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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의 아내로 취업합니다-59화 (59/240)

59화

내 말을 듣고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왕이 말했다.

"근위대장부터 깨워라. 할 수 있겠느냐?"

"네, 폐하!"

나는 즉시 근위대장의 몸에서 저주를 잡아 뽑았다. 검은 두꺼비가 자루 안에 추가되었다.

상황 설명을 들은 근위대장은 자신의 부하 중에는 배신자가 없다고 장담했다. 그래서 나는 근위 기사들을 차례대로 깨웠다.

“헉, 내가 살아 있어?"

“멍하게 있지 마라! 지금 당장 엄폐물을 세우고 공격에 대비해야한다!"

근위대장이 당황하는 기사들을 다그쳐 혹시 모를 전투를 준비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훈련이라도 했는지 기서들은 금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대장님, 외부와 연락할 수가 없습니다. 연락용 마도구가 모두 먹통입니다."

“조금 전의 폭발 때문일 거다. 우선 문부터 잠가라. 마탑에서도 이번 일을 모를 리가 없으니 곧 구조가 올 것이다. 우린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확실히 사람 수가 늘어나자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듯했다. 더 이상 깨울 사람이 없던 나는 왕에게 물었다.

"폐하, 마법사들도 깨울까요?"

“그건 안 됩니다, 폐하. 마법사 중에도 분명 내통자가 있을 겁니다. 아니면 마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가 없습니다."

근위대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왕도 그의 말에 동의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우리와 함께 온 시종들을 깨우시오. 적당한 무기를 들려  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근위대장의 말에 따라 시종들에게 다가갔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얌생이였다.

‘지금 깨어나면 일도 많이 하고 고생하겠지. 얘부터 깨워야겠다.’

순수한 마음으로 얌생이에게 손을 얹은 나는 깜짝 놀랐다. 녀석의 몸에서 저주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주에 걸리지 않은 이는 공범밖에 없었다. 벌떡 일어나 얌생이에게서 멀리 떨어진 나는 버럭 소리쳤다.

“대장님, 얘는 저주에 안 걸렸어요! 저주가 안 걸렸는데도 기절한 척하고 있습니다!"

“뭣이?"

근위대장이 귀신같은 얼굴로 달려왔다. 쿵쾅거리는 진동에 위기감을 느낀 얌생이가 번쩍 눈을 떴다. 그것이 실수였다.

“네 이놈! 이 더러운 배신자!"

“커헉!"

근위대장이 달려온 속도를 그대로 실어 얌생이를 걷어찼다. 짧은 비명을 지른 얌생이가 그대로 붕 떠올랐다가 철퍼덕 바닥에 처박혔다. 이번엔 진짜 기절한 것 같았다.

“이놈을 당장 묶어라!"

기시들이 얌생이를 묶어 구석에 처박았다. 근위대장이 나를 향해 신뢰에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아가씨, 혹시 다른 배신자도 색출할 수 있겠소?"

"네, 저한테 맡겨 주세요!"

“정말 고맙소.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이다."

은혜라니, 이것도 다 내가 살려고 하는 짓인데.

나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저주에 걸리지 않은 사람부터 찾아냈다. 시종들은 물론, 마법사 사이에서도 공범이 나왔다. 이재 확인하지 않은 사람은 무대 위에 쓰러진 백탑주뿐이었다.

백탑주는 깨진 유리 조각 사이에 빨래처럼 쓰러져 있었다. 얼굴을 감싼 붕대가 피로 물들어서 보기 안쓰러웠다.

‘이 사람은 배신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붕대에 휘감긴 백탑주의 손을 잡고 집중했다. 그리고 깜짝 놀라 손을 놓았다.

백탑주의 몸속에는 내가 본 것 중에서 제일 큰 저주가 박혀 있었다. 유리 공 바로 앞에 있다가 당한 탓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이 정도의 저주면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괜히 안쓰러워진 나는 백탑주를 조심히 끌면서 무대를 내려왔다.

“아가씨, 이리 주십시오!"

낑낑거리는 나를 본 기사가 달려와 백탑주를 받아 갔다. 그사이 주위에 바리케이드를 세운 기사들은 저주로 기절한 마법사들을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기절한 사람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침만 될 텐데, 역시 기사답다고 해야 하나. 그게 좀 멋있긴 하지만.’

그때 쿵 하고 문이 울렸다.

상대는 문이 잠겨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문을 부술 기세로 광광 쳐 대기 시작 했다 적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블린, 당장 여기로 와라!"

기사들의 중심에 있던 왕이 명령했다. 하지만 나는 자리 잡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꼭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적이 우리보다 숫자가 많을 거야.’

아군을 늘리고 배신자를 색출했는데도 불길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려면 조금이라도 적의 수를 줄여야 했다.

“이블린!”

왕이 나를 부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문이 부서졌다.

갑옷으로 완전 무장을 한 괴한들이 부서진 문으로 몰려들었다. 모두 왼팔에 붉은 천을 묶고 있었다.

“찬탈자의 딸을 죽여라!"

가장 앞에 서 있던 노인이 검 끝으로 왕을 겨누었다. 호응하듯 다른 괴한들이 바리케이드로 달려들었다.

"레베카 님을 위해!"

"더러운 핏줄을 처단해라!"

왕의 기서들이 방패를 들고 그들과 맞섰다.

“물러서지 마라!"

"폐하를 지켜라!"

나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자루를 살짝 흔들었다. 기절한 사람에게서 뜯어낸 것들이 잔뜩 든 자루는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얘들아,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나는 자루를 바리케이드 너머로 집어 던졌다. 허공으로 붕 떠오른 자루가 속에 있던 것들을 후르르 뱉어 냈다.

뱀 전갈 나방, 두꺼비 등등. 온갖 모양의 저주가 비처럼 쏟아졌다. 풀려난 저주는 신 이 나서 괴한들에게 달려들었다.

“아악! 저리 가!"

“이게 뭐야!”

적진 쪽에서 난리가 났다. 비명을 지르며 검을 휘두르던 괴한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미겔 님! 피하십시오!"

그러나 정작 대장으로 보이는 노인은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무사했다. 쓰러진 동료를 붙잡은 노인이 성난 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

“간악한 계집! 더러운 수를 쓰는구나!"

"네가 먼저 우리한테 썼잖아요! 이 대머리야!"

마주 소리를 질러 주자 노인의 얼굴이 멍해졌다. 나는 쐐기를 박듯 한마디를 더 쏘아붙였다.

“그렇게 치사하게 구니까 머리카락이 도망가지!"

“다, 닥쳐라! 나는 레베카 님의 복수를 위해서 머리를 밀었을뿐…….”

“당신 머리카락이 당신 싫대! 영원히 헤어지재!"

아픈 곳을 연달아 찔린 노인이 시뻘게진 얼굴로 분노를 터트렸다.

"죽여라! 저 계집을 답장 죽여!"

저주에 걸리지 않은 괴한들이 검을 쥐고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얼른 바리케이드 안으로 숨었다.

그때, 왕이 버럭 소리쳤다.

“이블린 그만하고 당장 이리 오지 못하겠느냐!"

이크, 하고 목을 움츠린 나는 왕에게 달려갔다. 기사들이 재빨리 길을 열어 주었다. 왕은 나를 보자마자 내 등짝을 후려 쳤다. 아야!

“누가 그런 무모한 짓을 하라고 했느냐!"

”······죄송합니다. 적의 숫자를 줄이려다가 그만."

“그럼 줄이고 돌아오면 될 것이지, 도발은 왜 해! 저들에게 붙잡히기라도 하면 어쩔 생각이냐!"

아니, 지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거야? 나는 급하게 주위를 살폈다. 확실히 기서들 쪽이 밀리고 있었다. 저주로 숫자를 줄였는데도 적들이 우리 의 두 배는 될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두리번거리던 나는 기절한 마법사들 사이에 널브러진 백탑주를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폐하! 저 잠시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이블린! 또 어디 가느냐!"

나는 사사삭 기듯이 백탑주에게 다가갔다. 그의 안 에는 내가 처음 볼 정도로 거대한 저주가 박혀 있었다.

"쓸모 있는 거 나와라!"

나는 백탑주의 몸에 손을 올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독한 기운에 손바닥이 욱신거리고 머리가 핑하게 아팠다. 코끝이 알싸한 것이 피가 날 것 같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나와!"

나는 있는 힘껏 저주를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주르륵 딸려 올라오던 저주가 갑자기 고구마처럼 버티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끄응! 나와! 나오라니까!"

나는 발로 백탑주를 밟으며 양손으로 저주를 당겼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지만 놈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장님! 기사님! 아무나 저 좀 도와주세요!"

내가 도움을 청하며 짹짹거리자 열심히 싸우던 기사 중 몇 명이 달려왔다. 그들은 백탑주의 몸에서 튀어나온 시커먼 덩어리를 보고 당황한 얼굴이었다.

“아가씨, 이게 대체 뭡니까?"

“우리 최종 무기예요! 저 좀 당겨 주세요! 급해요!"

내 재촉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기시들이 나를 잡아당겼다. 셋이 달라붙어서 용을 쓴 끝에야 겨우 저주가 쑤욱 하고 뽑혀 나왔다.

"바리케이드! 바리케이드 쪽으로 가요! 빨리!"

반동으로 반쯤 쓰러질 뻔했던 기사들이 나를 집어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기에도 내 품에 안겨 있는 검은 덩어리가 심상찮았던 것이다.

“이거냐 먹어라!"

나는 바리케이드가 가까워지자마자 들고 있던 것을 집어 던졌다. 허공으로 떠오른 덩어리가 몇 배로 부풀어 오르며 새로운 형태를 갖췄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지네였다.

"으아악!“

“아악! 이게 뭐야!"

신나게 싸우던 와중에 위에서 거대 지네가 뚝 떨어 지자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필 지네가 바리케이드에 걸쳐지는 바람에 어느 쪽도 움직이지를 못했다. 갑자기 싸움이 중단된 것이다.

‘이럴 땐 선빵이지!'

나는 후다닥 뛰어가서 지네의 꽁무니를 힘껏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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