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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358화 (358/442)

358화 위기에 처한 제명

그 말에 목운요는 더없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럼 제가 사야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드릴게요. 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서 누군가의 박해로 쉽게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재산도 넉넉해 사야께서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함께할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건, 사야께 기꺼이 제 남은 생을 맡길 만큼 사야를 좋아해요.”

월왕은 애써 감정을 억눌러 보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요아, 내가 너에게 있어 일순위인 것이냐?”

“음, 솔직히 말하면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일순위예요. 그다음이 바로 사야죠.”

월왕은 내심 서운할 뻔했지만, 일순위가 다른 누구도 아닌 혜의 부인과 장공주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어, 목운요를 와락 끌어안고 그녀의 볼을 비볐다.

“내 마음속에서 넌 가장 중요한 존재다.”

목운요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알아요.”

이 순간 더없는 행복을 느낀 월왕은 목운요를 더욱 힘껏 품에 안았다.

“요아.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이냐?”

“사야께서도 눈치채셨겠지만, 이씨 가문의 표적이 유왕 전하뿐만 아니라 저희도 포함되어 있어요. 그러니 이씨 가문과 저희는 절대 공존할 수 없을 거예요.”

월왕이 눈을 아래로 향하며 눈 속의 살기를 가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다.”

함께 식사를 마친 뒤, 목운요가 찬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궁 밖에 나가시는 거면 하운방에 들러서 제 혼례복이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확인해 주세요.”

“그래.”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그래.”

목운요가 고개를 돌려 월왕을 쳐다보았다.

“왜 대답과 달리 안 놓아주시는 거죠?”

목운요의 옷깃을 꼭 잡고 있던 월왕은 그 말을 듣고 아예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요아, 아무래도 기분이 계속 우울해서 궁에서 며칠 더 머물러야 할 것 같구나. 부황을 찾아가 이야기해 보마.”

목운요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그럼 계속 우울해 계세요.”

그러나 월왕은 여전히 놓아줄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그나저나, 하얗고 포동포동한 토끼 모양으로 빚은 찐빵이 먹고 싶구나.”

“또 뭐가 드시고 싶으세요?”

월왕이 목운요를 품에 안고 어리광을 부렸다.

“아직 생각해 둔 게 없긴 한데, 이따 함께 간식을 먹고 나면 생각날지도 모른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월왕이 아쉬운 마음으로 목운요의 옷깃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

“점심에 꼭 들러야 한다.”

“알겠어요.”

옥화궁으로 돌아가는 내내, 목운요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금란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오늘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소저.”

목운요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그러게요. 점심 후식은 제가 직접 만들 테니 주방에 미리 말해 둬요.”

“혹시 소인도 소저의 솜씨를 맛볼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소저!”

* * *

목운요가 떠난 후, 월왕이 우항에게 식사 준비를 시켰다.

“왕야, 방금 군주께서 준비하신 아침을 드시지 않으셨나요?”

설마 그걸로 부족했던 걸까?

“네가 가져온 건 먹지 않을 생각이다.”

우항은 의아해하다가 뭔가를 떠올렸다.

“사야, 설마 또 단식하시려는 건가요?”

“그래.”

그 뒤로 이틀 동안, 목운요가 하루 세 번 월왕 앞으로 음식과 다과를 보냈다.

우항도 빠짐없이 시간에 맞춰 식사를 받아 왔다. 그러나 우항이 가져온 음식은 언제나 그대로 다시 돌려졌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자, 궁내에서 월왕이 단식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내심 마음이 쓰였던 황제는 소문을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월왕을 불러들였다.

“군월, 며칠 동안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냐?”

월왕이 의기소침한 얼굴로 대답했다.

“소자, 마음이 힘들어 아무것도 삼킬 수가 없습니다.”

황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아직도 네 모후의 일을 생각하고 있느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월왕이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부황께서 연회가 끝나고 나서 하신 말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후께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모친이고, 또 부황 마음속의 유일한 아내라고 하셨지요. 사실 냉궁에서 지낼 때 소자는 모후와 부황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부황의 냉담 뒤에는 늘 묵묵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부황을 오해했던 못난 소자를 용서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황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모두 내 잘못이다. 그동안 너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월서로 보내 고생을 시켰구나. 군월, 네가 이 부황을 원망하는 건 당연하다.”

군월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늘 가슴 한편에 남아 있었다. 이제라도 만회하고 싶었지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다시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닙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모든 게 다 이해가 가더군요. 다른 이들의 눈에 모후의 죽음이 떳떳하지 못하다 보니, 그 죄업을 짊어지고 태어난 저를 부황의 곁에 두었다면 분명 죽임당한 황자의 가문들이 절 가만두지 않았겠지요. 냉궁에서 외롭게 지내긴 했지만, 적어도 제 목숨은 살릴 수 있었습니다. 열두 살 되던 해, 소자가 큰 병에 시달리자 부황께선 저를 냉궁에서 데려오려고 하셨지요. 하지만 그때 조정 대신들의 반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소자를 월서로 보내신 거고요. 부황의 깊은 생각을 어린 마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소자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성격이 냉정하기로 소문난 영군월은 언제나 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말들이, 그 어떤 것보다도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황제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군월. 짐을 이해한다고 하니 그 무엇보다도 위로가 되는구나.”

“부황, 생각해 보니 그동안 소자가 제대로 부황의 곁을 지켜 드린 적이 없더군요. 이번 기회에 궁에서 좀 더 머물러, 아들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좋지. 궁은 네 집이니 원하는 만큼 머물거라. 서립에게 근휘당을 깨끗이 청소하라고 분부하마. 궁 밖에서 쓰던 물건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와도 좋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부황께서도 옥체를 챙기시길 바랍니다. 미처 다 보지 못하는 상주서는 둘째 형님께 맡기십시오.”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네 성격을 잘 몰랐다면 군유에게 권력을 주기 위해 온 줄로 오해했을 것이다.”

“부황, 소자는 단지 부황의 건강이 염려될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알지, 그럼. 고지식한 성격이 네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으니 그만 놓아주자꾸나. 돌아가서 끼니를 제때 챙기고 운요와 잘 지내거라. 짐이 벌써 좋은 날짜를 택해 두었다. 구정 지나서 정월 열여드레가 길일이니, 그때 혼례를 치르도록 하거라.”

월왕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부황.”

군월이 떠난 뒤, 황제가 탁자 서랍 안에서 옥으로 된 상자를 꺼냈다.

상자에는 그림이 들어 있었다. 황제는 그림 속에서 웃고 있는 여인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유아, 군월이 다 커서 곧 장가를 가는구나. 대견하고 기쁘지?”

* * *

유구가 육냥이 보내온 밀서를 목운요에게 건넸다.

“소저. 육냥이 전하길 제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보낸 밀서이니, 빠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리셔야 한답니다.”

밀서를 읽은 목운요는 미간을 힘껏 찌푸렸다.

“금란, 궁 밖에 다녀올 테니 의상을 준비해 줘요. 금교, 월왕 전하께 함께 하운방에 다녀와야 한다고 알려요.”

“예.”

궁문 앞에서 두 사람은 함께 마차에 올랐다.

근심 가득한 목운요를 보고 월왕이 걱정스레 물었다.

“요아, 표정이 심상치 않구나.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이거 보시죠.”

목운요가 육냥이 보내온 서신을 보여 주며 말했다.

“이씨 가문과 북강 왕족들의 왕래 사실을 제명이 알아냈다고 해요.”

“북강 왕족?”

“전혀 생각 못 한 일이지요. 이씨 가문의 철기 밀매가 돈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북강 왕족과도 연관이 있는 걸 보아하니 심상치 않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일단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이씨 가문의 세력만 해도 이미 어마어마한데, 거기에 북강 왕족까지 합세한다면 어떤 음모가 있을지 몰라. 이씨 가문이 정말 북강에 붙은 거라면, 분명 이씨 가문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전부 장악했을 텐데……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구나.”

월왕이 심각한 고민에 빠지자, 목운요가 애써 위로했다.

“사야, 어쩌면 저희가 앞서가는 것일 수도 있어요. 단지 금전적인 왕래일 뿐일 수도 있죠.”

그러나 월왕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사람을 시켜 알아보도록 하마. 월서와 북강은 그리 멀지 않아 쉽게 동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게야.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이씨 가문과 북강의 왕래를 끊는 것이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씨 가문이 워낙 만사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증거 수집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다. 차라리 이씨 가문의 사업과 연관된 장인들을 찾아내 한꺼번에 없애는 게 더 빠를지도 몰라.”

목운요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사야, 차라리 이 기회에 이씨 가문이 제대로 손해 보게 하는 건 어떨까요?”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는 것이냐?”

월왕은 내심 기대됐다. 전에 소금 상인들을 상대할 때에도 그녀는 그들을 거의 패가망신으로 몰아넣었다. 이번에도 성공한다면 이씨 가문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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