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레이나는 핸드폰을 가만히 들어다보았다.
-기억 나? 마음에 괴물이 날뛰면 내가 달래주겠다고 했던 말. 강의 메시지였다.
어젯밤 그런 말을 했지.
와인 바에서 한해를 만난 그는 천적을 마주친 맹수처럼 불안해했고, 그녀는 그를 달래려 애썼다.
팔짱을 끼고 밤거리를 걸으면서 겨우 그를 진정시켰다.
그런데 강이 이상한 고백을 했다. 자기 마음속에 괴물이 산다고. 그 괴물이 날뛰면 잡아먹히고 만다고.
그녀는 손을 꼭 잡아주며 약속했다.
-괴물이 날뛰면 내가 달래줄게. 레오와 테니스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려던 길이었다. 차에 시동을 걸기 전에 확인해 본 핸드폰에 강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레이나는 짧게 답장했다.
-괴물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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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 있는 최고급 레지던스 빌딩.
주로 외국인 회사 임원들이 1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거주하는 곳이었다.
승강기를 타고 제일 꼭대기 층에서 내린 레이나는 복도 끝으로 갔다.
“여기가 맞나?”
강이 찍어준 주소와 문 앞에 붙은 호실 번호를 확인하고 벨을 눌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렸다, 강은 재킷을 벗은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여긴 또 뭐야.”
레이나는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당장 일가족이 들어와서 살아도 아무 불편함이 없도록 가구와 집기가 완비되어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 지은 데라 제일 위층 호실 하나를 내 이름으로 비워뒀어. 혹시 너도 쓰고 싶으면 얘기해. 늘 비어 있으니까.”
“이런 좋은 레지던스를 그냥 비워놓다니. 건설회사 오너만 할 수 있는 플렉스인가?”
강은 두 손을 펴고 대답했다.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만.”
레이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두 손에 깍지를 꼈다.
“10대 건설사의 황태자와 함께 두 손을 맞잡고 있네요! 영광입니다.”
“영광? 이렇게 급하게 불러내도?”
“어떤 여자들은 이런 상황을 자신을 함부로 대한다고 기분 나빠하는데 난 그런 거 전혀 없어. 갑자기 불러냈을 때 내가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참 편하게 산다.”
강은 깍지를 풀려고 했지만 레이나가 놓아주지 않았다.
“강에 산다는 괴물은 이미 들어간 것 같은데?”
“널 기다리는 것만으로 진정되었나 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낼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레이나의 눈동자는 욕망과 장난기가 섞인 빛이 어른거렸다.
“어젯밤에도 나 보채지 않고 얌전히 보내줬어, 당신 와이프한테. 이틀 연속은 안 돼.”
“대낮이야.”
“괴물 다시 불러내? 내가 당신 열 받게 해서?”
“레이나…….”
강의 소극적인 저항은 소용없었다.
레이나의 붉은 입술이 다가왔고, 곧 그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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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 있었고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얹고 몸을 감았다.
둘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여기저기 립스틱이 묻은 강의 몸 위로 이불이 구겨져 있었다.
레이나는 몸이 너무 뜨거워졌는지 다리를 이불 밖으로 빼놓은 상태.
“우린 정말 완벽한 짝인데. 왜 날 두고 엉뚱한 여자랑 결혼해서 이 고생일까?”
아직 가쁜 숨을 고르며 레이나가 물었다.
“원래 인생은 어긋나는 거고 괴로운 거야.”
“인생 얘긴 너무 거창해. 오늘만 얘기하자. 대낮부터 뭐가 그렇게 괴로웠어?”
강은 어젯밤과 오늘 아침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던 것들을 전해주었다. 일그러진 사념의 향연을 고스란히.
레이나는 매우 흥미롭게 들은 뒤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 리버 오빠,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사이코구나.”
“그런데 왜 같이 누워 있어?”
“나도 사이코니까.”
“자랑이다.”
“나랑 사고치고 나니까 기분이 좀 나아졌어?”
“응. 한결. 유치하다는 거 아는데 뭔가 복수한 것 같다고 할까. 이 기분에 중독될까 봐 무섭긴 하다.”
“기분이 아니라 나한테 중독되는 거지.”
“이런 데도……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고 생각해. 너무 뻔뻔한가? 이래서 사이코인가?”
레이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네가 보기엔 어때?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건 모르겠는데 엔간해선 못 놓을 거 같긴 하네.”
“그래 보여?”
“자기가 제일 잘 알면서. 당신이 정말로 중독되어 있는 건 배덕감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당신 와이프야.”
“너는 어떻게 할 건데?”
“당신을 뺏어야지.”
“내가 수진이를 계속 못 놓는다면?”
“지드래곤이 그랬어. 영원한 건 절대 없다고.”
“바보 같은 소리. 영원한 건 없지만 우리 역시 그렇게 길지 않은 삶을 살고 죽어.”
“백세시대야.”
“요즘은 육십도 청춘이라지만 늙은이들이나 하는 소리고, 실제로는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도 정해져 있다고.”
“두고 보면 알겠네. 내가 언제쯤 당신을 완전히 내 남자로 만들지.”
“나같이 망가진 사이코를 가져서 뭐하려고?”
“말했잖아. 우리 닮았다고. 깨진 거울의 반쪽들. 맞추면 온전히 하나가 되지.”
“말은 잘해. 누가 일타강사 아니랄까 봐.”
“말만 잘할까 봐?”
강은 립스틱이 다 지워진 레이나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고, 레이나는 떠나려는 그의 입술을 자기 입술로 붙들었다.
그녀는 키스하며 속삭였다.
“난 당신 고쳐줄 수 있는데. 괴물도 달랠 수 있고.”
스포츠로 다져진 그녀의 몸이 그의 몸 위로 서서히 올라갔다.
*
한해의 집 앞.
늘 또랑또랑하던 수진의 목소리는 움츠려들었다.
“수진아! 네가 어떻게 여길…….”
그는 아직도 얼떨떨했다.
“들어가도 되죠?”
그녀는 경계하는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어, 그럼. 들어와.”
한해는 그녀를 마당으로 들이고, 밖을 살피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대문을 닫았다.
수진은 비단잉어들이 사는 연못, 그리고 피크닉 테이블이 놓인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우와. 집 좋다. 서울에 이런 주택이라니. 우리 울진 살 때 생각난다. 이렇게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마당도 있고 화단도 있었잖아요.”
집안에 들어오고 나니 그녀의 경계심은 한결 풀어진 듯 보였다.
“나는 그냥 돌보기만 하는 거고. 사토시 씨의 취향이야.”
“그분 꼭 뵙고 싶네요.”
“그분도 마찬가지로 널 뵙고 싶어 해. 네 얘기를 많이 했거든.”
“그럴 날이 꼭 있기를.”
“집 안에 들어올래? 그게 불편하면…… 저기서?”
한해는 파라솔이 펴진 피크닉 테이블을 가리켰고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기가 좋겠다.”
베이지색 블라우스에 갈색 롱스커트를 입은 그녀는 푸른 잔디를 가로질러 체리 원목 의자에 앉았다.
집안에 들어가 따뜻한 차 두 잔을 들고 나온 한해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우리 수진이…… 그림 같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런 그림 말이야.
저 아이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이 족할 텐데, 왜 강이 그 녀석은…….
레이나와 킬킬대며 지분거리던 강의 모습이 떠오르자 바늘에 심장이 찔린 기분이었다. 하마터면 찻잔을 떨어뜨릴 뻔.
“커피 마시기엔 좀 늦은 시간이지?”
한해는 카페인이 없는 루이보스 티를 테이블에 올렸다.
“고마워요.”
한해도 옆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여긴 어떻게 알았어?”
“지난번에 오빠가 알려줬잖아요.”
“아 그랬나?”
한해는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수진은 잠시 멍해졌다.
저 표정…… 아직도 있네.
어릴 때 한해는 민망할 때 이런 표정을 곧잘 짓곤 했고, 그녀는 ‘바보 같은 표정’이라고 놀리곤 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한 게 없어. 나는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미안하게.
그녀의 심경도 복잡했지만 한해의 마음만큼 복잡하지는 않았다.
너에게 말해줘야 할까? 네 남편이 어떤 짓을 하고 다니는지?
물어봐야 할까? 괜찮은지? 행복한지…….
“오빠. 좀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고 직접 왔어요.”
그녀는 차분하게 한해를 마주했다.
“그랬겠지. 루이보스 티를 마시러 온 건 아닐 테니까.”
한해는 애써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오빠한테 무척 실례가 될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끝까지 들어줘요.”
한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이사 가줄 수 있어요? 어차피 이 집이 오빠 집이 아니라면 여기에 오지 않을 순 없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얘기. 한해가 인상을 썼다.
“무슨 일인데 그래?”
“그이가…… 요즘 지나치게 예민해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나 했는데 하루하루 더 심해져요.”
“혹시…… 너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가할 정도로?”
“아직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만약 동네에서 오빠를 마주치는 날엔…… 폭발할 수도 있어요.”
한해는 어제 와인 바에서 강을 대면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래. 그때도 그랬지. 녀석은 주먹을 날리려고 했어.
“그이의 역린이 바로 오빠거든요.”
한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 알고 있죠?”
“짐작은 하고 있었어.”
“우리 셋 모두를 위해 절대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만약 내가 계속 여기 살겠다면?”
“그럼…… 우리가 이사를 갈게요.”
“신혼집에 들어간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래도 폭발할 위험을 안고 사는 것보다는 나아요. 제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이사 가자고 할게요.”
한해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미안해요, 오빠. 무리하고 실례인 부탁이죠. 알아요. 알면서도 이렇게 올 수밖에 없을 만큼…… 위태로워서 그래요.”
“차라리 그냥 있는 대로 말하면 어때? 내가 일부러 여기로 이사 온 것도 아니고, 우연히 한 동네에 모인 거잖아.”
“오빠…….”
수진은 말을 맺지 않았지만 한해는 남은 말을 알 수 있었다.
그이가 믿을 리가 없잖아요.
“그이는 잠꼬대까지 해요. 우릴 가만히 안 두겠다는 식의…….”
“그건 심각한데?”
“그래서 더더욱 마주쳐선 안 된다는 거예요.”
“너는? 넌 괜찮아?”
“괜찮고 말고가 있나요. 제가 선택한 제 인생인데.”
한해는 숙희 아주머니의 고된 인생 역정을 떠올렸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예쁜 것들만 모아놓은 것 같은 수진의 모습 위로 숙희 아주머니의 찌든 모습이 겹쳐졌다.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달으면 돌이킬 줄도 알아야 해. 점점 안 좋아질 걸 알면서 계속 가는 것도 무책임한 행동이야.”
수진은 입을 꾹 다물었는데 턱과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네. 알겠어요. 아직은…….”
“아직은?”
겨우 버티며 한해를 마주보던 수진이 마침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수진아.”
한해가 불러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이 없었다.
“진수진.”
성까지 붙여서 부르는 목소리, 정말 오랜만이네.
수진이 고개를 들 수 없는 이유. 들킬 것 같아서였다.
들키고 싶지 않아. 내가 두려워한다는 거. 나의 슬픔. 나의 후회.
오빠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
창피해서가 아니야. 내 인생의 파편이 오빠의 인생까지 망칠까 봐 그래.
이미 오빠는 자기 잘못도 아닌 비극을 14년 동안 견뎌냈잖아.
더는 안 돼. 오빠는 이제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져야 해. 세상 누구보다 안전해야 해.
이를 꾹 물고 있는 그녀의 턱에 생경한 느낌이 닿았다.
그 작은 지점에서 시작된 온기가 퍼져 움츠려 있던 그녀의 몸을 녹였다.
한해의 손이 턱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고작 찰나의 시간이었으나 그녀에겐 몇 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와 몸이 맞닿은 일 자체가 14년 만이어서일까. 구석구석까지 감각이 물결쳤다.
아마 그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겠지? 이렇게 숨결이 느껴지는 걸 보니.
“날 봐. 진수진.”
그녀는 차마 마주볼 수 없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나 안 보면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돌려 그와 마주했다.
예상대로 그의 얼굴은 한 뼘도 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칫하다 입술이 맞닿을 수도 있는 거리였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 느낌이 바로 삶의 파동이구나. 심장의 박동처럼 내가 제대로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떨림.
그녀의 눈빛을 살피던 한해가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됐어.”
“뭐라고요?”
“난 네 눈빛을 읽을 수 있어. 슬픔보다는 기쁨이 더 크니까 됐다고.”
그건 오빠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봐서, 당신이 나를 떨리게 만들어서 그런 건데…….
한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당장은 곤란하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이사 갈게.”
그는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수진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미안해요.”
“대신 조건이 있어.”
그는 손을 척 내밀었다.
“왜요?”
“핸드폰 줘봐.”
수진은 핸드폰 패턴을 풀어서 건네주었다.
한해는 자기 번호를 찍더니 통화 버튼을 눌렀고, 테이블 위에 둔 그의 핸드폰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수진의 폰에 직접 자기 번호를 저장까지 한 다음 보여주었다.
‘비상연락 1’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거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비상연락을 해.”
“오빠…….”
눈물샘이 간질간질했다. 다시 눈을 피했다.
“나 하나만 물어보고 갈게요.”
그녀는 푸른 잔디로 시선을 떨어뜨린 채 물었다.
“오빠는 내가 비상연락을 하길 바랄까, 아니면 하지 않기를 바랄까요?”
한해는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쥐어주었다. 대단한 스킨십도 아니었는데 수진은 몸을 떨었다. 그의 손가락이 옷감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나는 네가 행복하길 바라.”
그의 왼손은 어느새 그녀의 뺨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알아둬. 나 지금 쿨한 척, 멋있는 척하느라 애쓰고 있어.”
“아…….”
“나도 인간이고, 남자고, 당연히 화가 나. 열 받는데…… 생각해보니 괜히 참고 쿨한 척할 필요 없네.”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은 그만. 이건 알아둬. 난 네 남편이 폭발해 달려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상대해줄 수 있어. 그러나 그런 꼴을 너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떠나주겠다는 거야.”
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지만, 사냥꾼에게 잡힌 새처럼 그의 손이 감싼 뺨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
그는 완전히 손을 떼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녀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왜 이토록 긴장했는지는 몰라도, 현기증이 머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지금 급하게 일어섰다간 넘어지고 말 거야.
“더 할 말 있어?”
한해의 음성이 어딘가 싸늘해진 것 같아 그녀의 현기증은 더 심해졌다.
“아니에요. 차가 너무 맛있어서.”
자신이 생각해도 멍청한 변명을 하고 말았다.
남은 차를 마시고 일어서려던 그녀는 역시,
“악!”
외마디 소리와 함께 휘청거리고 말았다.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0.1초의 지체함도 없이 한해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고 들어올렸으니.
그 감각은 아까 느꼈던 세밀한 감각들을 우습게 만드는 묵직함, 강렬함이었다.
잠시 정신이 흐릿해졌다가 힘주어 눈을 떴다.
맙소사. 그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정말 그 말 하려고 온 거 맞아?”
그의 호흡이 달고 뜨겁다.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