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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뺏겠습니다-72화 (72/92)

72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밤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꽤나 익숙한 시간이었으나 레이나와 함께 지낸 뒤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제 강에게 밤은 외롭지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다. 가벼운 웃음과 뜨거운 사랑, 그리고 와인과 음악이 넘실거렸다.

“당신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다했어. 너무 괴로워하지 마.”

레이나가 안아주었지만 그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기도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힘들어할 필요는 없잖아?”

정말 괴로운 이유가 무엇인지 레이나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의 속마음을 모르면서도 차분하게 위로해주는 그녀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레이나. 어쩌면 내 몸에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피가 흐르고 있는지도 몰라.’레이나는 아픈 아이를 무한정 안아주는 엄마처럼 그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었다.

“한해 씨 의식 회복하는 대로 같이 문병 가자. 그럼 당신 기분도 한결 나아질 거야.”

강에게는 또 다른 공포가 있었다.

한해 형이 의식을 회복했을 때, 아버지가 범인이라는 증거라도 알고 있다면 어쩌지?

그는 며칠 전 대학로의 술집에서 함께 모였던 장면을 떠올렸다.

서로에게 연인이었고 배우자였던 혹은 열망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새로운 관계로 맺어졌던 밤.

그들 중에 나를 받아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지금은 이렇게 날 안아주는 레이나조차도 이 빌어먹을 집안을 견디지 못하고 떠날지도 몰라.

꽤나 오랜 기간 평정을 찾았던 그의 마음에 다시 폭풍우가 몰아쳤다.

*

수술 후 검사 결과는 안정된 수치를 유지했고 사토시 씨의 배려 덕분에 1인실로 한해를 옮길 수 있었다. 수진은 보호자 침대에서 밤을 보내고 병원에서 아침을 맞았다.

간단히 세수만 하고 병실로 돌아와 한해의 곁을 지켰다.

회진을 온 의사는 한해의 상태를 체크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차츰 회복될 텐데 의식이 언제 돌아올지는 확답해드리기 어렵겠어요. 환자분의 의지를 믿고 기다려봅시다.”

“아예 안 돌아올 수도 있나요?”

의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을 겁니다. 조금 더 지켜봅시다.”

수진은 낮 시간에 집에 들러 책과 옷가지를 들고 왔다.

책을 펼치며 한해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당신이 눈을 뜬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가 고른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한두 권으로 끝나지 않는 길고 긴 소설이니, 혼수상태에 빠진 연인을 기다리면서 읽기엔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첫 페이지를 넘겼다.

*

오전 내내 몸이 무거웠다. 잠을 타지 못한 탓일까?

강은 뭉쳐 있던 숨을 힘주어 토해냈다.

“괜찮으십니까?”

그가 부탁한 자료를 찾아온 비서가 물었다.

집요하게 허공의 어떤 점을 노려보던 강이 눈에 힘을 풀었다.

“괜찮아요. 가 봐요.”

그는 자료를 받아들고 펼친 뒤에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글자들이 뭉개진 잉크 자국처럼 보였다.

비서는 물러나기 전에 덧붙였다.

“부회장님. 30분 뒤에 스웨덴 손님들과 점심이 있습니다.”

강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랬나?”

비서는 당황했다.

늘 하루 스케줄을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 단위로 정확히 기억하는 강이 바로 다음 일정을 모르고 있다니.

내년부터 지을 아파트에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는 가구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했고, 그 후보들 중 하나인 회사에서 온 관계자들과 미팅을 겸한 식사였다.

“굳이 내가 갈 필요는 없잖아요?”

“네. 김원철 상무님이 주재하는 자리입니다. 대표님이 인사하고 싶다고 하셔서…….”

“일정이 생겨서 빠진다고 얘기해줘요.”

“알겠습니다. 그럼 어떤 일정일지?”

“개인적인 일정이니까 윤 비서는 신경 안 써도 괜찮아요.”

“네. 차량을 준비할까요?”

“괜찮아요.”

강은 재킷을 챙겨 일어났다.

.

.

.

그가 향한 곳은 부모님 댁이었다.

점심시간에 들이닥친 아들을 보고 혼자 집에 있던 어머니는 화들짝 놀랐다.

“네가 무슨 일이냐?”

강 역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평생을 주눅 들어 있던 어머니가 최근 들어서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가 싶었는데, 그녀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가득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너야말로 이 시간에…….”

“어디 아프신 건 아니고요?”

“나는 괜찮다.”

괜찮지 않구나. 강은 귀보다 눈을 믿었다.

그는 어머니를 데리고 거실 소파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이세요.”

“아니야. 요즘 좀 피곤해서.”

뭔가를 숨기려는 인상이 역력했지만 너무 집요하게 파고 들면 입을 닫아버릴까 봐 참았다.

“그래요. 식사는 하셨어요?”

“대충 먹었어. 너는?”

“네. 저도 먹고 왔어요.”

거짓말이었다. 강은 점심을 거르고 달려왔다. 그만큼 급박한 일이었다.

“어머니. 지금부터 정말 솔직하게 말해주셔야 해요.”

삼순은 내용을 듣지도 않았는데도 이를 꾹 물고 몸을 움츠렸다.

“한해 형이 안 좋은 일을 당했어요.”

그는 핸드폰으로 기사를 검색해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한해 얘기라는 거냐?”

“네. 출근길에 회사 주차장에서 칼을 맞았어요. 돈을 노린 강도도 아니고 묻지 마 범죄도 아니고 계획적인 범죄래요. 14년 동안 배를 탄 사람이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대체 누가 왜 그랬을까요?”

삼순은 고개를 돌렸다.

“뭔가 짚이는 게 있으세요?”

“내가 어떻게 알겠어…….”

“어머니의 표정은 뭔가 알고 있다는 표정인데요?”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

그녀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시선을 피했다.

강은 심호흡을 하고 물었다.

“아버지가 관련되어 있을까요?”

눈을 번쩍 뜨며 삼순이 고개를 들었다.

강은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만약 진실을 알고 있다면 제발 말해달라고 눈으로 호소했다.

“결국은…… 이러려고…….”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맞구나.

강은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확실할 수 있었다.

“다 말해주세요. 그래야 해요.”

“너도 다칠지 몰라.”

그녀는 강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다치지 않으려고 물어보는 겁니다.”

그는 어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어머니를 지켜드리고 싶어서이기도 하고요.”

그녀의 흐느낌은 오열로 바뀌었다.

“내가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미안하다.”

어머니의 눈물이 아들의 가슴을 적셨다.

.

.

.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크면 식욕마저 사라지는 것일까?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거르고 집에 들어왔는데도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강은 태어나서 한 번도 웃어본 적 없는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왜 그래, 오빠?”

조금 늦게 퇴근한 레이나가 그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한해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어?”

강은 겨우 입을 뗐다.

“나 좀 안아줄래?”

레이나는 기다렸다는 듯 덥석 안아주었다.

“얼마든지. 백번이라도 안아줄게.”

그녀의 품에서 강은 쓸쓸히 미소 지었다.

아닐걸? 내 이야기를 다 들으면 다신 날 안을 수 없을지도 몰라.

한참 동안 그녀의 품에서 위로받은 뒤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아까 어머니를 만나고 왔어.”

“그래? 낮에?”

“점심에. 이거 들어봐.”

그는 음성파일을 들려주었다.

-녀석의 집은 삼성동이더군요. 레이나가 눈을 번쩍 떴다.

“이게 누구 목소리야?”

“그냥 들어봐.”

-보시다시피 며느님도 자주 방문을 하고요. 그래도 며느님을 다시 찾아오시겠다는 거죠? 호영 다음에 이어진 목소리는 레이나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찾아오겠다는 얘기가 아닐세. 제 발로 다시 오게 만들겠다는 거지. 내 앞에서 무릎을 꿇도록.

“이거…… 아버님?”

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나의 귀에서 이명처럼 윙- 현기증의 메아리가 들렸다.

“며느님이라면 수진 씨? 지금 아버님이 수진 씨를 무릎 꿇리겠다고 말씀하신 거야?”

낯선 남자와의 수상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무난하게 두들겨 주는 정도만 해도 겁먹고 도망갈 겁니다. 남자는 누가 들어도 이번 사건을 연상케 하는 제안을 했고 이 회장은 그의 제안을 받아주고 있었다.

-담배 연기 자욱한 곳을 왜 너구리굴이라고 부르는지 아나?-글쎄요?-내가 어릴 때만 해도 동네 뒷산에서 너구리 사냥을 하곤 했어. 나도 여러 번 동네 형들을 따라 가봤지. 너구리를 잡는 방법은 간단해. 이놈들이 굴을 만들어놓고 숨어 지내는데, 불을 피워 너구리굴 안으로 연기를 흘려 넣으면 놈들이 튀어나오지. 청부폭력을 모의하면서 옛날이야기를 태평스럽게 하는 상황에 레이나는 질려버렸다.

-오랜만에 너구리 사냥 한번 해볼까?-알겠습니다. 사냥 준비하겠습니다. 음성파일은 거기서 끝이었다.

강의 눈은 침울함의 호수 같았다.

“오빠. 이 파일 어디서 났어?”

“어머니가 준 파일이야. 얼마 전에 집에 한 남자가 찾아왔대. 아주 오래 전에 몇 번 본 적 있는 사람이었고. 아버지 서재에서 뭔가 수상쩍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서 문틈에 폰을 대고 녹음했대.”

머리 회전이 빠른 레이나는 이번 사건이 이태화 회장의 짓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아버님이 왜 그러셨을까? 아까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수진 씨를 굴복시키고 싶어서? 설마 다시 수진 씨를 며느리로 데리고 오려고 한해 씨를…….”

죽이려고 했냐는 말은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강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응. 그러려고 했던 것 같아. 죽은 딸이 환생했다고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자신이 계획한 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로 되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한해 씨를 죽여서라도?”

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답은 이미 레이나도 알 테니까.

넓은 거실에 안개처럼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저 소리만 없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도 없었다.

레이나는 누가 뒤에서 밀어 끝없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결혼까지 생각한 남자의 아버지다. 내가 직접 찾아뵙고 그 치욕을 견디며 인사까지 드렸는데, 뒤로는 수진 씨를 다시 며느리로 빼앗아오려고 했단 말이지…….

그래서 나 따위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건가?

그런 서운함은 두 번째야. 제일 큰 문제는…… 시아버지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청부살인을 감행했다는 거야.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

“미안해.”

강이 실낱같은 목소리를 딱딱한 정적의 틈으로 겨우 밀어 넣었다.

“이 일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버지가 저지른 끔찍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은 이런 일에 휘말릴 일이 없었을 텐데.”

보통 때 같았으면 당신이 왜 미안하냐고, 괜찮다고 말했겠지만…… 이번에는 레이나도 괜찮지 않았다.

“오빠. 나도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괜찮다고 해줘야 할 텐데. 그래야 오빠 마음이 편할 텐데. 그 말이 차마 나오질 않네.”

“당연하지. 인간인데. 게다가 한해 형은…… 아직도…….”

강은 여전히 무겁고 뻣뻣했다. 공포와 죄책감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내는 중이었다.

“나도 지금 너무 놀란 상태라…… 당신을 안아주지 못해서 또 미안해.”

레이나가 거듭 미안해했다.

“그래서 아까 미리 안아달라고 했잖아.”

강이 오늘 처음으로 웃었다.

“어머니는 뭐라고 하셔?”

“어머니도 다시 상태가 안 좋아지셨어. 이번 일 때문에 충격을 많이 받으셨고…… 아버지한테도 또 당한 모양이야.”

“이런…….”

레이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강은 가장 중요한 선택에 맞닥뜨렸다.

“내가 경찰에 알려야 할까?”

“휴우…… 그건 정말 내가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니까.”

“아버지하고 어제 통화는 했어. 이 파일을 어머니한테 받기 전에 의심만으로.”

“뭐라고 하셨는데?”

“부인하시지. 전혀 모르는 일처럼 말씀하시더라고.”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침묵을 택했다.

너른 거실 창으로 완전히 어두워진 도시 풍경이 펼쳐졌다. 넓디넓은 강남대로에 퇴근하는 차들이 붉은 불빛으로 늘어섰다.

집 안에는 불을 거의 켜놓지 않아서 야경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정물처럼 꼼짝없이 앉아 창밖을 보던 강이 중얼거렸다.

“이 녹취 파일이 법적인 증거가 될까?”

“자기가 참여한 대화나 통화를 녹음하는 건 법적인 효력 인정. 그게 아니라면 증거 효력 없음.”

수학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세상사에 대해 똑 부러지게 알고 있는 레이나가 정확히 정리해주었다.

“그렇다면 법적인 효력은 없는 셈이네.”

“하지만 수사를 할 때는 강력한 증거가 되겠지.”

“이 파일을 내가 들려드리면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럴 생각이야?”

“모르겠어.”

“그러지 마.”

“이 엄청난 사실을 모른 척하라고?”

“아니. 나한테 한 시간만 주면 문제를 풀어볼게.”

수학 선생님다운 표현에 강은 피식 웃었다.

“문제가 너무 어려운데 한 시간으로 되겠어?”

레이나는 창밖에서 빛나는 자신의 광고판을 가리켰다.

“이거 왜 이래. 나 수학 일타 레이나야.”

*

병실에서 보는 풍경은 마치 슬픔의 필터로 찍은 사진 같구나.

수진은 창밖을 보다가 검지 끝으로 창을 쓱쓱 밀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그치지 않고 계속 쌓였다.

그녀는 눈을 참 좋아했다. 세상이 흰색 옷으로 갈아입는 느낌이랄까.

눈 오는 날이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한 뼘 정도 마음이 들뜨곤 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빠. 눈 온다. 엄청 많이 와.”

그녀는 침대에 누워있는 한해와 대화하듯 말을 걸었다.

“오늘 밤까지 계속 내릴 거래. 요즘 이렇게 눈이 펑펑 오는 날씨 잘 없는데. 그치?”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그는 당연히 대답이 없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맞다. 오빠가 예전에 1년인가 쇄빙선 탄 얘기해줬던 거 기억난다. 북극에서 찍은 눈 내리는 바다 사진도 보여줬잖아.”

한해의 핸드폰은 전 세계의 절경을 잔뜩 담아놓은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사진들이 아니고 그가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들이 가득했다.

바다에서 찍은 사진도 많지만 배가 잠시 정박했을 때나 항구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도 꽤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하면서 그의 핸드폰 갤러리를 구경하는 건 수진의 큰 낙이었다.

“배에서 눈을 맞으면 어떤 기분이야?”

그녀는 창에서 시선을 돌리고 한해 옆에 앉았다.

“배에서도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그래? 맞다. 오빠 기억나? 우리 어릴 때 눈 많이 오는 날에는 산에서 비료 포대를 눈썰매처럼 타고 그랬잖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수진은 아련한 눈을 깜박이다가 한해의 가슴에 슬며시 고개를 기댔다.

“내가 엄청 소리 지르고 그랬는데. 너무 신나서.”

“기억하지. 나중에 스키도 배우고 싶다고 했고.”한해의 목소리에 수진은 한숨 쉬었다.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구나.

그런데 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나으면 같이 스키장 가자.”

환청치고는 너무 생생한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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