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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의 아내로 취업합니다-60화 (60/240)

60화

걷어차인 지네가 나를 핵 돌아보더니 못마땅한 듯 꿈틀거렸다 나는 지지 않고 지네를 계속 걷어찼다.

"저리 가! 네 아빠한테 가!"

화가 난 것처럼 집게 턱을 철컹거리던 지네가 꿈틀 꿈틀 상대편으로 넘어갔다.

”뭐야! 왜 우리한테 오는 거야!“

”으아악! 괴물이다!"

지네는 만만한 괴한들에게 화풀이를 하기로 결심했는지 온몸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순식간에 적진이 쑥대밭이 되었다. 지네가 휘두른 꼬리에 정통으로 맞은 벽이 우르르 무너질 정도였다.

“이 괴물 검이 안 통합니다!"

"죽어 ! 죽으라고, 이 괴물아!"

괴한들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으나 단단한 지네의 껍데기가 검을 가볍게 튕겨 냈다.

반면 지네는 사정없이 그들을 때려잡았다. 이제 적들의 숫자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간악한 마녀! 너 때문에 내 복수가…… 아악!"

검을 휘두르며 내게 달려오던 노인이 지네 꼬리에 맞고 허공을 날아갔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뭐 상관없나.

"저, 아가씨. 이제 저 지네는 어떡하죠?"

나를 바리케이드까지 운반했던 기사가 소곤거렸다. 적들을 해치운 지네가 이제 우리를 공격할까 봐 걱정 되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막을게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나방을 해치운 것처럼 지네도 계속 때리다 보면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을까. 그때, 마지막 적을 해치운 지네가 나를 핵 돌아봤다. 온몸으로 씩씩거리는 모습이 꼭 화가난듯했다.

나는 뭐라도 들고 싸워야 할 것 같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사이 몸을 팩 돌린 지네가 무너진 벽의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 뭐지? 왜 삐진 것 같지?'

지네의 이상한 반용을 신경 쓰는 건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기사들은 적들이 모두 쓰러진 것을 보고 환호성을 울렸다.

"와, 와아! 우리가 이겼다!"

"국왕 폐하 만세!"

나는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다친 사람은 있지만 죽은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 제일 기랬다.

“아가씨 ! 감사합니다!"

“오늘의 승리는 아가씨 덕분입니다!"

갑자기 기시들이 몰려와 내 주변을 둘러쌌다. 그들의 얼굴에 가득한 것은 기쁨과 호의였다. 나를 수상하게 여기거나 싫어하는 기색은 어디에도 없었다.

“저주를 맞고 쓰러졌을 때는 이걸로 끝인가 했는데, 살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의 활약 정말 멋있었습니다! 거침없이 지네를 던지는 모습을 보고 반할 뻔했습니다!"

“아······."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눈만 깜박였다.

그때, 기사들이 홍해처럼 좌우로 갈라졌다. 왕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헉!"

생각해 보니 왕이 오라고 하는데 안 가고, 가지 말라고 하는데 그냥 가 버렸다. 그 외에도 찔리는 구석이 너무 많았다. 당황해서 눈을 굴리는 내 앞에 왕이 멈춰 섰다.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던 왕이 엄숙하게 말했다.

“이블린 하인즈, 뛰어난 기지와 활약으로 짐과 모두의 목숨을 구했구나. 너의 충정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페. 폐하?"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서라 너는 모두에게 감시를 받을 자격이 있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근위대장이 소리쳤다.

"근위대! 목숨을 구해 주신 이블린 하인즈 양께 감사의 예를 표해라!"

기사들이 일제히 가슴 위에 한 손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얼떨떨해하던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아아악!”

훈훈한 분위기는 멀리서 아련하게 들리는 비명 소리에 깨졌다. 이어서 퍼퍼펑, 하고 뭔가가 터지는 소리도 들렸다 밖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인 것 같았다.

"페, 폐하! 무사하십니까!"

부서진 문으로 마법사 하나가 구르듯이 달려 들어왔다. 기사들이 일제히 그에게 검을 겨누었다.

“허억! 다행히 무사하셨군요! 아니, 근데 이자들은?"

검에 놀랐다가, 왕을 보고 안도했다가, 쓰러진 괴한들을 보고 놀랐다가 굉장히 바쁜 마법사였다.

“아직 상황을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역적의 무리가 감히 폐하를 해하려고 했소! 마탑에선 일올 대체 어떻게 하는 거요!"

근위대장이 벌컥 화를 냈다. 마법사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죄송합니다. 알 수 없는 폭발로 탑이 잠시 마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상한 괴물까지 나오는 바람에……."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요?"

"아닙니다! 변명이 아니라 상황 파악을 위해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사 양해를 부탁드리는 겁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양손을 내저은 마법사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백탑주께선 어디에 계십니까? 그분이 바깥의 괴물을 해결해 주셔야 상황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나는 뒤쪽을 확인했다. 거대 지네를 출산한 백탑주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마법사가 백탑주를 찾아 움직이기 전에 얼른 대답했다.

“아, 그분은 폭발 때 부상을 입고 지금 기절해 계세요.”

"허어어! 어찌 그런 일이! 그럼 바깥의 괴물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들 백탑주만 믿고 시간을 끌고 있는데.”

바깥의 괴물은 이곳에서 도망친 거대 지네 같았다. 괴한들의 검에도 베이지 않더니, 마탑의 마법에도 끄떡없는 모양이다.

“다른 탑주께선 지금 안 계시나요?"

"실종된 적탑주 외엔 모두 결계를 수리 중이십니다. 무엇보다 그 괴물에겐 사원소 마법이 잘 먹히지 않아서요. 백탑주의 빛 속성 마법이 꼭 필요합니다.”

“그, 그렇군요.”

괜히 마법사들까지 피해를 입는 것이 미안했던 나는 왕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 폐하. 바깥분들이 걱정되는데 재가 잠깐 나갔다 오면 안 될까요?”

“너와 상관없는 일에 끼어들 생각이냐?"

“아니, 그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저랑 상관없는 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보고 한숨을 쉰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다 함께 나가 보자꾸나. 한 손 거들어야 나중에 얻을 것도 많겠지.”

"네? 그냥 저 혼자 잠깐 나갔다 오면 됩니다!"

“한 줌도 안 되는 너를 괴물이 날뛰는 곳으로 혼자 보내라고?"

코웃음을 친 왕이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왕의 뒤를 따랐다.

* * *

바깥은 전쟁터였다 거대한 지네를 둘러싼 마법사들이 온갖 마법을 퍼부어 대는 중이었다. 붉고 푸르고 번쩍이는 빛이 요란했다.

그러나 지네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멀쩡했다. 햇빛을 받은 껍데기가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였다.

“제기랄! 왜 마법이 안 통하는 거야!"

"안 되겠어! 그냥 상위 마법을 쓰자!"

“미쳤어? 여길 다 부술 생각이야?!"

마법사들이 쓰는 악다구니로 귀가 다 먹먹해졌다. 내 옆에 서 있던 근위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저 지네가 좀 커진 것 같지 않소?"

”……좀이 아닌 것 같은데요?"

지네는 거의 3층 높이 정도로 커져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스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마력을 먹고 성장하는 거 아닙니까? 마법을 퍼부을수록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기사 중 하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나는 함께 온 마법시를-돌아봤다.

“빨리 저쪽으로 가서 지네에게 직접 마법을 쓰는 건 위험하다고 말해 주세요. 땅을 판다든가, 바위를 던진다든가 간접적인 방법으로 공격하라고요."

“······예? 저 , 저는 중급 마법사라······ 저분들이 과연 제 말을 들을까요?"

마법사가 멍한 눈으로 답했다. 나는 말문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저, 그냥 여기서 구경이나 하는 게 나올 듯합니다. 저희가 끼어들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도와주려고 갔다가 빗나간 마법에 맞을 것 같은데요.”

기서들의 의욕도 빠르게 사라졌다. 하긴, 끼어들려고 해도 끼어들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우리의 옆으로 하얀 그림자가 획 스쳐 지나갔다. 백탑주였다.

‘아니, 언제 깨어났지?'

백탑주는 화려한 흰 로브를 펄럭이며 지네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지팡이에서 빛의 꽃이 피어나더니 꽃 잎 하나하나가 화살처럼 쏘아졌다.

-키이이익!

꽃잎에 맞은 지네가 처음으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의미 없는 공격을 퍼붓던 마법사들이 환호 했다.

“백탑주!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가슴이 싸늘해졌다. 백탑주의 공격은 지네를 고통스럽게 할뿐, 아무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이어지는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번쩍거려서 화려할 뿐이지, 실질적인 소독은 하나도 없었다.

‘괜히 어그로만 끌고 있잖아!'

화가 난 지네가 백탑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백탑주는 재빨리 방어막을 펼쳐서 지네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지네가 내리찍을 때마다 쩍쩍 금이 가는 것을 보면 썩 튼튼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백탑주! 힘내십시오!"

마법사들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응원이나 하고 있었다. 그럴 시간에 땅이라도 파서 동료를 도우라고!

“하, 진짜 미치겠다!"

“이블린!"

나는 백탑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왕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백탑주의 몸은 지금 정상이 아니야.’

유리 공이 깨어지는 것을 막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게다가 내가 강제로 저주를 뜯어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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