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8/90)

정열을 따라 다과가 마련된 장소로 이동한 태준이 곧장 문규에게 다가갔다.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태준은 문규를 비롯한 식구들, 친인척들에게 인사를 하고 홀을 빠져나왔다.

뒷말이 나올 게 뻔했지만 지금 태준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강태준 씨!”

뒤에서 다급한 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준이 좋아하는 여자가 방송국 조연출임을 알게 된 희라는 태준의 집안에서 절대 허락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태준의 가족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하나로 생일 초대장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와 태준에게 다가갈 기회를 엿보던 희라가 태준이 홀을 나가자 당황해 쫓아 나온 것이었다.

“벌써 가시는 거예요?”

“예.”

희라가 우물쭈물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할 말 있습니까?”

할 말도, 가지 말라고 할 핑계도 생각하지 못한 희라가 애먼 입술만 깨물었다.

“그럼 즐기다 가세요.”

희라가 온 이유를 모르지 않는 태준이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몇 시간 뒤.

태준이 제주도에 위치한 ‘세양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

가을에게 전화를 하려고 슈트 재킷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던 태준이 멈칫. 동작을 멈췄다.

어느새 9시 반이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동영상 속 가을의 모습은 꽤 취한 듯 보였으니 지금쯤이면 잠을 자고 있을 확률이 컸다.

편하게 쉬라고 보내 준 포상 휴가인데.

계획 없이 행동한 일이 처음인 태준이 스스로 당황스러워 걸음을 돌렸다.

“어? 대표님????”

누군가의 목소리에 태준이 고개를 돌리자 놀란 표정을 한 혁진이 맥주가 든 커다란 봉투를 손에 들고 빠르게 태준에게 다가왔다.

“가을 누나 만나러 오셨어요?”

태준이 뭐라고 할 새도 없이 혁진이 흥겹게 말을 이었다.

“세상에, 이 시간에! 제주도까지~! 가을 누나를 향한 직진~! 죽어도 직진~!! 상남좌아아~! 멋집니다!”

술에 취해 붉어진 얼굴로 랩처럼 흥얼거리며 말을 하는 혁진을 태준이 빤히 바라보았다. 드라마 스태프라는 건 알겠는데,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누구시죠?”

그제야 혁진이 마치 체대생이 선배에게 인사하듯 우렁찬 목소리로 태준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시입니까아~!”

넓은 호텔 로비에 메아리가 울릴 듯한 커다란 혁진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가을 누나랑 같이 일하고 있는 FD 김혁진입니다아~~!! 지난번 노래방에서도 뵀었어요!”

“아, 예. 안녕하세요.”

“대표님 덕분에 호사스러운 휴가 아주 자알 즐기고 있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얼굴이 벌겋고 혀가 살짝 풀린 모습이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태로 보였다.

“예. 그럼 쉬세요.”

태준이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렸다.

태준이 서울로 돌아가려는 걸 모르는 혁진이 큰 목소리를 냈다.

“어디 가십니까아~! 저를 따라오십쇼~!! 가을 가을 정가을, 지금 저랑 같이 술 마시고 있습니다아.”

혁진과 둘이 마신다고 생각한 태준의 미간이 좁아졌다.

“둘이, 마시고 있습니까?”

“아니죠~~ 도식 감독님이랑, 지영이랑, 가을 누나랑 마시고 있었죠. 이젠 대표님도 추가되시겠네요. 저랑 같이 올라가시죠.”

혁진이 살갑게 다가와 태준의 팔을 잡아끌었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가을 누나 얼굴 보고 가셔야죠오~.”

“…….”

“얼른요. 빨리 안 가면 도식 감독님이 ‘너는 술을 양조공장에서 사 오냐?’라고 하신단 말이에요.”

혁진이 한껏 도식의 말투를 흉내 내며 태준을 연신 잡아끌었다.

끌려가지 않을 힘이 충분한 태준이었지만 혁진에게 억지로 끌려가듯 걸음을 옮겼다.

‘탈칵.’

태준과 혁진이 룸 안으로 들어서자 지영은 자리에 없고 도식과 가을은 바닥에 쓰러진 채 잠이 들어 있었다.

“어어???? 이럼 안 되지. 술 사 오라고 하고선 뻗으면 안 되지이이이.”

혁진이 도식에게 달려가 흔드는 사이 태준이 바닥에 누워 잠든 가을을 돌아보았다.

얼마나 마셨는지 빨간 볼을 하고 손에 새우 과자를 가득 쥔 채로 잠들어 있었다.

“감독니이임, 감독님?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불사르자면서요. 가을 누나아아. 파도 소리에 몸을 맡기고 소맥으로 달리자면서요.”

혁진의 울부짖음에도 두 사람은 ‘으응’ 소리를 낼 뿐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술자리가 벌어진 곳이 가을과 지영이 묵는 방임을 확인한 태준이 혁진을 돌아보았다.

“그만 마무리하죠.”

“이런 나쁜 배신자들. 그럼 대표님이 저랑…….”

“난 일찍 올라가야 해서요.”

슬그머니 태준을 봤던 혁진이 아쉬운 얼굴을 뒤로하고 술 취한 도식을 깨울 수 있는 카드를 내밀었다.

“감독니임~ 사모님한테 전화 왔어요오오.”

혁진의 목소리에 도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안 취했어. 봐라? 이렇게 잘 걷는다니까.”

도식이 비틀거리면서 성큼성큼 앞으로 걷자 혁진이 냉큼 도식의 뒤를 따라가 팔을 붙잡았다.

“대표님~ 가을 누나 좀 부탁드려요!”

‘쾅-’

문이 닫히자 태준이 낮게 고개를 털었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정신이 없는 표정으로 서 있던 태준이 새근거리는 가을을 향해 다가가 앉았다.

가을이 손에 꼭 쥐고 있는 새우 과자를 본 태준이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가을이 좋아한다던 과자였다.

가을의 손에서 새우 과자를 털어 낸 태준이 잠시 물끄러미 가을의 얼굴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침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을과 지영이 함께 쓰는 방이었지만 혹시라도 가을과 단둘이 있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괜히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아니라 가을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빠르게 가을을 침대에 옮기고 나올 생각이었다.

태준이 막 침대로 다가갈 때였다.

“으응…….”

태준에게 안긴 상태로 가을이 몸을 움직여 태준의 목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 탓에 태준의 목에 가을의 입술이 살포시 닿았다.

지난번 가을의 집에서 안았을 때보다 목에 닿는 입술의 느낌이 더 진해졌다.

새근거릴 때마다 가을의 내뱉는 숨결이 피부를 간지럽혔다.

“후우…….”

태준이 묵직한 숨소리를 뱉어냈다.

“……니.”

가을이 태준의 목에 닿아 있는 입술을 달싹이며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뱉었다.

“……뭐라고 했어요?”

가을이 들을 리도 없는데, 태준이 질문을 했다.

스스로도 너무 바보 같은지 태준이 낮은 실소를 하고 가을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다시 가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님…….”

“…….”

“대표……님.”

눈을 감은 채 가을의 잇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태준의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가을이 선호가 아닌 태준을 찾았다.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이 자신을 부르는 가을의 목소리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태준이 취기로 빨개진 가을의 뺨을 향해 홀리듯 손을 뻗을 때였다.

‘덥썩.’

가을이 다가오는 태준의 손을 잡아 그대로 입으로 잡아당겼다.

그러더니 이내 태준의 손을 ‘앙’ 베어 물었다.

“……!!”

손을 우물거리며 부드럽게 닿았다 떨어지는 말캉한 감각에 태준이 언 듯이 굳었다.

“……맛있어…….”

“……!”

“……오만 원……. 딸기……”

“……??”

“……딸기 케이크…….”

연신 태준의 손을 입술로 잘근거리며 가볍게 이로 긁던 가을이 스르륵 손을 놓았다.

동영상 하나에 자신도 모르게 제주도까지 날아온 태준의 가슴에 엄청난 불을 지피고 가을은 그새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냈다.

“……하.”

태준이 어딘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딸기 케이크가 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오만 원. 르망호텔 딸기 케이크…… 하…….”

계속해서 어이없는 실소를 뱉던 태준이 침실 불을 끄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대표님!”

그새 도식을 방으로 옮기고 나온 혁진이 빠르게 태준에게 다가왔다.

“가을 누나 잘 옮기셨어요오?”

“예.”

“체크인하실 거예요?”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를 타기엔 시간이 부족해 하룻밤 묵은 후 첫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전 지영이, 저희 드라마 스태프 만나서 바다 보면서 한잔 더 하려고요. 으하하하.”

태준이 술기운에 한껏 업된 혁진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러니까 내 말이 그거야. 싫으면 대표가 해 주는 거 안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커피차니 뭐니 다 받는 건 뭐야?”

“가을 언니 완전 여우라니까? 그런 스타일이 남자한테 흘리고 다니는 거야. 그러니까 대표도 사족을 못 쓰고 쫓아다니지.”

촬영 내내 유독 가을의 흉을 보던 스태프 두 명이 태준과 혁진이 다가온 줄도 모르고 가을의 흉을 봤다.

태준은 자신이 대표라는 직위를 이용해 가을을 꼼짝 못 하게 하고 쫓아다닌다는 소문을 내게 했었다.

그 소문 이후에도 가을을 흉보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마저도 곧 사라졌다.

이후에는 오히려 가을이 안쓰럽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거기다 촬영 현장에 물량 공세를 퍼부어 스태프들 사이에선 태준이 가을을 쫓아다니는 걸 응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두 명은 끝까지 가을의 흉을 보았다.

몇 년 전에 모 연예인 욕을 하며 친해진 두 사람은 함께 스태프 일을 하며 욕할 사람을 찾아 뒷말을 하는 게 낙이었다.

스태프들 단체 메시지창에 가을이 태준에게 꼬리를 치는 걸 봤다는 둥, 스태프 누구한테도 그랬다는 둥, 진작부터 어장 관리하는 스타일인 걸 알았다는 둥 하며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형성해 가을에게 안 좋은 소문이 나게 했던 것도 이들이었다.

“포상 휴가 숙소를 호텔로 한 것도 그래. 이런 건 거절해야지. 거지도 아니고 주는 걸 왜 다 받아? 하여간 헤프게 웃을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그렇게 웃음 흘리면서 뒤에서 다른 거 받고 있을걸? 내 친구들한테 얘기하니까 걔들도 다 그러더라. 여자가 완전 여우라서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진짜 싫었으면 대표가 해 주는 걸 이렇게 다 받으면 안 되지. 하여간 여우도 그런 여우가,”

“야야.”

그제야 태준과 혁진을 발견한 스태프가 다른 스태프에게 그만하라는 듯 손짓했다.

여기에 태준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던 두 사람이 태준의 모습에 얼어붙어 서로 눈치만 보았다.

태준이 두 사람을 향해 적절한 거리만큼 다가섰다.

“이름이 뭡니까.”

“네??”

“이름.”

익명으로 욕을 하는 것과, 이름을 밝히고 욕을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 두 사람이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태준의 분위기가 절대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아 스태프 한 명이 먼저 작은 목소리를 냈다.

“김, 김은진입니다.”

“……서희수예요.”

압박하듯 두 사람을 말없이 보기만 하던 태준이 낮은 목소리를 냈다.

“내가 해 준 걸 정가을 씨가 받으면 안 된다라.”

보기만 해도 오싹한 태준의 분위기에 잔뜩 얼어붙은 두 사람이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매서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던 태준이 이들이 입고 있는 옷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 후드 티. 내가 스태프들한테 선물했던 옷 같은데.”

“…….”

“…….”

태준이 스태프들을 위해 보냈던 고가 브랜드의 후드 티였다.

“그 옷도, 음식 차도, 정가을 씨만이 아니라, 고생하는 스태프를 위해서 보낸 겁니다. 방송국을 대표해서.”

태준이 한층 더 서늘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권혁진 씨.”

“예???”

옆에 서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던 혁진이 갑자기 자기 이름이 나오자 술이 깰 만큼 깜짝 놀라 대답했다.

태준이 스태프들을 바라본 채로 입을 열었다.

“스태프들을 위해서 보낸 것들을, 정가을 씨가 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아뇨!! 가을 누나가 스태프들을 얼마나 생각하는데요.”

혁진이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그럼 포상 휴가를 좀 더 좋은 환경으로 해 준 부분을 정가을 씨가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아유, 당연히 아니죠. 호텔이 숙소라니까 다들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야, 니들이 제일 좋아했잖아!”

혁진의 말에 두 사람이 뜨끔해서 서로 눈치만 보았다.

여지껏 태준이 가을에게 한 건 모두 촬영에 관련된 것뿐이었다.

자신이 주는 걸 받아야 하는 가을의 입장을 생각해 음식차 문구 외엔 철저히 스태프들 위주로 보냈던 태준이었다.

“그럼 정가을 씨가, 내가 스태프들을 위해 한 일을 거절할 이유가 없는데.”

“그렇죠!!”

혁진이 맞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김은진 씨, 서희수 씨.”

태준의 목소리가 얼마나 서늘한지 두 사람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눈만 깜빡였다.

“정가을 씨가 여우라는 제대로 된 근거를 들어 보죠.”

얘기해 보라는 듯 태준이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자 스태프 한 명이 금방이라도 울 듯 글썽거리다 눈물을 뚝 흘렸다.

“대답해요.”

하지만 태준의 목소리는 더 차가웠다.

“그, 그게…… 대표님이 좋다는데 가을 언니가…….”

“웅얼거리지 말고. 똑바로.”

가을과 함께 있는 다정한 태준의 모습만 봤던 혁진은 자신이 들었던 소문이 맞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조금 전 태준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게 사람을 꼼짝도 못 하고 얼게 만들었다.

“그게…… 제대로 거절했으면 대표님이 그렇게 쫓아다니지 않을 거니까…… 평소 남자 스태프한테도 잘 웃고 그래서…….”

“그래서. 정가을 씨가 여우다?”

스태프들이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팩트 없이 상대방을 모욕하는 건, 명예훼손입니다.”

“네?? 며, 명예훼손이요?”

“곧 변호사를 만나게 될 거예요.”

“네에???”

“나에 관해 들은 소문이 있다면.”

겁에 질려 그대로 굳은 두 사람을 보며 태준이 듣기만 해도 오싹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또다시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태준은 아무런 동요 없이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체크했다.

“잘, 잘못했어요. 제가 그냥 가을 언니가 너무 부러워서. 다신 안 그럴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데, 얘가 하도 욕을 해서,”

“야!! 네가 먼저 했잖아.”

“내가 언제. 난 가을 언니 좋아해. 네가 밑도 끝도 없이 욕했잖아.”

“아니거든!! 네가 부러워서 욕하고 다닌 거잖아.”

두 사람이 싸우거나 말거나 태준은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띵- 12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태준이 망설임 없이 안에 올라탔다. 그 모습에 혁진도 냉큼 태준의 옆에 올랐다.

혹시 봐주지 않을까 싶었던 스태프들이 말없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태준의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더 큰 목소리를 냈다.

“대표님! 진짜 한 번만 봐주세요.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태준이 무심하게 닫힘 버튼을 누르자 발을 동동거리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이내 사라졌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가 고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였다.

가을의 성격상 분명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날 일이었다.

가을의 입장이 난처하지 않게, 고소는 자신이 독단적으로 하고 후에 가을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모든 욕은 자신에게 올 게 분명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무 이유 없이 가을을 욕하면 어떻게 되는지 표본을 만들어 둘 생각이었다.

태준의 눈치를 살피던 혁진이 술기운에 용기를 내서 작은 목소리를 냈다.

“진짜 고소하실 거예요?”

“예.”

1초 만에 나온 대답이었다.

태준이 뭐 문제 있냐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자 혁진이 최선을 다해 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사람을 동사시킬 것 같은 대표라는 말을 실감한 혁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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