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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서부-722화 (722/858)

제722화

뇌 지주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점원을 불러 술 한 주전자와 음식 세 개를 시키고 천천히 술을 마시며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어디 술로써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으랴. 이렇게 뇌 지주가 안달복달하며 내복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일각가량이 흘렀다.

“노야, 바깥에서 마차가 대기 중입니다.”

내복의 말에 뇌 지주는 서둘러 쇄은 한 덩어리를 던져 두고 그와 함께 길을 나섰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멀지 않은 커다란 간판 밑. 두 남자가 마차를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주루에서 금린위가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하던 자들이었다.

“가자!”

두 사람은 걸음을 옮겨 곧 허름한 작은 객잔에 들어섰다. 그들은 2층의 한 방으로 들어섰고, 그곳엔 양왕과 주 선생이 탁자에 앉아 있었다.

“일은 잘 처리했나?”

양왕이 담담하게 묻자 언동과 언서는 ‘네.’ 하며 얼굴의 칠을 닦아 냈다.

“뇌 지주가 욕심을 부리는 것을 보니 반드시 할 것입니다.”

언동이 이리 말을 덧붙이자 양왕은 코웃음을 쳤다.

당시 운하의 일을 조사하던 양왕은 대로하여 녹초루를 다 부숴 버리고 싶었고, 사람 장사꾼 황사구는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주 선생이 만류했다. 주운환의 얼굴 때문에 언젠가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그때 가서 황제가 정말 조사를 시작했는데 실낱같은 흔적이나 과거도 찾을 수 없다면, 황제 성격에 누군가 일부러 그녀의 흔적을 지웠다는 의심만 더욱 커질 것이라며 말렸다.

그리되면 황제는 무조건 주운환을 살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양왕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산 홀아비와 그녀를 녹초루로 팔아넘긴 백정만 죽여 버리고 황사구의 목숨은 남겨 두었다.

그리고 그 많은 실종자 중에서 그녀의 신분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고심하여 고른 것이 바로 이 뇌씨 집안이었다. 뇌씨 집안은 부유한 대가족이지만 뇌 노야에게는 형제자매가 없고, 슬하에 아들 몇을 낳았지만 20년 전에는 모두 나이가 어려 아무도 사라진 누이의 생김새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 * *

그 시각. 뇌 지주는 내복과 마차를 타고 곧 성부에 도착했다.

방금 주루에서 얻어들은 두 사람의 이야기로는 이곳 성부에 금린위 용 대인이 왔고 그들은 당시 사라진 여자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정말로 실종 사건을 조사한다면 반드시 관아에서 그때의 권종을 찾아봐야 한다.

뇌 지주는 상인이니 당연히 관부와도 잘 지내야 했다. 하니 관아에서 딱히 챙겨 주는 건 없더라도 때때로 관아에 선물을 보내곤 했다.

그러면서 고 비장과는 어느 정도 친분을 쌓게 되었다. 뇌 지주는 내복을 고 비장에게 보내 부탁할 일이 있다며 술자리에 초대했다.

돈을 주겠다는데 마다하는 사람이 있을까.

뇌 지주는 성부에서 가장 좋은 주루로 향해 제일 좋은 음식과 술을 준비해 달라 했고, 고 비장이 찾아오자 소소한 일을 몇 가지 부탁하며 후한 선물도 안겼다.

고 비장은 뇌 지주의 부탁이 너무나 간단한 일인데 선물까지 잔뜩 주자 신이 나서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고 비장이 코가 비뚤어질 만큼 마신 후에야 뇌 지주는 은근슬쩍 본론을 꺼냈다.

“성에 오늘 아침 일찍 들어왔는데 관아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바쁘신 것 같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시간이 있으실 것 같아 이제야 비장 나리를 모셨습니다.”

고 비장은 술에 취해 혀가 꼬이기 시작했고 무슨 대단한 비밀도 아니라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밤새도록 한숨 못 자게 바빠서 뭐가 뭔지도 모를 지경이야.”

“그 사람들이 권종을 찾았습니까?”

진탕 마신 고 비장은 그들이 와서 권종을 뒤진 걸 뇌 지주가 어떻게 아는지도 모르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아니야, 케케묵은 사건들을 잔뜩 늘어놓고 말이야. 20년 전의 인신매매 사건 문서하고 명부 몇 권을 들고 갔어. 이 노야, 이 노야, 이 노야……. 뭐 아무튼.”

“에이, 어떻게 성이 죄다 비슷합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어쨌든 이씨, 그리고 뇌씨도 있었어. 뭘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뇌 지주는 자신의 성을 듣고는 흥분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요?”

“그리고는 무슨, 끝이지.”

고 비장은 손을 저었다.

“한바탕 다 뒤집더니 가 버렸어, 어휴. 그런 건 왜 묻고 그래?”

뇌 지주의 얼굴이 굳었지만 그저 웃었다.

“마십시다!”

술을 권하는 뇌 지주는 구름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도성에서 정말로 금린위가 왔다. 진서후 생모의 신분을 조사하러!

어떻게 단서를 얻었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딸도 그때 사라진 소녀 중 하나다. 어쩌면 그들은 진서후의 생모가 이씨나 뇌씨 집안 아가씨라는 것까지 알아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로 뇌씨고!’

금린위는 곧 내 집을 찾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내 딸일지도 모른다!

뇌 지주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고 비장에게 잔뜩 먹인 후 인사불성이 된 그를 집에 데려다주고는 객잔을 찾아 하룻밤 묵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일찍 마차를 타고 부지런히 현으로 돌아갔다.

* * *

거상들의 명부를 손에 넣은 용효와 부하들은 명단 속 집안을 하나하나 다 조사했다.

조사를 시작한 지 며칠째가 된 어느 날 저녁. 용효가 객잔에 돌아오자 부하들이 차례로 보고했다.

“저는 성부의 명부에 적힌 성씨의 거상, 심지어 몰락한 상인도 조사했지만 20년 전 거상 중에는 딸을 잃어버린 집이 없었습니다.”

“저는 아래쪽 하향현河香县 등 세 현을 조사했더니 여씨 집에 잃어버린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상화를 보여 주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다음 사람들이 하나씩 보고했다. 비슷한 음의 성을 가진 집안 대부분 사라진 딸이 없었고, 세 집안만 잃어버린 딸이 있지만 모두 그녀가 아니었다.

“몇 집이나 남았지?”

용효가 물었다.

“이제 동조현만 남았는데 이씨와 뇌씨가 있습니다.”

“내일 바로 가자!”

얕은 한숨을 내쉬는 용효의 눈은 가라앉아 있었다. 만약 이 두 현에서도 찾지 못하면… 그 단서는 맥이 끊기는 것이다.

설마 그 사람 장사꾼의 기억이 잘못된 걸까? 이씨나 뇌씨가 아니었나?

금린위는 하룻밤 쉬고 다음 날 아침 피곤한 몸을 끌고 동조현으로 향했다.

동조현 두 집만 남아 있기에 용효는 부하들을 이끌고 직접 찾아갔다.

성부에서 출발한 지 한 시진 만에 동조현에 도착한 이들은 객잔에 숙소를 잡으면서 점원에게 뇌씨 집의 위치를 물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용효는 바로 뇌씨 집으로 향했다.

뇌씨 집은 삼진원식 저택이었다. 그들이 문을 두드리자 시동이 곧 뛰어나와 문을 열었다. 문앞에 기골이 장대한 중년 남자들이 서 있자 시동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내 정신 좀 봐. 누굴 찾으십니까?”

그가 묻자 용효는 자신의 영패를 꺼내 보였다.

“관아에서 왔다. 너희 주인에게 볼일이 있다.”

시동은 지부의 영패를 보고 깜짝 놀라 대답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나리들.”

시동의 태도가 돌변하니 용효를 비롯한 일행은 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정선제가 열흘 내로 진상을 알아내라고 재촉하지 않았더라면 자신들도 이렇게 대놓고 조사하러 오지는 않았을 터였다.

일행이 시동을 따라 넓은 대청으로 들어가니 다른 하인들이 급히 차를 내왔지만, 그들은 선 채로 얘기했다.

“됐으니 어서 너희 주인을 불러와라.”

“예예, 금방 오실 겁니다.”

시동은 대답을 하며 대청을 나갔다.

곧 서른 남짓한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뇌씨 집안의 장남과 차남이었다.

“관아에서 오셨다는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장남이 앞으로 나섰으나 용효는 담담하게 선을 그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면 됩니다. 금방 끝납니다.”

뇌씨 형제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네, 네.”

용효는 그림을 한 장 꺼내 펼쳤다.

“이 그림 속 여자를 알아보겠습니까?”

형제들은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모두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용효와 두 부하는 작게 탄식했다. 이따 이씨 집에서도 알아보는 이를 찾지 못하면 다시 막다른 길에 도달하는 셈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노야께서 오셨습니다.”

용효가 고개를 돌려 보니 예순 정도 된 남자가 비단옷을 입고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뇌씨 형제는 그를 보자마자 뛰어가 부축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첫째야, 내복이 말이 집에 손님들이 왔다던데.”

뇌 지주는 말을 하며 용효를 슬쩍 보았다.

“너무 언짢아 마십시오. 아버지가 어제 감기에 걸려 몸이 좋지 않아 늦으셨습니다.”

차남이 양해를 구하자 용효는 괜찮다고 담담히 대꾸한 뒤 다시 그림을 꺼내 뇌 지주 앞에 놓았다.

“뇌 노야, 그림을 한번 봐 주십시오. 이 여인을 알아보시겠습니까?”

뇌 지주가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는 놀라는 듯하더니 곧 얼굴이 창백해지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다! 내 딸이 아니야!’

뇌 지주는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는 도성에서 온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비장에게 사정을 알아본 후 금위군이 진서후의 외조부를 찾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지부에서 가져간 명단에 자신도 올라 있는 걸 알고 몹시 기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복을 시켜 용효의 동정을 지켜보고 있어서 이들이 성부와 주변의 다른 현들까지 조사하고 다니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제 이곳 동조현만 남았는데, 이 현에서 성씨가 비슷한 집은 두 집밖에 없었다.

용효와 그 부하들은 앞선 조사에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자신이 알아본 바로는 이곳 동쪽에 사는 이씨네 집에서는 잃어버린 딸도 없었다. 그렇다면 진서후의 생모가 진짜로 자신의 딸이란 얘기였다!

뇌 지주는 흥분해서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리고 왜 그렇게 제정신이 아닌지 감추기 위해서 감기에 걸렸다고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오늘 드디어 용효와 부하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그가 가장 기대한 순간, 용효의 손에서 딸의 초상화가 펼쳐지는 그때가 마침내 온 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 있는 것은… 낯선 여자였다!!

뇌 지주는 눈앞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바로 진서후의 외조부여야 하는데, 어째서, 어째서……! 며칠 동안 기다리고 기대한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릴 줄이야.

“뇌 노야?”

뇌 지주가 놀라는 모습을 보자 용효의 심장은 오히려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왜 그러십니까? 알아보겠습니까?”

“아는 사람입니까?”

용효의 부하들도 뇌 노야의 이상한 표정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가족을 찾아낸 건가! 모두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반면, 뇌 지주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라니! 어떻게 아닐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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