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환상을 걸어서 (1)
노란색의 알록달록한 버스가 희나의 앞에 멈춰 섰다. 곧 문이 열리고 버스보다 더 화사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언니!”
큰 소리로 희나를 부르며 미래가 쪼르르 달려왔다.
“뛰지 마, 미래야! 넘어져!”
구르듯이 달려오는 미래에게 희나는 팔을 내저었지만 미래는 그저 씩씩했다.
퇴원하고 나서 두 달. 이제 달리기도 하고 먹을 것도 잘 먹는다. 아직 앙상한 팔다리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늘 흙빛이던 안색은 보통의 어린애들과 같은 빛을 띠었다.
“언니, 오늘 유치원에서 민수가 이거 줬어. 그리고 모레 선생님들도 다 온대! 언니 축하한대!”
희나의 손을 잡고 미래는 조잘조잘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미래는 이제 많이 밝아져 있었다.
등에 멘 유치원 가방은 자신의 몸통보다도 크지만 절대 희나에게 넘기지 않는다.
미래는 치맛자락을 꼬옥 잡아당기면서 헤실헤실 웃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예쁜 원복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새로 구입한 춘추복은 살이 찔 것을 고려해 산 거라 헐렁헐렁했지만 미래는 대만족이었다.
다리에 사락대는 스커트 자락을 끊임없이 보면서 신나게 웃는 미래를 희나는 흐뭇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언니, 언니, 이거 봐. 미래, 예쁘지.”
“응. 미래 공주님 같네.”
희나의 대답에 미래는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희나는 익숙하게 밥을 준비해서 미래에게 주고, 숙제도 봐주고 놀아 주고, 함께 목욕도 하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희나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서 다소 건성이었지만 미래는 내내 들떠서 눈치도 못 채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미래가 내민 그림 한 장에 희나의 관심이 집중됐다.
“언니, 이거 언니 주려고 그렸어.”
미래가 내민 것은 세모난 지붕의 집 앞에 손을 잡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아이가 그린 그림답게 사람을 구분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안경을 쓴 남자와 손을 잡고 있는 왕관을 쓴 공주 같은 여자가 희나인 듯했다.
옆에는 진혁의 어머니도 있었고, 또 왕관을 쓴 왕자와 공주가 있었다.
“이거는…… 미래야?”
“응. 이거는 희원이 오빠!”
“아빠는 왕관 안 그려줘?”
진실을 알게 된 후로도 미래는 여전히 진혁을 아빠라고 불렀다. 미래가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희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아빠는 이거 있잖아-.”
미래는 안경을 가리키면서 헤실헤실 웃었다. 미래에게 안경이 왕관인 건가, 하고 조금 웃으면서 희나는 그림을 받아 들었다.
“너무 고마워, 미래야. 언니 방에 걸어놓을게.”
처음 놀러 왔을 때 미래가 어린이집 선생님과 진혁이 손잡고 있는 그림을 그렸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희나가 미소 짓는 걸 본 미래가 목을 와락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
“헤헤헤헤. 두 밤만 더 자면 언니도 여기서 사는 거지? 응?”
“응, 그렇지.”
희나의 대답에 기분이 좋아진 미래는 혼자 손뼉을 치고 몸을 배배 꼬았다.
“그럼, 미래 이제 동생도 생겨?”
“어?”
미래의 질문에 놀란 희나가 딸꾹질을 했다.
“누가 그래?”
“아줌마가 그랬어-. 미래 좀 있으면 동생 생기니까 좋겠네~ 했어!”
동네 아주머니들이 아이를 붙잡고 수다를 떤 모양이다.
희나는 뭐라고 얼버무릴까 하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음……. 말 잘 듣고 일찍 자면 생길지도?”
“진짜?”
말이 떨어지자마자 미래는 침대에 훌렁 드러누웠다.
“미래, 그러면 일찍 잘래!”
시계를 보니 아직 7시로 잠자리에 들긴 이른 시간이다. 하지만 이후에 할일이 많은 희나로서는 잘된 일이었다.
이불을 덮어주고 배를 잠시 두들겨주자 어느새 잠들었는지 편안한 숨소리가 들렸다.
미래의 잠든 얼굴을 한참이나 내려다본 뒤 이불을 고쳐주고 희나는 미래의 방을 나왔다.
“희나, 지금 들어가니?”
거실로 들어서자 곧 진혁의 어머니 목소리가 주방 쪽에서 들려왔다.
“아, 집에 계신지 몰랐어요. 언제 오셨어요?”
“계속 주방에 있었지.”
모레 있을 잔치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희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방 쪽을 쳐다보며 물었다.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무리는 무슨, 다 좋아서 하는 건데.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다.”
“제가 도와드릴 건 없어요?”
“신경 쓰지 말고 어여 가서 쉬기나 해.”
진혁의 어머니는 희나에게 손을 내젓더니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주름진 손으로 희나의 하얀 손을 꼬옥 쥐고 뿌듯한 듯 몇 번이고 만지작거렸다.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왔을꼬.”
넋 나간 것처럼 됐다며 사람들이 수군대던 모습은 그녀에게 더 이상 없었다. 하얗게 세었던 머리도 곱게 물들여서 이제는 본래 나이보다 건강해 보인다. 까칠하고 완고하던 구석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모레 고생할 텐데 너무 늦게 자지는 마라.”
“네, 그럴게요.”
어서 가 보라며 등을 토닥이는 진혁의 어머니에게 희나는 몇 번 더 꾸벅꾸벅 인사를 한 뒤 거실을 지나 마루로 나왔다.
희나는 학기가 시작한 후 줄곧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다. 약혼한 셈이지만 식도 올리지 않고 준비도 안 되어 있는 곳에 그냥 들어와서 살게 할 수 없다고 진혁이 만류했기 때문이다.
계속 같이 있고 싶었기에 그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박박 우겼지만, 아무리 떼를 써도 진혁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프러포즈를 받은 지 그럭저럭 2달.
이제 가을도 완연해져 선선하고 기분 좋은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모레, 희나와 진혁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식장을 잡고 하는 흔한 결혼을 하는 대신, 회관에서 잔치를 하기로 했다. 주례 같은 것도 없고, 그냥 맛있는 음식 한 상 차려서 먹고 떠들고 노는 거다. 어쨌든 인사를 위해 고운 한복도 맞췄다.
희나가 처음 그런 결혼식에 대해서 말했을 때 진혁은 몹시 아쉬워했었다. 자신에게 맞추기 위해 희나가 그런 결혼식을 택한 거라 생각한 것이다.
‘바보 아저씨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니까.’
희나는 그때 진혁의 얼굴을 떠올리며 쿡쿡 웃었다.
그를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희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피로연이고, 마음에 두고 있는 결혼식은 따로 있었을 뿐.
“혼자서 왜 실실 웃고 있어?”
그때 그녀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희원이 마당 나무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담배 피우러 나왔냐?”
“끊은 지가 언젠데.”
무뚝뚝한 희원의 대답에 희나는 놀랐다. 그러고 보니 최근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니가 담배를 끊었다고?”
“애가 있는데 그럼 어떻게 해.”
퉁명스러운 말인데도 희나는 웃음이 나왔다. 천하의 주희원이 아이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피우던 담배를 끊다니.
“하여튼 애는 되게 이뻐하네.”
“이뻐하긴. 퇴원하니까 하루 종일 귀찮아 죽겠다.”
미래 오는 시간만 기다리는 주제에 맘에 없는 소리만 하는 게 얄미워 희나는 희원을 발로 툭 찼다.
“너도 빨리 장가가서 하나 낳아.”
“안 돼.”
“안 되긴 왜 안 돼?”
“꼬맹이 화나서 다시 앓아눕는단 말이야.”
그 말을 듣고 희나가 히죽히죽 웃자 희원은 왜 웃느냐며 투덜거렸다.
재미있어서 더 놀려먹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희나는 작업실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그럼 준비할 게 있어서.”
“맘대로.”
짧게 대답하는 희원에게 입을 내밀고 희나는 작업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축하해, 누나.”
희나는 가슴 한편이 확 뜨끈뜨끈해졌다. 또렷이 들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뭐라고 했어?”
“……들었잖아. 그냥 분위기 읽고 좀 모르는 척하면 안 되냐?”
그녀의 얼굴이 조금 발그레해진 걸 보고 알아챈 모양이다.
희나는 희원을 다시 은근하게 툭 찼다.
“너 가끔씩 누나라고 부르더라?”
“시끄러워. 빨리 들어가기나 해. 형 고생 좀 그만 시키고.”
“한 번 더 누나라고 불러봐.”
“아, 진짜, 형은 뭐 저런 거랑 결혼하는 거야.”
희원은 빨개진 얼굴로 짜증 내는 척 투덜거리며 도망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희나는 킥킥 웃었다. 어쩌면, 언젠가는 계속 누나라고 불러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아진 기분으로 희나는 진혁의 작업실로 가서 노크 없이 문을 열었다. 작업실은 텅 비어 있었다.
희나는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벽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검은색의 커다란 상자가 들어 있었다.
밝지 않은 전구 빛이 세틴 리본이 우아하게 장식되어진 상자 위를 비췄다.
상자에는 ‘플레타 에스테반’이라고 우아한 필기체로 쓰여 있었다. 손가락으로 그 글자를 만지작거리며 희나는 중얼거렸다.
“보고도 안 믿긴단 말이야…….”
‘플레타 에스테반’은 최근 한국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다.
지훈의 쇼핑몰에서 피팅 모델로 일할 때 컬래버레이션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다. 짧은 기간의 간단한 이벤트였지만 뜻밖에도 오너 디자이너인 백천석이 직접 촬영을 보러 왔었다.
상당히 눈에 띄는 남자였고 활발한 성격에 희나도 마음 편히 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냥 거기서 끝인 인연인 줄 알았기에, 몇 주 후 천석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
부탁을 받고 찾아가 보니 그는 친구와 여동생의 결혼식을 위해 여러 벌의 시작품 드레스를 만들고 있었다.
모델이라면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는 희나에게 피팅을 부탁했다.
희나는 의아했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입어보고 싶을 만큼 드레스가 아름다웠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에는 물욕도 별로 없고, 항상 무표정하기만 했던 그녀가 얼굴까지 붉히며 좋아했을 만큼.
너무 예뻐서 피팅을 끝내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런 희나의 표정을 보고 천석은 “희나 씨도 만들어 줄 테니까 나중에 결혼할 때 꼭 말해요.” 하고 웃었었다.
당시는 희나가 지훈과 사귀고 있었을 때라 아마도 그는 두 사람이 결혼할 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었을 거다. 그래서 면목 없다는 생각에 꺼려졌지만,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희나가 꿈꿔 오던 결혼식에서 그녀는 항상 그가 만든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일생에 한 번뿐이니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희나는 용기를 내 천석에게 연락했다. 그는 알겠다고 말한 뒤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거절인가 보다 내심 생각했는데, 얼마 후 희나는 커다란 상자 하나를 배달받았다.
“이런 걸 그냥 주다니.”
팔에 가득 차는 상자를 낑낑대며 침대에 내려놓고 희나는 중얼거렸다.
디자이너가 만든 드레스다. 수천만 원, 어쩌면 더 큰 금액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런 드레스를 구입할 여유는 없어서, 혹시 대여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 했을 뿐이었다.
상자를 받자마자 당황해서 천석에게 전화하니 그는 선물이라며 웃었다. 이런 금액의 선물은 받을 수 없다 사양하자 천석이 말했다.
[금액은 상관없어요. 어차피 평생 간직할 거잖아요.]
“…….”
[희나 씨가 입을 거라 생각하고 만든 거니까 어차피 다른 사람한테는 어울리지도 않아요.]
아무리 사람이 좋다 해도 단지 스쳐가는 인연이었을 뿐인데 어째서 천석이 그렇게까지 해주는지 희나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알 수 없는 호의 덕에 결국 꿈의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천석을 회상하며 ‘결혼 축하합니다’라고 옷과 어울리지 않는 어린애 같은 글씨체로 적힌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희나는 그것을 소중히 옆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상자의 뚜껑을 잡았다.
희나는 ‘때가 올 때까지’ 상자를 열지 않기로 혼자 마음먹었기에 드레스를 받고 나서도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상자를 받았을 때도 느꼈지만, 고급스러워서 열기 아까웠다. 카메라로 기념사진 몇 장 찍고 나서 희나는 큰마음 먹고 리본을 잡아당겼다.
상자를 열자 어두운 방 안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설산에 별을 박아 넣은 듯 아름다운 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함께 들어 있는 구두와 우아한 베일까지 만져본 희나의 입가가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메고 온 가방에서 메이크업 도구와 핀을 꺼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뒤 거울 앞에 서서 천천히 준비를 시작했다.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우아한 곡선을 이루며 한 겹 한 겹 겹쳐진다. 투명한 피부에 화사한 색감이 덧입혀지고 핑크빛 입술이 촉촉하게 물들었다.
옷을 모두 벗고 희나는 드레스를 입었다. 마치 물결을 입는 것 같은 감촉이었다.
옷을 걸친 희나는 거울 앞에 섰다.
가녀린 어깨선을 고스란히 드러낸 섬세한 레이스 홀터넥. 실크가 완벽하게 재단되어 가는 허리를 감쌌다.
거기에 구름처럼 풍성한 드레스 자락과 달빛으로 짜낸 것 같은 베일까지. 한숨을 자아내도록 눈부신 모습이었다.
희나는 그대로 멈춘 채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예쁘다.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로.
한참이 지나서야 너무 좋아서 웃음이 터졌다. 그대로 치맛자락을 찰랑거리고 움직여보기도 하고, 잠시 후 해야 할 일들에 대해 혼자서 리허설을 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어느덧 자정이 되었다.
미리 맞춰둔 알람이 울리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희나는 살며시 문을 열고 마당을 살폈다. 고요한 마당에는 아무도 없다.
드레스가 더러워지지 않게 부여잡고 살금살금 차에 올라탄 희나는 마당을 빠져나와 차를 몰았다.
어두운 과수원 길을 주의 깊게 살피며 달리다 나무에 매달린 수건을 보고 차를 세웠다.
여기가 바로 약속한 장소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조심조심 내린 희나는 누가 볼세라 황급히 자동차 시동을 껐다.
가로등 하나 없는 과수원은 곧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희나는 미리 몇 번이나 연습한 대로 울타리 앞의 끈을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앞쪽으로 20걸음. 그리고 팔을 앞으로 뻗자 예상대로 울타리의 모퉁이가 만져졌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50걸음…….’
모퉁이를 돌아 희나는 한 발짝 한 발짝 세어 가면서 걸었다.
그리고 딱 50걸음이 되었을 때 손에 잡히는 울타리가 끝났다. 제대로 온 거다.
희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뒤 심호흡을 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불렀다.
“선생님, 거기 있어요?”
“응.”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희나는 손을 앞으로 뻗어 어둠을 더듬어보았다.
쿡쿡 웃는 소리가 허공에서 부딪치고, 드디어 손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희나의 손을 잡아 왔다.
“준비 다 됐어?”
“네. 선생님은요?”
“나도. 갈까?”
“네.”
단단한 팔이 희나를 당겨 앞으로 끌었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잡고 선 순간이었다.
파아앗.
빛이 쏟아져 나와 희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
조금 지난 뒤 다시 조심스레 눈을 뜬 희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별빛이 나무에 걸린 듯 반짝이고 있었다. 빛의 길이 희나의 주변을 눈부시게 밝히며 이어진다. 마치 은하수 사이에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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