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90)

가을의 곁으로 스태프들이 몰려들었다.

보통 커피차는 배우 이름으로 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스태프 이름을 단 커피차는 그야말로 드문 일이었다.

“이거 대표님이 조감독님한테 보내는 커피차예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감독?”

“가을 씨, 대표님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야?”

“세상에 난 이렇게 고급 브랜드를 커피차로 보내는 거 처음 봐.”

놀란 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였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가을이 말갛게 웃어 보였다.

“글쎄요. 저도 어떻게 된 건지 굉장히 당황스럽네요. 하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은 가을이 일단 모르쇠 연기를 펼치자 호기심을 보이던 스태프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김혁진.”

가을이 스태프들 때문에 옆에 밀려 있던 혁진을 불렀다.

“커피차 오는 거 왜 얘기 안 했어?”

현장에 오는 커피차를 담당하는 사람이 혁진이었다.

“저도 연락을 못 받았어요. 근데 뭐예요? 대표랑 뭐 있는 거 맞죠? 그때도 말이야, 막 기다린다고 하고, 전화하라고 하고…….”

“이 얘긴 나중에 하자.”

가을이 혁진의 눈치를 보며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받는 사이 혁진이 옆에서 랩처럼 종알거렸다.

“어어? 나중? 더 수상해. 완전 수상해. 비싼 커피 수상해. 둘이 썸타? 내 마음은 불타. 한국은 사계절, 내 마음은 한 계절, 가을 가을 정가을.”

“넌 뭐 마실래.”

“아메리카노요.”

가을이 노상 있는 일인 듯 표정 변화 없이 묻자 혁진도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Rrrr-

“어~~ 일어나써어?”

혁진이 여자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빠르게 사라지자 또 다른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감독님. 대표님이랑 무슨 사이예요?”

“그게,”

“저 대표 여자 엄청 싫어한다던데. 무슨 사이겠어?”

고양이 귀가 달린 커다란 핑크색 손 선풍기를 돌리며 고은이 가을에게 다가왔다.

“오다가다 아는 사이겠지. 안 그래요?”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고은이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 뭔데? 사람 궁금하게?”

사람인 건 알고 있었니.

“궁금하면 대표님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이야, 정가을. 대표랑 아는 사이였어?”

이번엔 김 감독이었다.

“뭐 이런 커피차를 다 보내?”

다 감독님 덕분입니다.

김 감독을 볼 때마다 올라오는 분노의 마음을 가을은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눌러 냈다.

때로는 분노가, 성공을 향한 좋은 에너지가 되었다.

드라마를 무사히 끝내고 멋지게 4부작을 성공시키는 일이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였다.

4부작 연출자 내정 소식을 들으면 한마디 정도는 할 줄 알았던 김 감독이 조용한 거 보니 아직 4부작 연출자 얘기는 진행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김 감독이 어떻게 나올지는 몰랐지만 반칙을 한 건 김 감독이었으니 가을은 정당한 대응을 할 생각이었다.

“내가 살다가 방송국 대표가 보내는 커피를 마셔 보네.”

김 감독과 고은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STN’ 대표, 강태준] 이라는 강렬한 문구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 존재감 좀 봐.”

“글씨가 형광색인 건 처음 보는데?”

스태프들의 말에 김 감독이 코웃음을 쳤다.

“아주 100m 밖에서도 보이겠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감독은 좀 아니지 않나?”

커피를 받아 든 고은이 김 감독 옆으로 다가서며 가을을 노골적으로 훑었다.

“정가을 정도면 예쁜 편이지.”

“어머~ 감독님 너무 후하시다. 키 큰 거 빼면 평범한 얼굴이죠.”

사람을 앞에 두고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 그늘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루 이틀이 아닌 듯 타격감 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던 가을도 몸을 돌려 그늘로 향했다.

손에 든 아이스 커피를 쭈욱 마시며 한 손으로는 손 선풍기를 열심히 돌렸다.

위이잉-

휴대폰 진동에 손 선풍기를 옆구리에 끼고 가을이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 미표시.

태준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강태준입니다.

어딘가 난처함이 묻어난 목소리였다.

-커피차 갔습니까?

“네.”

-놀랐을 텐데 미안합니다.

“놀랐다기보다 사람들이 물어봐서 좀 당황했달까.”

-업체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계획이 좀 틀어졌어요.

“계획이요?”

-커피차와 함께 현장에 가려고 했거든요.

“아…….”

-지금 정가을 씨한테 연락을 하려고 보니 커피차만 먼저 도착했다고 해서요. 상황은 괜찮았습니까?

그제야 가을은 사전에 어떻게 하란 연락 없이 커피차만 온 게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한테는 일단 모른 척했는데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치긴 했어요.”

-잘했어요.

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칭찬을 듣자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 가을이 커피를 쭈욱 빨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커피차 문구를 바라보았다.

“저 문구는 대표님이 생각하신 거예요?”

-정확히 어떤 문구요?

가을이 쑥스러워 빨대를 입술로 툭툭 건들며 커피차 문구를 읊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감독.”

-마음에 안 듭니까?

“그렇다기보다 좀 민망하달까.”

-다음엔 다른 걸로 바꿔 줘요?

“다음에도 보내실 거예요?”

-보내야죠.

“음, 생각해 보니까 딱히 틀린 문구는 아니네요.”

태준의 옅은 웃음소리가 가을의 귀에 흘러들었다.

그 웃음소리가 어딘가 간지러웠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속살거리는 태준의 목소리에 가을이 괜히 애먼 빨대만 깨물었다.

-촬영장에 다시 갈게요.

“지금이요?”

-지금은 계획이 어긋났고, 조만간에요.

“바쁘지 않으세요?”

-바빠도 가야죠. 내가 지금 정가을 씨를 열렬히, 좋아하니까.

“……그럼 언제든 놀랄 준비하고 있을게요.”

-하하. 그래요. 그럼 일 봐요.

“네.”

가을이 끊긴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제야 태준과 계약을 한 게 실감이 되었다.

전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바뀐 걸 보니 태준은 이미 연기를 하는 중이었다.

가을은 7년간, 배우들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래서 진심인지, 연기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 때문에 태준과의 계약이 가을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절대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저장되어 있지 않던 태준의 번호를 ‘강태준 대표님’으로 저장한 가을이 아이스 커피를 단숨에 쭉 마셨다.

가을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명석이 서류를 들고 태준의 앞으로 다가왔다.

명석이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을 때까지 태준의 입에는 연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조금 전까지 계획한 일이 틀어져 날 선 분위기를 풍기던 태준이었다.

“좋은 일 있으세요?”

“응? 아니. 왜.”

“왜 그렇게 웃으시나 해서요.”

“안 웃었는데.”

생소한 모습에 명석이 빤히 태준을 바라보았다.

“정가을 씨하고는 통화되셨어요?”

“응.”

그제야 명석은 태준의 바뀐 분위기가 이해되었다.

“정가을 씨가 뭐라고 하세요?”

“잘 대처했다고.”

“문구 얘긴 안 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문구는 모태 솔로인 태준이 한참이나 고민을 하다 생각해 낸 문구였다.

“틀린 말은 아니라던데.”

태준의 말에 명석이 슬쩍 입꼬리를 올리다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굴 좋아해 본 적도 없으면서. 잘하실 수 있겠어요?”

“몰랐는데.”

“…….”

“내가, 연기에 소질이 있더라고.”

어제저녁 ‘세양 그룹’에 찾아간 태준은 문규 앞에서 가을을 찾아가거나 귀찮게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만약 가을이 그런 일로 자기를 더 싫어하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며 사랑에 눈이 먼 미친놈의 연기를 펼쳐 보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울 만큼 명연기였다.

정열은 가을을 찾아오거나 부를 성격이 아니었고, 미연에겐 어떤 당부도 하지 않았다.

들을 사람도 아니었지만, 태준이 하지 말라면 더 할 사람이었다.

‘삐-’

-대표님, 서희라 씨가 찾아오셨습니다.

인터폰에서 나오는 박 비서의 목소리에 태준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서희라? ……아.”

필요 없는 건 가차 없이 끊어 내는 태준답게 기억에서 사라졌던 이름이었다.

다음에 오라는 얘기를 전할까 하던 태준이 생각을 바꿨다.

방송국을 찾아올 정도의 적극적인 스타일이라면 확실하게 얘기를 하는 편이 나았다.

“들어오시라고 해.”

잠시 뒤, 희라가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네요.”

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를 가리켰다.

“앉으시죠.”

“차 내올까요?”

명석이 태준의 지시를 기다렸다.

“난 됐고, 서희라 씨는 금방 가실 거야.”

희라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지시를 내린 태준이 희라의 앞쪽 소파에 앉았다.

넓은 공간이라 희라와 몸이 부딪힐 일은 전혀 없는 곳이었지만 여자와 단둘이 있게 될 거란 사실만으로도 태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명석이 대표실을 나가자 희라가 살포시 웃어 보였다.

“금방 가야 하나요?”

“제가 10분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차가운 태준의 반응에도 희라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계속 연락드렸는데 연결이 통 안 돼서요.”

태준이 높낮이 없는 건조한 목소리를 냈다.

“연락이 되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 있죠. 바쁘시다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태준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전 강태준 씨가 마음에 들어요.”

태준이 피식 웃으며 낮은 목소리를 냈다.

“외모밖에 볼 게 없다고 했는데.”

희라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태준을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부분이 워낙 강력해서요.”

단아하면서 반듯한 이목구비에 뭐 하나 흠잡을 게 없는 희라는 재계의 일등 며느릿감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매몰차게 날 대한 건 강태준 씨가 처음이었어요. 솔직히 당황스럽긴 했는데 한눈에 반해서 그런지 그것마저 좋더라구요.”

“고맙긴 한데, 난 서희라 씨에게 마음이 없습니다.”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태준이 단호한 표정으로 희라를 응시했다.

“바뀔 일 없습니다.”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한데 희라는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제가 일을 하다 보니까 그렇더라구요. 처음엔 절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의뢰인들이 결국 절 좋아하게 되는 일, 많이 겪어 봤어요.”

“그래서요.”

“강태준 씨도 절 만나다 보면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거라는 얘길 하고 있는 거예요.”

희라가 가장 자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살짝 넘겼다.

여자들의 유혹이라면 지겹도록 받아 본 태준은 전혀 흔들림이 없는 표정이었다.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군요.”

한결같이 단호한 태준의 모습에 희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혹시 여자를 싫어한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아뇨. 여자 좋아합니다.”

망설임 없는 태준의 말에 희라가 다행이라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얘기하지 못한 게 있는데. 사실…….”

태준이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연기하다 천천히 말을 꺼냈다.

“마음에 둔 여자가 있어요.”

“…….”

“미안합니다.”

예상치 못한 태준의 말에 희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집안에서 반대하는 건가요?”

“아뇨. 저 혼자, 좋아하는 중이라서요.”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태준과 관계를 이어 가고 싶었던 희라가 슬며시 인상을 찡그렸다.

“강태준 씨 같은 남자가 짝사랑이라니. 믿기 힘드네요.”

“그러게요. 나도 믿기 힘들 정도라.”

희라가 시선을 테이블에 둔 채로 입술을 잘근거렸다.

이 남자가 웃어 주면 어떤 기분일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면 얼마나 가슴이 벅찰지,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 터질 듯한 질투심이 일었다.

“혹시 절 떼어 내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

“그런 번거로운 일은 안 합니다.”

집안을 이용해서라도 태준과 잘해 보고 싶었던 희라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제가 알 만한 여자분인가요?”

비슷한 집안의 여자인지 알고 싶어 하는 질문이었다.

만약 수준이 되지 않는 여자라면 태준의 집안에서 허락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희라 씨가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내가 그 여자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

“이만하면 대답이 된 것 같은데.”

태준이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쉽게 포기하지 못하던 희라가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태준의 모습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을 나갔다.

태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을이 없었다면 한동안 피곤했을 게 눈에 훤했다.

“아주 좋아.”

태준이 눈을 빛내며 씨익 웃었다.

* * *

오후 5시. 한창 진행 중이던 스튜디오 촬영이 잠시 중단되었다.

오디오 감독이 장비를 점검하는 사이 가을이 뻐근한 몸 곳곳을 주물렀다.

지금까지 태준과의 계약이 가을의 삶에 미친 영향은 두 사람의 관계를 물어보는 스태프들의 질문이 다였다.

그럴 때마다 가을은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둘러댔다.

태준이 촬영장에 온다고 했으니 상황을 본 후에 행동할 생각이었다.

Rrrr-

가을이 정찬 CP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네, CP님.”

-가을 씨, 강태준 대표랑 아는 사이였어?

“네?”

-4부작 연출, 김 감독이 내세운 신입 피디 말고 가을 씨로 결정됐어.

“그래요?”

가을이 흥분되는 마음을 감추며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를 냈다.

-원래 가을 씨로 하려던 거라 다들 반대는 없었는데, 어떻게 대표가 추천을 해? 내가 놀라서 말이야. 그런 얘기 없었잖아. 그런 빽이 있었으면 진작에 입봉을 하지, 뭐하러 그 고생을 해.

“그게 빽이라기보단…….”

-이 바닥 연줄인 거 모르나. 다 빽이고, 지연이고 학연이야. 김 감독이 한참이나 열 내다가 갔는데, 만났어?

“아직이요.”

“정가을!”

양반은 되지 못한 김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가을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너 뭐야, 인마.”

김 감독이 씩씩대며 가을에게 다가왔다.

“조연출 몇 번 했다고 네가 연출을 맡을 실력이 돼? 왜 네 이름이 자꾸 거기서 나와?”

가을이 주변에 있는 스태프들을 의식하고 목소리를 낮췄다.

“감독님, 조용한 데서,”

“단막극도 아직 해 보지 못했으면서 네가 무슨 4부작을 맡아! 정찬 CP도 그렇고, 대표는 또 왜 널 추천해? 뒤에서 무슨 공작을 하고 다니는 거야, 대체?”

가을이 입술을 깨물다 말을 꺼냈다.

“감독님이 저 대신 추천한 피디는 경력 1년도 되지 않은 피디예요.”

김 감독이 추천한 신입 피디가 조연출 경력이 몇 달뿐인 완전 초짜 피디라는 사실을 가을은 얼마 전 다른 연출가에게 전해 들은 상태였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아시잖아요, 이 바닥 좁은 거.”

김 감독이 매서운 눈으로 가을을 노려보았다.

“그래, 발 넓어서 아주 좋겠어.”

“그 피디보다 제가 경력이 더,”

“경력이 중요해? 너보다 능력이 되니까 내가 추천한 거 아니야!”

그 말에 가을은 김 감독 밑에서 꾹 참아온 3년의 세월이 아파 왔다.

가을이 주먹을 꽉 움켜쥔 채로 김 감독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능력은 공채 출신이라는 점인가요? 아니면, 감독님 학교 후배라는 점인가요.”

“그런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그럼 너도 공채를 보든가, 대학을 나오지 그랬어!”

가을이 원망이 담긴 얼굴로 김 감독을 바라보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던 가을이 처음으로 보인 표정이었다.

“그래서 억울해서 대표라도 꼬신 모양이지? 내가 커피차 올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가을이 주먹을 그러쥐며 소리쳤다.

“감독님!!”

“아니면 네가 뭐라고 대표가 추천을 해? 하여간, 얼굴 반반하면 이래서 문제라고! 실력이 안 되면 노력을 해야지 얼굴을 이용하려고,”

“잘못 아셨네요.”

뒤에서 들리는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에 김 감독도, 가을도, 지켜보기만 하던 스태프들도 모두 한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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