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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 그 너머에는-62화 (62/140)

62화. 파란 (4)

원망스러운 눈으로 박 형사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희나에게 옆에 서 있던 다른 형사가 말을 걸었다.

“진술할 게 있으면 조사실로 가겠니?”

희나는 굳게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형사는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곳을 벗어났다.

바보다. 대체 여기에 뭘 하러 왔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이럴 때는 좀 무책임하게 굴어도 괜찮을 텐데. 희나는 그 한결같은 성실함에 화가 났다.

형사와 진혁이 나가자 남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바로 희나에게로 쏠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뜨인 희원의 눈과 금방이라도 질문 폭탄을 터뜨릴 듯한 박 선생의 눈을 보자 희나는 그곳에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냥 도망쳐버렸다간 박 선생이 학교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얘기를 해버릴까 겁이 났다. 노처녀인 담임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오해할 것이다.

희나는 묻고 싶은 것이 잔뜩 있는 듯한 박 선생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고 먼저 말을 꺼냈다.

“갈 데가 없어져서 선생님한테 갔을 뿐이에요. 선생님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유 선생님이 진중하고 좋은 분이란 건 알지만…….”

박 선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이어지려는 찰나 대기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방금 전에 나갔던 형사가 머쓱한 표정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나가다가 바로 마주쳐서 모시고 왔어. 주희나 학생 이모시라고…….”

이모란 말에 희나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뒤쪽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보았다.

쭈뼛대며 들어온 것은 안경을 쓰고 자그마한 체구에, 파마를 한 아주 평범한 중년 여인이었다.

그녀는 주눅 든 듯한 표정으로 들어서다가 희나와 희원을 보더니 곧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미소를 지었다.

“희나랑, 희원이 맞지?”

“아, 네……. 안녕하세요.”

“이모야, 이모. 기억해?”

이모는 둘을 기억하는 듯 아주 반가워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돋움발로 빠르게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희나는 그녀가 낯설었다.

희나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훨씬 젊었고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중년 여인이 된 그녀의 모습이 낯설기만 한데, 상대 쪽에서 과하게 반가워하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고생 많았지. 아이고, 언제 이렇게 컸어. 이제 어른이 다 됐네 그냥. 이렇게 이쁘게 컸어, 둘 다.”

희나는 울면서 팔을 주무르고 어깨를 툭툭 치며 대견해하는 이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혈육을 마주치면 한눈에 알아보거나 한다는 건 없는 모양이었다. 가족을 만나면 몸에서 반가움이 솟아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모르는 사람이 반가워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희원도 정말 어색한지 얼굴을 찡그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슬금슬금 몸을 뒤로 뺐지만, 희나는 그러지는 않았다. 그녀는 기뻐하는 이모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외할머니가 이모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했으니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그녀와 많이 비슷할 것이다.

“이모가 그래도 들여다보고 그랬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이모가 미안해, 미안해. 정말 힘들었지?”

그녀는 사과를 하지만 희나는 뭐가 미안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희나의 생각에 이모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사죄하는 그녀를 보고 난감해서 엉거주춤 선 채 그저 “괜찮아요, 그러지 마세요.” 하고 어색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난처한 상황에 빠진 희나를 구원하기라도 하듯 이모는 형사에게 불려서 나갔다. 그리고 그를 뒤따르는 것처럼 박 선생이 핸드백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모가 오셨으니 난 일단 학교로 돌아가 봐야겠구나.”

“선생님, 잠깐만요. 저기…….”

그러나 박 선생은 희나의 말을 막듯 손을 들었다.

“일단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유 선생님하고 얘기를 해봐야겠다. 희나 너는 일단 마음 잘 추스르고, 이모 말씀 잘 듣고 기운 내. 여기 일 끝나면 학교로 연락 좀 해주렴.”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희나의 어깨를 툭툭 치고 박 선생은 대기실을 나갔다. 반투명한 대기실 창밖으로 박 선생이 형사랑 뭔가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희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쓰러지듯 대기실 의자에 주저앉았다.

대기실에 남은 희원과 희나, 지훈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불편한 침묵 속에서 희원과 지훈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희나는 그냥 덩그러니 앉아 계속 몰려오는 불안한 생각들에 떨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 때, 형사가 이모와 함께 대기실로 돌아왔다. 이모는 사건 전말을 들었는지 몸서리를 치면서 희나의 손을 꼭 부여잡고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강도라니, 세상에 끔찍해서 원.”

그러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정말 큰일 날 뻔했지 뭐예요. 애들이 괜찮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란 말을 형사를 붙잡고도 계속 반복하는 바람에 형사도 곤혹을 치렀다.

한참 뒤에 마음이 좀 진정된 이모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희나와 희원에게 가볍게 설명해주었다.

“부검이 끝났으니까 이제 장례식을 치러도 괜찮다고 하더라. 형사님들이 도와주셔서 빈소는 근처 병원에서 내일부터 차릴 거 같구나.”

잘 모르는 일들이었기에 이모의 말에 희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는 어린 나이에 불행한 일을 너무 많이 겪은 조카들이 안쓰러운 듯 신경을 많이 써주며 말했다.

“너희 친가 쪽 친척들하고 연락도 해봐야 하는데……. 둘 다 많이 힘들지? 일단 이모가 이모부랑 연락해서 여기 일 마무리하고 갈 테니까 너희 둘 다 어디 가서 좀 쉬고 있다가 전화하면 병원으로 올래?”

그런 절차에 끼는 것이 껄끄러웠기에 희나는 반가운 제안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는 서운해하는 기색 없이 커다란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희원의 전화번호를 받아 두다가 문득 물었다.

“그래, 근데 어디 가 있을 거야? 둘 다 그간 어디에서 있었던 거니? 집에는 안 들어간 거야?”

“그 집에는 원래 안 들어가요. 계속 친구네 집에 있었어요.”

“그래, 안 들어가서 천만 다행이다. 희나도 그런 거야?”

“저는…… 그게…….”

머리가 얼떨떨해서 그런지 금방 그럴듯한 대답이 안 나왔다. 희나는 저도 모르게 도움을 청하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라본 곳에는 지훈이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지훈이 불쑥 말했다.

“희나는 지금 저희 집에 있어요.”

이모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지훈을 쳐다보았다.

“이 애는 누구니?”

“저는 신지훈이라고 합니다. 희나랑 같은 학교 친구예요.”

“희나 남자 친구야?”

“그런 거 아니에요.”

이모의 물음에 희나는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대답했다. 그러자 지훈이 굳은 얼굴로 딱딱하게 부언했다.

“그냥 친구예요. 집에 부모님도 함께 계시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희원이도 저희 집에서 머물고 있구요.”

“부모님이 아무 말씀 안 하시니?”

“네. 집에 남는 방도 많고…… 사정이 딱한 거 알고 계시거든요.”

지훈의 말을 듣고 이모의 얼굴에서 불편한 기색이 사라졌다. 그녀는 지훈의 얼굴에서 흐르는 귀티를 보고 인품 좋은 부잣집에서 어려운 남매를 받아줬다는 식으로 납득한 것 같았다.

“계속 신세 질 수는 없으니 나오긴 해야 할 텐데……. 이모 집이 좁아서 지금 당장 머물 수 있을지가 걱정이구나.”

희나는 진혁과 함께 돌아갈 수는 없었지만 이모를 따라가는 것도 껄끄러웠다. 혈육의 정이란 것이 따뜻하게 느껴지기보다 어색해서 꺼림칙했다. 이렇게 어색한데 거기서 머물 생각을 하니 거부감이 솟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리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밖에서 숙박할 돈도 이젠 전혀 없었다. 슬프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며칠 전 살해당한 집에서 자는 것은 생각만 해도 으스스한 일이었다.

희원도 이모의 집에 가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그는 간절한 표정으로 지훈을 쳐다보면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저희 집에 계속 있어도 괜찮아요. 걱정스러우시면 저희 집에 한번 오셔서 보고 가세요.”

지훈이 시원스럽게 말하자 희원과 이모의 얼굴에 조금 화색이 돌았다. 이모는 지훈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고 고마워했다.

“그래주면 고맙지. 그럼 부모님을 뵙고 한번 인사를 드려야겠구나.”

“네. 그런데 오늘은 부모님이 안 계세요. 제가 부모님께 전화하시라고 전해둘게요.”

지훈의 부모님은 시기상 홍콩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이 워낙 천연덕스러워서 이모는 철석같이 믿는 눈치였다.

“그래, 그럼. 일단 여기 이거로 차비해. 밥도 좀 사 먹고.”

이모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더니 사양하는 지훈의 손에 기어코 쥐여주었다. 그리고 이모와 함께 나가려는 형사를 희나가 황급히 불러 세웠다.

“저, 저기…… 잠깐만요.”

뭐냐는 눈초리로 돌아보는 형사에게 희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은 돌아가셨어요?”

“아까 돌아가셨……. 아.”

심드렁하게 대답하던 형사가 말을 멈췄다. 희나가 말한 선생님이 박 선생이 아니라 진혁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분은 아직 좀 더 조사할 게 있어. 곧 끝날 거 같지만 너희 담임 선생님이 끝나면 학교로 연락해달라고 하셔서. 아마 그쪽이랑 나눌 얘기가 좀 있지 싶은데.”

희나의 커다란 눈이 어둡게 찌푸려졌다.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희나의 팔을 지훈이 잡아끌었다. 그리고 그대로 희원, 희나, 지훈은 경찰서를 나왔다.

경찰서 건물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지훈이 이모에게 받았던 돈을 그대로 희원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나 희나랑 할 말 있으니까 넌 알아서 집에 먼저 가 있어.”

희원은 호기심이 어린 표정이었지만 지훈의 말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돈을 받아서 돌아섰다.

지훈은 희나의 팔을 끌고 경찰서 앞에 세워 둔 바이크 쪽으로 걸어갔다.

“타.”

그는 시트 박스에서 희나의 분홍색 헬멧을 꺼내 내밀면서 말했다. 이미 헤어졌는데 계속 가지고 다녔던 모양이다. 희나는 차마 그것을 받아 들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나한테 잘해줄 이유 없잖아.”

“신경 써주고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돼?”

지훈의 말투는 전에 없이 냉랭했다. 그도 이런저런 상황에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희나는 도움만 받고 있는 입장을 상기하고 솔직하게 사과했다.

“미안.”

사과를 받는 대신 지훈은 고개 숙인 희나의 머리에 헬멧을 씌웠다. 그리고 바이크를 달려서 둘은 지훈의 집에 도착했다.

희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희나는 말없이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가는 지훈을 따라갔다.

지훈이 멈춰 선 곳은 희나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쓰던 방이었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희나가 묵묵히 들어가서 소파에 앉자 지훈이 따라 들어와서 건너편에 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긴 다리 위에 팔을 깍지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지훈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너한테 일어난 일들 형사한테 다 들었어. 아버지한테 힘겹게 모은 돈을 다 빼앗기고, 문도 잠기지 않는 집에서 살다가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희나가 가정사를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는 한 번도 먼저 물은 적이 없었다. 그저 막연히 불우하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부끄러울 건 없었지만 평소 껄끄러워하던 이야기인데도 희나의 기분은 덤덤했다. 아마 지훈이 동정하는 기색이나 거리끼는 기색 없이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솔직히 나한테는 너무 다른 세상 일 같아서…… 니가 어떤진 난 잘 모르겠지만.”

모르는 게 당연하지. 이런 집에서 그런 부모님과 살면서 괜히 공감하는 척했으면 불쾌했을 거다.

그는 깍지 낀 두 손 위에 괴고 있던 얼굴을 들어서 희나를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많이 힘들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어.”

“…….”

“지금 상황에서 나까지 널 힘들게 만들 생각은 없어. 전처럼 이상한 부담은 안 줄 테니까,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

생각해주는 말이 따뜻하고, 또 미안해서 속이 상했다. 희나는 빨개지는 눈가를 감추려고 고개를 조금 숙이며 간신히 말했다.

“……고마워. 진짜 미안해.”

“괜찮아. 그럼 쉬어.”

그리고 지훈은 일어서서 그대로 문 쪽으로 걸었다. 그는 나가기 직전 문고리를 잡은 채 멈췄다. 잠시 그대로 뒤돌아선 채 머뭇거리듯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모양 좋은 눈썹이 찌푸려져 있고 표정은 어두웠다.

“그런데 진짜 찌질해서 이러기 싫지만 하나만 물어보자.”

희나의 동그란 눈이 지훈을 올려다보자, 그는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단숨에 물었다.

“너 처음부터 그 녀석한테 가려고, 나한테 헤어지자고 하고 나간 거였어……?”

“아니야, 그건. 정말 혼자서 살려고 했어. 선생님이랑 연락 안 했던 것도 진짜야. 그런데 돈을 다 잃어버리고…….”

희나는 자신이 하는 말이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아서 볼이 뜨거웠다. 이제 와서 지훈에게 새삼스럽게 진혁에 대해 감출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땐 그랬던 게 사실이었다.

“그때 생각난 게 그 사람이었구나.”

“싸우고 나갔잖아.”

“안 싸웠으면, 나한테 왔을 거야?”

곱상하고 장난기 넘치는 지훈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으니 평소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무거워 보였다.

희나는 돈을 잃어버리고 나서 죽고 싶은 심정으로 길을 걷던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때 육교에서 뛰어내리지 않았던 것은 진혁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 그것 단 하나였다.

“아니.”

지훈은 인형처럼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희나를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려고 할 때, 희나가 조심스럽게 지훈을 불러 세웠다.

“저기, 미안한데…….”

진혁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휴대폰이 없다. 그러나 돌아본 지훈의 표정을 보고 희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말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한 채 머뭇거리고 있는데 지훈이 뭔가를 침대 쪽으로 던졌다.

“내가 아까 걸었으니까, 그대로 누르면 연결될 거야.”

푹신한 침대 위에는 지훈의 휴대폰이 떨어져 있었다. 지훈은 그 말만 남기고 방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그가 나가기 무섭게 희나는 황급히 휴대폰을 집어 들고 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진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초조하게 몇 번 더 눌러 보다가 희나는 포기했다. 밤에 몰래 나가서 공중전화에서라도 걸어 볼 생각으로 진혁의 전화번호를 손바닥에 적은 뒤, 희나는 지훈의 휴대폰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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