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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서부-718화 (718/858)

제718화

반 시진을 달려 동두촌에 도착하니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하가 용효를 보고 다가와 인사했다.

“대인.”

용효는 말에서 내리며 물었다.

“어떤가? 사람은 안에 있나?”

“예, 마을 끝 집에 있습니다.”

용효는 부하 두 명만 데리고 마을로 들어가 허름한 작은 집 앞에 당도했다. 한데 대문이 열려 있어 용효는 사람을 부르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마당에서 예순이 넘어 보이는 노파가 옷을 털고 있었다.

“어르신, 이 백정이라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까?”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나자 마른 노파는 흠칫하며 돌아보았다.

“누구시오? 우리 남편은 왜 찾고요?”

용효는 노파가 자신들을 크게 경계한단 느낌을 받고 침착하게 얘기했다.

“별일 아니고 다만 물어볼 것이 있어 왔습니다.”

“뭘 물어요?”

노파는 옷을 대나무 장대에 널며 한마디 했다.

“그이는 벌써 죽었어요.”

“죽었다고요?”

용효가 놀라 묻자 뒤에 서 있던 부하가 얼른 속삭였다.

“대인, 명부에 있는 사람들을 다 찾아가 봤는데 녹초루에 여인을 팔았다는 사람은 없었고 이 집만 남았습니다. 이 집 주인이 예전에는 백정이었다고 해서 막 알아보려 했는데 대인이 오신 겁니다. 현재로선 이 집이 제일 의심스럽습니다.”

용효가 고개를 끄덕이며 노파에게 물었다.

“어르신, 여쭤볼 게 있습니다.”

말을 하며 소매에서 쇄은을 한 조각 꺼냈더니 노파는 금세 태도를 바꾸며 웃었다.

“그래요, 뭘 물어보시게?”

“남편분이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칠팔 년쯤 됐어요.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노파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더니 마당 한편의 낡은 나무 탁자로 가 앉았다. 용효와 부하들도 따라 옆에 앉았다.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용효가 다시 묻자 노파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건 왜 물어요?”

“20년 전에 여자 하나를 녹초루에 판 적이 있습니까?”

노파는 놀라 얼굴색이 변했다.

“그건 왜 묻는 거죠?”

“저희가 아는 사람이라 알아보러 왔습니다. 왜 이렇게 긴장하십니까, 어르신?”

용효의 눈이 순간 빛났다. 운 이낭이 이 백정의 딸이거나 친척이라서 팔았으리라고 추측했는데, 노파의 반응이 영 수상쩍었다. 실은 아이를 유괴해서 갖다 판 건가?

“긴장은 무슨, 긴장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 나쁜 년, 그 여자를 팔지 않으면 누굴 팔아요?”

노파의 대답이 뜻밖이라 용효는 눈썹을 찡그렸다.

“무슨 말입니까? 어르신은 그 아가씨와 무슨 관계입니까?”

말을 하며 소매에서 은자 한 덩어리를 더 꺼냈다. 노파는 은자를 보자 눈이 밝아졌지만 동시에 입을 실쭉거렸다.

“갑자기 그 여자는 뭐 하러 찾아요? 그 여자 친척이라도 돼요? 뭐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애초에 다른 사람이 죽은 남편에게 그 여자를 떠넘긴 것뿐이니까요.”

노파는 갑자기 버럭 소리를 쳤다.

“무슨 뜻입니까?”

“그 홀아비, 맹대각이요! 우리에게 은자 열 냥을 빚졌는데 돈을 계속 못 갚더니 자기 여자를 우리한테 넘겼어요.”

노파는 한이라도 맺힌 모양이었다.

“남편더러 은자를 받아 오랬더니 가서 그 천한 것을 첩 삼는다고 데려온 거죠. 어찌나 화가 나던지 칼로 찌르려다 겨우 참고 내다 팔아 버리라고 했어요!

내가 분명 현에 데려다 팔라고 했는데 굳이 마을 기루에 팔았더라고요. 그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아나. 가까운 곳에 팔면 찾아갈 수 있을 줄 알았겠죠. 흥! 기루에 들어가자마자 일등 기녀가 되었으니 하하, 어디 손이나 댈 수 있었겠어요! 세상에 그런 천한…….”

노파가 거침없이 욕을 해 대기 시작하자 용효와 부하들은 입가를 실룩였다. 용효가 노파의 말을 끊고 그녀에게 초상화를 내보였다.

“이 사람입니까?”

노파는 그림을 보더니 눈이 커지고 목소리가 더욱 격해졌다.

“맞아요, 바로 이 여자예요.”

부하들과 시선을 교환한 용효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 맹대각이란 홀아비의 아내였단 말이지요?”

“맞아요!”

노파는 한껏 흥분해 고개를 끄덕였다.

용효와 두 부하는 또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시골 홀아비의 아내가 되었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용효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홀아비는 어디 사람입니까? 어디 살아요?”

“허, 바로 저 앞에 맹가촌이지요. 하지만 가도 못 만나요. 이미 죽었거든요!”

“어떻게 죽었습니까?”

“7년 전 우리 남편하고 산에 갔다가 어찌 된 일인지 늑대에게 물려 죽어 버렸어요! 둘이 같이 물렸어요… 엉엉……! 머리랑 뼈 몇 개만 남고 다 물어뜯겨 버렸어요. 세상에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그렇게 참혹한 일이 있을 수 있나요!”

노파의 흐느낌은 이내 대성통곡으로 변했다. 용효는 하는 수 없이 은자를 한 덩이 더 꺼냈고 노파는 은빛을 보자마자 울음을 뚝 멈췄다.

“그 맹씨 홀아비랑 이 집, 두 집안이 가까웠습니까?”

“먼 친척이에요.”

“그러면 어르신은 맹대각이 그때 아내를 어떻게 맞았는지 아십니까?”

용효가 다시 묻자 노파는 코웃음을 쳤다.

“맞이하기는 무슨요. 장사꾼에게 사 온걸요.”

놀라 굳어 버린 용효를 두고 노파는 홀로 말을 이었다.

“맹씨는 진작에 혼인했는데 매일같이 마누라를 두드려 패니, 어디 여자가 견딜 수 있나요. 어느 날 결국 애를 데리고 강에 뛰어들었고, 그래서 맹씨가 홀아비가 된 거예요.

그 마누라가 그리 불쌍하게 죽었으니 어느 집에서 딸을 주겠어요. 맹씨가 혼자 늙어 죽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어디서 선녀 같은 여자를 데리고 돌아왔더라고요. 꼭꼭 숨겨 놨다가 나중엔 저희한테 들킨 거지만요.

다들 어떻게 이런 아내를 얻었냐고 캐물었는데, 처음엔 죽어도 말을 안 했어요. 그런데 하도 시달리니 결국엔 현도에서 사람 파는 장사꾼에게 사 왔다고 털어놓더라고요.

그래도 이상했죠. 우리가 이렇게 예쁜 여자를 왜 하필 당신한테 파느냐, 당신이 살 돈이나 있었느냐고 농담 삼아 물으니까 그 처자가 실은 정신이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계속 발광해서 싸게 데려올 수 있었다고요.”

이야기를 듣던 용효의 눈썹이 꿈틀댔다. 계속해서 이리저리 팔려 다녔단 얘긴가?

용효 옆의 부하가 노파에게 물었다.

“그 처자가 정말 병이 있었습니까?”

그러자 노파가 큰 소리로 깔깔댔다.

“병이 있냐고요? 아이고, 우스워라.”

노파가 대답은 않고 웃기만 하자 부하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고, 다른 한 명도 노파를 흘겨보았다. 그제야 노파는 웃음을 그쳤다.

“병이 있으면 녹초루에서 그 여자를 샀겠어요? 일등 기녀는 또 어떻게 될 수 있었겠어요. 어쨌든 우리도 궁금해서 이것저것 더 물어봤는데 그 얼어 죽을 홀아비가 달려들어 사람을 때리니까 이후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요. 뭐, 말 안 해도 사람 장사 하는 자기 사촌 동생 황사구에게서 사 왔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지만요.”

“뭐요? 누가 팔았는지도 알고 있었단 말입니까?”

용효가 놀라서 묻자 노파는 픽 웃으며 말을 받았다.

“조금 알지요, 황사구 그 비렁뱅이. 이 주변 마을에 가 보면 그 사람한테서 사 온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 사람은 죽어도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그 사람이 몰래 사람 장사 하는 걸 누가 모르나요. 그런데 그 사람도 이제는 그 일을 하지 않아요.”

“황사구란 사람, 지금 어디에 사는지 아십니까?”

용효의 부하가 이리 묻자 노파는 어렵잖게 알려 줬다.

“십하촌에 살아요.”

“어르신, 우리를 좀 데려다주십시오.”

용효는 부탁과 함께 돈을 한 움큼 꺼내 노파의 손에 쥐여 주었다.

노파는 좋아라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뭐 어려운 일이라고요.”

노파는 마지막 옷을 옷걸이에 널고 앞치마에 손을 닦더니 용효와 부하들을 따라나섰다.

일행은 말을 타고 곧 십하촌에 도착했다. 노파가 황사구 집으로 가 문을 열었더니 스물 남짓한 청년이 마당에 있었다.

“흑자야, 아버지 어디에 계시니?”

“어제 나가서 아직 안 오셨어요. 취해서 또 어디 구덩이에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죠.”

“예전에는 정신이 맑았는데, 요 몇 년 동안에 술고래가 되어 버렸어요.”

노파가 용효를 돌아보며 얘기를 덧대더니 다시 청년에게 물어보았다.

“어디 갔는데?”

“저도 모르죠. 마을에서 마실 때도 있고 산에 올라가 마실 때도 있고. 일단 기다리세요. 정오쯤 되면 점심 드시러 올 거예요.”

용효와 두 부하는 근처의 용수나무 등걸에 앉아 기다렸다.

그 시각, 청산진.

마을의 한 작은 집에 쉰 정도 되어 보이는 땅딸막한 중늙은이가 밧줄에 꽁꽁 묶여 있었다. 다름 아닌 황사구였다.

황사구는 영문 모르고 붙들렸으니 조급한 마음에 눈이 뒤집혔다.

어제 마을로 술을 마시러 가던 길에 갑자기 두 사람이 튀어나오더니 그를 이렇게 꽁꽁 묶어 버렸다! 황사구는 당연히 놀라고 겁에 질렸다. 그는 아름다운 아가씨도 돈 많은 지주도 아닌 평범한 시골 촌부였다. 아니, 심지어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인데 왜 꽁꽁 묶여 여기까지 끌려온 건지!

게다가 지금 끌려온 곳은 어디 황폐한 폐가가 아니라 잘 꾸며진 집이었다!

‘무슨 일이지. 설마 누군가 나한테 흑심을 품어서……? 이곳에서 남들 몰래 치욕을 주려는 건가?’

황사구는 생각할수록 겁이 나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바깥에서 끼익 소리가 나자 황사구는 기겁해 버둥거렸다. 그러나 용을 써도 밧줄은 풀릴 기미가 없고, 그저 창밖으로 대문이 열리고 작은 마차가 덜컹거리며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마차를 보자 황사구는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전 처음 보는 마차였다. 마을 지주 진씨의 수중에도 이런 마차는 없었다! 웬 어르신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기라도 한 건지!

마차가 정원에 멈춰 서더니 마차를 몰던 시종이 발을 열었다. 곧 검붉은 주단 옷을 입은 사내가 마차에서 내렸는데, 한눈에 봐도 어디 대단한 집의 노야 같았다!

무슨 일이지? 내가 언제 이런 사람에게 죄를 짓기라도 했나? 황사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데려와라.”

“네.”

남자의 말에 시종이 대답하더니 그 즉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황사구를 끌고 나가 자기 주인 앞에 던지듯 앉힌 다음, 포박한 줄을 끊고 입을 막고 있던 천도 빼냈다.

황사구는 드디어 제대로 숨을 쉬게 되어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주단 옷을 입은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는 온몸을 벌벌 떨어 댔다.

“아이고. 나리, 소인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를 여기에 가두신 건가요.”

남자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그의 앞에 펼쳐 놓았다.

“이 그림 속의 여자를 알아보겠느냐?”

황사구는 그림 속의 사람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여자를 알아보겠냐는 말만 듣고도 기함해 새파랗게 질렸다.

예전에 여자를 사고팔았기에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다. 설마……! 황사구의 몸이 더욱 심하게 떨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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