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유서부-752화 (752/858)

제752화

태자는 고개를 돌려 송초를 보았다.

“너희들은 가 봐라. 본궁은… 성공해서 돌아올 것이다!”

“알겠습니다!”

송초 등이 무릎을 꿇었다.

“전하의 뜻을 이루시어 영광스러운 어좌에 오르시기를 기원합니다!”

모두 우르르 몰려나간 후, 태자는 옆방으로 가 침상에 누웠다.

태자부에 들어온 상관수가 바로 집사를 따라 태자의 서재에 도착하니 온통 어둠뿐이었다. 집사가 문을 두드렸다.

“전하, 상관 통령이 왔습니다.”

그제야 방에 불이 켜지더니 태자가 하품을 하면서 문을 열어 주었다.

“상관 대인,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오?”

상관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태자를 찬찬히 살펴보다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서 습격을 당하셨습니다. 함께 궁으로 가지지요, 전하. 가서 폐하를 살펴보십시오.”

“그러지!”

태자는 빙긋 웃으며 답하더니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이계와 시종 몇 명이 나와 환복을 도왔다. 태자는 상관수와 함께 문을 나섰다.

자시. 도성의 백성들은 벌써 잠이 들었을 시간이었다. 태자부도 칠흑처럼 어두웠었지만 금위군이 도착한 후의 태자부는 대낮처럼 환했다.

태자가 수화문까지 왔을 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태자 전하…….”

뒤돌아보니 주묘서가 뛰어오고 있었다.

“전하… 어딜 가시는 거예요?”

태자가 그녀를 보며 웃었다.

“궁에 일이 좀 생겨서 다녀올 테니 묘서는 돌아가 쉬고 있으면 된다.”

말을 마치고는 상관수를 따라 바로 마차에 올랐다.

주묘서는 마차가 수화문을 벗어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자 가슴이 쿵쿵거렸다.

“측비 마마, 돌아가시지요.”

녹지가 말했다. 주묘서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거기 서 있는대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녹지의 손을 잡고 돌아갔다.

“그… 궁에서 일어난 일이 태자 전하의 계획에 관련된 걸까?”

주묘서는 태자의 계획은 잘 몰라도 곧 황제에게 손을 쓸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 그렇겠지요.”

녹지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마마. 전하는 무사히 돌아오실 겁니다. 그리고 마마께 가장 높은 자리를 선물하실 겁니다.”

“응.”

녹지의 말을 듣자 주묘서는 긴장되면서도 흥분했다. 곧 황후가 된다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한편, 태자와 상관수가 탄 마차가 곧 궁에 도착했다.

태자가 동화문에서 내리니 대기하던 가마가 다가왔다. 태자가 가마에 올라타려는데 상관수가 웃으며 다가왔다.

“전하, 폐하께서 기습을 당하셔서 몹시 놀라셨습니다. 그래서 누구든 동화문을 들어서기 전에 몸수색을 하라 하셨습니다.”

이계의 표정이 변했다.

“감히!”

상관수는 손을 모으며 예를 갖췄다.

“용서하십시오, 전하. 소인은 황명을 받들 뿐입니다.”

“이해한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아바마마의 심기와 안위이다.”

태자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치고 조용히 웃었다.

“상관 통령, 수색하시오!”

상관수는 그제야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상관수는 직접 태자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뒤졌다. 머리카락까지 훑어보고 나서야 몸수색을 끝냈다.

“폐하, 안으로 드십시오.”

태자의 눈이 남몰래 번뜩였다.

“알겠소.”

태자가 탄 가마는 동화문을 지나 정선제의 침궁으로 향했다.

그 시각, 정선제의 침궁.

정 황후의 폐부를 찌르는 말을 듣고 정선제는 정신을 차렸다.

소자금의 목적이 너무도 명확했다.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죄를 면하기 위한 수작일 뿐일까? 아니,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뭔가에 홀린 것 같다는 것이다.

‘한데… 소자금의 말은 정말 일리가 있지 않더냐.’

정선제는 갈팡질팡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폐하……!”

정 황후는 여전히 바닥에서 꺽꺽대며 흐느꼈다.

“양왕이 곧 도성에 올 것입니다……. 소 황후도… 하늘에서 보고 있을 것입니다!”

정선제는 ‘소 황후’ 세 글자를 듣자 몸서리를 쳤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검술과 사격, 말을 부리는 법을 가르쳐 주던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

자신이 차근차근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모두가 그녀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다! 짐은 황제다!’

소씨가 정씨를 싫어했던 것은 자신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정씨가 온순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꿋꿋이 궁에 들였다. 소씨가 출궁한 후에는 바로 정씨를 황후에 봉했다.

그때 소씨의 심경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렇다고 그게 자신의 탓은 아니다! 소씨 집안이 적과 내통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다! 소씨는 이미 황후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사형에 처하지 않고 황릉에 보낸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은혜를 베푼 것이었다.

결국에는 억울한 누명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어 소씨 집안도 복권되었지만. 하지만… 자신은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었다! 소씨 집안을 음해한 간신들 탓이다. 그리고 의심을 살 만큼 소씨 집안이 오만하게 굴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직 정씨 집안과 정 황후만이 자신의 손을 잡은, 가장 제대로 된 신하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심으로 자신을 따르는 신하이자 부인이며 아들이다.

그런데… 그 황후와 태자가 일을 벌이다니.

양왕이 곧 도성에 도착할 것이다. 자신이 태자와 황후를 처벌하는 것을 양왕이 본다면 분명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웃음거리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소씨도 하늘에서 보고 있을 것이다…….

정선제는 기분이 이상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선택이 틀렸을 리가 없다! 자신은 틀릴 수가 없다!

정씨 집안이나 정 황후, 태자 모두 자신이 의지해 온 사람이다! 자신이 아끼던 사람이다! 자신이 직접 태자를 하나하나 가르쳐 지금의 출중한 후계자로 만들었다…….

“폐하… 흐윽… 폐하!”

바닥에 엎드린 정 황후는 정선제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있었다. 몇 년 만에 이렇게 우는 것인지. 그간 누군가에게 이토록 사정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일국의 황후라는 신분도 버렸다. 오직……!

정선제는 고개를 숙여 울고 있는 정 황후를 보았다. 자신 앞에 개미처럼 엎드려 읍소하는 비천한 모습을, 그를 하늘로 여기던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정선제는 낮게 탄식했다.

“하아…….”

“폐하!”

정선제의 기색을 살피던 정 황후는 그의 마음이 약해진 것을 보자 내심 기뻐했다. 소씨 이야기만 꺼내면 그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 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 황후는 더욱 비참하게 울었다.

“신첩과 태자는 폐하를 하늘처럼 우러러보고 있습니다…….”

정선제가 입을 열었다.

“채결, 황후에게 물을 가져다드려라.”

옆에 있던 등진수와 어린 환관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채결의 눈이 살짝 빛나더니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주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지만, 채결은 누구보다 정선제의 마음을 더 잘 알았다!

“네.”

채결은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한쪽에 무릎 꿇은 소자금은 냉랭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을 비웃고 있었다.

채결이 물을 가지러 밖으로 나가는데 상관수가 태자를 데리고 오는 것이 보였다. 채결은 살짝 웃으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태자 전하, 오셨군요. 폐하가 기습을 당하셔서 많이 놀라셨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폐하를 위로하고 계십니다만, 폐하께서는 줄곧 태자 전하만 생각하셔서 이리 전갈을 보내 들어오시라 하였습니다.”

상관수는 채결의 미소와 말투에 마음이 놓였다. 채결의 이런 유한 태도는 곧 황제가 태자가 한 짓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황제는 태자와 황후를 믿는다! 상관수의 가슴을 짓누르던 바위가 내려간 것 같았다. 그는 조정이 혼란에 휩싸이길 바라지 않았다.

“본궁도 아바마마를 걱정했다.”

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들어가시지요.”

상관수가 소리 내어 웃자 태자도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러지.”

태자와 채결은 성큼성큼 정선제의 침궁으로 들어갔다.

태자의 눈이, 매와 같은 눈동자가 빛났다. 정선제는 침상에 앉아 있고 등진수는 환관 두 명과 함께 오른쪽에 서 있었다. 소자금은 아래쪽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정 황후는 아직도 정선제 발치에 꿇어앉아 있었다.

태자는 모후의 굴욕적인 모습을 보자 눈빛이 얼어붙었다.

“태자…….”

정선제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들어오는 태자를 바라보았다.

간소한 검은 용포를 입은 태자는 걸친 장신구라곤 허리에 두른 옥대뿐이었다. 머리는 비단 띠로 상투를 묶었을 뿐 어떤 장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동화문으로 들어올 때 상관수가 몸수색을 해서 장식품들은 모두 빼놓고 온 것이다.

정선제는 가책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고이 손바닥에 올려 두고 온 정성을 다해 키운 태자였다. 자신은 언제나 인자한 아버지였고, 태자는 언제나 효심 깊은 아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무것도 아닌 여자의 말 몇 마디에 넘어가 그 태자에게…….

태자는 어느새 정선제 앞까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아바마마를 뵈옵니다.”

채결과 등진수는 안심했고, 정 황후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숨죽여 흐느꼈다. 태자와 황후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한마음이 된 모자는 동시에 눈을 내리깔았다.

코끝이 시큰하고 눈가가 촉촉해진 정선제가 태자를 일으켜 세웠다.

태자는 몸을 숙이고 있었지만 두 눈에서는 얼음장 같은 한기가 쏟아져 나왔다. 정선제가 몸을 숙이는 찰나, 태자는 일어나면서 정 황후 머리의 잠簪을 낚아채 정선제의 목에 겨누었다.

정선제가 미처 어떤 반응도 하기 전에 태자가 그를 침상에 내동댕이쳤고 정선제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아아아악!”

태자가 정선제를 침상에 밀어 넘어뜨리자 채결과 등진수, 문가에 있던 상관수 모두 혼비백산했다.

“폐하!”

상관수가 잽싸게 뛰어갔지만 태자는 벌써 정선제를 일으켜 세워 그의 목에 잠을 들이대고 있었다. 태자는 상관수 등을 향해 사납게 외쳤다.

“물러가라!”

“폐하……!”

아연실색한 상관수는 검을 뽑아 든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그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태자를 보고 있었고 채결과 등진수는 혼비백산해서 물러섰다.

정 황후는 이미 정선제 곁에 서서 창백한 얼굴로 상관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정선제는 머리가 텅 빈 듯 얼떨떨했다. 태자가 자신의 목에 무기를 겨누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다.

“태자……! 미친 것이냐?”

“미쳤냐고요? 그래, 미쳤지, 모두 당신 때문에 미쳐 버린 겁니다!”

태자는 차갑게 웃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