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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서부-755화 (755/858)

제755화

하늘이 조금씩 밝아올 무렵, 조정 중신들은 모두 평소 조회가 열리던 대전에 모였다.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이렇게 부르시다니?”

“설마……!”

정선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들어온 것은 어두운 얼굴을 한 상관수였다.

“대인들.”

“상관 통령,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한밤중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다니요.”

유 재상이 어두운 얼굴로 묻자 상관수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뗐다.

“오늘 밤 황제 폐하께서 수녀에게 성은을 내리려다 기습을 당하셨습니다. 그 수녀가 태자 전하의 지시를 받았다고 자백을 해 폐하께서 태자 전하를 궁으로 소환하셨는데 태자 전하가 폐하의 목에 무기를 들이대고 황위를 내놓으라며 폐하를 협박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폐하와 채 공공은 태자 전하와 황후 마마에게 잡혀 침궁에 갇혀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전하가 퇴위를 강요하다니요?”

대전이 발칵 뒤집혔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황제 폐하와 태자 전하가……! 언제나 부자의 정이 두터웠는데… 어떻게, 어떻게 이런 대역죄를 지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조정 대신들은 도무지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곧이어 늙은 정선제가 얼마 전 중병을 앓았을 때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태자가 곧 황위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태자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태자가 기다리지 못하고 불만을 품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입 밖에 낼 수는 없는 일.

전지신과 몇몇 대신들은 살짝 눈을 빛냈다. 그들은 태자의 사람이기에 당연히 퇴위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랐다. 그러면 그들도 새로운 황권을 세운 공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반면 예부상서 여지와 병부상서 오봉은 크게 소리쳤다.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아들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다니, 그게 바로 대역죄입니다! 게다가 천자입니다! 황제 폐하입니다! 이것은 죽여 마땅한 죄입니다!”

“맞습니다! 하늘의 이치에 따라 모정건, 이 간악한 자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주살誅殺(죄를 물어 죽임)해야 합니다!”

유 재상도 매섭게 소리쳤다.

진무와 장찬은 주운환을 떠올리곤 코만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떻게 황제 폐하를 구출할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상관수의 말에 유 재상과 대신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상관 통령은 어떤 전략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여지가 물었다.

“이미 침궁을 촘촘히 포위했고, 태자부와 정씨 집안도 포위하였습니다.”

“진서후는요?”

상관수의 대답을 듣고 오봉이 주운환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진서후는 얼마 전 양왕을 잡으러 능주로 가지 않았습니까? 지금 도성으로 양왕을 압송해 오는 중일 겁니다.”

유 재상의 말에 오봉이 잔뜩 굳은 얼굴로 대꾸했다.

“아니, 그걸 물은 게 아닙니다. 제가 묻는 것은 상관 통령이 진서후부도 포위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대전의 모든 대신들도 그 뜻을 알아차리고 안색이 변했다. 진무는 오봉에게 한 걸음 다가가 차갑게 물었다.

“오 상서, 무슨 뜻입니까?”

“알면서도 물으십니까? 태자 전하가 겁도 없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단 말이지요. 설마 정말 전하가 한순간 충동으로 바보 같은 일을 벌였겠습니까? 믿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전하는… 작년에 진서후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아 진서후와 혼맥을 맺었습니다. 만약 진서후가 전하의 사람이라면…….”

오봉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조정 대신들 모두 숨을 멈추었다. 주운환은 현재 대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십만 경위영이 그의 손에 있었다. 도성의 모든 병력을 주운환이 장악하고 있으니 공격해 들어온다면 금위군은 그를 막아 낼 수 없을 것이다.

주운환은 금위군을 쓸어 버리고 무력으로 태자를 옥좌에 올릴 수 있다. 주운환이 한편이라면 평판이 좋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태자가 옥좌에는 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역사는 승자가 써 내려가는 것이니, 결국 태자가 말하는 대로 기록될 것이다.

태자가 옥좌에 오르면 황제의 구출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유일하게 황제를 구출할 만한 세력은 서북의 강왕과 허 장군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주운환이 팔만 한번 휘두르면 막힐 것이었다. 응성에 주둔한 군대에!

강왕과 허 장군이 응성 주둔군을 물리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 주운환 같은 전쟁의 신이 합류하면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니 주운환이 태자의 사람이면… 황제는 정말 끝장이다!

“진서후가 그 부인을 몹시 아낀다고 하니 진서후부를 포위하면…….”

오봉이 말했다.

“제정신입니까! 대인도 만약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만약에 사실이 아니면 어떻게 할 겁니까? 주묘서가 태자와 혼인을 했다고 하나 주묘서는 적녀, 진서후는 서자입니다. 적서 간 사이가 좋지도 않을뿐더러 진서후 적모도 걸핏하면 진서후를 괴롭혀 대는데 그 사이가 좋겠습니까?”

여지가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진서후부를 포위해서는 안 됩니다.”

유 재상도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권력과 병력을 손에 쥔 사람을, 아무런 모반의 증거도 없이 감히 그 관저를 포위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포위하는 것은 그가 반역을 시도했다는 뜻인데 만약 아니라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더욱이 진서후가 태자의 사람이 아니라면? 금위군이 그 관저를 포위했다가는 정말 홧김에 태자를 위해 반역에 가담할 수도 있다.

오봉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의논을 해 봅시다!”

대신들은 한데 모여 계속해서 방법을 모색했다.

하지만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않거나 의논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가 옥좌를 차지하든 그들에게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부귀영화만 지켜 준다면!

게다가 황제는 정말 많이 늙어 퇴위할 때가 되었다. 지난번 황제가 중병에 걸렸을 때 그들은 벌써 새 주인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금세 동이 텄다. 태양이 높게 떠올라 도성을 환하게 비추었다. 장을 펴는 이들은 장을 펴고, 나와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은 아침을 먹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범한 날이 아니었다.

백성들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태자의 반역 소식이 금방 펴졌다.

찻집이나 주점, 공연장은 물론이고 좌판이나 가게 상인들 사이에서도 이 일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들었어? 궁에 큰일이 났다며?”

“무슨 일? 아침 일찍 나와 좌판을 폈는데 어젯밤 말소리가 끊이질 않던걸. 군대인가?”

“군대지! 금위군이 태자부와 정씨 집안을 포위했어!”

“뭐라고? 무슨 일이야? 설마 태자가……!”

다들 도성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모르지 않는단 얘기. 금위군이 태자부와 황후의 본가를 포위했다는 말인즉슨 태자가 반역을 일으켰다는 것! 이외에 다른 가능성이 있을 리 없었다.

“금위군이 태자부 사람들을 끌어냈대?”

“아니!”

백성들은 숨을 멈추었다. 그렇다면……!

“태자가 칼을 들고 황제 침궁까지 쫓아가 목에 들이대고 황위를 내놓으라 했다던걸.”

사람들은 다시 숨을 들이쉬었다.

“이렇게 불효막심할 수가!”

“황제가 태자에게 얼마나 잘했어, 뭐든 다 태자에게 줬는데 어떻게 이런 엄청난 반역을 저지르는지. 그야말로 개보다도 못하네.”

“예전에는 양왕이 형제를 해치는 불효자라고 욕했는데! 양왕이 아무리 불효자라도 황제의 목에 칼을 들이대지는 않았잖아!”

부모에 대한 효가 가장 중요한 시대이다. 부모를 시해하는 것에 비하면 형제를 공격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가는 사이, 시종 하나가 허겁지겁 주씨 집안으로 들어갔다. 주 백야는 아무것도 모르고 진씨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시종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와 그 앞에 꿇어앉았다.

“나리, 큰일 났습니다! 태자 전하가 퇴위를 강요하며 폐하를 시해하려 해서 지금 금위군이 태자부 전체를 포위하였습니다.”

“무슨 소리냐?”

주 백야와 진씨가 벌떡 일어났다. 주 백야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말해 보라고 했다.

“태자 전하가 퇴위를 강요하고 있답니다! 태자 전하가 궁에서 폐하를 협박하고 있고, 금위군이 태자부와 정씨 집안을 포위했습니다.”

주 백야는 머리가 멍해져 휘청 넘어질 뻔했다. 세상에, 사위가……!

“그럴 리 없다!”

진씨 또한 미칠 노릇이었다. 태자부가 포위를 당해? 내 딸이 거기 있는데!

자신도 태자가 옥좌를 찬탈할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연히 ‘어떻게 남몰래 황제를 죽일 것인가?’를 궁리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 방법이야 어떤 것을 택하든 자신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소리 소문 없이 정선제를 처치함으로써 태자가 황제가 되고 묘서가 황후가 되어 행복하게 잘 살면 그만이었다.

한데 태자가 꾸민 계획이란 게 암중모략이 아니라 직접 칼을 들고 쫓아가 퇴위를 강요하는 거였다고? 태자가 바보였나?

“묘서……! 우리 묘서……!”

진씨는 혼비백산했다.

“가지, 셋째에게 가 봅시다.”

주 백야가 문을 나섰다. 정 마마가 휘청대는 진씨를 부축했다.

“마님, 걱정 마세요.”

“어찌 걱정을 하지 말란 말이냐? 미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무턱대고 궁으로 밀고 들어가다니. 실패하면 어쩌려고? 금위군이 태자부를 포위했다지 않더냐.”

진씨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았다.

“그럴 리 없습니다, 마님. 측비 마마는 태자부에 잘 계십니다. 그건 곧 궁 안에서 대치하면서 바깥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또 며칠 전 측비 마마가 마님께 태자 전하가 이미 셋째 나리를 포섭했다 하셨잖아요! 셋째 나리는 지금 도성으로 돌아오는 중이에요. 돌아오면 경위영을 이끌고 황제를 죽이고 태자를 구할 거예요.

늙은 황제는 찍소리도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거지요. 태자 전하는 어좌를 차지하시고, 측비 마마는 황후가 되실 거예요.”

정 마마가 낮게 속삭이자 잠시 멍하던 진씨가 웃었다.

“자네 말이 맞아. 어쩌면 이렇게 난리가 나는 게 맞는지도 모르지.”

진씨는 심호흡을 하며 모든 감정을 눌렀다. 잠시 후, 그녀의 눈이 모질게 빛났다. 어떤 음모든 계략이든 간에 우열이란 건 없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고 승패를 겨루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가자, 우리도 진서후부로 가 보자.”

진씨가 정 마마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 진씨가 잰걸음으로 수화문을 나오자 주 백야는 벌써 마차에 타 있었고, 그녀도 급히 따라 올라탔다.

주 백야 내외는 곧 진서후부에 도착했다. 수화문에 내려서 보니 진서후부는 평온해 보여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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