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 허니문 (3)
“아직도 기분 안 좋아?”
안색이 창백한 희나에게 진혁이 물었다.
마나가하 섬으로 오는 도중 희나는 파라 세일링을 했다. 높은 곳은 별로라며 사양하는 진혁에게 어린애 같다며 당당하게 나섰으나, 막상 올라가 보니 무서운 건 희나도 마찬가지였다.
둥둥 뜬 채로 하늘을 날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다. 그러나 찌는 듯한 태양의 열기와 무서움 때문에 계속 흠칫거리며 비명을 질렀고, 진혁은 밑에서 그런 희나를 걱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다.
“이제 다시는 파라 세일링 안 할 거예요.”
“정말 바보네.”
눈가가 빨개진 채 중얼거리는 희나를 보고 진혁이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 웃어요!”
“왜 이렇게 귀여운 짓만 해.”
그냥 바보짓을 했을 뿐인데 진혁은 진짜 귀여워하는 얼굴이다. 콩깍지의 부작용이지만, 둘은 마냥 좋기만 했다.
손을 잡은 채로 두 사람은 마나가하 섬 해변으로 걸어갔다.
찰박이는 작은 파도가 몰아치는 흰 백사장은 리조트에서보다 더 낙원처럼 보였다.
손을 맞잡고 경치를 만끽하던 둘은 슬슬 물에 들어갈 생각을 했다.
“파라솔은 어디서 대여하는 걸까요?”
옷을 갈아입고 나온 희나가 백사장에 펼쳐진 파라솔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변을 살펴봐도 파라솔 대여 같은 문구는 쓰여 있지 않았다. 열심히 두리번거리던 희나의 눈에 파라솔을 들고 가는 한 남자가 보였다.
갈색 머리에 피부를 선탠한 듯한 그는 상당히 건들건들해 보였다.
“어? 저 사람 파라솔 가지고 있네요.”
“응. 그런데 저 여행사에서 준비해주는 거 같은데?”
그 남자의 뒤에는 국내 최대의 여행사 깃발이 세워져 있었다.
희나가 가성비를 중시한 탓에 두 사람의 여행사는 그곳이 아니었다.
“혹시 대여해줄지도 모르니까 내가 물어보고 올게요.”
“아, 잠깐만, 희나야.”
진혁이 불렀으나 희나는 말리기도 전에 도도도 뛰어가 버렸다.
“저기, 이 파라솔 대여할 수 있어요?”
“네?”
남자는 귀찮은 표정으로 돌아보다가 희나를 보고 눈빛을 싹 바꿨다.
비키니 대신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지만, 쭉 뻗은 긴 다리와 흰 피부, 작은 얼굴은 이 주변에서 보기 힘든 미모였기 때문이다.
“원래 저희 여행사 아니면 안 되는데 남는 게 있으니까 빌려드릴게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한국 사람들끼리 도와야죠, 뭐.”
남자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는 희나 쪽으로 은근히 다가섰다.
“그런데 친구들이랑 왔어요?”
“아닙니다.”
희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울렸다.
진혁은 희나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가자, 희나야.”
“에, 하지만.”
“저쪽에서 원주민이 빌려주는 거 같아. 내가 빌려올게.”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가이드를 뒤로하고 둘은 백사장을 가로질렀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뒤따르던 희나는 곧 그가 질투했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부터 질투랑 거리가 먼 진혁이 이러는 건 몹시 드물었다. 희나는 기분이 좋아서 그의 팔에 와락 매달렸다.
“헤헤. 선생님 너무 좋아요.”
“이리 와. 같이 다녀.”
진혁은 가만히 허리를 감은 희나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여행사 것처럼 새하얗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운치 있는 파라솔을 빌려 백사장에 새우고 둘은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스노클링을 할 생각으로 낑낑거리며 오리발을 낀 희나는 뒤뚱뒤뚱 걸었다. 진혁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도와준 뒤 함께 물속에 들어갔다.
청아한 바닷속은 마치 아이맥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가볍게 얼굴만 넣어도 아쿠아리움에서나 보던 색색의 물고기들이 수없이 헤엄쳐 다녔고, 사람을 피하지도 않았다. 파도가 치지 않아 수영을 잘 못하는 희나도 진혁의 팔에 이끌려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수중에서 사진을 찍고, 손을 잡은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음껏 바닷속을 누볐다.
“푸하!”
한참을 잠수한 뒤 희나가 물속에서 일어났다.
“진짜, 진짜 재밌었어요! 아, 말로 표현이 안 돼!”
“정말 예쁘네.”
“예쁘다는 말로 부족해요, 아아! 진짜 좋다!”
희나는 탄성을 뱉어낸 뒤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헤헤. 그거 봐요. 그냥 나오기를 잘했죠? 여기 정말 좋지요?”
“응. 좋네.”
말하다가 진혁은 장난스레 눈을 찡긋하며 덧붙였다.
“래시가드가 발명된 게 유감인 거 빼고는.”
새로 산 비키니 위에 래시가드를 입고 있는 희나를 보며 말했지만, 그녀가 돌아보았을 때 진혁은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그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에 무심코 눈을 돌린 것뿐이었다.
그러나 하필 그 방향에 래시가드를 입은 젊은 여자 무리가 서 있었다.
“바보, 호색한!”
“어?”
“흥. 저쪽으로 가요.”
희나는 뾰로통하게 말하고 물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진혁은 들어가서 달랠까 하다가 천천히 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해변이 넓지는 않았으므로 잠시 떨어져 있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는 파라솔 아래에 아이스박스를 대여해서 음료수와 간식을 좀 사서 가져다 둘 생각이었다. 희나는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노니까 탈진하기 전에 수분과 칼로리를 보충시켜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특히 오늘은 좀 덜 지치게 하고 싶었으니까.
천천히 뭍으로 걸어 나온 진혁이 섬 중앙에 있는 가게에 도달했을 때 즈음이었다.
음료수와 과자 몇 개를 집어 드는 사이 뭔가 경고 방송 같은 것이 시작됐다.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음성이 심하게 울리는 데다가 건물 안에 있어 잘 들리지 않았다.
왠지 불안해서 진혁은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물건들을 든 채 파라솔로 돌아갔다. 방송 때문인지 바다에서 사람들이 물 밖으로 나오고 있었지만, 희나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 거지?’
그는 물건들을 내버려두고 해안가를 따라 달리며 희나를 찾았다.
얼마 뒤 희나를 발견한 진혁의 눈이 크게 뜨였다. 멀리서 희나가 아까의 가이드 손을 잡은 채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희나야!”
불렀지만 들리지 않는 듯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나무 뒤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자 진혁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퉁이를 꺾자 그들은 보이지 않고, 예의 여행사 천막만 덩그러니 있었다.
진혁은 그쪽으로 다가가 입구에 드리워진 장막을 휙 걷었다.
“희나야? 무슨…….”
묻던 진혁의 말이 멎었다. 희나가 간이침대에 누워 있고 남자가 그 위에 몸을 굽혔기 때문이다.
“선생니이이임.”
희나가 우는 목소리를 내자 진혁 이성의 끈이 끊겼다.
“당신 뭐야? 무슨 짓 하는 거야?”
금방이라도 진혁이 가이드의 멱살을 잡아 올릴 것 같은 일촉즉발의 시점에 희나가 소리쳤다.
“아, 아니에요, 선생님. 흑, 아파아아아아.”
“응?”
“아파, 아파, 아파요.”
희나를 내려다본 진혁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어떻게 된 거야?”
“해파리한테 쏘였어요.”
진혁의 물음에 뒤에 서 있던 가이드가 대신 대답했다.
“아까 경보 내려왔는데 물속에 있어서 못 들었나 봐요. 비틀거리면서 울고 있길래 내가 데리고 온 거예요.”
다리에 채찍으로 맞은 듯한 상처가 죽죽 나 있고, 뺨과 이마, 그리고 턱도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이거 괜찮은 거예요?”
“몹시 아프긴 한데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겁니다. 그 전에는 참는 수밖에 없어요.”
해파리에 쏘이면 굉장히 아프다는 건 다큐멘터리 마니아인 진혁은 잘 알고 있었다. 원래부터 육체적 고통은 잘 참고 좀처럼 내색하지 않는 희나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 희나야.”
“잠깐 비켜보세요. 제가 응급처치 해드릴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진혁은 고개를 젓고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가방에서 챙겨온 약이 든 지퍼백을 꺼냈다.
모든 건 자기가 준비하겠다며 속옷 하나도 혼자 챙기지 못하게 했던 희나지만, 진혁이 약사라서인지 비상약만은 그에게 맡겼다.
진혁은 가이드에게서 바닷물을 받아 희나의 상처를 세척하고 진통제를 먹게 했다. 차분하게 카드로 독침을 제거하는 진혁을 보고 가이드가 혀를 내둘렀다.
“오, 이런 식으로 빼내는구나. 혹시 의사세요?”
“아닙니다.”
진혁은 대답하며 멋쩍은 듯 얼굴을 가볍게 붉혔다.
“도와주시려고 한 건데 미안합니다.”
“아뇨, 내 여자친구가 이렇게 예쁘면 나라도 그러겠네요.”
외관이 가벼워 보이긴 하지만, 생각 외로 좋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한 뒤 두 사람은 배가 그들을 데리러 올 때까지 천막에 머물렀다.
희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줄곧 진혁의 손을 놓지 않았다.
***
“희나야.”
리조트로 돌아온 희나는 침대에 누운 채 이불을 뒤집어써 버렸다.
약 기운과 독기가 다소 가셔서 아픔은 좀 가라앉은 듯했지만, 불러도 계속 대답이 없었다.
진혁이 이불을 들춰내려 하자 그녀는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싫어요. 놔줘요.”
“계속 나 안 볼 거야?”
“그치만, 그치만…….”
희나는 속상해서 울먹이는 소리를 냈다.
“나 지금 얼굴 엉망이란 말이에요.”
완벽한 신혼여행을 꿈꿨는데.
마나가하에 같이 있던 수십 명의 사람 중에 해파리에 쏘인 건 희나뿐이었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퉁퉁 부은 상처 때문에 말할 수 없이 속상했다.
희나가 흐느끼기 시작하자, 진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얼마 뒤 진혁이 앉아 있는 쪽의 매트리스가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선생님도 화나서 나가버린 걸까’ 생각하니 희나는 더 속상해졌다.
그러나 불을 끄는 소리가 나고, 커튼을 치는 기척도 있었다. 그렇게 사방이 컴컴해지더니 진혁이 다시 옆으로 돌아왔다.
“이제 깜깜하니까 좀 나와 봐, 희나야.”
희나는 망설이다가 꼭 쥐고 있던 이불을 놓았다.
곧 스르륵 이불이 떨어져 나가고, 웅크린 희나의 몸이 드러났다.
“많이 아파?”
걱정이 담긴 다정한 목소리.
아픔은 많이 사그라든 상태였지만, 괜스레 눈물이 더 울컥하고 솟았다.
“미안해요, 선생님.”
“왜 사과하는 거야?”
“나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어. 나 때문에 다 망쳤잖아요.”
“망치다니 뭐가?”
“와서……. 영화도 재미없고, 첫날 내내 공항에 갇혀 있고, 오늘도 마나가하 섬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바보네.”
진혁은 커다란 손으로 희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재밌었던 적이 없었는데.”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뭐가 재밌었는데요?”
“음. 뭘 해도 옆에 네가 있는 거.”
성의 없는 대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갔다.
희나는 아픔도 잊고 몰려오는 웃음을 참으며 새침하게 말했다.
“느끼해요, 바보 아저씨.”
“맨날 느끼하대, 바보가.”
“…….”
“이제 안 아파?”
희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혁의 무릎에 고양이처럼 파고들어 머리를 얹었다.
“더 오래 놀고 싶었는데.”
“너무 속상해하지 마. 또 오면 되잖아.”
“또 언제요?”
“언제라도 좋아. 어디로 가도 상관없어. 네가 가고 싶다면 다 데려가야지.”
부드러운 목소리에 희나는 고개를 들었다.
방 안은 깜깜했지만, 창문을 닫지 않아서 바람이 불 때마다 간간이 커튼 틈으로 빛이 들어왔다.
진혁은 희나의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나 지금 완전 흉하죠?”
“전혀. 예쁘기만 한데.”
“그치만 인상 찌푸렸잖아요.”
“네가 아파 보이니까 그러는 거잖아.”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 뒤로 순간 바람이 확 불어왔다.
커튼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사이로 보이는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그 앞에 진혁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희나는 눈물을 훔치고 진혁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나 이제 안 아파요.”
“정말?”
“응. 선생님이 보기에만 나 안 이상하면 밖에 나가도 좋아요. 이제 같이 상의해서 하고 싶은 거 해요.”
“그럴까?”
“응. 뭐 하고 싶어요?”
진혁은 곧장 대답하는 대신 갸름한 턱을 살짝 기울이더니 희나의 빨개진 뺨의 상처를 부드럽게 쓸며 물었다.
“정말 이제 안 아파?”
“괜찮아요. 참을 만해요.”
“그래? 만져도 괜찮아?”
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길이 닿아도 세게 누르지만 않으면 이제 아프지 않았다.
“정말 안 아픈가 보네.”
“네. 이제 뭐 할까요?”
“밖에는 나가지 말자.”
괜찮다는데 나가지 말자니. 희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정도 취소했으면 좋겠는데.”
“나 정말 괜찮은데요?”
“응. 그러니까 신혼 기분 좀 내보자고.”
낮게 말한 뒤 진혁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밀었다.
푹신한 침대에 희나의 몸이 파묻혔다. 그 위로 진혁의 몸이 포개지고 나서야 의도를 간파한 희나가 얼굴을 붉혔다.
“아직, 아직 해도 안 졌는데요.”
“뭐 어때.”
진혁은 뭉클하고 촉촉한 혀를 내밀어 부드럽게 그녀의 상처를 핥았다. 아프지 않고 기분이 좋았다. 눈을 감고 그 감각을 만끽하고 있으려니 입술이 다가와 맞닿았다.
키스를 나눈 뒤 촉- 소리를 내며 그가 떨어져 나가자 희나가 수줍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흠. 이제 그거 안 통해. 지금부터는 내 맘대로 할래.”
“그럼 창문……. 창문은 닫고…….”
“괜찮아. 안 보이니까.”
진혁은 막무가내였다. 곧 그의 손길에 의해 희나의 옷들이 한 겹 한 겹 부드럽게 벗겨졌다. 필요 이상으로 배려하는 주제에 이럴 때는 절대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따뜻한 살이 맞닿았다. 방 안에 두 사람이 내는 색정적인 소리가 울리고, 점점 숨결이 달아올랐다.
며칠간 참아왔던 진혁의 손길은 다소 급했다. 곧장 돌입할 것 같자 희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거 가져왔어요?”
“어?”
희나의 질문에 진혁이 멈칫했다.
“아, 아니.”
“그러면 어떻게 해요?”
“조심해서…….”
말하다가 진혁은 삼켰다. 그리고 쓴 숨을 내뱉더니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빨리 내려가서 사 올게.”
진혁의 몸이 떨어지자 썰렁한 기분이 들었다.
순간 대단히 안타까워져서 희나는 저도 모르게 진혁의 팔을 붙잡았다.
“괜찮아요.”
“응?”
“괜찮다고요.”
“하지만…….”
망설이고 있는 진혁의 목을 끌어당겨 안으며 희나가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 원하는 대로 해봐요. 뭔가 계획하고 하는 건 별로인 거 같아요.”
유혹에 버틸 이성이 진혁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참을성이 아무리 많아도 이 상황에서 물러나긴 힘든 것이다.
“그럼 그냥 저질러버릴까?”
“일단 조절은 한번 해보고요.”
의미 불명의 섹드립을 알아듣고 진혁은 쿡쿡 웃었다.
입술을 겹쳐오는 진혁의 단단한 목에 희나가 팔을 둘렀다. 그런 그녀의 변모에 만족스러운 듯 바로 눈앞에 보이는 붉은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간다. 희나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곧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다.
모든 곳을 맞부딪쳤어도, 가장 내밀한 곳이 맨살에 닿는 건 처음이다.
입술이 부드럽게 겹쳐지며 방 안은 허니문의 열기에 휩싸였다.
허니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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