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유서부-659화 (659/858)

제659화

‘지금 강심설 그 못생긴 여인은 분명 엄청 괴로워하고 있겠지?’

갈란군주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과거 그녀는 오일의를 선택했지만 마음속엔 정말로 주비양이 있었다. 혼인을 하고 보니 오일의는 주비양만큼 잘생기지도 않았고 주비양만큼 섬세하지도 그녀에게 마음을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오일의에게 시집가서 아주 우쭐했다. 설마 그런 것들을 위해 주비양에게 시집가야만 했을까? 사람들에게 멸시당하고 비웃음당하며 개처럼 살아야 했을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주비양이 아내를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일의에게 시집간 건 분명 옳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정성과 사랑이 부족하니 좀 서운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주비양은 내게 보였던 그 정성과 사랑을 누구에게 줄까? 그 몰락한 가문의 여인에게?’

그녀는 그런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기회만 있다 하면 강심설을 찾아가 그녀를 조롱하며 괴롭혔다. 하지만 그리해도 강심설이 여전히 그녀의 것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또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었다. 그녀가 그를 차지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 * *

그 시각. 신방의 불이 꺼지자 여종은 서둘러 일상원으로 달려가 이 일을 녹엽에게 알렸고 녹엽은 바로 진씨에게 보고를 올렸다.

방금 막 자리에 누운 진씨는 안으로 들어온 녹엽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불을 끄거라.”

“예.”

녹엽은 대답을 하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마님. 신방에서… 오늘 군주께서 잠자리를 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세자께서는… 밖으로 나오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불도 꺼졌고요…….”

진씨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나 싶더니 이내 하하 웃었다.

“잠자리를 하면 되지 뭐! 흥! 그리하면 내 아들이 혈기를 못 이기고 달려든 게 되는 거다! 오늘 엽씨 그 빌어먹을 것을 보니 갈란을 혐오하는 게 분명하더구나. 갈란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기를 쓰더니만, 이제 둘이 합방을 했고 갈란을 탓할 수도 없으니 엽씨는 분명 화가 나 죽으려고 할 게다. 쯧쯧.”

그러자 녹엽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마님, 군주는 어쨌든 상중인 분이세요! 남편이 죽은 사람인데…….”

“됐다.”

진씨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쓱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늘 우리가 혼례식을 성대하게 치렀으니 이미 그 아이 몸에 붙어 있는 불길한 기운도 싹 씻겨 나갔을 게다.”

그래도 녹엽은 입꼬리를 삐죽거리며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일의가 죽은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그 사람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니?”

진씨는 낯빛이 확 변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왕비가 이미 고승을 찾아 그자를 제도하고 가둬 놓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7일마다 불사佛事를 치러 49일이 되면 그를 부귀한 가문으로 환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서 망발이냐! 이 잡것아, 영리한 녹지의 반만 따라가 보거라.”

녹엽은 더는 왈가왈부하지 못하고 그저 불을 끌 수밖에 없었다.

* * *

갈란군주의 혼사에 온 도성은 시끌벅적해졌고, 그녀의 혼사 이야기를 하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형부의 감옥도 다를 바 없었다. 죄수들이 갓 식사를 마친 시각, 옥졸 둘이 앞에 놓인 탁자 옆에 앉아 술을 마시며 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상엔 정말 별일이 다 있구나. 하하하. 아직 남편 시신이 식지도 않았는데 바로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다니. 쯧쯧. 그런 사람은 또 없을 거야.

무슨 망령이 이야기를 했다는데… 난 귀신이 되더라도, 정말로 모진 고통을 겪게 되더라도 바로 아내보고 재가하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안 그러면 오쟁이 진 사내가 되는 거 아니겠어?”

“뭐 그들도 차마 믿지 않을 수 없었던 거지.”

다른 옥졸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자 오쟁이 운운하던 옥졸이 냉큼 받아쳤다.

“너 지금 되게 쉽게 말하는데 원래 남의 말 하기는 쉬운 법이거든. 진짜로 널 기름 솥에 넣어 굽거나 튀기면 내 생각엔 넌 바로 아내를 시집보내겠다고 소리를 질러 댈 거다! 하하하!”

“에이, 퉤! 꺼져! 내가 그렇게 배알도 없는 놈처럼 보여?”

“너 원래 그런 놈이잖아! 게다가 황후 마마께서 혼사를 맺어 준다는 의지도 내리셨으니 함부로 지껄이지 마. 그러다가 귀인들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살가죽이 벗겨질 거야. 기름 솥에 던져지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울걸.”

“하. 무서울 게 뭐가 있어. 이곳엔 우리밖에 없는데!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죽을 목숨이잖아. 위로 전달될 리가 없지.

그리고 난 그냥 그 창부 같은 여인을 욕하려는 것뿐이야. 쯧쯧, 그런 여인을 무슨 황제가 가장 아끼는 손녀이자 금지옥엽인 군주라고 부르는 거야. 두 지아비를 섬기고 전 남편이 죽자마자 바로 예전 정혼자와 혼례를 올린 여인을.

내 생각엔 말이야… 사실 군주와 그 주비양이라는 자가 지금까지 몰래 정을 통한 거 아닐까? 이제 남편이 죽었으니 그 둘이 연극을 하는 거지. 음탕한 남녀가 마침내 결실을 맺은 거 아니겠어?”

“하하, 너 진짜 생각하는 거 한번 악랄하다! 됐고, 술이나 마시자고! 아무튼 귀인들 간의 일이니 말을 아껴. 안 그러면 화를 자초하게 되는 거야.”

두 옥졸은 요란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그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동안, 가장 뒤쪽 옥사에 갇혀 있던 요씨 가문 사람들은 다들 맥 빠진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들 중 오직 요양성만이 두 손으로 감옥의 나무 기둥을 붙잡고 밖을 잔뜩 노려보고 있었다.

‘갈란군주가 재가를 했다고? 누구에게 시집을 갔다는 거야? 주비양? 세상에, 어떻게 주비양에게 시집을 간 거야?’

요양성과 갈란군주는 이미 이야기를 마쳤었다. 정선제가 계속해서 주운환의 출생을 조사하도록 갈란군주가 유도하기로. 그럼 결국 정선제는 주운환을 죽이려 할 것이다.

그를 위해 정선제가 비적 떼 사건을 뒤집고 주운환을 정죄하면 요씨 가문은 지금의 처지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갈란군주의 아들 또한 계속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그리되면 주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이 일에 연루될 거란 사실을 갈란군주도 분명히 알고 있는데 어째서 주씨 가문으로, 주비양에게 시집을 간 걸까?

생각을 하던 요양성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설마… 갈란군주가… 아들의 목숨조차 개의치 않는 걸까? 지금 갈란군주는…….’

요양성은 그녀의 생각을 알게 되자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가 깔아 놓은 길을 결국 갈란군주가 전부 끊어 버린 것이다.

그럼 그와 요씨 가문은 정말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온 가족이 참형을 당하는 것 아니겠는가?

“으아악!”

요양성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나리… 왜 그러십니까?”

옆 감방에 있는 요 노부인 등은 다들 몸을 일으켰고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요양성은 주범이라 따로 수감돼 있었고 요 노부인을 포함한 요씨 가문 사람들은 그 옆 감방 안에 갇혀 있었다.

“여봐라, 밖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요양성은 믿을 엄두가 나지 않아 큰 목소리로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갈란군주가 어찌 됐다는 말이냐? 군주가 왜 재가를 해? 날 내보내 주거라! 내보내 줘!”

두 옥졸은 깜짝 놀랐고 그중 낯빛이 새파래진 한 옥졸이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왜 이리 시끄럽게 구는 것이냐! 갈란군주가 네 정부라도 되는 게냐? 어디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 또 시끄럽게 굴면 이 몸이 채찍질을 할 것이다!”

“그게 아니다!”

요양성은 위축되기는커녕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폐하를 뵈어야 한다! 폐하를 뵈어야 해! 폐하께 아뢸 말씀이 있다!”

갈란군주가 그를 배신한 것이다. 그럼 금린위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금 바로 황제에게 보고해야 했다.

비록 타초경사打草驚蛇(수풀을 휘저어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뜻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의 우를 범할지라도 마지막으로 생존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당시 바로 주운환의 출생을 밝히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아직 확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주운환이 운하 공주와 닮았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주에서 증거를 만들 시간이 필요했다. 진짜는 더욱 진짜처럼 만들고 가짜는 더욱 가짜처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에잇!”

그러나 이때, 인내심이 바닥난 옥졸이 요양성에게 채찍을 갈겼고 요양성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곧 죽게 될 죄수가 무슨 아직도 황제 폐하를 만나 뵙고 싶단 말이냐! 닥치지 못할까!”

요양성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새삼 자신의 처지를 인식한 것이다.

전에는 형부상서였다지만 이젠 한낱 죄수에 불과하니 어디 황제를 만날 기회가 있겠는가. 감옥조차 나갈 수 없는 처지이니 자신의 목소리를 밖으로 전달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 아니… 자네들에게 할 말이 있네! 이봐 두 사람! 날 도와 이 일을 황제 폐하께 알린다면 분명 후한 상이 내려질 거네! 폐하께 알리지 못한다고 해도 푼돈 좀 써서 이 일을 밖으로 퍼뜨리기만 하면 되네. 이보게 두 옥졸… 윽! 악! 아아악!”

요양성은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온몸에서 경련이 일며 한마디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나리! 나리! 무슨 일입니까!”

요 노부인 등은 잇달아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장에 그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두 감방은 격리되어 있어 그를 만질 수조차 없었다.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요양성의 아들 요리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요양성은 자신에게 어떤 계획이 있는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절망에 빠져 있는 동안 요양성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반드시 감옥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그래서 그들 모두 요양성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요양성은 바닥에 쓰러져 발작을 일으키고 있고, 방금 전 요양성의 그 흥분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니 불안감이 들었다.

‘준비해 둔 일에 문제라도 생겼다는 말인가? 그럼 우리 목숨은 어찌 된다는 말인가?’

요씨 가문 사람들은 공포감이 엄습했다.

“이보게들. 부탁이니 우리 아버지를 위해 의원 좀 불러 주게! 이러다 돌아가시겠어!”

요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쳐 댔다.

“그때 나온 판결은 입추 후에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거였네. 아직 가을이 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이곳에서 돌아가시게 되면 그건 자네들 책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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