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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서부-339화 (339/858)

제339화

주운환이 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금세 밖으로 퍼지게 되었다. 황제조차도 그를 불효자라고 했으니 공식적으로 불효자가 된 것이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어사와 문무백관들이 엄청난 기세로 그를 탄핵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게 된 손씨와 엽이채는 너무 기쁜 나머지 당장이라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주씨 가문 하인들은 쉴 새 없이 그 일에 대해 수군거리며 당시 진씨와 주묘서가 얼마나 비참하고 가련하게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비 이낭은 ‘흥’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뱀이 코끼리를 삼키듯 욕심이 끝이 없고 불경스럽고 불효막심한 것이 온종일 세자의 자리를 빼앗을 궁리만 했지. 우리는 안중에도 없고 말이야. 이게 바로 인과응보인 것이다.”

주종과의 눈빛에도 조롱기가 가득했다. 계속 이렇게 흘러가 결국에는 주운환이 해임되기를 바랐다. 그럼 아주 볼만할 것이다. 그리된 다음, 자신이 과거 시험에 합격하고 주비양을 자리에서 밀어내면 자신이 바로 세자가 되는 것이었다.

‘작위와 관직 모두를 내가 차지하게 되는 거지!’

* * *

한편, 퇴청한 주운환은 집으로 돌아와 수화문에서 말을 멈추었다. 주 백야가 거기에 서 있었는데, 주운환을 보자마자 달려와 한숨을 내쉬었다.

“셋째야, 일이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 에휴!”

“예.”

주운환은 냉랭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고삐를 여양에게 건넸다.

“대답이 그게 다인 것이냐?”

주 백야는 화가 나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네가 직접 별장으로 가서 네 어머니와 묘서를 데려오너라. 그리하면 네 평판이 회복될 게다. 그다음에 묘서에게 더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면 된다.”

그러자 주운환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제가 데리러 가지 않아도 며칠 후 그날이 되면 어머니와 묘서가 알아서 돌아올 겁니다.”

“아유! 두 사람이 알아서 돌아온다 하더라도 네가 직접 데리러 가는 것과는 다르다. 효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제 와서 그렇게 하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서과원을 향해 걸어갔다.

“쟤도 참…….”

주 백야는 도저히 주운환을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한탄했다. 분명히 주운환이 잘못한 일인데도 그는 반성은 티끌만큼도 하지 않고 있으니 어쩐단 말인가.

다리를 저는 주 백야는 도저히 주운환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시종 대복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셋째가 며칠 후 그날이라고 했는데 그날이 대체 무슨 날이냐?”

“나리, 잊으신 겁니까? 사흘 후인 사월 스무여드레는 바로 마님의 생신입니다.”

주 백야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이제야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며칠 전에 부인이 말했던 것 같구나.”

대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에 생신을 지낼 땐 가족들끼리 모여 밥 한 끼 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님께서 올해는 작게 생신 축하연을 열어야겠다고 나리께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그리 말했었지.”

주 백야는 이마를 만지작거리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잊고 있었구나. 그런데 지금 셋째 부부 때문에 부인이 상심하고 있는데 생일 축하연을 열 마음이 있겠느냐?”

“나리, 그럼 큰며느님과 상의해 보시지요. 큰며느님께 의견을 물어보시면 될 겁니다. 마님께서 지금 집에 안 계시니 안팎의 일을 전부 큰며느님이 관장하고 계십니다.”

주 백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대복을 강심설에게 보냈고, 강심설은 여종을 성 밖으로 보내 진씨에게 서찰을 전달했다.

* * *

주씨 가문이 전투에서 패했던 그해, 집안의 재산을 거의 다 팔아 전장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병들의 가족에게 보상해 주는 바람에 이제 주씨 가문에 남은 거라곤 교외에 위치한 별장 두 채와 본적에 있는 토지 조금이 전부였다.

진씨는 교외에 있는 대우촌大雨村의 한 별장에 머무르고 있었다. 별장은 이백 묘畒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별장이라 생산량이 아주 적었으나 그럼에도 주씨 가문의 수입은 여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진씨는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녀는 별장의 낭가에 놓인 걸상에 앉아 녹지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지금 도성 사람들 전부가 셋째 도련님께서 친소도 구분 못 하고 불효를 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적모와 누이동생이 크게 상심하여 집을 나왔다는 사실도 널리 퍼졌습니다.”

녹지는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고했고, 진씨는 냉소를 지으며 흡족해했다.

“내가 원한 게 바로 이런 효과였다.”

“역시 어머니는 대단하세요.”

주묘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당연히 마님은 대단하시죠.”

녹지는 하하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게 하는 벌보다 훨씬 통쾌합니다. 도성 사람들이 모두 셋째 도련님 부부를 욕하고 있어요. 그뿐 아니라 오늘 셋째 도련님께서 언관言官에게 탄핵을 당해 황제 폐하께서 셋째 도련님에게 감봉 처분을 내렸고 『효경』을 필사하라고 하셨답니다. 이제 황제 폐하께 미움을 받아 내쳐졌으니 앞으로 관운은……. 쯧쯧!”

진씨와 주묘서는 이보다 더 통쾌할 수가 없었다.

“마님, 월원이가 왔습니다.”

옆에 있던 춘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진씨와 주묘서가 고개를 돌려 보니 쌍환계 머리를 한 녹색 옷차림의 여종이 걸어오고 있었다. 바로 강심설의 몸종인 월원이었다.

“마님, 큰마님께서 며칠 후에 있을 생신 축하연을 치를지 여부를 마님께 여쭤보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당연히 치러야지.”

진씨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이틀 후에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럼 전 돌아가 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월원은 인사를 드린 후 바로 자리를 떴다.

주묘서는 떠나가는 월원의 뒷모습을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돌아가야 해요? 여기서 며칠 더 지내다 가요!”

그리해야 사람들이 주운환이 자신들을 얼마나 심하게 핍박했는지 더욱 똑똑히 알게 될 것 아닌가.

“백성들은 금방 잊어버리는 종자라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 일을 잊어버리게 될 뿐이다. 그러니 돌아가야지.”

돌아가서 작게 생일 축하연을 치름으로써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월원이 별장을 떠나자 이번에는 주 백야의 시동인 대복이 들어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마님, 며칠 후면 마님의 생신 축하연이 있습니다. 나리께서 마님의 생신 축하연을 성대하게 치를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그러자 진씨는 냉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다.”

대복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사월 스무이레, 별장에서 돌아온 진씨와 주묘서는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 백야가 일상원으로 들어오자 진씨와 주묘서는 원망의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봤고, 주 백야는 켕기는 부분이 있는지라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가문도 이젠 예전과는 다르니 부인의 생일 축하연을 성대하게 치러야겠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부를 것이오.”

“나리와 집안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런 거라면… 축하연을 열지 않을 겁니다!”

진씨의 눈빛에는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다.

“에휴, 부인과 묘서가 억울한 거 나도 아오. 하지만 가화만사성이라고 하지 않소.”

주 백야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 전에 부인의 생일에는 가족끼리 간단하게 밥 한 끼를 하는 게 전부였소. 생일 축하연을 열고 싶어도 참석하는 사람이 없었잖소. 하지만 이젠 셋째가 장원 급제를 하여 집안도 함께 일어서게 되었소. 부인의 생일 축하연 초대장을 보내면 받은 이들은 전부 참석하려고 할 것이오.

그러니 부인… 화목하게 지내는 편이 더 낫소. 셋째는 내 이미 따끔하게 혼을 냈소. 나중에 부인을 찾아와 사과하게 할 것이오.”

그 말에 진씨는 두 눈을 부릅떴다.

“나중이요?”

주 백야는 난처한 얼굴로 변명했다.

“셋째가 요즘 바쁘잖소. 아무튼 생일 축하연을 치른 후 다시 이야기합시다.”

“그러죠. 나리의 체면을 봐서 양보하는 겁니다.”

진씨는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주 백야는 안도의 한숨을 훅 내쉬었다. 진씨가 생일 축하연을 치르고 그 자리에 있기만 한다면 불화와 불효와 관련된 소문도 어느 정도 잠잠해질 테니 말이다.

“앞으로 또 묘서의 혼담을 꺼내야 할 텐데 그 또한 셋째의 덕을 봐야 하지 않소!”

주 백야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사소한 일이고 지나간 일이니 그만 잊읍시다!”

주묘서의 혼사가 언급되자 진씨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 백야는 말을 마친 후 돌아서서 그곳을 떠났고 진씨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한탄했다.

“최대한 빨리 묘서의 혼사를 매듭지어야겠구나. 그 녀석의 일이 잘 안 풀릴 경우 우린 더 좋은 혼처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주묘서는 분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 * *

사월 스무여드레, 진씨의 생일 축하연이 열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엽연채는 화장대 앞에 앉아 치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품을 하며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쳐다봤다.

“아가씨, 왜 이리 늦게 일어나셨어요. 벌써 진시辰時(오전 7시~9시)예요. 공자께서는 이미 치장을 마치셨는걸요.”

뒤에 서 있는 추길이 상아 빗으로 그녀의 머리를 빗겨 주며 조급해했다.

“공자께서 관아에 안 가셨다는 말이니?”

엽연채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마님의 생신 축하연이 있는 날이니 휴가를 내셨어요.”

추길이 대답했다.

대제는 조정의 관리들에게 상당히 좋은 대우를 해 주었다. 한 달에 세 번 휴가를 쓸 수 있는데, 두 번은 매달 중순과 말에 보내는 정기 휴가이고 한 번은 돌아가면서 쉴 수 있는 비정기 휴가였다. 또 가까운 친척들의 경조사가 있을 경우 휴가를 추가로 더 신청할 수도 있었다.

엽연채는 ‘아’ 소리와 함께 수긍했다.

추길이 분주히 손을 움직이니 금세 영사계靈蛇髻 머리가 완성되었다. 그녀는 포화수刨花水(머리카락에 영양을 공급하는 천연 제품)를 이용해 머리를 고정한 다음, 금실을 두 바퀴 감아 머리 위에 둘렀고, 마지막으로 물총새의 깃으로 장식된 줄무늬가 들어간 금색 보요를 꽂아 가느다란 금색 술을 늘어뜨렸다.

엽연채는 입술에 옅은 연지만 바른 후에 옷을 갈아입고 문을 나섰다.

정원의 돌 탁자에 앉아 있던 주운환은 엽연채가 나오는 모습을 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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