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90)

깊게 숨을 들이켠 가을이 상큼하게 뒤를 돌았다.

“엄마야~~!!”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한 곳에 완벽하게 야간 산행 복장을 갖춘 태준이 가늘어진 눈으로 가을을 쳐다보았다.

“아우 놀래라…….”

가을이 혼잣말을 뱉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꽤 오랜 세월 야간 산행을 했지만 이 시간에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아직 어둑어둑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태준을 향해 가을이 인사를 건넸다.

“안, 안녕하세요?”

가을의 얼굴을 살펴보던 태준은 어둑한 하늘 아래 서 있는 가을을 금세 알아보았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태준이 느리게 말을 뱉어 냈다.

“안녕하지 못합니다.”

“아…….”

자신이 시끄럽게 떠들어 조용한 산행을 방해했나 싶어 가을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쩐지 노려보는 느낌에 가을은 최대한 밝은 미소를 건넸다.

조금만 조용히 외칠걸…….

미안함에 다시 가볍게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한 가을이 태준을 피해 멀찍이 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잠깐.”

낮게 깔린 태준의 목소리에 가을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혹시, 시간 있습니까?”

“네??”

‘STN’ 대표와 눈앞에 있는 태준이 같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가을이 태준의 말에 놀라 눈만 깜빡거렸다.

뭐지? 이 상황에. 설마…… 헌팅?

“할 얘기가 있어서요. 5분 정도, 시간 좀 내주시죠.”

계속해서 자신만 보는 태준의 시선이 당황스러워 가을이 슬며시 제 뺨을 만졌다.

그러다 퍼뜩, 얼마 전 분노조절 장애를 겪는 사람이 길에서 시끄럽게 떠든다고 사람을 칼로 찌른 사건이 떠올랐다.

5분이면,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나쁜 마음을 실행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안 되면 3분도 괜찮습니다.”

태준이 한 걸음 발을 떼었다.

“자, 잠깐만요.”

의찬이 말을 들을걸.

산에 가지 말고 자기랑 술이나 마시자던 의찬에게 매몰차게 대리기사를 불러 준 게 갑자기 후회스러웠다.

가방에 무기가 될 만한 게 들었는지 생각하며 가을이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 할 얘기 있으시면 거기서 물어보세요.”

“그게…….”

이 시간에 산에 올라와 ‘STN’을 저주하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려고 했던 태준이 서서히 밝아 오는 하늘에 윤곽이 드러나는 가을의 모습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지나갔다.

태준이 시선을 빼앗긴 사이, 가을이 등지고 있는 산 정상 아래로 세상이 밝아져 왔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는 순간.

두 사람을 감쌌던 어둠이 점점 걷혔다.

짹짹- 삐로롱-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태준의 정신이 돌아왔다.

밝아 온 하늘에 점점 또렷해지는 태준을 보던 가을의 눈이 커졌다.

유독 흰 피부에 까만 머리와 눈. 잘생긴 얼굴 뒤로 보이는 후광.

분명 그때 그 저승사자였다.

이게 꿈일 리가 없는데. 설마, 현실에서 저승사자를 본 건가? 아니지, 저승사자가 등산복 차림으로 서 있는 건 말이 안 되었다.

“저…… 혹시.”

“…….”

“얼마 전 한국병원 응급실에서 은인이라고 하신…….”

가을의 말에 태준이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정말요? 그렇지. 저승사자일 리가 없지.”

가을의 말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 태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때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어딘가 마음이 들뜬 가을이 해맑게 미소지었다.

“절 응급실에 데리고 와 주신 거죠? 그땐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예.”

“…….”

차가운 태준의 반응에 가을이 입술을 달싹이다 말을 이었다.

“꼭 한번 뵙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데서 다시 뵙다니 이런 인연이,”

“그냥.”

태준이 느리게 말을 이었다.

“우연이죠.”

태준의 단호함에 가을이 연하게 미소 지었다.

태준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어쩐지 뇌리에 박혀 있던 가을은 그 눈빛이 자신의 착각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모르는 사람이 그런 눈빛을 하고 자신을 바라볼 리가 없었다.

“감사의 의미로 나중에 차라도…….”

“됐습니다.”

“……그러실 거라 생각했어요.”

태준을 보고 반가웠던 마음이 무색해진 가을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즐거운 산행 하세요.”

방금 태준이 뭔가를 얘기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가을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때 가을이 뺨에 떨어진 물기를 느꼈다.

“어??”

가을이 먹구름 한 점 없이 밝게 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준 역시 뺨에 떨어진 물기를 느꼈다.

그 순간 바닥에 투둑, 투둑 떨어지던 빗방울이 순식간에 앞이 보이지 않는 굵은 빗줄기로 변해 퍼붓기 시작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으아앗-”

가을이 재빨리 근처에 있는 정자로 달려가 툇마루에 올라서자 뒤이어 태준도 뛰어 들어왔다.

“와, 갑자기 무슨 비야.”

가을이 그사이 맞은 비를 털어 냈다.

그 옆에서 대수롭지 않게 머리카락을 털던 태준이 가방에서 반듯하게 각이 접힌 손수건을 꺼냈다.

“써요.”

“어? 괜찮아요.”

태준이 얼른 받으라는 듯 계속 손수건을 내밀고 있자 잠시 고민하던 가을이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접힌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자 좋은 향기가 가을의 코끝을 스쳤다.

툭툭 물기를 털어 내는 태준에게서 나는 향기와 같은 종류의 향기였다.

모르는 남자가 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게 어딘가 이상해 가을이 젖은 머리카락을 손수건으로 꾹꾹 눌렀다.

촬영장에 오면 온갖 종류의 향수 냄새에 머리만 아플 뿐 한 번도 좋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지금 나는 향기는 얼굴을 파묻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가을의 시선이 물기에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털어내는 태준에게 향했다.

하얀 피부에 살짝 아래로 내려간 눈매. 날렵한 콧날 아래로 붉은빛이 감도는 입술이 순정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왔다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거기다 옷과 머리가 젖은 모습이 초췌하긴커녕 오히려 관능적이었다.

선호보다 잘생긴 일반인은 처음이라 시선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던 가을이 태준과 눈이 마주치자 잘못하다 들킨 것처럼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어색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다.

조용히 서서 비만 바라보던 가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소나기인가 봐요.”

“그런가 보네요.”

두 사람이 소나기라고 생각했던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더 맹렬히 퍼부었다.

하늘은 분명 맑은데 내리는 비에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투두두둑- 투두두둑-

정자 지붕 위로 장대 같은 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언제나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하는 가을의 가방엔 우비가 들어 있었지만 자신을 구해 준 태준을 혼자 두고 내려가기 미안해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맑은 하늘에 퍼붓는 비를 보던 가을이 휴대폰으로 날씨를 확인했다.

“일기 예보는 여전히 맑음이네요.”

가을의 말에 태준이 묵묵히 하늘만 바라보았다.

어색해…….

어쩐지 소름이 돋는 것 같아 가을이 팔을 매만질 때 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을 하길래.”

하늘만 보던 태준이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일사병에 과로로 쓰러지죠?”

두 번 봤을 뿐이지만 여전히 피로해 보이는 가을의 모습에 태준은 궁금함이 들었다.

“음, 그냥 엄청난 노동 업무랄까…….”

“산재 처리는 했어요?”

“네에?”

꿈같은 소리에 가을이 피식 웃었다.

“어디 외국에서 오셨나 봐요, 아니면 깊은 산?”

“미국에서 왔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한 번도 제 얘기를 한 적이 없는 태준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했다.

“아아아, 진짜 외국에서 오셨구나.”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가을이 울창한 나무에 떨어지는 장대 같은 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산재 처리하기 진짜 힘들어요. 거기다 과로로 산재라니. 이 바닥에서 일하지 말라는 소리죠.”

가을이 막노동을 한다고 생각한 태준이 저도 모르게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그쪽은 무슨 일 하세요? 직장인?”

“난…….”

잠시 말을 멈췄던 태준이 나지막한 목소리를 냈다.

“수치를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매일 아침 하는 일이 시청률 추이를 확인하는 것이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수치…… 주식 같은 건가.”

혼잣말을 뱉은 가을이 태준을 따라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쏟아지는 기세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꼬르륵-

가을의 배에서 신호를 보냈다.

가만히 있는 게 더 어색할 것 같아 가을이 가방을 열어 준비해온 김밥을 꺼냈다.

“드실래요?”

팔짱을 낀 채 내리는 비를 바라보던 태준이 가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뭡니까?”

“김밥이요.”

가을이 김밥이 든 포장지를 태준의 앞에 내밀었다.

“지금, 김밥 먹을 생각이 들어요?”

축축하게 젖어 찝찝한 옷에 불쾌할 정도로 습한 날씨, 거기다 아무도 없는 산에 모르는 남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태연하게 김밥을 꺼내는 가을의 모습에 태준의 눈썹이 비뚤게 올라갔다.

“안 무서워요?”

“비요?”

“아뇨.”

태준이 가을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나요.”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닿았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깊고 진한 검은색 눈동자가 맞닿자 가을이 시선을 돌렸다.

“아깐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어째서요.”

“절 구해 주신 분이 나쁜 사람일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란 보장은 없죠.”

“나쁜 사람이라는 보장도 없고요.”

태준이 조금 전 CCTV 없는 골목을 조심하라던 가을의 말을 떠올렸다.

“누구한테는, 나쁜 사람인 것 같은데.”

작게 읊조린 태준의 목소리가 거센 빗소리에 묻혔다.

태준이 뭐라고 한 것 같아 고개를 돌렸던 가을이 태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저 눈이 마주친 것뿐인데.

또다시 어색함이 밀려들었다.

가을이 괜히 부산을 떨며 가방에서 신문지를 꺼내 툇마루 중간에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앉으실래요?”

“아뇨.”

예상한 대답인 듯 가을이 내려놓은 신문지를 깔고 앉았다.

“하나 더 사 올 걸 살 걸 그랬네.”

이 날씨에, 이 상황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김밥을 펼치는 가을을 태준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런 태준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견디며 가을이 포장지를 벗기고 김밥을 오픈했다.

“어색할 땐 먹을 게 있어야 좀 나아지는 법이거든요.”

“어색해요?”

“살짝?”

“편해 보이는데.”

김밥을 앞에 두고 신문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가을의 모습은 소풍을 나온 모양새였다.

“어색함을 참고 있는 거예요.”

“어색할 필요 없어요. 비 그치면 안 볼 사이인데.”

하지만 비가 퍼붓는 지금은 상당히 어색하다는 말을 삼킨 가을이 나무젓가락을 꺼내 종이를 벗겨 냈다.

탁-

나무젓가락이 정확히 반으로 갈리자 짧은 감탄사를 뱉은 가을이 반으로 갈린 나무젓가락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해맑게 미소 지었다.

‘가을아, 좋은 일이 생기려나 봐.’

어릴 적 나무젓가락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지면 선호는 언제나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했다.

천성이 긍정적인 선호의 영향으로 가을 역시 작은 것에도 기뻐할 줄 아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

“좋은 일이 생기려나 봐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태준을 향해 가을이 들뜬 목소리를 냈다.

“나무젓가락이 이렇게 갈라지면 좋은 일이 생기거든요.”

자리에서 일어난 가을이 태준을 향해 나무젓가락을 건넸다.

“행운권, 선물이에요.”

“사양할게요.”

“갖고 있으면 행운이 오니까 인심 쓸 때 넣어 둬요.”

가을이 태준의 배낭 옆 주머니에 나무젓가락을 꽂고 다시 신문지를 펼쳤던 자리에 앉았다.

“좀 드세요.”

“출처를 모르는 건 안 먹습니다.”

“CG 편의점 명란 볶음 김밥.”

“그 출처 말고.”

순간 뭔가 싶었던 가을이 금세 의미를 깨달았다.

“아아- 내 출처.”

가을이 먹음직스럽게 생긴 김밥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입안에 쏙 넣었다.

“제 출처는 사양할게요.”

이 와중에도 김밥은 왜 이리 맛있는지 가을이 진실의 미간을 만들었다.

가을이 제일 좋아하는 이 김밥은 편의점에 다섯 번은 가야 한 번 정도 먹을 수 있는 인기 메뉴였다.

태평하게 신문지를 깔고 앉아 김밥을 먹고 있는 가을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태준이 이내 피식 웃었다.

고작 김밥 하나에 근래 자신이 본 사람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정자 기둥에 몸을 기댄 태준이 행복한 표정으로 김밥을 먹는 가을을 보다 입을 열었다.

“이유가 뭐예요?”

가을이 두툼한 김밥에 다람쥐처럼 볼을 늘이고 태준을 쳐다보았다.

“‘STN’을 저주한 이유.”

“…….”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큰소리로 ‘STN’ 욕을 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이유를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았다.

가을이 꿀꺽 김밥을 넘기고 작게 말을 뱉어냈다.

“혹시 드라마나 예능 좋아하세요?”

“좋아하죠.”

“그럼 ‘STN’ 많이 시청해 주세요!”

“……뜬금없이?”

“제가 한 말은 잊어 달라는 뜻입니다.”

‘STN’ 홍보대사 같은 멘트로 상황을 마무리한 가을이 다시 김밥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가을을 보는 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하는 여잘까. 모르는 사람에게 한 번도 들지 않았던 호기심이 들었다.

“맛있어요?”

“드실래요?”

“아뇨.”

“먹지도 않을 건데 왜 물어봐요.”

“나중에 사 먹어 볼까 싶어서요.”

“이게 먹고 싶다고 먹을 수 있는 김밥이 아니랍니다.”

태준이 흔히 볼 수 있는 김밥과 별달라 보이지 않는 김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을 눈치챈 가을이 김밥 하나를 들어 보였다.

“이래 봬도 아주 인기가 많은 김밥이거든요.”

들고 있던 김밥을 그대로 입 안에 넣은 가을이 우물거리며 태준을 보았다.

“드실래요?”

“아뇨.”

한결같은 태준이었다.

디디디딩-

5시 반에 맞춰 둔 알람 소리에 태준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김밥을 우물거리던 가을이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 휴대폰을 보고 있는 태준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얼굴만큼이나 하얀 손가락이 웬만한 여자 손보다 더 예뻤다.

‘시간을 지나서’에 출연 중인 남자 주인공보다 눈앞의 태준이 더 배우 같은 느낌이었다.

“손이 되게 예쁘시네요.”

가을의 말에 태준이 슬쩍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러게요. 예쁘네요.”

“…….”

칭찬은 바로바로 하는 게 버릇이 돼서 나온 말이었지만 태준의 반응에 리액션을 잇지 못한 가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디링- 디링-

가을이 메신저 알림음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스태프들끼리 만든 단톡방에 술자리 사진과 메시지가 올라왔다.

자주 가는 단골 술집에서 스태프들끼리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다들 얼굴이 뻘겋게 된 모양새가 지금까지 달린 모양이었다.

[이 시간에 주무시고 계실 배신자 조감독님, 다음을 기대하세요.]

경고성 메시지와 함께 술에 취해 오타 범벅인 스태프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야 가ㅇㄹ 언니 자는데 메시지 보내지 마.]

[내 말이. 이ㅈ 그만ㅎㅐ. 누나 쉬셔야지.]

서로 말로 하면 될 걸 굳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보지 않아도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을지 눈에 그려져 가을이 엄마 미소를 지었다.

“그쳤네요.”

태준의 목소리에 가을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거짓말처럼 말끔히 비가 걷혀 있었다.

“그럼. 조심히 내려가요.”

가을이 대답할 사이도 없이 태준이 몸을 돌렸다.

비가 그치면 같이 내려가야 하나, 상황 봐서 내려가는 코스를 반대로 할까 등등을 걱정하던 게 우스울 정도로 빠른 동작이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가 버리는 태준의 모습을 바라보던 가을이 무심히 등산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 손수건.”

주머니에 넣어 둔 손수건을 발견한 가을이 서둘러 태준을 따라갔다.

“저기요!”

가방에서 소음이 차단되는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은 태준은 가을이 부르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저기요!!”

가을이 좀 더 큰 소리로 부르며 태준의 팔을 치려는 순간, 동시에 고개를 돌렸던 태준이 가을의 손이 닿지 않게 휙-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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