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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 그 너머에는-35화 (35/140)

35화. 돌아갈 수 있는 곳은 (1)

희나가 지금 살고 있는 방은 진혜의 방이다. 잘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진혁이 진혜를 설득해 들어오게 만든다면 희나는 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수 없다.

처음부터 쭉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시기가 너무 빠르다.

솔직히 조금 더 진혁의 집에 있고 싶다. 따뜻한 집과 공짜 식사를 떠나고 싶지 않은 거라 스스로 계속 읊조렸지만 나오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는 그녀도 알고 있다. 진혁과 좀 더 같이 있고 싶은 거다.

딱히 별다른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하고 희나는 고집스럽게 중얼거렸다. 그저, 기껏 조금 가까워졌는데 멀어지게 되는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다음 주가 진혁이 교생으로 오는 마지막이다. 집도 멀고, 4학년인 그는 학교로 돌아가 여러 모로 바빠질 테니 지금처럼 자주 만나는 건 무리다.

희나도 혼자 살게 되면 놀러 다닐 시간 같은 건 없다. 지금이야 진혁 덕분에 식비가 전혀 안 들어서 아르바이트도 쉬고 하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다.

그렇게 접점이 끊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서로 잊게 되지 않을까.

예전처럼 토요일 새벽마다 진혁이 본가에 갈 때 주유하러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다고 해도 “그럼 알바 열심히 해.” 같은 어른인 척하는 소리 한두 마디 남기고 멀어져가는 진혁의 차를 보는 게 서로 만나는 전부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우울해졌다.

희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진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열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자마자 황급히 닫았다. 왠지 쑥스럽고 낯간지러워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희나가 계속 사진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는데 뒤에서 사모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뭔가 일을 시킬 모양이다.

진입로에 물을 뿌리고 물청소를 하라는 말에 희나는 호스를 들고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물줄기는 쏴- 하고 시원하게 뿜어져 나왔지만 기분은 조금도 시원해지지 않았다.

물청소를 하고, 세차장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정리하고, 그러다 해가 져서 다시 손님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주 바빠서 몸이 젖은 솜처럼 피곤했지만, 일이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기쁘지 않고 도리어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무도 없는 진혁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맞이해주는 사람이 없는 그 집에 혼자 있게 되면 난 이 집 사람이 아니다, 곧 나가야 한다, 그런 생각만 계속 들 거 같다.

‘어차피 내일 다시 아르바이트해야 하니까 휴게실에서 잘까…….’

희나는 유리문 안쪽을 힐끗 돌아보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주유소에 아무 일 없이 머무르면 계속 진혁을 떠올리게 된다. 이전까지는 진혁과 전혀 상관없는 장소였는데, 괜히 알아채 버렸다. 어디든 좋으니 그와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녀는 잠시 지훈을 떠올렸지만 곧 생각을 몰아냈다. 그 마음을 알면서 계속 이용해 먹고 싶지는 않았다. 희나는 원래 호의를 품은 사람일수록 신세를 못 지는 성격이니까.

좁은 인간관계만큼이나 좁은 선택지여서 결론은 뻔했다. 여러 모로 생각해도 역시 한 군데밖에 없다.

희나는 간만에 집에 돌아가자- 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직 챙겨 오지 못한 중요한 물건들도 있었으니 한 번은 가야 했다.

주유소 아르바이트가 끝난 여덟 시. 희나는 전철을 타고 천호로 돌아가 역에서 20분쯤 구불구불한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가로등도 별로 없는 좁은 길이지만 익숙해서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도 찾아갈 수 있었다.

바닥에 시멘트가 덕지덕지 발린 좁은 대문을 지나 희나는 지하에 있는 어두컴컴한 집으로 들어갔다.

열쇠는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이 문은 잠기지도 않는다.

끼익- 하는 녹슨 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바로 곰팡이 냄새가 확 끼쳐왔다.

희미한 달빛이 2평 정도 되는 침침한 거실을 비추었다. 천장은 희나가 나가기 전보다 더 거뭇거뭇해진 것처럼 보였다.

거실 형광등은 갈지 않은 지 아주 오래됐다. 아버지가 갈아 놨을 리 만무했으므로 희나는 불을 켤 생각도 하지 않고 신발을 신은 채로 집에 들어섰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술병을 깨고 난동을 부리는 게 일과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집을 비웠으니 바닥에 유리 조각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손으로 더듬어 가며 거실을 통과하면 작은 방으로 통하는 격자로 된 유리문이 있다. 이 안쪽이 희나의 방이다.

군데군데 깨져서 테이프로 붙여 놓은 유리문을 옆으로 밀고 희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스위치를 찾아 누르자 불이 켜졌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희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바닥에는 술병이 대여섯 개 나뒹굴고 있었다. 아버지가 여기서 잤다는 증거다.

안방에 오바이트를 했거나, 술병을 깼거나 했을 거다. 자기 방이 더러워지면 그는 희나의 방에 와서 태연하게 잠들었다. 그리고 그게 싫어서 희나가 그의 방을 청소해주면 돌아가곤 했다.

희나는 진절머리를 내며 술병들을 들어 문밖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서랍장을 열어 중요한 물건을 모조리 꺼내서 쇼핑백에 담았다. 가져가야 할 건 의외로 많았지만, 다 들고 갈 수 없으므로 정말 중요한 것만 추려서 쇼핑백에 모아 담았다.

다행히 아버지가 이불은 안방에서 가지고 와서 잔 모양이었다. 희나는 지저분한 아버지의 이불을 치우고 벽장에서 자신의 이불을 꺼내서 바닥에 깔았다.

빨리 잠만 자고 첫차가 돌아다니면 바로 아르바이트를 갈 생각에 자리에 누웠다. 더 빨리 일어난다면 더 빨리 나가서 PC방이라도 가는 게 낫다.

눅눅한 이불에서는 희미하게 곰팡이 냄새가 났다. 우습게도 익숙한 향기다.

이러고 누워 있으니 아주 예전 같았다. 진혁의 집에서 사는 동안 온기를 받아 따뜻해졌던 심장이 다시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절박하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신이 온몸을 휘감는다.

희나는 한숨을 내쉬며 잠을 청했다.

한 시간쯤 후. 아주 옅게 선잠을 자던 희나는 흠칫 놀라서 눈을 떴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들려온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심장이 내려앉는 거 같았다.

부디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했지만 희나가 없는 동안 이곳에서 잔 흔적이 있는 이상 헛된 기도다.

이윽고 유리문이 서서히 열린다. 그 모습이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말라비틀어진 거친 손이 방의 불을 켜는 것과 동시에 희나는 일어나서 앉았다.

곧 문간에 새카맣고 마를 대로 마른 아버지가 보였다.

그녀를 발견하고 아버지도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간 어디 갔었어?”

“……친구네.”

“뭘 한다고 계집애가 바깥 잠을 처자고 다녀? 하여간 밖으로 싸다니는 거만 봐도 지 빌어먹을 에미를 빼다 박았어.”

폭언을 들어도 희나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눈앞의 사람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저 자연 재해 같은 거다. 어차피 어떤 말도, 애원도 감정도 안 통한다. 상대하려고 들면 고통스러울 뿐이다.

빨리 들어가서 자버리면 좋겠는데. 문 근처에서 어정거린다. 늘 풍기는 술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 모양새를 보니 조용히 넘어가긴 틀렸구나, 하는 감이 온다. 그리고 그런 우울한 예감은, 절대 빗나가는 법이 없다.

“야, 돈 있으면 좀 줘봐.”

“돈 없어……. 내가 돈이 어딨어.”

올 것이 왔다. 희나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있잖아. 거짓말하지 말고 내놔 봐. 쓸데가 있어서 그래.”

“없어, 정말로.”

쓸데는 무슨. 며칠에 한 번씩 인력 시장 기웃거리다가 돈 받으면 술 마시고, 남으면 경마나 동네 막일꾼들과 포커 치는 게 낙인 인간이다. 희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뭐한다고 며칠씩 처나가 있다가 돈 떨어지니까 기어들어 와? 잡소리 말고 있는 거라도 줘 보라고-!”

“돈 없다니까.”

“없긴 왜 없어, 이년아! 개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당연히 없지. 언제 돈 준 적 있어?”

그냥 평이한 어조로 말했는데 마지막 말이 심기를 강하게 거스른 모양이다. 아버지의 여윈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이 쌍년이 낳아주고 길러줬더니 지 애비 모실 줄도 모르고!”

아버지가 쿵쿵쿵 소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온다. 곧바로 희나의 마른 몸이 머리채를 잡혀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퍽’ 소리와 함께 딱딱한 바닥을 굴렀다.

어깨가 미처 치우지 못한 술병에 부딪쳤다.

맞으면서도 희나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정말 없다고 했잖아! 돈 없다고!”

“개 같은 년이 어디서 큰소리를 내!”

다시 발길질이 날아오는 걸 보며 희나는 팔을 들어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얼굴을 맞으면 밖에 돌아다닐 수가 없다. 돌아다닐 수 없으면 일도 못 하고, 일을 못 하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퍽-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며 희나의 잔뜩 웅크린 가느다란 몸 위로 매가 쏟아졌다.

이를 악물고 버티니 다리를 높이 들어 걷어찬다. 심하게 채여, 몸이 뒤로 휙 밀렸다. 그 바람에 희나의 정강이가 책장에 세게 부딪쳤다. 비명 소리도 나오지 않을 만큼 엄청난 아픔이었다.

“욱…….”

미동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입술을 깨무는데 다음 발길질은 복부로 날아들었다. 희나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때리지 마! 그만 좀 때려!”

“이 쌍년이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고……. 니년이 처맞을 짓을 하니까 처맞는 거야! 너 같은 년은 그냥…….”

그러고 그는 뒤쪽에 있는 술병을 집어 들더니 높이 쳐들었다. 저걸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희나의 목 뒤에는 술병으로 맞아서 생긴 흉터가 두 개나 있었다.

그때의 아픔을 떠올리고 공포에 질린 희나가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잠깐, 잠깐만-! 가, 가방!”

손을 휘저으며 말하자 좀비처럼 걸어오던 걸음걸이가 잠시 멈춘다. 희나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내서 빠르게 말했다.

“가방에…… 가방 앞주머니에 3만 원 있어.”

아버지는 희나가 가리키는 쪽에 있는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뒤적거리기도 귀찮은지 그대로 통째로 털었다. 내용물이 우수수 밖으로 쏟아졌다. 그중에서 그는 꼬깃꼬깃 접혀서 들어 있는 3만 원을 집어 들었다.

“그러게 그냥 좋게 달라고 할 때 줬으면 좋잖아. 처맞아야 내놓지. 하여간 지 에미 닮아가지고 독하기는…… 개 같은 년.”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에는 아주 작은 후회의 편린 같은 게 묻어 있다. 원하는 걸 얻고 나서 만족스러울 때만 나오는 감정이다.

그는 여전히 바닥에 웅크린 채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딸에게서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반반하게 낳아줬으면 남자라도 하나 물어 와서 애비 봉양할 생각은 안 하고. 그저 지 살 궁리만 하는 것들이지, 계집애들은.”

그러면서 그는 쾅- 소리 나게 문을 닫고 집을 나갔다.

그의 발걸음이 멀어질수록 떨림이 가라앉고, 마음이 진정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온몸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몰려왔다. 끔찍할 정도로 아파서 희나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희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선단부터 차례로 조금씩 움직여보았다. 통증은 심해도 다행히 뼈가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삐걱이는 팔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희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팽개쳐진 가방을 집어 들고 주섬주섬 바닥에 흩어진 소지품을 그러모아 가방에 넣었다.

가방 속 지퍼가 달린 안주머니에, 낮에 찾아온 3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적금을 들기 위해 찾아둔 거다. 다행히 안 뺏겼다. 심하게 맞았지만 희나는 빼앗기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가 더 컸다.

맞는 게 무서워서 돈을 있는 대로 주면 점점 요구하는 게 커지고 결국 전부 빼앗겨버린다. 지금 당장이야 안 맞겠지만 결국 언젠간 돈이 바닥날 거고, 다시 폭행 시작이다. 또, 그때 되면 계속 돈을 받아서 커져 버린 요구를 감당할 수도 없고, 폭력은 더 심해질 것이다. 돈도, 미래도 없다.

참을 수 있는 만큼은 맞아가면서 돈이 정말 없는데 마지못해 내놓는 것처럼 보여야 뺏기는 걸 최소화할 수 있다. 3만 원은 이번 주 생활비로 쓰려고 뽑아놓은 거다. 그 정도 금액은, 그래도 감당할 수 있는 손해다.

가방을 들고 몸을 일으키려다 희나는 낮은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아 버렸다. 온몸이 다 아프지만, 어깨와 배 그리고 정강이가 몹시 아팠다.

어깨를 만져보니 어디에 긁혔는지 피가 흐르고 있었다. 힘들게 다리를 돌려 내려다보니 끔찍할 정도로 새파란 피멍이 들어 있다.

뭔가 울컥하고 치밀어 오를 것 같았지만 희나는 숨을 깊게 내쉬며 억눌렀다.

‘원래 이렇게 살았는데, 별다를 것도 없어.’

원망하거나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혼자 몇 번이나 그렇게 중얼거렸다. 한탄해봤자 눈물만 날 뿐 아무 소용도 없다.

울면 안 된다. 울면 얼굴에 자국이 남고, 그러면 받은 상처를 감출 수 없다.

‘어차피 아무도 안 도와줘.’

희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는 얼굴을 사람들에게 보이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면 그 사람 속에서 계속 불쌍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희나는 불쌍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불행은 혼자만 알고 있으면 된다.

통증을 참아가며 가방을 싼 희나는 머리채를 잡혀 끌려 나왔던 이불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 갔다.

맞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돈을 줬으니 술에 취할 거고, 늘 가는 동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을 거다. 이제 자고 나면 새벽 일찍 아르바이트를 갈 테니, 적어도 오늘은 끝났다. 더 불안할 필요가 없는 거다.

욱신거리는 몸으로 여기 누워 있으니 최근 한 달간 있었던 일이 다 거짓말 같다.

왜 아르바이트를 그렇게 많이 쉬었을까. 필사적으로 살지 않으면 결국 여기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버리는데. 어리석다. 그 짧은 시간 따뜻함에 물들어 잊어버린 모양이다.

작지만 정갈하고 따뜻한 방, 푹신한 침대, 그리고 항상 변함없는 다정한 얼굴.

거기로 가고 싶다. 돌아갈 곳이 이런 곰팡내 나는 이부자리가 아니라 거기였으면 좋겠다.

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해서 살 곳을 마련해도, 그곳은 내가 떠나면 사라지는 곳이다. 언제나 같은 곳에서 날 기다리는 곳은 이 더러운 집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희나는 아까까지 도무지 머리를 떠나지 않던 진혁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여기는 너무 컴컴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유진혜, 당신은 정말 바보야.’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그렇게 중얼거리며 희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 후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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