망 호텔에서 가을이 한 얘기를 상기시켰다.

가을이 대답 없이 태준의 얼굴만 지그시 바라보았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태준의 마음이 바뀌어서 언젠가 곁을 떠날까 봐.

오늘처럼 연락이 되지 않아 두려움을 느낄까 봐.

혼자 남겨질 수많은 상황이 두렵고 무서워 태준을 밀어내려던 가을이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지금 당장 앞에 있는 태준을 보지 못하게 되는 일이었다.

[난 끝을 생각하고 시작하지 않으니까.]

[이 사람 못 보면 죽을 것 같다. 이러면 올인하는 거지]

의찬의 말이 맞았다.

태준을 보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은 마음.

태준을 볼 수 있다면, 끝이 두려워도 시작하고 싶었다.

“책임……질게요.”

가을의 대답에 기쁨을 숨기지 못한 태준이 그대로 가을을 품에 안았다.

“지금부터 사귀는 거예요, 우리.”

“…….”

“대답해 줘요.”

“……네.”

가을의 대답에 태준이 더 힘껏 가을을 당겨 안았다.

“오늘처럼 두렵게 하는 일 없을 거예요.”

“…….”

“절대 마음이 변하는 일도 없을 거고, 내가 가을 씨를 떠날 일은 없어요. 약속할게요.”

가을이 믿는다는 듯 태준의 가슴 깊이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서로의 체온과 숨소리만 느끼다 태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을 씨 덕분에 요즘 많은 걸 알아 가요.”

“어떤 걸요?”

“하고 싶은 게 생기고. 계획된 일을 못 해도 즐겁고. 그리고…….”

태준이 가을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다 길게 내려와 있는 가을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매만졌다.

“내가 이렇게 질투가 많은 유치한 놈이었구나. 싶고.”

목덜미에 닿아 있는 머리카락을 매만질 때마다 피부에 닿았다 떨어지는 태준의 손가락 때문에 가을의 몸이 여리게 떨렸다.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던 가을이 한 번만 안아 달라는 부탁을 하던 태준의 모습을 떠올렸다.

“대표님.”

“얘기해요.”

“혹시 전에요…….”

가을이 말을 꺼내길 망설이자 가을을 품에서 놓아준 태준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짐작했다.

“안아 달라고 한 거?”

가을이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곤란하시면 안 해도 돼요.”

“곤란한 게 아니라, 가을 씨가 오해할까 봐요.”

가을만 만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가을을 좋아하는 거라고 오해할까 싶어 태준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갑자기 생긴 여자에 대한 이상 증상. 그로 인해 늘 경계하는 삶을 산 것, 그 증상을 숨기고 ‘세양 그룹’ 후계를 잇기 위해 ‘계약 짝사랑’을 해야 했던 이유를 가을에게 얘기해 주었다.

괜한 걱정을 할까 싶어 미연과 찬영의 얘기는 빼고 나머지는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것을 가을에게 얘기했다.

가을과 계약을 하기 위해 4부작을 편성했다는 얘기도 꺼내 놓았다.

하지만 계약과 상관없이 가을의 실력으로 이뤄낸 자리나 다름없다는 얘기를 한 번 더 강조했다.

묵묵히 얘기를 듣던 가을이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자 태준이 혹시 싶어 강한 목소리를 냈다.

“다시 얘기하지만 다른 이유로 가을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언제부터 가을을 좋아하게 된 걸까.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때 나온 답은 산에서 만났을 때였다.

지난번 노래방에서 도식에게 둘러댔던 말이 자신의 진심이란 걸 깨달았다.

밝아 오는 햇살에 가을을 봤던 그 순간. 한순간 저도 모르게 매료되었던. 그때부터 이미 자신은 가을에게 반해 있었다.

“왜…… 아무 얘기도 안 해요.”

가을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태준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정말 다른 이유 없이,”

“슬퍼서요.”

“…….”

“너무 외로웠을 것 같아서.”

힘들거나 슬플 땐 언제나 더 밝게 웃던 가을이 태준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부쩍 눈물이 많아져 눈가가 그렁하게 차올랐다.

이제야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던 태준의 얼굴이 왜 그렇게 슬퍼 보였는지 이해가 되었다.

가족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숨겨야 했을 태준이 너무 안쓰러웠다.

“괜찮아요. 외로울 틈도 없이 살았으니까.”

“…….”

“그런 감정을 알게 된 건, 최근이에요.”

태준이 그렁하게 차오른 가을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가을 씨 때문에.”

물기가 가득 찬 가을의 눈동자가 태준을 향했다.

“내 마음도, 몸도. 가질 수 있는 건 가을 씨밖에 없으니까.”

“…….”

“확실하게 책임져요.”

가을의 눈가를 쓸던 태준이 이내 가을의 뺨을 어루만졌다.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태준의 시선이 가을의 입술로 향했다.

점점 달궈진 눈빛으로 변한 태준이 가까이 다가오자 가을의 심장이 요동쳤다.

“……왜, 왜요……?”

태준이 대답 없이 더 바짝 다가왔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태준이 할 행동이 예상되었지만 뒤로는 소파 등받이가 막고 있어 가을은 피할 곳이 없었다.

두근. 두근. 두근.

사귀기로 한 이 시점에, 사방이 막힌 공간에 태준과 단둘이. 그것도 넓은 소파였다.

가을의 머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여긴 집인데…… 집에서 이러면 남들이…… 아니 그게 아니고.”

조금 전 밖에서 했던 키스를 떠올린 가을이 잔뜩 긴장해 상황에 맞지 않은 말을 뱉었다.

“한 가지 더 얘기하면.”

태준이 가을의 입술 바로 앞에서 속살거렸다.

“난 짐승으로 넘어온 지 오래예요.”

키스하고 싶고, 만지고 싶고, 어떻게 하고 싶으면 짐승이라던 지영의 말을 떠올린 태준이 가을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춘 후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각오 단단히 해요.”

가을이 대답할 새도 없이 태준이 다시 가을의 입술을 덮쳐 왔다.

그사이 기술이 늘어난 태준이 가을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부드럽게 쓸며 애를 태우다 그대로 입술을 가르고 들어왔다.

조금 전에 한 부드럽고 다정한 키스와는 어딘가 다른 좀 더 농밀해진 키스였다.

첫 키스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태준이 몰아치며 입술을 탐하자 가을의 정신이 점점 몽롱해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의 혀를 당겼다가 감았다가 집요하게 쫓으며 태준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촉촉한 태준의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지길 반복할 때마다 온몸에 힘이 풀렸다.

Rrrr-

요란하게 울리던 가을의 휴대폰이 조용해졌다가 다시 울렸다.

휴대폰이 또다시 울리는데도 태준은 가을을 놓아줄 생각 없이 오히려 잡고 있던 가을의 뒷머리를 슬며시 눕혀 키스를 이어 갔다.

깊어진 키스로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온몸에 열기가 차올라 가을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그렇게 가을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후에야 태준은 가을을 놓아주었다.

“하아…… 진짜. 바로 이러는 게 후우, 어딨어요.”

“얘기했잖아요. 짐승이라고.”

두근거리고 설레고, 긴장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가을이 또다시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명석의 전화였다.

“네, 임 비서님.”

-전화하셨길래 연락드렸는데, 통화 힘드십니까?

“아 그게, 대표님이 연락이 안 돼서 했던 건데. 지금은 연락이 됐어요.”

-연락이 됐어요? 휴대폰 꺼져 있던데.

템플스테이를 끝내고 가을에게 온 부재중 목록 보고 전화를 했던 명석이 가을이 전화를 받지 않자 무슨 일인가 싶어 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던 상태였다.

“명석이예요?”

태준의 목소리에 가을이 고개를 끄덕이자 휴대폰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태준이 몸을 돌려 소파 등받이에 기댄 채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템플스테이는 잘 끝냈어?”

-형? 지금 정가을 씨랑 같이 있어요?

“그럴 일이 있었어. 지금 휴대폰 없으니까 내일 얘기하자.”

-어디신데요? 휴대폰은 또 왜 없고요.

“자세한 건 그때 말할게.”

명석과 통화를 끝낸 태준이 휴대폰을 가을에게 돌려주었다.

“배고프죠? 냉장고에 먹을 게 있나.”

소파에서 일어난 태준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먹을 게 샐러드뿐인데.”

수중에 가진 돈도, 카드도 없어 태준이 난처해졌다.

“제가 뭐 좀 시킬게요. 뭐 드실래요?”

“가을 씨가 먹고 싶은 걸로 해요.”

가을이 가장 빨리 오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시켰다.

얼마 뒤, 자장면 두 그릇이 배달되어 오자 가을이 빠르게 비닐을 벗기고 자장면을 비볐다.

자꾸만 태준의 입술이 의식돼 마음 같아서는 바로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태준 역시 저녁을 먹지 못한 상태라 그럴 수는 없었다.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있자 긴장감이 더 몰려와 가을이 크게 면을 집어 입에 밀어 넣었다.

“천천히 먹어요.”

가을이 입 안에 자장면을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말을 뱉었다.

“제가 너무 배가 고파 가지고요.”

이제 막 한 젓가락을 집은 태준에 비해 가을은 입에 있는 자장면을 꿀꺽 넘기고 야무지게 단무지를 집어 입에 넣으며 또다시 면을 크게 집어 돌돌 말았다.

“왜 그렇게 서두르지.”

태준이 좋아하지 않는 자장면을 집어 들며 말을 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할까 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