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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뺏겠습니다-68화 (68/92)

68화

같은 시간.

강과 레이나도 공연장으로 막 떠났다. 집을 나선 지 얼마 안 지났을 때였다.

조수석에서 폰을 보던 레이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어머니 저예요.”

나들이 겸 공연에 같이 가자고 연락을 드려봤지만 강의 어머니는 완강히 거절했다.

“그래.”

아침도 아니고 저녁 시간인데 어머니의 음성은 이상하리만큼 잠겨 있었다.

레이나는 갸우뚱하며 말했다.

“저희 지금 공연 보러 가는 길이에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공연이요.”

“그래”

“어머니 어디 아프세요?”

“아니다. 조금 피곤해서. 잘 보고 와. 다음에 연락하자.”

그녀는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레이나는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

운전하던 강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머니하고 언제 통화해봤어?”

“지난주에.”

“그때 어머니 괜찮았어?”

강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고 대답했다.

“이상한 건 없었는데?”

“오늘은 확실히 이상하셔. 내일이라도 한번 자기가 통화해봐.”

“그래. 고마워.”

강은 예의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공손한 태도를 예의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레이나는 절대 공손하지 않지만 예의 바르다.

“너가 처음이야.”

강의 난데없는 소리에 레이나가 되물었다.

“응? 뭐가?”

“어머니에게 이렇게 진심으로 잘해준 사람은 너밖에 없어. 심지어 친아들인 나조차도 너처럼 하지 못했어.”

“칭찬받아서 기분 좋네.”

레이나는 활짝 웃으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없이 어둡고 무거운 나를 구원해주기 위해 신이 너를 보내주셨을까. 나의 구원자를 더 일찍 알아봤더라면 좋았겠지만, 너무 늦기 전에 알아봐서 그래도 다행이야.

토요일 저녁의 들뜬 풍경 속으로 그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

.

.

푸른 어스름이 내려앉은 소극장에 관객이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한껏 차려입은 한해와 수진은 팔짱을 끼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전남편과의 재회에 대해 수진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만나면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 웃어줘야겠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거야.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한해의 팔에 낀 팔짱이 자기도 모르게 더 단단해졌다.

전남편과의 재회 외에도 신경 쓰이는 문제가 있었다.

눈 오는 날씨. 오래 내리지 않고 그치긴 했지만 맨눈에 보일 만큼 눈발이 흩날렸다. 아마도 올해 첫눈으로 기록될 터였다.

공연장 앞에 들어가기 직전에 수진은 한해의 팔을 잡아끌었다.

“괜찮을까?”

처음에 못 알아들은 한해는 뒤늦게 질문의 의도를 알아채고 한숨을 쉬었다.

“누가 공연장에 테러라도 저지를까 봐?”

그는 손가락으로 소극장 입구를 가리켰다.

“겨우 백 명 조금 더 앉을 수 있는 소극장에?”

수진은 불안한 가슴을 이성으로 다스리려고 애썼다.

오빠 말이 맞아.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

그녀는 객석으로 들어오면서 비상구의 위치와 내부 구조를 확인했다.

최악의 경우 불이 난다고 해도, 미로처럼 복잡한 멀티플렉스 극장도 아니고 바로 문만 열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작은 극장인데.

아무 일 없을 거야. 괜찮을 거야.

좌석이 제일 앞자리여서 손만 뻗으면 무대가 닿을 것 같았다.

강과 레이나 커플도 들어왔나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겨우 참았다.

관객들이 얼추 들어오자 극장 안에 불이 꺼졌다.

소월과 레오 커플이 스포트라이트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둘은 서로 연인임을 감추지 않았다. 손을 꼭 잡고 인사하자 관객들이 박수로 응원해주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타치고 노래 부르는 소월이라고 합니다.”

소월에 이어 레오도 인사했다.

“저는 피아노 치고 노래하는 레오라고 합니다.”

다시 쏟아지는 박수 속에 레오는 피아노 앞에 안고 소월은 기타를 들고 무대 중앙에 앉았다.

레오가 일방적으로 진행을 맡았던 지난번 버스킹과 달리 오늘은 대화 형식으로 공연을 진행했다.

“소월 씨. 오늘 공연 테마가 뭐죠?”

“사랑에 대한 101가지 이야기잖아요.”

“그럼 오늘 우리가 101곡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 건가요?”

“그러면 밤을 새워야 하고요. 아마 스무 곡 정도?”

“그런데 왜 공연 제목에는 그렇게 큰 숫자가 들어갔을까요?”

“공연을 준비하면서 레오 씨하고 사랑의 정의를 수집해봤잖아요. 정말 너무나도 많은 정의가 있더라고요. 백 가지도 넘게. 그래서 101가지라는 숫자를 붙여봤죠.”

“소월 씨는 기억나는 것들이 있나요?”

“음. 저는 이 말이요.”

그녀는 작가 기욤 시오도의 표현을 떠올렸다.

“사랑이란 오직 그것에 빠진 사람들만 웃게 만드는 농담.”

관객 중 몇몇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 씨는요?”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사랑이란, 당신 없이도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마법.”

로랑 그리마가 쓴 글의 한 구절이었다.

아직 첫 곡을 부르지도 않았는데 수진은 로맨틱한 감정으로 몸에 노곤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침 한해가 슬쩍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래. 우리 손잡고 공연 보자.

그녀는 잡은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그럼 사랑에 관한 101가지 이야기, 그 첫 번째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레오 씨? 뭐부터 부를까요?”

서로 사랑하는 무명 뮤지션 둘은 마치 대화하듯 편안하게 공연을 진행했다.

“태양의 노래로 시작하죠. 달링.”

파워풀한 소울 넘버를 어쿠스틱으로 재해석한 연주가 시작되었다. 먼저 레오의 피아노가 차분하게 전주를 깔았다.

“끝까지 넌 못됐어. 등 돌린 마지막 한마디도 모질고 독하게 굿바이.”

레오는 나긋나긋한 평소의 창법과 달리 파워풀하게 외치듯 노래했다.

“화가 나서 난 또 이성을 잃어. 그래 때려치워. 오늘로 끝이라고. 할 만큼 했어 난. 너 때문에 내 모든 게 무너지지만.”

그의 시선은 애타게 소월을 향했다.

“Darling you. 내 두려움 속 희망은 너. Darling you. 기나긴 여정의 끝에 영원한 건 없다고 온 세상이 말해도 내겐 너뿐이야.”

차분하게 듣고 있던 소월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이어 불렀다.

“언제까지 넌 툭하면 울 거니? 그만 제발. 차라리 널 울리지 않는 그런 사람 만나.”

그들의 노래를 조금 더 뒤쪽에서 듣고 있는 커플이 있었다.

“함부로 막말하는 내가 싫어져. 날 이렇게 만드는 네가 더 미워져. 언제까지 우린 아파야 하니.”

강은 나란히 앉은 레이나의 손을 잡았다.

“너라는 독한 술에 취해 오늘도 난 비틀대지만 너라는 미로 속을 헤매지만.”

아직 첫 곡도 끝나지 않았는데 레이나는 눈물이 왈칵 솟았다.

“너라는 벽에 나 부딪혀 이렇게 또 주저앉지만 너라면 난 행복해.”

노래가 마치 그녀의 이야기를 담을 것 같아 전율이 일었다.

마냥 철부지인 줄 알았던 동생 레오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흐르다니.

첫 곡을 마치자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아, 나 너무 몰입해서 불렀나 봐.”

레오가 혀를 쏙 내밀자 소월은 사랑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레오 씨 음정 막 흔들리던데요. 연습 때는 냉정하게 잘하시더니.”

“끙. 그러게요. 빨리 만회해야겠다. 우리 자작곡 하나 갈까요?”

그들은 제일 먼저 발표한 음원을 함께 불렀다.

애절했던 태양의 노래와 달리 상큼하고 귀여운 사랑노래에 관객들은 후렴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수진도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한해는 손을 잡은 채 그녀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믿을 수 없어. 이 순간을.

사랑 노래와 연인들이 가득한 공연장 안에서 그녀와 손잡고 있다. 온통 사랑,

무명 뮤지션의 소극장 공연일 뿐인데, 그에게는 노르웨이 바다에 드리운 오로라 커튼 아래를 지날 때보다 더 신비로운 순간이었다.

더 이상은 필요 없어. 딱 이만큼. 이만큼의 행복 외에 더는 바라지 않아.

노래를 잘 모르는 그도 후렴구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자작곡이 끝나자 이번에는 소월이 먼저 말했다.

“레오 씨. 나 너무 감동먹었잖아.”

“왜요?”

“관객분들이 막 우리 노래 따라 불러주셔서.”

“그러니까요. 아 진짜 나 이런 경험 처음이야.”

“우리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그럼 바로 다음 곡 이어가볼까요? 이번에는 팝 한 곡?”

“영어 잘하는 레오 씨가 소개해줘요.”

둘이서 대화하던 레오가 관객들을 보며 말했다.

“저랑 소월 씨가 이번 공연 준비하면서 사랑에 대해 진짜 대화를 많이 나눴거든요. 완전 무슨 철학자 되는 줄.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은 진짜 단순하게 접근해야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소월도 말을 이었다.

“보고 싶은 마음. 함께 있고 싶은 마음. 안고 싶은 마음. 결국 사랑의 본질은 그런 단순한 마음들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 노래는 그런 마음을 담은 노래에요.”

“가수 이름은 어렵고 노래 제목은 쉽네요. ‘Nothing but thieves’라는 그룹의 노래입니다. Lover please stay.”

레오가 제목을 말하자마자 소월이 기타 연주를 시작했다.

노래는 레오가 먼저 불렀다.

“내 사랑, 그대가 지친 것 같네요. 간밤을 지새운 그대의 눈은 피곤해 보여요.”

소월이 이어 불렀다.

“내 사랑, 부엌으로 와줘요. 바닥이 차네요, 나도 그래요.”

둘은 마주보며 애절한 코러스를 불렀다.

“내게서 가져가요. 당신이 원하는 것, 당신에게 필요한 건 뭐든지. 하지만 내 사랑, 제발 나와 함께 있어줘요.”

차분하게 시작한 노래는 점점 열창으로 바뀌었고, 크지 않은 공연장 안의 연인들은 절절한 사랑의 감정에 젖어들었다.

“나는 당신의 슬픔을 느껴요. 당신의 피부에서 쏟아지죠. 그러니 내게서 가져가요. 당신이 원하는 것, 당신이 필요한 건 뭐든지. 하지만 그대여 제발 내 곁에 있어줘요. 제발”

수진도, 한해도, 레이나도, 강도, 그날 밤 그곳의 모든 연인들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 곁에 있어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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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워낙 작은 곳에서 치렀지만 열기는 대단했다.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대기실로 돌아온 레오와 소월은 서로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수고했다는 인사,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나누고 입맞춤도 잊지 않았다.

서로를 보며 한 시간 넘게 사랑 노래를 부르다 보니 그들의 감정은 차오르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오늘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소월은 기도했다.

아름다운 선율, 절절한 가사, 그리고 애정 어린 눈빛. 이 모든 좋은 것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기를.

그리고 관객들과 나누었던 사랑의 정의도.

공연 중에 객석에 마이크를 넘겨 같이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휠체어를 탄 남자친구와 함께 온 관객은 자신이 저장해놓고 다니는 사랑의 정의를 읽어주었다. 프랑스의 작가 마갈리 베르트랑의 글이었다.

“사랑이란 폭풍의 중심에서도, 다툼이 계속되는 순간에도, 깊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도, 뜨거운 한여름에도, 온전히 침묵하는 중에도, 곁에 없을 때에도, 온 마음을 다해 너를 다시 붙잡으면서 내가 왜 너를 선택했고 여전히 너의 곁에 있는지를 되새기는 일.”

노래하고 연주한 내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선물 받았네.

그녀는 레오에게 거듭 속삭였다.

“고마워. 모든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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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소극장에서 나오는 관객들 속에 수진과 한해도 있었다. 둘 다 벅찬 표정이었다.

“오빠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한해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입을 뗐다.

“사랑은 아련한 별빛 같은 희망을 품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기다림을 감내하는 것.”

수진은 잠시 놓았던 그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응. 오빠의 사랑은 늘 그랬지.

공연 티켓을 버리려다가 표에 적혀 있는 짧은 말 때문에 간직하기로 했다.

사랑은 거리를 걷다 너의 손을 놓아야지 하다가도 더욱 꼭 쥐기로 마음먹는 것 - 밥티스트 볼리유

“재미있게 보셨어요?”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레이나가 서 있었다. 이제 그녀의 남자가 된 이강도 함께.

드디어 재회의 순간이었다.

“아, 레이나 씨. 정말 잘 봤어요. 동생 분 재능이 대단하더라고요.”

일단 그녀에게 인사하고, 옆에 있는 강과 마주했다.

잘 지냈어요?

레이나와 한해를 생각하면 예의가 아니기에 안부 인사조차 속으로 삼켰다.

가벼운 목례로 전 남편에 대한 인사를 대신했다.

강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도로 치면 미온의 미소를 머금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한해는 달랐다.

“오랜만이다, 이강.”

거침없이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던 강은 악수를 나누었다.

“오랜만이야, 형.”

오랜만입니다, 강한해 씨. 이런 인사 대신 형이라는 호칭을 썼다.

수진은 그것만으로도 긴장이 누그러졌다.

한해 역시 환하게 웃었다.

“다들 이렇게 어색하게 서 있지 말고,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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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커플 데이트가 급히 만들어졌다.

두 커플에 오늘의 주인공 소월과 레오 커플까지 더해 세 커플이 함께 모였다. 장소는 공연장 근처의 평범한 주점.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게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처음에는 오늘 공연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수진이 먼저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 오늘 완전히 결심했어요. 제가 진행하는 드라마에 두 분 노래 꼭 쓰기로.”

한해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소월 항해사님이 배 그만 타고 음악 한다고 했을 때 안 말리길 잘했네요. 저같이 음악 잘 모르는 사람까지 감동받았으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레오가 환하게 웃으며 고마워했다.

“다들 와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이렇게 찬사까지. 정말 영광입니다.”

까칠한 레이나마저 신이 나서 동생을 치켜세웠다.

“레오의 진짜 능력은 소월 씨 같이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여자 친구를 뒀다는 거지. 그동안 누나가 무시한 거 사과한다.”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에 소월은 간절하게 레이나의 손을 잡았다.

“언니 정말 너무 감사해요. 언니가 홍보 안 해주셨으면 정말 이런 공연도 불가능했을 거고요. 매번 가난한 저희한테 고기도 사주시고.”

“오늘만큼은 저희가 사겠습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강이 그때 나섰다.

“이런 건 법카로 해야죠.”

그의 손에는 태화건설 부회장 명의의 법인카드가 들려 있었다.

“무제한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다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활짝 웃고 있는 강을 넌지시 보는 두 여자가 있었다.

당신, 정말 좋아 보여. 난 당신한테 참 나쁜 여자였구나. 미안해.

수진은 언젠가 꼭 진심으로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레이나는 속으로 말을 삼키지 않고 강의 귀에 속삭였다.

“당신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막 뽀뽀해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엑스 와이프 앞이라 불편하지?”

강이 화들짝 놀라 그녀를 노려보았고 그녀는 장난이라며 웃었다.

세 커플 중 누구도 이렇게 화기애애한 술자리가 만들어질 줄은 예상 못 했다. 마주쳤을 때 어색하지만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었는데.

술잔도 무척이나 빨리 돌았고, 주량이 약한 사람들은 벌써 취했다.

한해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신나서 오가던 말들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한해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자리를 빌려서 고백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고백이라는 말에 술에 취했던 소월도 눈을 반짝 떴다.

“이 고백은 저와 레이나 씨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둘만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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