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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서부-336화 (336/858)

제336화

“그… 그게 뭐 어때서 그러시오? 사돈댁이 정혼을 했으니 우린 축하 인사를 건네러 가면 되지! 인척이잖소! 에이 참, 이게 뭐 소란 피울 일이라고.”

주 백야는 영문을 모르니 답답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이었다.

“그 엽영교가 정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저도 당연히 축하 인사를 건네러 갈 겁니다.”

진씨의 눈빛에는 불만과 노여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엽영교가 정혼한 사람이 하필이면 이번 과거 시험의 탐화이며 셋째와 사이가 좋은 동료입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왜 묘서에게 소개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왜 떠올린 사람이 묘서가 아니었냐는 말입니다.”

“그건…….”

주 백야는 말문이 막혔고, 그 역시 순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미간을 찌푸리며 적당히 무마했다.

“어쩌면 탐화가 그 소저를 보고 반한 것일 수도 있지 않소?”

“셋째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 주지 않았다면 탐화가 반할 수 있었겠습니까?”

진씨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작년에 터뜨린 폭죽 소리 못지않아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셋째 오라버니가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거예요.”

주묘서는 두 눈을 치켜뜨고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끊어진 줄에서 떨어지는 구슬처럼 눈물은 눈가를 타고 흘러내리다가 땅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날 새언니가 갑자기 엽영교에게 집으로 오라고 약속을 잡았고 셋째 오라버니는 진지항을 집으로 데려왔어요. 그 네 사람은 함께 교자를 빚고 떡을 만들며 놀고 있었으면서 저희를 부르지도 않았어요. 제가 안 갔으면… 그 두 사람이 만나고 있었던 것도 몰랐겠죠! 일부러 저희에게 숨긴 거예요!”

“탐화를 소개해 주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왜 묘서나 묘화를 부르지 않고 아내의 친정 고모를 불렀느냔 말입니다! 그 애 마음속에 누이동생들이 있기는 한 겁니까? 이 집안이 있기는 한 겁니까?

아뇨, 그 애는 두 누이동생은 안중에도 없는 겁니다. 누이동생들을 아예 외면했어요! 왜냐면 둘 다 자기 동복동생이 아니니까요! 제가 적모이니 셋째는 저와 묘서가 죽도록 미운 거겠죠! 당연히 큰애와 둘째도 자신의 친형으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셋째는 오로지 저희를 어떻게 상대할지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저희가 전부 죽어 버려야 그 애는 비로소 기뻐할 겁니다! 큰애의 세자 자리를 빼앗아야만 비로소 기뻐할 거예요……! 그러니 좋은 건 다 남에게 퍼다 주는 거죠.”

진씨는 자신의 가슴께를 세게 두드리며 쉰 목소리로 가슴속에 묻어 둔 말을 전부 토해 냈다.

“그… 셋째는 그런 아이가 아니오. 쓸데없는 생각 마시오. 에이 참…….”

진씨의 말을 들은 주 백야는 놀라서 오금이 다 저렸다. 그는 동복남매가 아니라는 등 적자와 서자 간의 갈등이 있다는 등 그런 불편한 것들에 직면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저 가족이 서로 화목하게 잘 지내기를 바랄 뿐이었다.

“나리께서는 당연히 그런 생각까지 하지 않으시겠죠. 그 애는 나리의 자식이니까요. 하지만 그 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애는 저희를 어머니와 누이동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진씨는 여전히 주운환을 보호하려는 남편의 모습을 보자 말도 못 하게 속이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게 아니면 어째서 좋은 신랑감을 자기 누이동생에게 소개하지 않고 남에게 소개했겠습니까?”

“그… 그 소저는 남이라고 볼 순 없소. 그 소저는… 셋째 며느리의 고모잖소.”

이 말을 하는 주 백야도 좀 찔리기는 했다.

“나리께서도 말씀이 잘 안 나오시죠? 셋째 며느리의 친정 고모라니요.”

진씨는 허허 냉소를 지었다.

“내자를 얻더니 어머니는 싹 잊었나 봅니다! 누이동생이 내자의 친정 고모만도 못하나 보죠. 아무나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피를 나눈 가족이 무엇이겠습니까? 친소親疏(친함과 소원함)의 차이도 구분 못 하는 이는 짐승만도 못한 겁니다. 우리 주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남이고 엽씨 가문 사람들이야말로 그 애에겐 피붙이인가 봅니다!

하하, 이건 사실입니다. 그 엽균이라는 놈의 꼬락서니를 보세요. 외실을 감싸고도는 바람에 친어머니가 분통이 터져 각혈을 하게 만든 망종입니다. 셋째도 그 엽균이라는 놈과 똑같습니다. 누가 같은 식구 아니랄까 봐 말이죠.”

주 백야도 주운환이 좋은 신랑감을 먼저 누이동생에게 소개하지 않고 엽영교에게 소개했다는 생각을 하니 꺼림칙했다. 그러나 또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건 원치 않아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에휴……. 뭔가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소! 그래, 분명 오해가 있었던 거요…….”

“오해는 무슨 오해요! 오라버니와 새언니는 좋은 신랑감을 엽씨 가문 사람에게 소개했어요. 절 누이동생으로 보지 않는 겁니다. 절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엉엉, 살기 싫어요! 살기 싫단 말이에요…….”

주묘서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어머, 아가씨. 왜 또 죽겠다는 거예요?”

누군가의 코웃음 소리가 들렸다. 주묘서와 진씨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흔들리는 주렴 사이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해당화가 수놓인 앞섶이 교차하는 담홍색 월화군月華裙을 입은 이 여인은 청량한 느낌을 주는 푸른 잎과 분하粉荷(난꽃의 일종)가 수놓인 반투명한 둥글부채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바로 엽연채였다.

주묘서는 엽연채를 보자마자 두 눈에 독기가 잔뜩 올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에 진지항이 자신에게 혼담을 꺼냈던 일이 떠오르며 좀 겁도 났다.

진씨도 진 부인에게 체면이 깎였던 일이 떠오르자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했고 찔리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마침 잘 왔구나. 에휴!”

주 백야는 엽연채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마침 네게 물어볼 게 있었다! 들어 보니… 엽씨 가문 셋째 소저가 이번에 탐화가 된 사내와 정혼을 했다지.”

“예. 이미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곧 정혼할 겁니다.”

엽연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수롭지 않은 엽연채의 말투에 주묘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듣자 하니… 셋째와 네가… 다리를 놓아 주어 서로 만나게 해 줬다고 하더구나?”

주 백야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엽연채는 엽영교가 정국백부를 드나든 사실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예!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약속을 잡아 서로 만나게 해 줬고, 진 공자가 한눈에 고모에게 반했습니다.”

“그런데 너희들은…….”

주 백야는 물어보기가 좀 그랬지만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자가 셋째의 동료라지. 그자에게 만남을 주선하게 되었는데… 어째서 네 큰시누이를 먼저 소개하지 않은 게냐? 네 큰시누이도 지금 혼처를 찾고 있지 않니! 에휴! 어찌 이리된 것이냐?”

마지막 말을 꺼낼 때 주 백야의 말투에는 원망이 조금 섞여 있었다.

“큰아가씨요? 큰아가씨는…….”

엽연채는 입꼬리를 올리며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한쪽에 있던 주묘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편애하는 거잖아요! 날 시누이로 생각하지 않는 거잖아요! 날 남으로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녀가 악악거리며 엽연채에게 달려들었으나 이미 경계를 하고 있던 추길과 혜연이 잽싸게 달려와 엽연채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큰아가씨, 뭐 하시려는 겁니까?”

추길은 있는 힘껏 주묘서를 밀치며 말했다.

“살인이라도 하시려는 거예요?”

“꺅!”

추길에게 밀쳐진 주묘서는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엉덩이뼈가 산산조각 나는 듯한 통증에 주묘서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사람 잡네! 엉엉… 사람 잡는다……!”

“묘서야!”

진씨는 냅다 달려가 주묘서를 껴안았고 고개를 들더니 추길과 엽연채에게 호통을 쳤다.

“사람을 죽일 셈이냐? 어? 천한 여종 주제에 주인을 잡아죽이려는 것이냐?”

“아가씨를 밀치지 않으면요? 저희 셋째 마님을 해치려고 달려드는 걸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말씀이세요?”

추길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그만하거라! 왜 이리 수선을 떠는 것이냐?”

주 백야가 성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도 눈뜬장님이 아니니 주묘서가 먼저 달려들어 엽연채를 해치려 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그러니 어떻게 엽연채의 여종이 주묘서를 밀쳤다고 나무랄 수 있겠는가?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되지, 이렇게 치고 박고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우린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니 이치에 맞게 행동해야지!”

그 말에 엽연채는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주씨 가문이야말로 치고받고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가문이 아니던가!

“엉엉… 전 아니에요……. 새언니가 지금 절 업신여기고 있어요. 절 시누이로 생각하지 않고 남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새언니에게 우린 다 남이에요…….”

주묘서는 억지를 썼다. 엽연채가 그 말을 꺼내도록 어떻게 가만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엽연채는 억지를 쓰는 그녀는 상대도 하지 않고 주 백야만 쳐다보며 말했다.

“아버님, 그럼 저희 방금 전에 하던 이야기를 이어서 하시죠.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어째서 큰아가씨에게 먼저 소개하지 않았는지까지 이야기했었죠? 아버님이 모르시는 게 있습…….”

“이 나쁜 년. 난……!”

주묘서는 마구 날뛰며 그녀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움직임이 엽연채의 입보다 빠르지는 못했다. 엽연채는 이미 입을 열었다.

“큰아가씨는 이미 소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뭐라?”

그 말에 주 백야는 깜짝 놀랐다.

“소개를 받은 적이 있다니?”

“그 탐화인 진 공자 말입니다. 작년 칠월인가 팔월쯤에 저희 어머니께서 이곳에 방문해 중매를 서셨습니다. 탐화를 큰아가씨에게 소개했는데 큰아가씨와 어머님께서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주 백야는 엽연채의 이야기에 어리둥절해하더니 고개를 돌려 아직 땅바닥에 앉아 있는 주묘서를 쳐다봤다.

“묘서야,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그러자 주묘서는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했고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적 없어요! 그런 일은 없었단 말이에요! 없었어요! 없었다고요! 없었단 말이에요! 엉엉… 다 절 업신여기고 있어요! 절 괴롭히려고 하는 거예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입을 벌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울음소리에 하늘이 다 뒤흔들릴 것만 같았다. 끝까지 억지를 부리려는 것이었다.

“맞아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진씨는 주묘서를 품에 꽉 끌어안으며 두 눈을 빠르게 깜빡였고 결심을 굳힌 듯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나리, 저 애가 친정집에 마음이 기울었다는 걸 숨기려고 꾸며낸 말에 불과합니다……. 흑흑…….”

그녀는 그리 말하며 주묘서를 껴안았다. 그렇게 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통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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