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유서부-655화 (655/858)

제655화

“이야, 진짜 떠들썩하네. 이 격식 차린 것 좀 봐. 정실부인을 들일 때보다 훨씬 성대하다!”

“당연하지!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니까. 전에는 가난했지만 이젠 돈이 생겼는데 성대하게 치르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그래도 위로 정실부인이 있는데 아무리 돈이 생겼다고 해도 평처가 정실부인을 넘어서면 안 되는 거지. 게다가 아직 상중인데… 이래도 정말 괜찮은 걸까?”

“그분은 군주야! 게다가 얼마 전에 황후 마마께서 의지까지 내리셨고.”

한 수다스러운 어멈이 ‘의지’ 이야기를 꺼내자 백성들은 잇달아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는 갈란군주는 아주 수동적인 입장이라고, 시집을 간다고 해도 강요로 인해 가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광경을 보니 지나치게 신경 쓴 모습이 역력했고 떠들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게 어디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혼인하는 모습이란 말인가.

게다가 황후는 의지까지 내렸다. 그 나름의 사정이 있어 혼인한다고는 하나 어쨌든 부덕과 배반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황후가, 백성들을 다스리는 이 나라의 어머니이자 이 세상 여인들의 본보기이며 기준 역할을 하는 황후가 이런 일에 의지와 하사품을 내린 것이다.

이는 황후가 이 혼사를 좋게 보고 지지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주위에선 혼례식 때 연주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소리가 하늘을 뒤흔들 정도로 악기를 크게 불었고 폭죽을 터트렸다. 곧이어 붉은 옷을 입은 신부가 희낭들에게 업혀 문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꽃가마에 오르려 하는데 갑자기 갈란군주가 머리에 쓴 수건을 홱 젖히더니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시집가지 않을 거예요……. 제가 어떻게 이런 때에 재가를 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그 사람에게 미안한 일을 할 수 있겠어요……. 흑흑흑…….”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 슬프게 울었다.

“이런……!”

주위에 있던 백성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반면 말 위에 앉아 있던 주비양은 미간만 찌푸릴 뿐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이럴 수가. 신부님, 신부님은 이미 출가하셨어요…….”

희낭이 다급히 만류하자 평왕비도 서둘러 앞으로 나오더니 울면서 말했다.

“란아. 말 들어야지! 제멋대로 굴면 안 된다. 우리도 알고 있단다. 지금 가장 괴롭고 힘든 사람은 너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일의를 위해 참아야만 한다…….”

“전… 흑흑흑… 전 못하겠어요. 어머니, 전 못하겠어요……. 부디 절 죽게 내버려 두세요!”

그녀가 그리 외치며 머리로 가마를 들이받으려고 하자 두 여종이 얼른 그녀를 잡아당겼다.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

평왕비는 딸과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어찌 이리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것이냐!”

백성들은 이 처량하고 비참한 광경을 보며 다들 속으로 뜨끔했다. 방금 전까지 갈란군주를 험담했던 일이 떠오르자 그들은 저도 모르게 코를 만지작거렸다.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갈란군주도 난처한 상황이세요. 심신 양면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분명 군주셔요. 남편이 죽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운데요. 함께 따라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맞아요. 군주는 이미 충분히 불쌍한 분이세요.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군주를 욕하려 하고 감히 부덕을 지키지 않는다는 말까지 하네요!

군주께서도 부덕이란 걸 따르고 싶겠죠! 한데 지금 그 남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집을 가는 거잖아요.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거고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받아들일 수 없을 거예요.”

“저기… 왕비 마마, 군주. 곧 있으면 길시입니다. 어서 꽃가마에 오르세요.”

희낭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요. 싫어……!”

갈란군주는 무너질 것 같은 모습으로 평왕비의 품에서 쉴 새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고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며늘아기야… 아니지, 군주. 꽃가마에 오르셔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고개를 돌려 보니 오 노야가 차남과 막내아들, 그들의 아내들까지 데리고 함께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왜 오셨습니까.”

갈란군주는 몸을 떨더니 얼른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시댁 식구를 볼 면목이 없다는 모습이었다.

“이제 군주와 일의의 인연은 끝이 났으니 군주는 더 이상 우리 오씨 가문 며느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쨌든 한때는 한 가족이었으니… 군주께서 출가하시는 모습을 보러 왔습니다. 저흰 군주께서 앞으로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오 노야는 그리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어째서 출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겁니까?”

“아버님!”

갈란군주는 목메어 운 탓에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 사람이 이제 막 땅에 묻혔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 노야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씨 가문 사람들도 무릎을 꿇었고 오 노야는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했다.

“군주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여인이십니다……. 우린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이고요. 아이고, 우리가… 우리가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시집을 가세요! 부탁입니다. 일의를 위해서! 안 그러면 그 아이는 계속해서 모진 고통을 받게 될 겁니다. 영원히 환생할 수 없겠죠……. 그러니 한때 가족이었던 우리를 봐서라도 일의를 도와주세요.”

그는 그리 말하며 뜻밖에도 그녀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아… 이거 참…….”

백성들은 탄식했다.

“아버님! 어떻게 저에게 무릎을 꿇으실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이리 절 몰아붙일 수가 있으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시집가겠습니다! 가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꽃가마로 달려들었다.

백성들은 가슴이 미어지는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동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오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를 몰아붙인다며 너무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데 또 어떤 사람들은 갈란군주는 억울하고 오씨 가문 사람들은 너무 하지만 이는 그녀에게 귀착점歸着點(여러 의견 가운데 어떠한 결말로 낙착되는 점)을 준 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결국 오씨 가문과 갈란군주 모두 잘못한 게 없었다. 잘못한 건 이미 세상을 떠난 오일의였다.

“신부가 떠납니다! 마차를 드시오!”

희낭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하여 신부를 모셔가는 행렬은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나아갔다.

* * *

같은 시각, 오씨 가문 저택.

오 부인도 가슴이 찢어지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것들! 파렴치한 것들!”

오 부인은 아예 바닥에 쓰러져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일의야! 어째서 그리 떠난 것이냐! 보거라. 네가 죽자마자… 그것들이 어떻게 널 짓밟았는지 말이다.

갈란 그 빌어먹을 년……! 이제 알겠구나. 그 계집이 새로 시집가고 싶은 것뿐이었어! 남편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았는데 바로 다른 사내에게 들러붙는구나. 게다가 온 도성 사람들이 다 알게 말이다.

이렇게 비열한 인간은 내 처음 보는구나! 그 계집은 분명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곱게 죽지 못할 거야!”

“가장 가증스러운 건 나리와 다른 가족들입니다.”

오 부인을 모시는 어멈 양 마마가 말했다.

“폐하께서 둘째 나리를 승진시켜 줘서 다들 한마음으로 갈란군주를 돕고 있는 겁니다. 황제 폐하께 잘 보이고 싶은 것이지요. 잡놈들이 끼리끼리 노는 겁니다!”

“내 아들의 목숨으로 얻은 관직이다. 다들 곱게 죽지 못할 게야!”

오 부인은 저주로운 고함을 내질렀다.

“내 아들은 억울하게 죽었다……! 분명 태의가 요양만 잘하면 목숨을 부지하는 건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했다. 전에 나도 일의에게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애를 타일렀다. 그 앤 자신의 뜻을 이룰 수가 없어 우울해했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잘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오 부인이 저주를 퍼붓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꽃가마 행렬은 쉬지 않고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도성 북쪽에 있는 주씨 가문을 향해 나아갔다.

주운환은 이미 전날 밤에 주씨 가문으로 돌아와 있었지만 밖에 나가 있지 않고, 엽연채와 함께 탑상에 기대어 앉아 그녀에게 설탕에 절인 과일을 먹여 주고 있었다.

이때, 청유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마님, 나리. 신부를 모셔오는 행렬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엽연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 싫으면 가지 맙시다.”

주운환이 이리 말하자 엽연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고 싶지 않을 게 뭐가 있어요. 온갖 궁리를 해서 시집을 왔으니 보러 가 주죠, 뭐. 안 그러면 꼭 그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가요.”

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지 신령과 웃어른들께 절을 올리는 대청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집안 친척들과 하객들 등이 바로 앞으로 나와 그들을 에워싸며 알은체했다.

“진서후와 부인이 왔네요.”

사람들은 어떻게든 진서후 내외와 관계를 맺지 못해 안달복달했다.

진씨와 주 백야는 예복을 갖추어 입고 상석의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진씨는 손님들이 주운환을 보자마자 앞다투어 그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더니 기가 차서 허허 웃었고 화가 나 죽을 것만 같았다.

‘두고 봐라. 한 달 후면 저렇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추앙받는 사람은 우리 비양이일 테니까.’

엽연채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보니 진씨와 주 백야가 상석에 앉아 있었고 강심설은 그들 옆에 바로 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원래 집안에 이런 일이 있을 때 며느리는 앉아 있을 자격이 없지만, 오늘은 주비양이 평처를 들이는 날이라 강심설은 정실부인으로서 상석에 앉아 두 사람이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진씨가 강심설을 쏘아보며 말했다.

“네가 이곳에 앉아 있을 자격이 있는 것은 맞다만, 지금 평처가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정실인 네가 이곳에 앉아 있으면 새신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

강심설은 낯빛이 어두워졌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에 엽연채가 코웃음을 치더니 대신 나섰다.

“형님이 여기 앉아 있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래. 확실히 그렇긴 하지!”

진씨는 허허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태자 전하와 황자 전하들께서 측비를 맞이할 때를 생각해 보거라. 태자비 마마와 왕비 마마들도 황실의 법도에 따라 상석에 앉아 계실 수 있는데도 일부러 자리를 피해 넓은 도량을 보여 주시지 않더냐. 새신부를 난처하게 하지 않으신 거지.

이튿날 이른 아침에 차를 올리러 왔을 때서야 측비에게 예를 올리게 하셨다. 황실에서조차 이렇게 하는데 넌 쯧쯧…….”

진씨가 한 말의 속뜻은 강심설이 옹졸하고 포용력이 없으며 일부러 이곳에 앉아 신랑 신부를 난처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어머님은 모든 면에서 황실을 따라 하려고 하시네요. 황실이 본보기인 것처럼 말이죠.”

엽연채도 하하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알기로도 황실의 정비가 넓은 도량을 보여 주기 위해 그렇게 자리를 피해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실 그 어느 측비의 혼례식도 정비보다 더 성대하게 치르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실부인이 넓은 도량으로 자리를 피해 주기 전에, 첩실이 먼저 혼례식에서 정실부인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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