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유서부-835화 (835/858)

번외 토자포 2

유씨는 말린 고기 몇 점을 집어 들고 탁자의 음식들을 훑어보았다. 말린 고기는 몇 점 되지도 않고 증계단은 물이 너무 많아서 먹고 싶지 않았다.

“아니, 찜인데 어쩜 이렇게 묽게 했어요?”

유씨가 웃으며 던진 말에 조씨 부부는 난처해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이고, 참 나도 정말…….”

유씨가 손을 휘휘 저었다.

“나도 알아요. 매부의 장사도 잘 안 되는데 딸들은 저렇게 많고, 살기 힘들겠지요.”

조씨 부부는 부끄럽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 굳이 이야기할 것은 뭔가? 조씨댁은 허허 웃으면서 적당히 변명을 지어냈다.

“어렵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그럭저럭 괜찮아요. 집에 사 둔 돼지고기가 있었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들고양이가 훔쳐 갔지 뭐예요.”

조씨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밥만 퍼먹고 있었다.

“호호호, 됐어요! 모두 한 가족인데 나한테 뭐 하러 여유 있는 척해요.”

유씨가 손을 흔들었다.

조씨댁은 말할 수 없이 수치스럽고 분해 목이 멜 지경이었다. 한 가족이라면서 굳이 그렇게 콕 집어낼 건 뭐란 말인가! 조씨댁은 화가 났지만 계속 딸만 낳는 자기의 배를 생각하니 욕을 할 배짱도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유씨의 아들을 빌려다 안아서 배에 그 양기를 채워야 했다.

“하하, 저희 대접이 변변치 않지요?”

조씨는 사과하며 유씨에게 제일 먹음직스러운 고기 한 덩어리를 집어 주었다.

“참, 큰형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그러면서 어떻게든 화제를 돌려 보려 했다.

“아이, 뭘 하겠어요. 집에서 농사나 짓는 거지. 아 참,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매부도 사는 게 팍팍한데 딸도 많잖아요.”

조씨 부부는 입안의 음식을 삼킬 수가 없었다. 유씨는 오늘따라 남의 형편에 관심이 지대했다.

“새언니, 하하…….”

난처해하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유씨는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진지하게 하는 이야기예요! 딸들을 이렇게 많이 키워 봤자 밥이나 축내는데 둘은 내보내지 그래요? 둘이 아까우면 하나라도 보내면 어때요?”

“무슨 말입니까?”

조씨는 반대하는 기색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딸을 팔라고 하는 걸 원망하는 표정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살짝 흔들렸다.

조씨댁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들은 아직 솥뚜껑도 열 일이 없을 만큼 가난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 딸을 팔라는 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내가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유씨가 눈썹을 움찔거렸다.

“무슨 이야기요?”

조씨댁이 물었다.

“오늘 현에 들어갔더니 도성인지 능성인지의 어떤 지체 높은 집안에서 민며느리를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조씨 부부가 깜짝 놀랐다.

“민며느리요?”

“그래요.”

“새언니, 어떤 집인데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을 뿐이지. 하늘의 집에서 찾는 사람이라고도 하던데요.”

“하늘의 집? 그게 누구 집인데요?”

조씨댁이 묻자 유씨가 깔보듯이 대답했다.

“누군 누구겠어요. 황가 말이에요.”

조씨 부부는 깜짝 놀랐다. 황가? 그들에게 황제란 하늘의 태양처럼 닿을 수 없이 높은 곳에 있는 존재였고, 전설 속의 사람 같은 존재였다.

조씨댁이 탄식했다.

“아휴. 우리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얘기네요. 우리처럼 이렇게 가난한 집을 선택하겠어요?”

유씨는 깔깔 웃으면서 동조했다.

“당연히 그럴 리 없죠. 내 말은 이렇게 딸을 다 데리고 있는 것도 방법은 아니라는 거예요. 지주 집에라도 보내든지 어느 집안의 민며느리를 시킬 수도 있잖아요. 그럼 훨씬 좋아지죠.”

조씨댁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좋긴 뭐가 좋아요.”

“왜 안 좋아요? 돈 많은 집에 가서 떵떵거리고 사는 건데. 여기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좋을 거예요. 또 나중에 잘돼서 부군이 출세하고 총애를 받으면 처가를 도와줄지도 모르잖아요? 나뭇가지를 날아올라 봉황이 되는 거지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조춘이가 물었다.

조춘연은 증계단을 자기 그릇에 담고 문가에 앉아 있는 조앵기에게 손짓했다. 조앵기가 그릇을 들고 뛰어왔다.

“자.”

조춘연이 그릇에 있던 묽은 증계단을 조앵기에게 줬다.

조앵기는 얼른 그릇을 들고 문가로 돌아가 앉아 신나게 먹었다.

“하하하, 우리 춘이가 관심이 있나 보구나. 그게 무슨 말이냐면, 새 한 마리가 푸드덕하고 날아올라서… 저기 대추나무 위까지 올라가면 봉황이 된다는 거야.”

유씨가 대답을 하면서 손을 뻗어 접시 위의 말린 고기를 한 점 더 집어 들었다. 조씨는 입만 움찔거릴 뿐 아무 말도 없었다.

“우리 마을에도 일곱 살에 현의 진 지주네 집에 민며느리로 들어간 아이가 있었어요. 진 지주 집에서는 은자 스무 냥은 족히 되는 예물을 보냈어요. 쯧쯧, 은자 스무 냥이면 이 아이들이 다 커서 제대로 시집을 간다 해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돈이에요.

그보다 더한 것도 있었는데 어느 노야의 아들이 어린 나이에 물에 빠져 죽었더니 사람을 찾아 영혼 혼례식을 치러 줬대요. 옆 동네 아가씨가 거기로 시집갔는데 지금은 다 커서 시어머니하고 얼마나 사이가 좋고 떵떵거리며 잘 사는지 몰라요. 우리 같은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니까요.”

조씨 부부는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조씨댁은 유씨에게 연신 음식을 집어 주었다.

“그렇게 좋은 일이 생기겠어요. 돈 많은 지주가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우리까지 차례가 온다는 보장도 없고요.”

말린 고기를 다 해치운 유씨는 두부와 채소들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호호, 아가씨 말도 맞아요. 어떻게 그렇게 좋은 일이 쉽게 생기겠어요. 그저 그런 일이 있다고 알려 주는 거예요! 아,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가 볼게요.”

유씨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아들을 안고 나갔다.

정리를 마치고 조춘연은 동생들을 데리고 대추나무 아래에서 놀기 시작했다.

조씨 부부는 방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하나를 팔면 은자 열 냥은 받을 수 있어, 아니 대여섯 냥이라도 좋아. 그리고 집에 모아 놓은 돈이 조금 있으니까 그거면 당신이 아이를 낳고도 이삼 년은 버틸 수 있어. 난 그 틈에 전씨에게 목공 일을 배우면 되고. 일이 년이 지나면 나도 진짜 기술자가 될 수 있는 거야.”

조씨가 늘 진짜 기술자가 되고 싶어 했던 것은 조씨댁도 잘 알고 있었다. 목공 기술이 있으면 일감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 집안 사정도 점점 나아질 것이다.

조씨댁도 조씨에게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하지만 어디 가서 사람을 찾아요?”

“내일 현에 가서 알아볼게.”

그때 갑자기 지붕에서 투두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쿠…….”

세 아이는 머리를 감싸고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조씨댁은 다 젖은 아이들을 보자 화가 솟구쳤다.

“그렇게 놀기만 하더니 옷이 다 젖어 버렸잖아! 어서 갈아입고 젖은 옷은 잘 널어 놔.”

조씨댁은 아이들이 아플까 걱정됐다. 아프면 돈을 들여 치료해야 하니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아이들은 얼른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조앵기는 단추를 풀면서 고개를 들어 내리는 비를 보았다. 왜인지 너무도 무서웠다.

조춘연과 조춘이는 벌써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조앵기는 아무리 해도 단추가 풀리지 않았다. 잔뜩 겁을 먹은 데다 마음도 급해지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조씨댁이 들어와 물에 빠진 생쥐 꼴인 조앵기를 보고 화를 냈다.

“이 망할 것이! 어서 옷을 갈아입으라니까 여기서 멍하니 뭘 하고 있는 거야.”

“네…….”

조앵기는 단추를 잡아당겼지만 아무리 해도 단추가 풀리지 않았다. 잔뜩 불안한 상태인데 화가 난 어머니가 노려보고 있으니 울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씨댁은 참지 못하고 성큼성큼 다가가 조앵기의 머리를 세게 밀쳤다.

“이것아, 옷도 못 벗어! 그렇게 귀한 사람 흉내를 내고 싶어? 너는 무슨 공주 마마가 될 팔자라도 타고났다는 거야?”

조씨댁은 욕을 하며 조앵기의 옷을 벗기고 낡은 옷을 입혔다. 그녀는 방을 나가면서 다른 두 딸에게 말했다.

“늦었다. 등불 낭비하지 말고 어서 자.”

“울지 마.”

조춘연이 눈썹을 찡그리며 조앵기의 손을 잡고 침상으로 데려갔다.

세 자매는 한 침상에서 잤다. 조앵기가 안쪽에, 조춘이가 중간에, 조춘연이 바깥쪽에서 잤다.

세 아이가 잠들자 조씨댁은 등불을 끄고 주렴을 치고 나갔다.

그들은 등불을 아끼기 위해 일찍 자는 게 습관이 되어 술시戌時(오후 7시~9시)가 반쯤 지나면 침상에 누웠다. 오늘도 해시가 되기 전 조춘이와 조춘연은 곤히 잠들어 고른 숨을 쉬고 있었다.

조씨 부부도 일찍이 등불을 껐다.

밖에서는 타닥거리는 빗방울 소리가 잠을 재촉했다. 하지만 조앵기는 아무리 해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빗소리가 마치 악귀의 울음소리 같아 겁이 났다.

여기 있으면 안 된다. 여기는 안 된다…….

조앵기는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 언니들을 넘어 맨발로 침상을 내려왔다. 그녀의 눈은 이미 칠흑 같은 어둠에 익숙해져 방 안의 물건들을 대충 확인할 수 있었다.

창문 아래의 탁자, 나무 침상, 침상 발치에 있는 의자 몇 개와 나무 상자 같은 것들.

조앵기는 물건들을 확인하고 침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한동안 웅크리고 있다가, 그래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 침상 발치에 있던 의자들을 끌어와 제 앞을 가렸다. 그러고 다시 침상 밑에 엎드리니 슬쩍 잠이 왔다.

바깥의 빗소리가 점점 커져도 조앵기는 점차 눈꺼풀이 감겼다.

바로 그때. 쾅쾅쾅쾅! 바깥에서 긴박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빗소리는 무시할 수 있었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그럴 수 없었다. 특히 임신 중인 조씨댁은 안 그래도 속이 시끄러워 죽겠던 차라, 짜증이 나서 벌떡 일어났다.

“어떤 죽일 놈이야?”

이 늦은 시간에, 이런 날씨에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겁도 났다.

조씨도 잠에서 깼다.

“가만히 있어. 내가 가 볼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조씨는 옷을 걸쳐 입고 낡은 우산을 쓰고 나갔다.

끼익, 문을 열자 그는 화들짝 놀랐다.

문 앞에는 마흔 정도 된 부인이 서 있었다. 부인은 표주박 무늬가 있는 연한 남색의 긴 배자를 입고 있었는데, 이미 비에 맞아 홀딱 젖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부인이 머리에 휘황찬란한 금잠金簪과 은으로 만든 국화 무늬 반달 장신구를 꽂고, 비취 귀걸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눈에 봐도 대단한 명문가의 부인이 분명했다.

부인 뒤로는 예순이 넘어 보이는 백발의 노스님과 하인 두 명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유리 등불을 들고 있었다. 빗속에서 마차를 끌고 와서 말이 낑낑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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