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87)

***

다음 날 오후. 내게 고참 간수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에게서 리케도르안에게 어떤 구속구도 소용없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정말 이상합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분명 다른 마법 범죄 죄수에게 잘 발동되는 것들이 그에게는 발동되지 않는다나. 나는 이것이 아마 그가 가진 짐승화 저주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했지만, 섣불리 꺼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쪽에 무지한 내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곤 그가 저주를 앓고 장미 문양의 시한부를 몸에 품고 있으며 여주인공만이 이 날 때부터 차고 있는 그의 목 족쇄를 풀어 줄 수 있다는 내용 정도였으니.

“어쨌거나 이렇게 된 이상 산책을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 네.”

결국 나는 이렇게 르나그가 오기 전까지 그의 산책을 돕기로 했다.

도와달라는 말이 없더라도 함께했을 테지만.

그렇게 어찌저찌 반은 의무가 된 산책을 시작하고 며칠이 흘러, 오늘이 네 번째로 하는 산책이었다. 그동안 무난한 산책이었다만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지. 먼 하늘을 응시하던 나는 타다닥,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왕!”

“응? 주워왔어?”

나는 리케도르안이 내미는 공을 아련한 눈으로 바라봤다.

……정말로 주워오는구나.

보통의 산책과 다른 점이 바로 이거였다. 산책을 하다 보니 두 번째쯤에서 깨달은 건데, 짐승 버전 리케도르안은 체력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가만히 좀 앉아 있을래?>

<왕!>

앉으라 외쳐도 아주 잠시였지, 어찌나 부산스럽게 움직이는지. 그렇다고 이 모습이 질리는가 하면 또 그건 아니었다.

<대단한 미모군요…….>

<그러게요.>

짐승이 되던 이성이 있는 상태든 변함없이 잘생긴 데다 빛 아래서 그의 인간 같지 않은 미모가 돋보였던 탓이다. 흐트러진 은발 아래, 사나움 사이로 살짝 휘어지는 푸른 눈, 땀방울이 굴러떨어지는 모습마저 성스럽다고 할까.

“왕!”

……입에 공만 물고 있지 않다면 말이지.

“칭찬해달라는 거야?”

“왕! 왕왕!”

……이렇게 자꾸 개가 되지 말자. 남주님.

왜 나는 이 짐승 버전의 리케도르안 표정을 전부 알 것 같은 기분인 걸까. 얘는 인간의 언어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복잡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던 나는 이내 공을 멀리 던졌다. 하도 체력이 좋아서 임시방편으로 생각해낸 건데, 어째 갈수록 이것 때문에 남주님이 인간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죄책감을 느껴야 할지 그래도 편해졌으니 안심을 느껴야 할지 애매하다 느끼면서 손은 착실하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잘했어.”

끝으로 한 번 더 던졌을 때, 나는 멀리 달려가는 리케도르안을 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석상처럼 서 있던 간수와 눈이 마주쳤다. 간수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다가 난감하게 웃었다.

“……크흠. 저 죄수를 참 잘 다루시는군요.”

그는 매번 설명을 이어가던 고참 간수 안톤이었다.

“이전에 이런 일을 해보셨습니까?”

……이런 일이란 게 어떤 거죠?

“저도 처음인데요.”

나는 눈을 굴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이들이 나를 신기하게 보지만 되려 나는 짐승처럼 구는 리케도르안을 보면서 태연한 간수들이 신기했다.

“그보다 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음, 그러니까 죄수가…….”

“발작하거나, 폭주하는 일 말씀입니까?”

안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받아주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 번씩은 있었습니다. 마법 범죄 관련 죄수들이 보이는 증상입니다만. 주로 잘못된 마법을 사용해서 이곳에 온 죄수라, 부작용을 앓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안톤은 자연스럽게 몸을 돌렸다.

“온몸에 반점이 나타나는 죄수라거나 매일 기억을 잃거나 환청이나 환각을 앓는 이들까지. 저처럼 오래 지낸 간수들은 별별 죄수를 봤을 겁니다.”

“저 죄수는 심한 편은 아니라는 건가요?”

“굳이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통제가 불가능한 죄수도 있으니까요.”

엄밀히 따지면 리케도르안도 통제 못 하지 않았나. 그의 손에 우수수 바닥에 쓰러졌던 간수들을 떠올리고 안톤을 보자, 그도 같이 떠올렸는지 머쓱하게 웃었다.

“이아나 양에게는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도 내 도움으로 명을 수행하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고마움은 전부 총관리장께 꼭 전하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야. 사실 르나그라면 안 보는 쪽이 더 좋은데 말이지. 그렇게 생각할 즈음 멀리서 타다닥, 달려온 발소리가 들렸다. 턱을 괸 나는 그쪽을 보지도 않고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공을 받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고, 공은……. 처, 처음인데…….”

고개를 돌리자, 잔뜩 빨개진 얼굴이 보였다. 나는 불에 탄 듯 뜨거워진 귀를 보며 헛웃음을 참았다.

아. 이성이 돌아왔구나.

그나저나 그놈의 ‘처음’, 아주 말버릇이야, 아주? 공을 받은 나는 그것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앉아 있어 더욱 커 보이는 그를 올려다봤다.

“저기.”

아. 목 아프다. 참 크기도 하네.

“그놈의 처음. 질리지도 않아요?”

그러자 하늘처럼 물기 어린 푸른 눈이 잘게 흔들렸다.

“하, 하지만. 정말 처음…….”

“이러다 진짜 처음엔 어쩌려고.”

“……네?”

아니. 네가 말한 처음과 내가 말한 처음 사이에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요. 나는 말을 꼴깍 삼키고, 생긋 웃으며 옆자리를 탁탁 두드렸다.

“앉아요.”

“네, 네, 네!”

착.

뭐야. 왜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앉는 건데.

“……왜 거기 앉아요. 거기 말고 여기.”

아무래도 짐승의 습성이 인간일 때도 영향을 미치는 걸까.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빨리 제대로 앉아요.”

“네!”

지금이라도 인간의 언어를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닐까.

나는 조금 심각한 얼굴로 리케도르안의 옆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로 꾸물꾸물 바닥을 응시했다. 붉어진 이마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머리칼을 바라보니, 모든 상념을 잃고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 어차피 결국은 전부 책 내용대로 되지 않을까?

나도 내가 태평하다는 거 알고 있다. 안일하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미 여기에 들어와서 뭘 어쩌겠는가.

딱히 크게 바꿀 생각이 없고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지금같이 소소한 행복을 리케도르안에게 선물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말하면 우습겠지만 나는 내 주제를 참 잘 알았다.

그래서 결국 그에게 어떤 조언 대신 지켜보는 것에 그치는 거겠지.

물론 지금까지의 행동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설사 삶을 구원하는 여주만 하겠나? 이렇게 지내다가 언젠가 집에 갈 수 있으면 좋뿐이다.

무언가 꼼지락거리는 기분에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어느새 나보다 조금 큰 리케도르안의 손이 내 옷자락을 살짝 잡고 있었다. 그는 그대로 말이 없었다.

“…….”

나는 내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한 손이 빨개진 것을 바라보다가 살짝 웃었다.

이 정도는 나쁘지 않겠지?

***

일주일이 되었을 무렵 리케도르안과의 산책이 한 아홉 번째쯤 되었을 즈음. 르나그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그에게 불려갔다.

“잘 지냈습니까, 이아나.”

르나그는 처음 만난 날과 같이 깔끔한 정장차림이었다. 나와 같은 죄수이거나, 혹은 간수들 대부분 제복을 입는 이곳에서 눈에 띄는 차림. 슈트처럼 생긴 쫙 빠진 예복에서 날렵한 실루엣이 돋보였다.

‘와. 몸 좋다.’

늘씬한 맵시에 솔직하게 감탄하며 나는 그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눈을 들어 올린 채 고개를 갸웃했다.

“음, 안녕하세요. 오늘은 간수관리장이 아니시네요?”

늘 간수관리장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나오더니.

“네. 그렇습니다.”

오늘 그를 만난 곳은 총관리장이 머무는 꼭대기 층이었다. 안내한 간수 말로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던데. 그 아무나가 된 기분이 참 묘했다. 솔직히 눈 가리고 아웅이긴 했지만 그가 당당하게 정체를 드러낸 것도 그렇고.

바짝 긴장한 나를 알아챈 건지 르나그가 찻잔을 밀어주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부재 시에 있었던 일들.”

“네에.”

나는 차를 마시다 말고 내려놓았다. 너무 뜨겁네. 혀 데일 것 같아.

“훌륭하시군요.”

“큽, 네?”

……어느 부분이?

그가 부재 시의 일이라면 분명 구속구 목걸이를 다룬 일이거나 리케도르안을 개……처럼 다룬 일 아닌가. 어디에도 ‘훌륭’이 붙을 일은 없어 보이는데. 역시 차를 들이켜지 않길 잘했다.

마셨으면 사레 걸렸을 거야.

“그를 개처럼 다룬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하게 감탄했습니다.”

“쿨럭!”

억. 결국 사레가 걸렸다. 내가 기침을 하는 동안 새파란 안경알이 빛을 차갑게 반사했다.

그는 여전히 엉뚱한 말을 했다.

“당신의 오빠와 이야기된 부분입니까?”

거기서 오빠가 왜 나오는 건데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에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 태연하려 애썼다.

“……이야기된 부분은 아니에요. 오빠는 몰라요.”

그 사람은 내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걸. 우리가 나눈 대화라고는 잘 지내? 라는 편지에 잘 지내! 한마디 보낸 것밖에 없는걸. 아. 술이랑 담배 좀 많이 달라는 소리는 많이 하긴 했다.

근데 나 방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다. 설마, 오빠는 이걸 전부 내가 쓰는 걸로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동안 열심히 주문했던 담배와 술 양을 계산하던 나는 심각해졌다.

……이대로 출소한 나를 알코올 중독자로 여기면 어떡하지.

얼굴 모를 오빠와 아빠를 두고 내가 중독자가 아님을 설득하는 모습을 상상했으나 쉬이 상상되지 않았다. 하기야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는걸.

확실히 내가 무심하긴 했다. 나도 자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가족을 두었으며, 어떤 가문인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여기서 나갈 거고 보게 될 사람들인걸. 판단 좀 그때로 미루면 뭐 어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든 나는 르나그의 시선과 딱 마주쳤다.

…왜 또 무섭게 쳐다보는 거지. 살벌하게.

르나그는 생각에 잠긴 날 계속 쳐다봤던 것 같다. 시선이 쭉 느껴졌으니까.

“이아나 양의 뜻이었다는 겁니까? 지금까지 있던 모든 일 말입니다.”

“네?”

그는 차가운 인상이었기에 입을 다물고 저렇게 쳐다보면 교도관 앞의 죄수처럼 떨렸다. 아니 죄수는 맞지만.

나는 움찔했다.

“아……. 네에. 그런데요.”

따지고 들면 죄도 안 지었는데 저렇게 쳐다보면 좀 무서운 게 당연하잖아.

르나그가 어찌 받아들인 건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당신의 독단적인 뜻이었다는 얘기군요. ……아무튼 간에 그 죄수의 산책은 앞으로도 예정대로 진행될 겁니다.”

“네? 어째서요?”

무어라 한마디쯤 할 줄 알았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보통 이런 상황에서 하나쯤은 물어보지 않나? 네가 어떻게 구속구를 사용했냐. 왜 사람을 개처럼 다뤘냐. 하다못해 네 정체가 뭐냐……는 이미 내 정보는 알고 있겠구나. 아무튼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는 게 정상 아냐? 나는 어리둥절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르나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당신이 원하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면 더욱 궁금해지는데. 내 표정을 알아챈 것인지 르나그가 덧붙였다.

“저는 당신의 오빠와 부친에게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겠다 약조했습니다.”

“……그건 지난번에도 말씀해주셨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주실 일인가요?”

나는 돌려 말해서, 우리 아빠랑 오빠가 얼마나 먹였니? 하고 물었다.

“네. 이렇게까지 할 일입니다.”

그런데 르나그는 응, 너한테는 안 알려줌. 하고 답변했다. 왜? 내가 알면 안 되는 금액인 걸까? 나는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적당히 식은 찻잔을 들어 올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신이 그를 개처럼 다뤘다기에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개처럼 다룬다는데 누가 봐도 신기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차렸다. ‘개처럼 다뤘다’라고 말하는 르나그는 순간이지만 즐거워 보였다. 이걸 재미있어한다고?

나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러고 보니 오빠가 시켰냐고도 했지. 떠오르는 가정들을 지워내며 입을 열었다.

“거기가 저희 집안과 그렇게 사이좋은 곳은 아닌걸요.”

혹시나 하고 툭 던져보았는데.

“그건 그렇습니다. 당신도 집안 간 다툼에 관심을 기울이는지는 몰랐지만.”

월척이 걸렸다.

얼른 찻잔으로 입을 가린 나는 차를 마시는 척하며 놀람을 꼴깍 삼켰다. 눈이 데구루루 굴러가며 르나그를 향했다. 그가 화답하듯 내게 살짝 눈을 접어 보였다. 아니, 쟤는 왜 자꾸 살벌하게 웃는 거야. 우심방 떨리게.

나는 이미 다 식은 차를 꼴깍꼴깍 삼키며 내 예상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남작 아저씨에게 들은 바 현 제국의 귀족은 정확히는 아니어도 대충 반으로 갈린댔다.

바로 리케도르안의 집안인 헤르님 대공파와, 악당 도뮬릿파.

아울러 지금 발언으로 나는 알아버렸다.

와. 맙소사.

이아나의 집안, 악당 부하 집안인가 봐!

“이아나. 이곳에서 편안히 즐기길 바라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의 안전입니다.”

계속 살벌하게 웃는 걸 보니, 여기서 죽으면 곤란하다는 뜻이겠지?

드디어 그의 이 살벌한 웃음의 뜻을 알게 된 나는 차 손잡이를 꼬옥 쥔 채 끄덕였다. 차가운 안경 속 눈이 휘어질 때마다 눈을 도로록 굴렸다. 그러다 슬그머니 찻잔을 내려두고 바지 자락에 손바닥을 닦아냈다.

“네에…….”

저건 네 강냉이를 쓸어버리겠단 미소인가? 아니. 긴장하지 말자.

“당신과 좀 더 시간을 보내면 좋을 텐데. 시기가 그리 좋지 않군요.”

“그것도 오빠가 부탁한 건가요?”

태연함을 가장한 질문에 르나그가 멈칫했다. 금색 눈동자가 살짝 굴러 나를 향했다. 시선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침이 꼴깍 넘어갔다.

“글쎄요. 그것도 맞지만, 제가 그리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만.”

“둘만 대화하는 것이요?”

그래도 감방인데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참 예의 한번 바른 사람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기울일 때였다.

“……둘만. 그리, 생각하시는 건가요?”

“……네? 네.”

그럼 이 방 안에 누가 더 있는데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끄덕였다.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던 르나그는 곧 제 얼굴을 붙잡았다. 왜 저러지. 나는 표정 없이 얼굴을 쓸어내리는 그를 보며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흐음. 내가 말을 잘못했나.

“……그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바로요? 나는 갑작스러운 추방령에 얼떨떨했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던지라 냉큼 그의 인도에 따라 일어났다. 그는 서늘한 표정 그대로 나를 문으로 안내했다.

“간수로 하여금 안내하게 하겠습니다.”

“네? 네.”

그가 문손잡이를 꾹 눌러 쥐었다. 손잡이는 왜 이렇게 세게 잡는대. 핏줄이 다 보이잖아?

문이 열린다. 그 순간 바람이 불고 나는 잠깐 그의 표정을 본 것도 같았다. 왜인지 살짝 붉어진 안경알 아래도.

“……또 뵙겠습니다.”

그러나 금방 닫힌 문에 가려서 착각이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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