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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385화 (385/442)

385화 유왕비의 실종

목운요가 놀라서 뒷걸음질 치자, 월왕이 재빨리 팔을 뻗어 부축했다.

“요아, 침착하거라. 우선 얘기를 들어 보자.”

유구가 이어서 말했다.

“주인님의 분부를 받고 유왕비의 뒤를 따라갔을 땐 이미 유왕비의 가마가 공격을 당하고 있었고, 시위들도 거의 전멸 직전이었습니다. 소인이 곧바로 나섰지만 주변에 궁수가 미리 매복하여 있어 놓치고 말았습니다. 육냥이 가마 뒤를 쫓고 있습니다.”

목운요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서릉 내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근위병들은 뭐 하고 있었길래 이런 사태까지 일어난 것이냐?”

“폐하와 장공주 전하께서 출궁하시다 보니 근위병들의 신경이 온통 그곳에 집중되어 있는 데다, 갑작스레 서릉 곳곳에 화재가 나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황입니다.”

“누구 짓인진 알고 있느냐?”

“소인이 현장에서 이 헝겊을 발견했습니다.”

목운요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이건…… 유왕비의 비단 치마 원단인데……. 왕야, 여기에 저희가 직접 찾으러 오지 않으면 유왕비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적혀 있어요.”

월왕의 몸에서 순간 한기가 맴돌았다.

“요아, 어쩔 생각이냐?”

목운요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근위병을 따돌리고 궁수까지 동원한 걸 보면, 릉왕과 이씨 가문이 개입되어 있는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표적은 저희와 유왕 전하겠지요. 아무래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릉왕과 이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꾸나.”

월왕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

“우항, 당장 사람들을 시켜 서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라고 전하거라. 그리고 유왕한테 사실 그대로 빠짐없이 전해 주거라.”

“예!”

목운요도 유구에게 지시했다.

“그림자 호위들을 동원해 유왕비의 행방을 쫓고, 찾아내는 즉시 유왕비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죽이거라.”

위급 상황에선 죽은 사람만이 가장 안전한 법이었다.

“예.”

* * *

잠시 뒤, 성 공공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말을 데려왔다. 왕야와 왕비의 첫날밤을 이렇게 망치다니, 생각만 해도 괘씸했다.

목운요는 금란이 가져다준 가위로 거추장스러운 혼례복 치맛자락을 단번에 잘라 버렸다.

“금란, 금교 두 사람은 외할머니와 어머니께 이 상황을 말씀드리고 걱정하지 말라 전해요.”

월왕은 목운요를 안아 말에 올랐다.

“사야, 잠깐만요.”

목운요가 뒤돌아서 당부했다.

“성 공공, 저희가 떠난 뒤 월왕부 내에 의심이 가는 밀정들을 전부 잡아내세요. 순종하는 자는 감옥에 가두고, 아닌 자는 바로 처리해요. 월왕부에서 절대로 아무 소식도 새어 나가서는 안 됩니다.”

성 공공이 무릎을 꿇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왕비 마마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안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몇몇이 있던 참인데, 이참에 한꺼번에 싹쓸이할 기회가 온 것이다.

이윽고 월왕이 말을 출발시키자, 우항과 우의가 말을 타고 그 뒤를 따랐다. 말 달리는 소리가 서릉의 조용한 밤하늘을 깨뜨렸다.

월왕의 품에 안긴 목운요는 주머니에서 흰색 가루를 꺼내 바람에 날렸다. 그러자 하얀 그림자 하나가 번개처럼 나타나더니 목운요의 품에 쏙 들어와 안겼다.

목운요는 곧장 눈여우에게 헝겊 냄새를 맡게 했다.

“전에 너에게 먹이를 준 적 있는 방화 언니야. 냄새를 잘 기억하고 찾아 줘.”

* * *

월왕과 목운요가 납치 현장에 당도했을 때, 순천부 부윤 심병괴가 먼저 도착해 조사 중이었다. 하나 현장은 이미 흔적 하나 없이 깨끗이 정리되고 난 후라 큰 성과는 없을 듯 보였다.

말을 멈추자, 눈여우가 폴짝 뛰어내려 코를 박고 냄새를 맡다가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월왕과 목운요는 바로 그 뒤를 쫓았다.

동쪽을 향해 달리던 눈여우는 성문 앞에 멈춰서 폴짝폴짝 뛰었다.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월왕에게 창을 겨누며 물었다.

“누구냐!”

“월왕이다. 오늘 밤 가마를 들고 성문을 통과한 자들이 있었느냐?”

병사들은 가까이 다가가 월왕과 목운요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곧장 인사 올렸다.

“월왕 전하를 뵙습니다. 성문이 닫힌 뒤로 아무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목운요는 그런 병사들을 유심히 살폈다. 이는 월왕도 마찬가지였다.

이내 월왕이 우의에게 명했다.

“저들을 전부 잡아라!”

우의 일행이 움직이자 병사들은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월왕 전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야간 통행금지 이후에는 그 누구도 성을 나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전하라 해도 법을 어겨서는 안 됩니다.”

월왕이 냉소를 지었다.

“이토록 말이 많은 걸 보니 네가 틀림없구나.”

보통 성문 병사라면 황자 앞에서 쩔쩔맸을 텐데, 이토록 당당하게 반박하는 걸 보니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목운요가 체형이 커다란 병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유구.”

그러자 유구가 불쑥 나타나 그자의 턱뼈를 단번에 부러뜨렸다.

목운요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자 몸에 핏자국이 남아 있으니 데려가서 제대로 심문하거라.”

월왕도 곧바로 명을 내렸다.

“우의, 그 누구도 성문을 드나들지 못하도록 잘 지켜라. 부황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안 된다.”

“예, 왕야!”

성문이 열리자 눈여우는 다시금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 각쯤 달렸을까. 눈여우가 갑자기 숲속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피며 가만히 있었다.

목운요는 나뭇잎 하나를 꺾어 손가락으로 문지른 뒤 냄새를 맡았다.

“냄새를 은폐하는 약 가루예요. 이렇게 되면 답설이 더 이상 쫓아갈 수가 없어요.”

“납치범들이 아무리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한들, 그리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거다. 지금 당장 사람들을 불러 주위를 뒤지도록 하마.”

눈앞의 무성한 숲에 목운요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

“이 뒤가 바로 산이에요. 그들이 산속에 숨은 거라면 찾아내는 데에 시간이 꽤 걸릴 텐데, 둘째 형님께서 회임 중이신 몸으로 혹시라도…….”

“요아, 우선 최선을 다해 찾아보자꾸나…….”

두 사람은 숲속을 이리저리 살피며 흔적을 찾았지만, 잘린 풀잎과 나뭇가지 외에는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목운요가 웅크려 앉아 의미 없는 흔적들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사야, 혹시 저희가 덫에 걸린 건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이냐?”

“답설이 냄새를 쫓아 성문 밖으로 나와서 저희는 당연히 납치범들이 서릉을 떠났다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그게 함정이라면요? 어쩌면 저희가 답설을 이용할 줄 알고 일부러 이쪽으로 모든 인력을 동원하도록 전략을 쓴 것일지도 몰라요.”

목운요의 뜻을 알아차린 월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가 덫에 걸려들어 모든 인력을 동원해 산을 뒤진다면, 그들이 숨을 시간만 벌어 주게 되는 거군. 그렇게 되면 아무리 서릉 내에 숨더라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테지.”

“맞아요.”

의심이 든 이유는 바로 이 약 가루 때문이었다. 사람을 납치한 이상 최대한 은밀히 움직이려고 할 텐데, 이 약 가루를 왜 처음부터 쓰지 않고 하필 풀숲 진입 전에 쓴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수상했던 것이다.

월왕이 목운요를 말에 태우며 말했다.

“여기에는 일부 인력만 남겨 두고 우린 돌아가서 유구 쪽 상황을 살피도록 하자. 둘째 형님께서도 계속 찾고 계실 테니, 만나서 계획을 들어 본 다음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게 좋겠다.”

“네.”

성문에 다다르자 마침 유구가 나와 있었다.

“주인님. 병사들을 심문한 결과, 성을 나간 사람이 있긴 했으나 유왕비를 납치한 자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목운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폐하께서는 이 일을 아셨느냐?”

“유왕 전하께서 사람을 시켜 알리셨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진노하시며 서릉 전체를 봉쇄하라 명하시고, 유왕비의 명예를 고려해 몰래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목운요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유왕비는 미래의 황후가 될 신분인 만큼 그 명예가 황실의 위엄과 직결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유언비어가 생겨나면 인생이 끝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유왕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유왕도 큰 충격을 입을 게 분명하니…… 유왕비의 안위가 더 걱정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월왕이 하얗게 질린 목운요의 손을 꼭 잡았다.

“요아.”

목운요는 애써 마음속의 불안함을 누르며 답했다.

“사야, 어서 사람부터 찾아요.”

* * *

월왕과 목운요가 유왕부에 도착했을 때, 유왕은 서재에서 한창 소식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눈빛에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했고, 마치 거대한 파도가 곧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어서 오너라.”

유왕이 한껏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풀며 말했다.

“형님, 뭔가 알아낸 게 있으십니까?”

월왕의 물음에 유왕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딱히 도움이 되는 소식이 없구나.”

그에 월왕은 방금 전 숲속까지 쫓아간 이야기를 유왕한테 전했다.

“저희의 추측이 맞다면, 그들은 아직 서릉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왕의 눈빛에 한기가 가득 찼다.

“그럼 찾아내야지. 서릉 전체를 다 뒤져서라도 찾아내고 말 테다!”

하지만 날이 밝아 오도록 별 성과는 없었다. 유왕은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무거운 표정을 유지했다.

목운요는 밤새 받은 소식들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아주버님, 사야. 조회 갈 준비를 하십시오. 제가 계속해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사가 조회 갈 시간임을 알리러 온 것이다.

월왕과 유왕은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곧장 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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