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유서부-734화 (734/858)

제734화

그 시각, 태자부.

송초를 포함한 수하들이 서재에 모여 있었다.

“전하, 저희 사람들 모두 도성에 들어왔습니다. 모두 세 명입니다. 하나같이 최고의 미녀이고 품행도 단정해 분명 그중 하나 이상은 간택될 것입니다.”

“좋아! 하하하!”

태자는 책상까지 두드리며 흥겨워했다.

셋 중 한 명이 간택을 받아 입궁할 수만 있다면, 황제가 그 일을 할 수 있건 말건 상관없었다. 황제가 그녀를 찾아가거나 그런 것처럼 꾸미기만 해도 그녀들은 단칼에 황제의 목을 베어 버릴 것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결사대이니, 이제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전하, 호부의 전지신에게 일러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용히 서 있던 이계가 전지신을 언급하니 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안전하게 3차 간택이 시작되면 말을 해 두자꾸나.”

1, 2차는 모두 말단 시랑이 뽑고, 3차 때나 상서가 수녀를 심사한다. 그녀들의 용모라면 적어도 하나는 3차까지 갈 것이니 그때 전지신이 손을 써 주면 되었다.

“전하. 황제 폐하가 갑자기 진서후와 상관수에게 간택장 감독을 맡겼다 합니다.”

송초가 뜻밖의 소식을 전해 오자 태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감독?”

“옛날 무관이 간택장을 감독하던 것을 따라 하는 것 같습니다. 적이 수녀들 틈으로 섞여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태자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본궁의 그 수하들은…….”

태자는 결사대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안심하십시오, 전하. 문제없이 지나갈 것입니다. 이전에도 무관이 의심스러운 자를 찾아낸 전례는 없었사옵니다! 그러니 대제의 건국 이후 무관을 더는 참여케 하지 않은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전하, 잊으셨습니까. 진서후는 전하의 사람입니다. 지금 전하께서 진서후에게 일에 관해 알리기 곤란하시더라도, 만약 수녀들 사이에서 뭔가를 눈치채더라도 못 본 척해 달라고는 얼마든지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관수는… 그저 무인일 뿐입니다.”

송초의 이 말에 태자는 턱을 어루만지며 알겠다고 했다.

* * *

주운환이 궁을 나와 집에서 엽연채와 장난을 치고 있는데 여양이 들어왔다.

“나리, 태자 전하께서 회미천하 매화 귀빈실로 부르셨습니다.”

“알았다.”

주운환이 바로 채비해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태자는 보이지 않고 이계만 혼자 앉아 있었다. 이계가 일어나 예의 바르게 인사부터 했다.

“후야.”

“그리 예의 차릴 것 없네.”

주운환이 자리에 앉자 이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후야께서 내일 수녀 간택장에서 감독을 하신다 들었습니다.”

“그렇네.”

“전하께서 수녀 중 문제가 있는 사람이 보이더라도 모른 척해 달라 하셨습니다.”

이계의 말에 주운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알겠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가?”

이계가 얼굴을 굳힌 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주운환이 손을 내저었다.

“전하께 생각이 있으시겠지. 말할 필요 없네.”

이계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는…….”

그가 무어라 변명을 하려는데 주운환이 오히려 웃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괜찮으니 설명할 필요 없네, 공공. 시간이 늦었으니 나 먼저 돌아가 보겠네.”

말을 마친 주운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진서후부로 돌아갔다. 귀가한 직후, 그는 여양과 여한을 불러 밖으로 심부름을 보냈다.

* * *

이튿날 아침, 삼월 초열흘. 궁에서는 성대한 수녀 간택식이 거행되었다.

1차 수녀 간택은 황실 중심과 떨어진 동화문 왼쪽의 동지원東芝院에서 진행되었다.

동지원 뜰. 대문 쪽으로 큰 탁자가 세 개 놓여 있었고, 호부 좌시랑 진무, 예부 좌시랑 유개청, 내무부 낭중 조정이 각각 앉아 있었다.

가장자리에 놓인 태사의 두 개에는 각각 중년 남자와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바로 상관수와 주운환이었다.

가장자리에 서 있던 환관이 외쳤다.

“들라 하라.”

곧 수녀 열 명이 들어왔다. 그녀들은 제각각 본적을 대고 질문에 대답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진무, 유개청, 조정 세 사람은 명부에 각자 합격과 불합격을 써 넣었다. 심사는 셋 중 둘 이상에게 합격을 받은 수녀가 남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주운환은 턱을 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수녀들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태자는 분명 훈련받은 결사대를 수녀 후보로 집어넣었을 것이다. 그들은 다양한 암살 기술에 능하고 무공이 뛰어난 이들일 터.

비슷한 것들을 익힌 주운환은 상대의 미세한 동작과 발걸음만 보고도 그러한 이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한편, 미인에 관심이 없다던 상관수는 처음부터 자색에 정신이 팔려 눈만 희번덕거렸다.

스물세 번째 차례가 되자 주운환의 두 눈이 살짝 빛났다. 그는 청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눈앞의 여인을 지그시 응시했다.

주운환이 차를 마시자 상석에서 심사를 하던 진무는 움찔하더니 서둘러 그가 턱을 괴고 있는 손가락을 살폈다. 하나, 둘, 셋! 세 번째!

세 번째 수녀를 보니 어디서도 빠지지 않을, 매혹적인 미인이었다. 그러나 진무는 수염을 한번 쓰다듬더니 그녀의 이름 밑에 불합격이라 썼다.

어젯밤 여양이 조용히 진무를 찾아와 주운환의 행동과 안색을 잘 살피라 했다. 수녀 중에 남겨 두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는데 주운환이 차를 마시면 그들 중에 있다는 것이고, 주운환의 손가락을 보면 순번을 알 수 있을 것이라, 그리 당부하고 떠났다.

진무 옆자리의 예부시랑 유개청 또한 주운환의 손동작을 보고 ‘불합격’을 썼다.

‘허허허, 후야의 눈에 들 기회가 왔구나!’

유개청은 과거 급제자 출신이지만 배경이 없어 쉰이 넘은 아직까지도 시랑이었다. 반면 주운환은 약관도 되지 않아 최고 관직에 올랐으니 그의 눈에 들고자 아첨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고, 유개청도 그중 하나였다.

십여 차례가 지나고 주운환이 또 손을 움직였다.

진무와 유개청은 쓱쓱, 그녀를 떨어뜨렸다.

오전 내내 바쁘게 심사를 마쳤다.

심사 위원들은 자신의 명부를 냈다. 세 사람의 명부를 합쳐 ‘합격’이 둘인 사람을 올려 보내고, ‘불합격’이 둘인 사람을 떨어뜨렸다.

* * *

태자부.

태자가 주묘서와 경려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이계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전하……!”

태자는 땀 범벅인 이계를 보자 급한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주묘서에게 말했다.

“이계와 급히 의논할 게 있으니 묘서 넌 먼저 돌아가 있거라.”

“전하… 신첩이 듣지 못할 이야기도 있습니까?”

주묘서는 태자를 안으며 교태를 부렸다. 태자가 자신 앞에서 노황제를 없애 버리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가. 그에 주묘서는 이미 스스로가 태자 권력의 중심에 들어가 무슨 일이든 알아도 된다 생각했다.

그러나 태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웃으며 그녀를 돌려보냈다.

“돌아가거라. 여인이 알 필요 없는 얘기다.”

태자가 보기에 여자들은 머리만 길었지 아는 것은 없어서, 많이 알아 봤자 일만 그르칠 뿐이라고 생각했다.

주묘서는 표정이 팩 일그러지며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나 그래도 춘산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갔다.

“무슨 일이냐?”

“전하…….”

태자가 돌아보자 이계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 쪽 사람… 두 명이 떨어졌습니다!”

“뭐라고? 어떻게 된 일이냐?”

“소인도 모르겠습니다. 소인도 송 공자와 함께 가서 봤는데, 모두 인물이 출중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었는데 둘이 떨어졌습니다.”

이계는 이해가 가질 않아 말하면서 눈썹을 찌푸렸다.

“셋이 아니었나?”

“맞습니다. 한 명은 붙었습니다.”

태자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가 들어갔으면 됐다.”

셋이나 들여보낸 것은 다만 떨어질까 봐 대비한 차원이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세 명 중 단번에 두 명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위기감이 들었다. 모두들 미색이 출중한데 한 번에 둘이나 떨어졌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누가 떨어뜨렸더냐?”

“소인은 그 둘이 떨어진 것 말고 다른 것은 아직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가서 알아볼까요?”

“됐다. 진무, 유개청 아니면 조정 셋 중 둘이 아니더냐? 알아볼 게 뭐가 있냐!”

태자의 코웃음에 이계는 낮게 한숨을 지었다.

“아마… 우연이겠지요! 미인이라고 해도 누구나 똑같이 아름답다 느끼지는 않잖습니까. 게다가 수녀 간택은 용모뿐만 아니라 말투, 교양, 기품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되니까요. 게다가 노안이 와서 제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수녀들이 모두 아름답게 단장하고 간택식에 참여한다. 더구나 관리를 뽑는 것도 아니니 그리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일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떨어지면 대충 보고 합격과 불합격을 정하기도 한다.

“한 명이 2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예부의 우시랑이 심사하고, 내무부 사람도 교체됩니다.”

이계의 말을 들은 태자는 뒷짐을 지고 눈을 살짝 감았다.

“전지신을 시켜 우시랑과 내무부 사람에게 우리 쪽 사람이 꼭 합격해야 한다고 말해 둬라.”

“알겠습니다.”

이계는 바삐 물러갔다.

해가 지기 전. 태자와 송초가 서재에서 의논하고 있는데 이계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뛰어왔다.

“전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창가에 서 있던 태자가 다급히 뒤돌아섰다.

“2차 간택이 시작됐느냐?”

“아니요, 아직입니다. 그런데… 저희 쪽 수녀가… 궁에서 쫓겨났습니다.”

이리 고하는 이계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질려 있었다.

“궁에서 쫓겨나?”

태자와 송초 모두 깜짝 놀랐다.

“네.”

이계는 어쩔 줄 몰라 했으나 고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전하, 설마 진서후와 상관수가 다른 수녀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챈 걸까요? 그래서 쫓겨난 겁니까?”

“그럴 리가. 본궁이 이미 진서후에게 언질을 했다.”

“그럼 상관수겠군요.”

송초의 추측에 태자는 미간을 잔뜩 째푸리며 욕설을 뇌까렸다.

“그 무식한 놈이!”

이계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임 귀비가 쫓아낸 것입니다.”

“임 귀비?”

태자와 송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계를 빤히 쳐다봤다.

임 귀비는 황손을 낳지는 못했지만 온순한 성격과 아름다운 외모로 황제의 총애를 많이 받았다. 정선제는 후궁에 발길을 끊은 후로도 종종 그녀의 얼굴을 보러 갔다.

그리고 이 임 귀비는 평소 정 황후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 황손이 없는 그녀가 살아남으려면 앞으로 태후가 될 정 황후에게 많이 의지하는 게 최선이긴 할 터였다. 하지만 정 황후는 얻어 낼 게 없는 임 귀비에게 차갑게 대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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